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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위기론에 대한 반론

저출산 심각해도 시장이 사라지진 않아. 위기론에 휩쓸린 ‘경직된 전략’ 경계를

조진서,고승연 | 226호 (2017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모두가 ‘저출산/고령화의 위험’을 말하고 ‘인구절벽’을 말하는 시대다. 그런데 엄밀히 따져보자. 정말 인구 감소가 재앙인가? 지나치게 20세기 산업사회의 경쟁력과 1, 2차 세계대전 시기의 ‘국력’ 개념에 매몰돼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기업 입장에서 ‘비관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수립하고 시나리오를 써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혹시 긍정적 영향이 더 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시나리오와 전망도 필요하다. 이에 기업들에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인구구조 변화를 주목하고 전략 수립 고려사항에 넣되 ‘경직된 시나리오’를 믿고 그에 따라 경직된 전략을 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둘째, ‘단일한 실버시장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한다.
셋째, ‘몰락하는 시장’도 무조건 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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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은 국가적인 걱정거리로 여겨진다. 지난 10년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들인 돈이 약 80조 원으로 집계된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마다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지만 큰 성과는 없다. 2016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세계 최저 수준인 1.17로 떨어졌다. 신임 문재인 대통령은 전임자들처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았다. 육아휴직 급여를 확대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이 그의 대표 공약이다.

저출산은 왜 문제일까? 무엇보다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거론된다. 일을 하는 젊은 층이 줄어들고, 일을 하지 않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국가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 국민연금 고갈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이야기, 심지어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소멸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저출산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도 정작 자신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평소에 나라 걱정을 많이 하는 사회지도층, 고학력층에서도 자녀를 셋 이상 낳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1 출산은커녕 오히려 ‘기회만 있으면 해외 이민을 가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출산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국가적으로는 걱정되지만 내가 낳아서 키우기는 싫다는 식이다.

이런 부조화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사실 한국 사회의 저출산 관련 논의는 감정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논리적 허점이 있다. 첫째, 저출산이 한국 사회에 타격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한국 사회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진 것인지 그 인과관계부터가 확실하지 않다. 만일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문제가 있어서 저출산 트렌드가 나타나는 것이라면 사회를 고칠 일이지 저출산을 탓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두 번째로 출산은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이것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한다는 발상이 옳은 것인지의 문제도 있다. 한국은 국가정책의 목적이 시민 개개인의 행복인지, 아니면 국가라는 집단의 경제적 번영인지부터 명확하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의부터 불분명한 ‘경제발전’을 위해서 개개인의 출산을 권장하는 정책들을 도입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지 질문을 던져볼 때가 됐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저출산 논의에서 간과해왔던 기본적인 사항들을 하나씩 짚어본다. 혹시 저출산은 정치인들이 얘기하듯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 혹은 인구과잉에 따른 자연의 ‘네거티브 피드백(negative feedback)’ 현상은 아닌지 의심해본다. 이를 위해 우선 한국의 인구구조를 국제적으로 비교해본다. 두 번째 단계로는 출산율, 그리고 인구밀도가 사회와 경제의 여러 요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앞의 두 단계를 바탕으로 현재 한국과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출산율 제고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안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인들이 고려해야 할 점들을 생각해본다.



한국, 대만, 방글라데시

한국은 저출산 사회인가? 통계에 따르면 그렇다. 합계출산율(fertility rate)은 한 명의 여성이 일생 동안 낳는 아이의 수의 평균이다. 2016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7이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한국과 비슷한 나라로 마카오, 홍콩, 포르투갈, 싱가포르, 그리스, 스페인 등이 있다. 일본(1.4), 영국(1.8), 미국(1.9), 북한(2.0) 등은 한국보다 출산율이 높다. OECD 국가의 평균은 1.7이다.

한국은 언제부터 저출산 국가가 됐을까. <그림 1>을 보면 한국은 과거 일본과 북한보다 출산율이 월등히 높았다. 1960년만 해도 여성 한 명이 평균 6명의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는 수치가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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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1990년까지 약 30년간 한국의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이유로는 정부 주도의 산아제한 정책(‘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 등), 직장을 다니는 여성의 증가, 레저/스포츠 등 여가활동의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이 같은 경로를 걸었고,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한국이 선진국 대비 여전히 낮은 편이다. 즉 사회문화적 요인만으로는 한국이 선진국들보다도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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