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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례

非전문 오너, 無대응 정부… ‘팔고 보자’식 자구노력, 결국 길을 잃다

한종길 | 215호 (2016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4년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게서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넘겨받을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한진, 한진해운, 대한항공으로 ‘육해공’ 통합 물류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해운업황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여기에 일단 ‘내다 팔자’는 식의 자구노력의 한계, 비전문가적인 오너경영의 문제점, 정부의 단시안적인 대응책이 겹쳐지며 한진해운은 결국 항로를 잃고 침몰했다.


2016년 8월31일,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선사인 한진해운은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해운업계 종사자들은 이날을 나라를 잃은 1910년 경술년 8월29일 ‘국치일’에 빗대 ‘해치(海恥)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고에서는 한진해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해운산업 전반의 환경 변화, 한진해운의 자구노력, 리더십의 문제점, 정부의 대응책과 외국의 대응책 등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해운산업의 외부 여건: 최악의 해운시황에 따른 자산의 저주

운임료 하락 등 해운업 시황 침체는 이미 지난 200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했다. 세계 각국 해운사의 도산이나 구조조정이 일상적인 뉴스가 됐다. 이와 같은 상황을 초래하게 된 배경에는 선박의 대형화와 중국 경제의 감속으로 인한 불황 사이클의 지속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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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해운업은 중국의 초고속 성장에 힘입어 호황을 맞았다. 철광석, 석탄, 곡물 등 원료 수입 증가와 수출 급증 등으로 물동량이 2000년 28억 t에서 2010년 40억 t으로 급증했다.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며 대형화 경쟁을 벌였다. 선박 대형화와 지속적인 호황을 예상한 투기적인 신조선 발주량의 증가로 2000년에 약 8억 t이었던 선복량(배의 적재용량)은 2010년 13억5000만 t으로 급증했고 2015년에는 17억 t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인해 해상 물동량은 2010년 40억 t에서 2015년 49억 t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화물 수요와 선박 공급이라는 수급 밸런스가 완전히 깨져버렸다. 더 큰 문제는 해운사들이 반짝 호황을 누리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부터 발주를 거듭한 결과 선박 건조량이 2000년 3170만 t에서 2011년에는 1억185만 t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세계 해운기업은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첫째는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자산가치 하락, 둘째는 보유선박 유지비용 과다로 인한 경쟁력 하락이다. 보유선박 유지비용은 금융비를 빼고 직접선비만 하더라도 일일 5000달러가 넘지만 2015년의 용선료는 2000∼3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선박을 빌려서 영업하는 용선사는 운임이 싸더라도 싼 값에 배를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보유선사는 자산(선박)의 저주에 빠지고 말았다. 여기에 국내 선사들의 경우 보유선박도 문제였지만 빌린 배들도 과거 용선료가 비쌀 때 장기로 계약을 체결해놓은 상태라 부담이 가중됐다.


한진해운의 자구노력

이 같은 해운업 침체 상황에서 한진해운 및 그룹이 그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유상증자(2014년 6월) 4000억 원까지 포함해 2011년부터 약 70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위기가 본격화한 2014년 12월에는 대한항공이 교환사채의 차액정산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2000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 우량자산인 LNG가 포함된 벌크 전용선사업부를 약 3160억 원에 매각했고 2015년 1월에는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총 3198만3586주(28.41%)의 에쓰오일 주식을 사우디 아람코에 매각했다. 매각대금 중 차입금 1조5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9330억 원 대부분은 한진해운 지원에 사용됐다. 2016년에는 ㈜한진과 한진칼에 평택터미널과 신항만에 대한 지분을 팔고 노선 영업권, 상표권 매각 등으로 2351억 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해운불황의 지속으로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한진해운의 자구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은 철저히 금융권의 대출기피 대상이었다. 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 성향이 있는 일부 은행들은 해운업의 우산부터 빼앗으려 했다. 따라서 은행권의 저금리 대출은 갈수록 실종됐으며 고금리의 전환사채와 금융리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실제로 한진해운의 부채는 2011년 9조2000억 원에서 2015년 6조6000억 원으로 30% 가까이 감소했지만 유동부채(12개월 이내에 갚아야 할 부채)는 2조4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으로 오히려 급증했다. 비유동부채(12개월 이후에 갚아도 되는 부채)는 6조8000억 원에서 2조6000억 원으로 급감했다. 더불어 차입금은 금융리스로 대체돼 부채의 질이 급격히 나빠졌다. 2016년 반기 기준 단기차입금은 전년도 31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급감했으며 장기차입금은 5700억 원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악성 부채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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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채권단에 ‘SOS’를 칠 수밖에 없었다. 8월26일 공시자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자구계획을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경영정상화의 중요성과 그룹의 각오, 부족자금 조달방안(최대주주인 주식회사 대한항공의 기존 지분에 대한 차등감자, 40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 및 추가 부족자금 발생 시 조양호 회장 개인 및 기타 계열회사의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지원, 터미널 주주대출 유동화) 등이었다. 물론 자구계획을 제출하기 이전에도 한진해운은 자체적으로 1) 런던 사옥 670억 원, 일본 사무실 60억 원 등 부동산 처분 2) ㈜한진칼 미국 및 EU 외 해외 상표권 742억 원 3) 에이치라인해운에 우량선박인 Hanjin Saldanhabay호를 444억 원에 매각 4) 에이치라인 주식 330억 원 매도 5)한진에 620억 원에 영업권 양도 등을 추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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