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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시장과 ‘동고동락’의 지혜

김남국 | 224호 (2017년 5월 Issue 1)

DBR은 매년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 시장 가운데 하나를 골라 성공 전략을 제시하는 스페셜 리포트를 게재해왔습니다. 올해에는 베트남 시장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빠른 경제 성장과 9200만 명의 인구, 풍부한 자원, 높은 교육열,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 등으로 시장의 매력도가 높고 성장 잠재력 또한 크기 때문입니다.

물론 매력도가 높다고 성공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높은 ‘외국인 비용(liability of foreignness)’을 감수해야 하며 인프라 부족과 커미션 관행 등 낯선 문화 속에서 사업을 영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뚫고 좋은 성과를 이룬 기업들을 보면 몇 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사마천의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나온 성공 비결과 유사합니다.

사마천은 재물(貨)을 불리기(殖)를 원한다면 우선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트남에서 자리를 잡은 신한은행은 교민 대상의 쉬운 영업에 그쳤던 다른 은행과 달리 현지인을 대상으로 직접 비즈니스를 전개한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자사의 강점을 접목해 현지인 대출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락앤락도 개도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저가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상식과 달리 고가 전략을 밀어붙여 프리미엄 브랜드로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화식열전’에 나오는 두 번째 성공 요소는 ‘타이밍’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일찍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덕분에 베트남 정부가 2006년 WTO 가입으로 어쩔 수 없이 해외 금융회사에 라이선스를 내주는 과정에서 면허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베트남 정부는 8년 이상 신규 라이선스를 발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만약 2006년의 기회를 놓쳤다면 시장 선점의 기회가 아예 사라질 수 있었던 셈입니다.

세 번째 성공 요소는 ‘능력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입니다. 뚜레쥬르는 99%의 직원이 베트남 현지인이라고 합니다. 뚜레쥬르는 이들에게 소비자 응대에서부터 빵 생산 과정까지 철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사람을 키우기 위해 현지 기술전문학교와 함께 제빵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도 현지인에게 신한 DNA를 심기 위한 다양한 교육 및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현지인 지점장이 탄생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 요소는 ‘돈을 벌어주는 사람과 동고동락하는 것’입니다. 20년 넘게 베트남에서 기업을 성장시킨 대광마이카 김흥수 회장(호찌민 코참 회장)은 사업 초기 끼니를 거르고 일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직원식당에서 중식과 석식은 물론이고 조식까지 제공했습니다. 또 일주일에 한 번씩 조회를 하며 돈을 왜 벌어야 하는지, 저축을 왜 해야 하는지 등을 역설해 직원들의 의식을 바꿨습니다. 결국 그는 ‘파파(아버지)’로 불렸고 노사분규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락앤락은 베트남 공장에 어린이집을 만들어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이뤄지지 않도록 할 예정입니다. 신한은행도 현지인 지점장에게 한국인 지점장과 똑같은 대우를 해주며 주인의식을 갖도록 유도했습니다.

약 2000년 전에 생각해낸 사마천의 통찰이 현대 경영자에게도 여전히 유용한 교훈을 준다는 게 무척 흥미롭습니다. 화식(貨殖)의 방법 가운데 동고동락의 지혜가 특히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 제시된 다양한 사례와 지혜를 토대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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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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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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