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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베르간티 교수 강연

고객이 ‘원하는 것’? 그들이 ‘필요한 것’!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라

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하정민 | 216호 (2017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올바른 아이디어를 어떻게 고르느냐가 중요하다.
- 시대 변화에 따라 제품의 의미도 변한다. 과거 양초는 ‘불을 밝히는 도구’였지만 이제 ‘사람을 환영하는 도구’이다. 마찬가지로 디지털카메라 역시 ‘추억을 저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다.
- 고객을 제품과 사랑에 빠지게 하라. 그러려면 해당 제품에 고유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고객의 사랑은 어떤 제품의 퍼포먼스가 경쟁사 제품보다 더 좋았을 때가 아니라 더 좋은 의미를 부여해줄 때 나온다.
-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지 마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줘라.
- 설사 생산자가 그 제품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고객은 해당 제품을 사랑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라.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민혁(연세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내가 옷에 관심이 많은 이탈리아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네이선 퍼 교수님이 말씀해준 제니퍼 하이만의 드레스 대여업 아이디어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나는 디자인 학교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했고 수많은 패션회사를 컨설팅했다. 우리는 ‘혁신=아이디어’라는 신화 혹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일단 드레스 대여업 아이디어를 볼까? 이 아이디어는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다만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왜 제니퍼 하이만에게는 그것이 가능했을까? 그는 비전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즉 아이디어와 비전은 완전히 다르다. 이 차이를 아는 것이 혁신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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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 교수는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의 혁신경영 전공 교수이며 기업의 전략적 혁신을 돕는 컨설팅회사인 프로젝트 사이언스(PROJECTSCIENCE)의 설립자다. <포천> 선정 500개 기업, 세계 여러 나라 정부에 디자인과 혁신 관련 정책 자문을 하고 있다. 저서로 <디자이노베이션(원제: Design-driven innovation : changing the rules of competition by radica)> 등이 있다.


‘혁신=아이디어’ 고정관념을 탈피하라

혁신에 관한 많은 책을 보면 책 표지에 대부분 전구가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전구는 아이디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왜 혁신은 다른 이미지를 가지면 안 되는가?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건 바로 우리가 ‘혁신=아이디어’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10∼15년 전에는 아이디어를 보유하는 일 자체가 어려웠다. 그때는 ‘혁신=아이디어화’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2016년 현재에는 아이디어가 너무 많다. 우리는 아이디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내가 컨설팅한 회사 중 ‘아이디어가 없다’고 한 기업은 아무도 없다. 사실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

2011년 멕시코만에서 원유공장이 폭발해 엄청난 양의 기름이 바다에 유출됐다. 당시 원유유출 방지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를 했는데 무려 2500개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즉 아이디어를 갖는 건 쉽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올바른 아이디어를 고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왜 현대사회에서 아이디어가 넘쳐날까? 크게 3가지 이유다. 첫째,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둘째, 인구의 30%가 창의성을 지닌 똑똑한 집단에 속한다. 셋째, 인터넷이 있다.

아이디어를 빛으로 비유한다면 현대기업은 너무 많은 빛을 가지고 있다. 이젠 그림자가 필요한 시대다. 넘쳐나는 아이디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비전을 가지려면 올바른 아이디어를 골라내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보다 먼저 오늘 이 자리에서 강연하신 톰 피터스 교수, 이타마르 시몬슨 교수도 말했듯 올바른 아이디어를 골라내려면 실패는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갖거나 두려워하지 마라.


양초는 불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환영하는 도구

몇 년 전 내가 어머니께 “우리 집에 양초가 얼마나 있죠?”라고 여쭤봤다. 어머니는 “전기가 꺼졌을 때 사용할 양초, 종교 행사에 쓸 양초 2개가 있다”고 하셨다. 최근에 다시 어머니께 양초 몇 개가 있냐고 여쭤보니 수십 개를 갖고 계시더라. 실제 유럽 양초산업은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금융위기 와중에도 양초 소비가 늘었을 정도다.

단순히 전기가 나갔을 때 빛이 필요하다면 휴대전화 화면을 쓸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양초를 소비할까?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 데도 말이다. 그리고 프라이스캔들은 몇 년 전 파산했는데 양키캔들은 왜 번성할까?

프라이스캔들은 더 밝고, 더 오래 쓸 수 있는 양초 생산에 집중했다. 반면 양키캔들은 양초 본연의 목적이 아닌 액세서리 개념으로 접근했다. 사람들이 굉장히 큰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양키캔들 제품을 사는 건 불을 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들을 환영하고, 모임 장소를 장식하고, 좋은 향기를 맡으려는 용도다.

즉, 사람들은 양초라는 제품이 아니라 환대(hospitality)라는 ‘의미’를 사는 것이다. 내 어머니가 30년 전에 양초를 사용한 이유는 불을 밝히기 위해서였지만 지금 어머니가 보유한 수십 개의 양초는 좋은 향기를 맡고 사람들을 환영하기 위해서다. 제품의 의미 자체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제품과 사랑에 빠지게 하라

좋은 아이디어를 고르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는 많지만 의미를 담은 아이디어는 많지 않다. 어떤 제품에 의미가 있다면 사람들은 그 제품과 사랑에 빠진다. “의미가 있다”는 건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여러분 온도계를 쓰지 않나? 그런데 온도계를 사랑하는가? 아마 온도계를 사랑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네스트 학습 온도계(Nest Learning Thermostat)’는 어떨까? 네스트 온도계는 자동으로 집안 온도를 조정해주는 기기다. 껐다 켰다 하는 두 가지 기능밖에 없지만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온도계를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생활패턴을 지니고 있는지 정확히 예측한다. 아침 8시에 출근을 하고 오후 5시에 퇴근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네스트 온도계는 오전 7시50분쯤 꺼졌다가 오후 4시50분쯤 켜진다.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해서 자동으로 꺼졌다 켜지는 거다.

네스트 사용자들은 ‘온도를 재는 도구’라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그 도구가 주는 ‘의미’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나보다 내 일상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제품,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제품이라는 의미다. 즉 네스트 온도계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온도계의 ‘개념’을 바꾸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소매업계에서만 그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천만이다. B2B 업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필립스의 의료 스캐너를 보자. 필립스는 당초 경쟁사보다 더 강력하고 빨리 스캔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 하지만 주 고객이 아이들이라면 어떨까? 현재 필립스 의료 스캔기기에 아동이 들어가면 정글 이미지가 저절로 뜬다. 아이들은 아파서 검진을 받는 와중에도 기계에 정글이 나타난다는 점에 흥미를 보인다.

때로는 이 정글이 바다로 변하기도 한다. 이때 방사선과 의사가 아이에게 “너는 다이버야. 그러니까 숨을 참아봐. 이 바다에서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거다. 이렇게 의료 스캔기기 안에서 숨을 참은 아이들의 사진이 당연히 더 잘 나온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의료기기에 ‘의미’를 부여한 사례다. 즉 고객의 사랑은 어떤 제품의 퍼포먼스가 경쟁사 제품보다 더 좋았을 때가 아니라 더 좋은 의미를 부여해줄 때 나온다.

그렇다면 이 의미를 어떻게 만들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의미 또한 넘친다. 선택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선택할 옵션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30년 전만 해도 25세 언저리의 남자는 결혼을 계획했다. 그리고 결혼을 한 번만 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여겼다. 30년 전에는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결혼을 하지 않는 건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결혼할 만한 여자를 만나는 일도 무척 어려웠다.

지금은 어떤가? 출근할 때 버스나 지하철에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나는가? 적게는 30∼40명, 많게는 수백 명이다. 페이스북과 각종 소셜미디어에도 수백 명의 여자가 있다. 결혼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쉽고, 선택지도 너무 많다. 우리의 아버지 세대 때는 여자를 만나는 일도 어려웠고 주변에 여자도 적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여자를 언제 어디서 만날까’도 아니고,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도 아니고, ‘결혼을 한다면 왜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여기에 대한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기업이 성공하는 것이다.


고객에게 부여하는 의미를 변화시켜라

노키아는 72종의 휴대폰을 생산한다. 애플은 매우 적은 종류만 생산한다. 어떤 회사가 성공했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여러분들의 주 고객들은 무엇을 원할까? 여기에 해답이 있다. 고객들은 많은 옵션을 원하지 않는다. 의미 있는 해결책은 그 숫자가 많을 수가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고객이 특정 제품에 느끼는 ‘의미’가 계속 바뀐다는 거다. 1950년대 등장한 이케아가 아직까지 번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의미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처음 등장했을 때 고객에게 준 의미는 ‘조립’이었다. 직접 가구를 조립하면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었다. 그러다 주말 오후를 아이와 같이 이케아 매장에 가서 가구를 조립하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이케아는 이 의미를 ‘학습’으로 변화시켰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공간에서 어떤 것을 배운다는 의미다. 지금은 어떨까? 사람들은 이제 이케아에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얻고, 쇼핑을 즐기고, 음식을 먹으러 간다. 이케아에서 양초도 팔고, 음식도 팔고, 옷도 파니까. 즉 이케아가 고객에게 주는 의미가 ‘가구 조립→학습→쇼핑몰’로 바뀐 거다.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30년 전에는 이런 의미 변화가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였을 거다. 하지만 이케아는 고객에게 주는 의미를 지속적으로 바꾸고, 가구의 의미를 바꿔서 성공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가구를 예전처럼 오랫동안 쓰지 않으니까. 과거에는 소파를 20년씩 썼지만 지금은 한 가구를 20년간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런 시대에 가구업체가 가구의 의미를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디지털카메라와 사진을 볼까? 과거 우리는 특정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디지털은 사진의 의미 자체를 바꿨다. 지금 사람들은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현재 내가 무엇을 하고, 누구랑 같이 있고, 어떤 음식을 먹는지를 찍어서 소셜미디어에 올려야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으니까. 더 이상 카메라는 추억을 담는 도구가 아니라 소통의 도구다.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다.


 


비전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멈추지 않는 힘’이다.

이제 사람들은 더 좋은 제품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제품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면 어떻게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혁신의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제품을 생산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때 답을 생산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서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고로 회사에 머물러 있지 말고 일단 밖으로 나가라. 고객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고객이 왜 이 제품을 쓰는지 면밀히 관찰하라.

앞서 설명한 네스트 온도계를 발명한 사람은 토니 파델(Tony Fadell)이다. 그는 2006∼2008년 애플에서 아이팟 개발에 참여했고 ‘아이팟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그런데 파델 이전에 네스트 온도계의 콘셉트를 생각한 사람이 없었을까? 있다. 몇몇은 훨씬 먼저 생각했고 심지어 시제품도 훨씬 먼저 만들었다. 그런데 왜 파델만 성공했을까? 네스트는 사람들이 온도 조절을 당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직접 온도 조절을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잘 간파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드레스 대여업 스타트업을 한 제니퍼 하이만도 마찬가지다. 여러분들은 제니퍼가 창업 전 드레스 대여 실험을 몇 번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최소 20번은 실험했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실패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니퍼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이를 사업으로 연결했다. 실패에 굴하지 않고 멈추지 않는 것, 여러분으로 하여금 무엇인가 행동하도록 만드는 힘, 이게 바로 비전이다.

제니퍼와 비슷한 시도를 한 많은 사람들은 처음 한두 번 실패하면 아이디어를 접었을 것이다. 이건 비전이 아니다. 실패에서도 배울 점이 얼마든지 많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것을 주라

고객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 고객 조사의 맹점이 있다. 많은 기업인들이 “고객 조사를 통해 고객이 지적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었는데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해당 제품이 고객이 원하는 물건이었을지는 모르나 필요로 하는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객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고객이 진짜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지 마라.

내 딸은 K-POP의 팬이다. 한국 보이밴드를 다 안다. 하지만 나는 콜드플레이를 좋아한다. 콜드플레이의 Fix you라는 노래를 보자. 콜드플레이의 보컬리스트인 크리스 마틴이 당시 자신의 아내였던 유명 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아버지를 잃고 난 후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만든 곡이다. 언제나 아버지가 든든한 버팀목이었는데 아버지가 사라지고 나니 이를 견딜 수 없다는 점을 잘 표현했다. 가사가 매우 시적이고 아름답다. 한번 들어보라.

네가 최선을 다하지만 성공하지 못했을 때
원하는 걸 얻었지만 그것이
네가 필요한 게 아니었을 때
정말 피곤하지만 잠들지 못할 때
네가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네가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것이 헛수고가 될 때
인생이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이 가사에도 나오지만 “원하는 것을 얻었는데 그것이 내가 필요한 게 아니다”라는 사실. 너무 놀랍지 않은가? 많은 기업들이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어야 하는데 원하는 걸 준다.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가 좋은 아빠인가? 아이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무조건 주는 아빠가 좋은 아빠인가? 아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아빠가 훌륭한 아빠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애플컴퓨터를 발명하게 됐는가?” 워즈니악은 이렇게 답했다. “애플컴퓨터를 발명하는 과정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는 그 제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제품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은 그 제품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이 물건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출발점이다. 애플 디자인을 봐라. 디자인에서 고통의 냄새가 나지 않는가? 이 아름다운 디자인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꼈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이 애플을 좋아한다. 내 논문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제껏 140편의 논문을 썼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 논문을 읽기도 싫은데 많은 사람들이 그 논문을 좋아한다. 즉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남들이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아이디어의 출발점을 ‘나’에게 두지 말고 그 시선을 ‘외부’로 돌려라. 비전은 내면에서 나온다. 안에서부터 밖으로 뻗어나가는 것이지 안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은 타인에게 선물을 건네는 일과 유사하다. 선물을 고르고, 사고, 이를 전달하는 행위의 주체는 ‘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위주로 선물을 살 수는 없다. 선물은 받는 사람, 즉 ‘타인’을 위한 거니까. 내가 그 사람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주고, 실제로 그 사람이 그것을 좋아할 때 사랑에 빠지지 않는가. 아이디어는 그렇게 얻는 것이다.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좋아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라.


정리=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 로베르토 베르간티(Roberto Verganti) | -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 혁신 경영 전공 교수
    - 기업의 전략적 혁신을 돕는 컨설팅회사 프로젝트 사이언스(PROJECTSCIENCE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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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정민 하정민 | 동아일보 디지털통합뉴스센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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