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위기관리

반대입장서 살피는 ‘레드팀’ ‘평판경영’ 시대의 필수선택이다

215호 (2016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명성경영전략>에 따르면 평판의 공식은 ‘평판 = (비즈니스) 성과 + (조직) 행동 + (기업) 커뮤니케이션’이다. 롯데는 조직행동 측면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첫째, ‘리더십 행동’ 부문에서 ‘오너 리스크’의 문제가 발생했고 두 번째로 소비자와 협력업체에 대한 행동에서 ‘돈을 버는 과정’에서의 평판관리에 성공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은 단기적 대응과 실제 리더십의 행동, 명목상 제시하는 장기적 비전의 간극이 커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롯데는 물론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남은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해관계자를 개입시켜 주변을 통해 통제받으며, ‘레드팀’ 혹은 ‘악마의 대변인’을 내부에 두고 조직의 행동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올 한 해 롯데그룹은 최악의 위기를 경험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질문1
이번 롯데 사태가 벌어졌을 때 주변에서 “설마 롯데가 그럴 리가?”와 같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나, 아니면 “그럴 줄 알았다. 터질 것이 터졌다…”와 같은 반응이었나?

질문2
만약 누군가 당신의 행동을 보고 “롯데스럽다”라는 표현을 한다면 당신은 이를 칭찬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중립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일 것인가?

질문3
롯데의 쇄신안 중에 기억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롯데가 진정 변화할 것이라 믿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잠시 독자에게 맡기고 이 질문이 한국 기업의 위기관리에서 왜 중요한지를 뒤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보통 사례분석을 하게 되면 카메라 렌즈의 ‘줌인(zoom-in)’ 기능처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서 ‘이때는 이게 문제였고, 이렇게 했어야 한다’ 등을 얘기하게 된다. 올해 롯데그룹의 위기관리를 바라보면서 솔직히 필자(김호)는 “(이미 사건이 터진 상태에서) 기업으로서 롯데가 단기적으로 위기관리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기업 위기의 핵심이 ‘오너 일가’ 세 사람 사이의 갈등 문제이고, 둘째, 몇 년에서 몇 십 년에 걸쳐 이뤄져야 했을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숙제들은 중·장기적으로 오너가 중심이 돼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글에서 우리는 평판(reputation)1 이라는 관점에서 롯데의 위기관리 사례에 접근한다.

위기관리 컨설팅 분야에는 이슈 인덱스(issue index)라는 것이 있다. 특정 기업에서 향후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 이슈들을 찾아내 리스트로 정리한 것을 말한다. 2016년 롯데의 위기와 관련한 기사를 읽다보면 마치 국내 대기업의 이슈 인덱스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위험의 심각성이나 분야가 다를 수는 있지만 롯데 케이스를 들여다보는 것이 의미 있는 것은 다른 국내 기업들도 경영권 싸움에서부터 비자금 이슈까지 이러한 위기의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이번 케이스 분석방향을 놓고 논의한 결과 롯데 사례를 다루되 다른 기업들이 자신들을 돌아보고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공통된 틀을 제시하기로 했다. 단순히 롯데 사례를 ‘창문’ 너머로 구경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타 기업이나 경영자들이 사례 분석으로부터 자신들의 모습을 비춰 볼 수 있는 ‘거울’을 제시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번 분석을 통해 우리는 한국 대기업들이 보다 선진화된 위기/평판관리를 하기 위해 맞춰야 할 마지막 퍼즐이 무엇인지를 제안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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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이 빠뜨리고 있는 평판 공식의 요소 한 가지

가르시아는 도얼리와 함께 공저한 <명성경영전략>에서 평판의 공식(reputation formula)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

평판(reputation) =
(비즈니스)성과(performance) + (조직)행동(behavior) + (기업)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롯데의 위기 사례 심각성은 법적 위험뿐 아니라 평판의 훼손과 관련이 깊다. 롯데가 특정 사업에서 시도를 하다가 성과를 내지 못해 실패한 것과는 판이 다른 위기이다. 이와 같은 사건에서 위기와 평판은 동전의 앞뒷면으로 작동한다. 위기관리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평판을 회복하는 것이다. 지금 이 평판 공식은 롯데나 우리 대기업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이 평판 공식에 등장하는 세 가지 요소를 아래 표와 같이 좀 더 구체화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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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비즈니스 성과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장기적 성과로 예를 들어 지난 10년 동안의 성과 혹은 향후 장기적 성장 가능성이다. 또 한 가지는 올해의 성과와 같은 단기적 성과다. 이번 롯데 위기 사례에서 비즈니스 성과는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는 아니었다.



그 다음은 조직의 행동으로, 여기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리더십 행동(leadership behavior)이다. 이번 롯데 사태는 리더들의 행동이 임직원은 물론 전 사회에 생중계됐고 아직도 그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불투명한 경영 관행과 지배구조,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승계문제 등이 형제 간의 분쟁으로 한꺼번에 나타났다. 오너 리스크는 위기 유발자(crisis maker)와 위기 관리자(crisis manager) 모두가 오너 일가라는 점이 문제로 작용한다. 현실적으로 오너의 문제에 대해 실무자들은 오너들의 명령에 따르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조직행동의 두 번째 요소는 소비자와 협력업체에 대한 것으로 소비자들의 롯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롯데 협력업체들이 생각하는 ‘갑’으로서 롯데의 행동이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 요소는 사회에 대한 기업의 행동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10월 신동빈 회장은 대국민사과와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매출 200조 원을 달성, 아시아 톱10으로 도약하겠다는 외형 성장 중심의 목표를 조정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인지는 발표하지 않았으나 사회를 향한 기업의 행동에서 중요한 것은 자선 등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이익을 벌어들이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실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국제기준인 ISO 26000에는 ‘자선’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으며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이익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권, 노동 관행, 환경, 공정운영 관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기여 등을 경영활동 전반에 어떻게 반영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즉, 번 돈을 갖고 하는 것(what to do with profit)이 아니라 돈을 버는 과정(how to make profit)과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좋은 일보다는 좋은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에 핵심이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영역에서 진전된 노력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평판 공식의 마지막 요소인 기업 커뮤니케이션에는 보도자료나 기자회견 등 전술적이고 단기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있는가 하면 기업의 미션, 비전, 가치 등과 관련이 있는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있다. 또한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축은 외부 소비자, 공중과의 커뮤니케이션, 내부 공중인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2 이다. 여기서 롯데그룹의 홈페이지(lotte.co.kr)에 들어가보자. 경영방침의 첫 번째 항목은 투명경영으로 “내부 감시 및 통제장치 강화를 통해 경영 현황과 재무성과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한다”고 돼 있다. 이들은 구체적 실행지침도 적어 놓았는데 회사의 모든 경영상황을 이해관계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회사 경영정보의 정확한 공개,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이사회 강화, 투명경영을 위한 위원회 운영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핵심 가치 다섯 가지 중 하나는 책임감으로 “항상 정직한 방법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고 돼 있다. 그 실행 지침 중에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알리고 해결방안 모색”과 “법적, 윤리적, 사회적 기준에 맞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있다. 롯데는 기업 커뮤니케이션과 조직 행동, 특히 리더십 행동 사이에 간극이 있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떤 독자는 ‘비전과 가치, 실행지침은 액자에 넣어 벽에 붙여 놓는 것이지 그것을 실행으로 지키는 기업이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들이 정한 경영방침과 구체적인 실행 지침을 리더들이 무시한다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진다. 어렵게 만든 혁신안도 실행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성찰이 우리 기업이 마지막으로 개선해야 할 평판의 퍼즐에서 남은 한 조각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을 통해 세계 수준의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 오고 있다. 또한 광고와 홍보를 비롯해서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많은 투자와 개선을 해왔다. 하지만 조직 행동,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리더십 행동과 사회에 대한 기업 행동에 있어 개선된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업의 비전이나 가치 등을 ‘멋지게’ 만들어 제시하는 것까지는 했으나 기업의 창업자나 최고경영자부터 이를 어기는 것을 문제삼지 않아온 것이 사실이다. 사회에서 점차 시민들의 감시 기능이 높아지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정보의 유통이 자유로워 지면서 과거 수면위로 보이지 않던 조직이나 리더의 행동은 이제 기업 평판에 큰 영향을 주게 됐다.

캐플란과 노턴이 균형성과관리(Balanced Score Card)를 제시했듯 평판은 결국 재무적 성과, 조직 행동, 기업 커뮤니케이션 사이의 균형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가르시아는 도얼리와의 저서에서 아서 W. 페이지 소사이이어티가 “성공적인 기업과 그것을 이끄는 사람들을 위한 법정 화폐”라고 말한 ‘진정성’이 평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우리는 롯데 사례를 분석하면서 진정성을 ‘성과와 행동, 커뮤니케이션 사이의 간극의 정도’로 정의했다. 앞서 살펴본 한국적 상황에서는 행동과 커뮤니케이션의 간극뿐 아니라 성과와 커뮤니케이션 사이의 간극, 성과와 행동 사이의 간극 등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실수나 잘못이 외부로 공개돼 위기가 발생하면 마치 하나의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사과문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고개를 숙이고, 몇 가지 약속을 하곤 했다. 하지만 “앞으로 잘하겠다”는 자신들의 약속을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으며 이제 소비자나 시민들도 그런 약속을 잘 믿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홍보부서들은 오너 일가가 부당한 행동을 했을 때 이것이 언론 등을 통해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성과의 중요 요소 중 하나였다. 2016년 말 촛불 민심 이후 2017년을 지나서도 우리 대기업은 행동은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돈을 많이 벌고(성과), 전통적인 홍보(커뮤니케이션)방식으로 위기나 평판관리를 할 수 있을까?


한국 대기업에게 마지막 남은 평판의 퍼즐: 행동변화를 할 것인가?

이제 기업이, 오너 일가나 경영자들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중요한 질문은 행동변화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다. 신동빈 회장에게 남겨진 숙제는 이번 위기를 잘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행동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의 문제다. 이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기업의 행동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위기관리 분야가 아닌 리더십 분야의 행동변화 모델로부터 그 아이디어를 얻는다. 세계 최고의 리더십 코치인 마셜 골드스미스는 행동변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이해관계자 개입(stakeholder engagement)을 꼽았다. 이는 쉽게 말해서 우리가 금연을 성공시키기 위해 직장 내에서 이를 공개화시키라는 조언을 하는데 주변 이해관계자들이 개입되고, 자신의 행동변화를 그들이 주목해서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행동변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 않던 운동을 하기 위해서 체육관에 돈을 내고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는다든지, 팀을 이뤄 운동하는 것 역시 이해관계자 개입을 통해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0월 경영혁신을 발표하면서 준법경영위원회를 회장 직속으로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롯데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준법경영위원회가 오너 일가의 레드팀(red team)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레드팀이란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처럼 조직 내외부에서 조직을 ‘위해’ 조직의 반대편에서 감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팀을 말한다. 형식적인 위원회로서 겉모양을 위한 것이라면 이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년 발행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역시 이해관계자들을 개입시키는 형식을 취하고는 있으나 이것이 실질적으로 기업의 행동변화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제 왜 그 질문이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의 시각은 어떤지를 밝히려 한다. 평판관리를 위해 기업이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들의 평판이 외부 시각에서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듣기 거북한 이야기이겠지만 한국의 대기업들은 많은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는 부정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대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자들이 이해하는 것은 제대로 된 위기 및 평판관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 연말이 되거나 사회에서 재난이 발생할 때 대기업들은 수억, 수십억을 기부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 사회를 위해 소외된 곳을 찾아 봉사활동도 한다. 대기업들의 담당자들은 대기업이 좋은 일도 많이 하는데 외부에서는 안 좋은 곳만 보면서 비판한다고 섭섭해 하기도 한다. 한 가지 가설을 세워보자. 대기업들이 기부금과 봉사활동 등을 두세 배 올리면 평판이 좋아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바로 외부 여론에서 대기업에 대한 인식의 출발점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대기업의 기부나 봉사활동에 대해서 “평소에 나쁜 짓도 많이 하는데, 남들 어려울 때 기부금 정도는 당연히 내야지”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즉,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는 한 아무리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하고, 개선안을 내놓는다 해도 장기적으로 위기나 평판의 관리는 이뤄질 수가 없다.

이러한 외부의 인식을 이해하고 나면 대기업은 어떤 평판/위기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인가? 위기 발생 이후 대기업이 보여주는 행동은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갖는다. 하나는 기존 부정적 인식을 더 강화시키는 행동이다. 예를 들어 은폐, 거짓말, 회피, 부인, 심지어 땅콩 회항 때처럼 피해자(사무장 및 승무원)를 공격하는 행동이다. 이렇게 되면 외부에서는 “역시 그렇지”란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게 된다. 또 하나는 외부의 부정적 인식을 뒤집는 의외의 행동들이다. 예를 들어 당연히 평판 관리 차원에서 나온 것이 아니지만 국내 주요 재벌가의 아들도 아닌 딸이 해군장교로 입대했다는 사실은 ‘의외의’ 모습으로 외부에 다가가게 된다. 사고가 터지면 오너는 피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을 때, 메르스 사태에서의 삼성처럼 오너가 제일 앞에 나서서 고개를 숙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때, 사람들은 기존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 의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물론 대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평판을 새롭게 짜기 위해서는 이벤트 성의 의외 행동으로는 불가능하다. 우선 오너의 결심이 있어야 하고 일관된 의외의 행동을 해서 부정적 평판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촛불시위는 단순히 대통령과 정치권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국내 대기업들에게도 위기나 평판관리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필자는 PR 분야의 경험을 갖고 있으며 오랜 기간 위기관리 및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분야에 종사해왔다. 하지만 우리가 이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는 결론은 명확하다. 위기와 평판 관리를 홍보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실패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hoh.kim@thelabh.com
헬리오 프레드 가르시아 로고스컨설팅그룹 대표

김호는 한국외대(불어와 철학)와 미국 마켓대(PR)에서 학사와 석사를,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 세계 19명만이 있는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이며 글로벌 PR컨설팅사 에델만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다. 저서로 <쿨하게 사과하라(2011, 공저)> <쿨하게 생존하 라(2014)> <평판사회(2015, 공저)>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할까(2016)> 등이 있다.

헬리오 프레드 가르시아 박사(Dr. Helio Fred Garcia)는 뉴욕의 로고스컨설팅그룹(Logos Consulting Group)의 창립자로 35년 넘게 위기관리와 임원 코칭 및 컨설팅을 해왔다.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의 겸임 교수이며 임원 MBA 프로그램에서 위기관리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에 이 있으며 공저한 <명성경영전략(Reputation Management)>는 2016년 한국에서도 출판됐다.


생각해볼 문제

1. 우리 기업은 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돼 있나?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떠올리지 말고 기업 자체가 ‘사회에서 공존하고 상생하며 기여하는’ 이미지인지 혹은 ‘악당’의 이미지인지를 따져보자. 만약 ‘악당’으로 취급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극복방안은 무엇일지 고민해보자.

2. 연말에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각종 기부 활동, 열심히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사회적 책임 활동과 후원 등으로 나빠진 평판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전사적 경영전략의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그것이 수익 증대의 중심축이 되도록 바꿔야 한다. 이른바 CSV(공유가치 창출) 전략의 중요성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우리 조직은 CSV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가? 이를 기획하고 실행할 조직은 있는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서를 유행 따라 CSV 부서로 바꾼 데에서 끝난 것은 아닌가?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