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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관리 대책

쉬쉬! 정신질환 감추고 출근하는 한국. 자연스러운 ‘멘탈문화’를 만들자

조진서 | 214호 (2016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임직원이 우울증, 불안장애, 무기력증 등의 정신건강 질환을 앓는 경우 이것이 눈에 드러나지 않는 ‘프리젠티즘(presenteeism)’으로 남을 때 심각한 문제가 된다. 병을 앓지만 회사에는 출근을 하고 남들에게 숨기는 경우다. 이런 경우 회사 차원에서 개개인의 질환을 알아내고 치료하려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 낙인효과로 인해 오히려 더 숨어버리게 만들 뿐이다. 정신질환에 관대한 ‘멘탈 프렌들리’ 문화를 만들고 문제가 있을 경우 자연스럽고 비밀스럽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정우(고려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국은 OECD에 가입된 20개국 중 인구 대비 자살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수가 가장 많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170개국을 조사한 자료에서도 남미의 가이아나에 이어 자살률 2위로 기록되고 있다.

2009년 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자 중 사무직의 비중은 전체의 18.5%로 가장 높았다. 서비스 및 판매직(17.4%), 전문직(16.1%), 관리자(14.2%)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단순노무(13.4%), 기계조작 및 조립(13.9%), 농림어업(9.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직장에서 우울증 등을 앓다가 퇴직한 직후 자살하는 경우까지 생각하면 실제 ‘화이트칼라’ 직종의 자살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지도 모른다. 꼭 자살까지 이르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무기력증(번아웃증후군)은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저해할 뿐 아니라 조직 전반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기업 내 정신건강 관리에 특화된 국내 유일의 의학 연구조직이다. 이들은 201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직장인 72만 명(누적)의 정신건강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흥미로운 보고서들을 발표해왔다. 일례로 지난 2015년 1월부터 7월까지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시행한 직장인 9만5079명을 살펴보니 남성 중 2.4%가, 여성 중 8%가 우울증 환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직장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예상대로 직무 관련이었고 특히 40대 남성에서 높게 나타났다. 직급과 연령이 낮을수록 직장문화, 관계 갈등, 조직 체계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DBR은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에 위치한 기업정신건강연구소를 찾아 임세원 부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교수)과 김형준 수석(임상심리사)을 만나 기업 차원에서 조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어떻게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임 부소장은 본인이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시공사, 2016)>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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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부소장(왼쪽)과 김형준 수석


강북삼성병원이 기업 정신건강연구소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임세원: 강북삼성병원은 오랫동안, 또 많은 회사들을 상대로 근로자 건강검진을 해왔다. 정신건강 연구는 우리가 선도했다기보다는 기업 측의 니즈에 병원이 따라간 측면이 많이 있다. 기업이 임직원의 신체건강검진은 많이 하는데 그것만 가지고 뭔가 부족한 것 같다고 본 것이다. 특히 한국의 산업 구조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생산직이 위주였지만 지금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성을 발휘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몸이 아프지 않다고 해서 일을 잘하거나 능률이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적인 면에서의 케어(care)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직원들이 우울해 한다거나, 불안해 한다거나 하면 뭔가 업무도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이런 점들을 건강검진 시 함께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기업의 요구가 먼저 있었다. 이런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건강검진에 반영을 하고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즉 니즈에 병원이 따라 간 셈이다. 처음엔 어디 그런 일을 할 만한 곳이 있나 찾아봤지만 한국에서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분석법을 개발하고, 그러면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강북삼성병원의 건강의학본부 차원에서 그런 필요성을 인식했고 건강의학본부가 정신과 교수님들에게 의뢰를 해서 신영철 소장님을 중심으로 팀이 꾸려지게 됐다.



기업정신건강분석은 일반적인 심리상담과 어떻게 다른가.

김형준: 기존에도 2000년대 초중반부터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심리적인 부분들을 상담소 운영 등을 통해서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엔 한계가 있고 질병이나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임상적인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임세원: 초기에는 고위험 환자들을 주로 살펴봤다. 기업에서 일을 하는 직장인들 가운데도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일을 계속 함으로 인해서 능률도 떨어질뿐더러 계속 그런 상태에서 일을 하다보면 자살과 산업재해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 시작은 이런 고위험군의 발견과 조기 치료를 목적으로 했다. 그런데 연구소에 노하우가 쌓이면서부터는 고위험군뿐 아니라 임직원 모두에 대해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해 업무 효율 개선을 꾀하는 쪽으로 조금씩 영역이 진화하고 있다.



주로 어떤 업종의 기업이 기업정신건강 진단을 받는가. 또 진단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가.

임세원: 제조업, 서비스업, 금융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기업뿐 아니라 공기업과 공공기관, 구청, 시청, 도청 등도 진단을 받는다. 신체건강검진과 정신건강검진을 패키지로 같이하는 회사도 있고, 따로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현재 어느 정도까지 정신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김형준: 웬만한 대기업은 대부분 다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임세원: 기업에 따라 수준의 차이는 크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임직원의 정신건강이 회사의 생존과 연관된 문제라는 걸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회사는 굉장히 많은 예산을 써서 신경을 쓰지만 어떤 회사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잘하는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정신과 전문의를 고용한 곳도 있다. 모든 직원에게 정신건강검진을 무료로 제공하고, 거기에서 어떤 소견이 발생하면 사내 정신과 의사 내지는 상담사들과 연계해주는 자체 연계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보다 초보적인 수준의 회사라고 하면 자체적으로 상담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사내 상담소를 두기도 한다. 아니면 1년에 한 번 정도 우리 같은 전문기관에 의뢰를 해서 정신건강 평가를 받게 하고 거기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바우처 방식으로 상담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 4회까지는 회사에서 전문가와의 상담 비용을 지원해주고 그 이상의 상담이 필요하면 개별적으로 비용을 내게 하는 식이다.



기업 정신건강 컨설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김형준: 우선 기업 임직원들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대상자들이 온라인으로 ‘마음건강평가’를 하고 여러 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서 분석을 하게 된다. 스트레스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하게 될 때는 스트레스 요인(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 반응(스트레스를 받아서 어떻게 됐고), 스트레스 대처(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이 있는지) 측면에서 본다. 즉 크게 요인, 반응, 대처자원의 세 가지를 본다. 그래서 해당 기업이 취약한 계층이 어디고, 취약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분석을 해서 기업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전반적인 컨설팅의 과정이다.

임세원: 이런 것들은 표준 과정이다. 실제로는 이런 평가가 들어가기 전에 평가를 설계해주는 과정도 있다. 예를 들어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가면 의사는 모든 사람에게 다 똑같은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가 환자를 면담해서 어떤 검사를 해야 할지 골라서 처방을 해준다. 마찬가지로 정신건강검진 역시 회사의 규모와 니즈에 따라서 달라진다. 어떤 회사는 감정 노동자가 많을 수 있고 어떤 회사는 직장 내 갈등 요인이 많을 수 있다. 소방관이라면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염려가 있을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회사의 요구에 따라서 검사를 설계한다. 그런 다음 김형준 수석이 말한 것처럼 연령, 성별, 직급이나 부서 등에 따라 어디가 취약한지를 분석하게 된다. 이것은 회사 내 요인이다. 그 다음에는 같은 연령, 또 비슷한 업종에 있는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서 해당 회사의 정신건강에 어떠한 특성이 있다는 것을 비교 분석해 제안해준다. 그 과정에서 질적 분석을 병행하기도 한다.



질적 분석이란?

임세원: 양적 분석은 설문지 등을 통해서 보는 거고, 질적 분석은 직접 면담을 하는 것이다. 의사와 임상심리 전문가가 사전에 구조화된 질문지를 만든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면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의 특성에 대해서 미리 회사 측 담당자를 사전 인터뷰하고 이 회사에 대해서 이러이러한 것들을 물어봐야겠다는 사전 질문지를 전문가들이 작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인사팀 담당자만 보게 된다면 사측의 입장만 반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회사의 연령, 성별, 직군 분포에 따라서 표본 대상자의 특성에 맞춰 사측에 이런 사람을 면담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다. 예를 들어 40대 직원 2명, 생산직에 있는 사람은 1명을 면담하겠다는 식이다. 면담의 내용은 녹음을 하고, 전문가들이 내용을 분석한다. 이때 면담자 개인의 정보는 회사 측에 들어가지 않도록 익명화한다. 면담 내용을 가지고 키워드 추출을 한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무엇이고, 다른 회사의 직원들에 비해 여기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무엇인지 등을 질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적 분석 내용과 질적 분석 내용을 가지고 전문가들이 다시 회의를 거친다. 많은 회사와 다양한 직종을 연구해오면서 이런 경험을 많이 축적할 수 있었다. 이 최종 토의를 거쳐서 이 회사의 개선점을 종합해서 도출하게 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임세원: 예컨대 모 기업의 경우 자기 회사의 문화를 바라보는 데 있어 직군, 연령, 세대별로 굉장히 큰 차이가 났다. 직무 스트레스 분석을 해봤더니 나이가 든 직원들은 ‘우리 회사의 분위기가 좋다, 양호하다.’ 이렇게 평가를 하는 반면에 동일한 질문에 대해 젊은 직원들은 ‘우리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다, 나쁘다’는 식으로 답한 것이었다. 즉, 같은 문항에 대해서 인식 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이는 공공기관 등에서 잘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이 든 직원들은 자신이 입사했을 때에 비해 지금이 분위기가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예전의 분위기를 모르지 않나? 이들은 그 조직이 어떤 역사를 거쳐서 성공했는지를 모르는 상태다. 나이가 많은 직원은 자신들이 익숙했던 문화와 관습대로 아랫사람들이 따라오기를 바라고 만약 따라오지 못하면 이를 비난한다. 반면 젊은 직원들은 그런 부분을 굉장히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향이 있는 회사라면 조직 내에 이런 관점의 차이가 있음을 알리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중간관리자급 이상에서 강압적인 술자리 문화를 개선하자’거나, 자신은 폭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랫사람들에게는 폭언으로 들릴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하자는 식의 대안을 제시한다.


“ 나이 든 직원들은 자신이 입사했을 때에 비해 지금이 분위기가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예전의 분위기를 모르지 않나? ”


직무 스트레스 외의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임세원: 대처 자원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동일한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그걸 견뎌내는 힘은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다. 직원들에게 적정한 정도의 휴식이 주어지지 못하거나 회사 내의 업무 공간이 부족하고 협소하면 직원들의 신체건강 상태가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힘이 약해진다. 이런 것들이 동일한 연령대, 동일한 학력 수준의 타 회사 직원들에 비해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엔 업무 공간이나 휴식 외에도 양질의 식사, 취미활동, 여가생활, 일과 삶의 균형 등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회사는 돈을 벌어야 하는 조직이다. 정신건강 관리에 투자했을 때 이것이 성과로 돌아가야 할 텐데 어떻게 이런 효과를 보여줄 수 있나.

임세원: 계산을 한다. 자체적으로 ‘Mental Health Cost Calculator(정신건강 비용 측정기)’라는 것을 만들었다.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서 회사가 얼마만큼 생산성 손실을 보는가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개발한 모델을 오랫동안 연구해 한국화한 끝에 올해 9월부터 사용하고 있다. (‘조직 정신건강의 비용산출’ 참조.)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서 기업이 생산성 손실을 경험하게 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원들의 앱센티즘(absenteeism, 결근)이다. 출근을 못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의 문제로 인해서 휴가나 병가를 내는 경우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리젠티즘(presenteeism)이다. 회사는 나오지만 일을 제대로 못하는 상태다. 이 두 가지, 앱센티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프리젠티즘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다 계산한다.

DBR mini box

조직 정신건강의 비용 산출



기업에서 임직원의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비용을 산출하는 공식은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해외에서는 개인 차원과 조직차원뿐 아니라 국가(사회) 차원의 비용도 산출하곤 한다. 일례로 유럽연합은 주요 멤버 15개국에서 2013년 한 해 약 200억 유로(약 25조 원)의 사회적 비용이 직장 내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기업 차원에서 사용하는 정신건강 비용 측정법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영국 인사개발협회(CIPD·Chartered Institute of Personnel and Development) 산출법

- 병가:
약 30%에서 60%의 결근을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추정. 2008년의 경우 직원 1인당 결근으로 인한 손실은 연간 666파운드(약 100만 원)다. 즉 스트레스로 인한 결근은 매년 직원 1인당 30만 원에서 60만 원 사이의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본다.
- 프리젠티즘(Presenteeism): 2007년의 경우 영국 기업의 직원 1인당 프리젠티즘 비용은 605파운드(약 90만 원)로 추산한다.
- 이직: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 19%는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산정한다. 이직한 직원에 따른 대체 채용 비용은 인당 5800파운드(850만 원)다. 즉 1년간 3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면 이 중 스트레스로 인한 비용은 3 X 0.19 X 850 = 484만 원이다.
- 기타 비용: 이외에도 정신건강 질환으로 인한 사건과 사고, 직원들 간의 갈등, 노사 갈등, 이로 인한 보험료 상승 등이 있다. 나아가 기업의 브랜드 평판과 투자자 평판에 미치는 악영향도 고려한다.


2. R. Tangri (2002)에 따른 산정

탄그리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기업의 비용을 아래와 같이 계산하라고 권고했다.
결근으로 인한 비용의 19% + 이직으로 인한 대체채용 비용의 40% + 임직원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 비용의 55% + 장단기 작업중단으로 인한 비용의 30% + 의약품 비용의 10% + 사업장 사고로 인한 비용의 60% + 스트레스로 인한 근로자들의 직접 보상청구 비용 및 법무처리 비용의 100%


3. Brun and Lamarche(2006)에 따른 산정

프랑스의 두 학자는 총 39개의 지표를 측정하도록 권고했다.
- 14개 기본 지표: 총 결근일 수, 총 근무일 수,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 평균 시간당 보수 등
- 14개 결근(앱센티즘)지표: 작업중단 비용, 의료 비용, 대체 작업자 채용 비용 등
- 2개 프리젠티즘 지표: 업무 중 실수 발생 증가, 품질 및 생산량 감소
- 9개 앱센티즘/프리젠티즘 공통 지표: 생산성 저하, 노조활동 참여로 인한 비용, 외부 비용, 임직원 지원 프로그램 비용 등



앱센티즘과 프리젠티즘 중 어느 것이 더 심각한가.

임세원: 프리젠티즘이다. 사실 요즘은 한국의 생활 수준이 많이 높아지고 의식주가 갖춰졌기 때문에 회사를 잘 안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면 한국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스티그마(낙인)가 굉장히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내가 우울하니까 오늘은 쉴 게요’라는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없는 문화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우울하고 힘들어도 웬만하면 사람들이 회사에 나온다. 다만 일을 못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특히 정신과적으로는 앱센티즘보다 프리젠티즘이다. 이에 비해 서양,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앱센티즘의 문제가 더 크다는 연구도 있다.

김형준: 앱센티즘은 눈에서 보이는 손실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예측 가능하고 어느 정도 관리를 할 수 있다. 프리젠티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고 대부분은 장기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그래서 더 까다로운 문제다.



정신의 건강은 개인의 특성도 있을 텐데 이는 어떻게 반영하나.

임세원: 개인 특성은 당연히 있다. 어떻게 없겠나. 어느 조직이나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사람이 있고, 못 견디는 사람이 있다. 그걸 정신의학 용어로 취약성(vulnerability)이라 한다. 그런데 특정 회사에만 취약성 높은 사람들이 몰리지는 않는다. 취약성이 높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떤 조직에서는 그것이 질병으로 발전하거나 못 견디고 나가버리기도 하고, 다른 회사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분위기나 문화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개인적인 취약성 자체를 어떻게 바꿀 수는 없지만 직무 스트레스와 연관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직급 간의 직무 격차가 크다거나 성별 간의 격차도 그런 요인이 된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들을 알기가 어렵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나는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취약성이 높은 사람은 채용할 때부터 테스트로 걸러낼 수 있지 않나.

임세원: 거의 할 수 없다. 대기업이라고 하면 한 번에 수천 명씩을 테스트해야 하는데 모두 다 면담을 할 수는 없으니 설문지 방식을 차용하게 된다.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떤 사람이 회사에 들어가는데 ‘나는 죽고 싶어요’ ‘나는 심리적으로 허약해요’라고 말하겠는가. 이런 테스트에는 필연적으로 위음성(false negative response)1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이 편향성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런 조사 자체는 거의 의미가 없다. 위음성 응답을 통제하고 그것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업에 분석 보고서를 줄 때 ‘이 회사에서 무성의 응답을 한 사람은 몇 %고, 다른 회사와 비교했을 때 이 비율은 높다/낮다’라 제시해준다. 위음성의 수위 자체, 응답의 신뢰도 자체가 그 조직의 정신건강 문제를 보여주는 한 지표이기도 하다.



기업의 정신건강진단에 있어서 개인정보가 민감한 문제다. 회사 차원의 컨설팅이나 평가를 할 때 개인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 그것을 회사에 어느 정도까지 알려야 하는가.

임세원: 알리면 안 된다. 그 부분이 초기에 이 정신건강진단 사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우리가 돈을 냈으니 우리에게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우리는 그걸 알려줄 수가 없다. 근로자들의 정신건강을 검진한 자료를 회사 측에 제공하고, 회사가 다 알게 된다고 하면 누가 제대로 된 응답을 하겠나. 그래서 문제/질환 여부는 본인만 알게 하고 우리 기관은 그 위험성 여부를 판단해서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 또 전문가와 연계해주는 데 주력해야 하지, 회사가 알게 하면 안 된다. 이 사업을 시작한 초기에는 기업 인사팀 등에서 누가 문제가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가 문제인지 알면 그 사람, 그 직원은 어떻게 될까.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회사 측에서 그런 개인 차원의 정보를 알려고 해선 안 된다. 외부의 전문기관에 맡겨놓고, 직원들이 검진을 열심히 받고 불성실한 응답을 하지 말라고 권고해주는 것이 회사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자꾸 알아내려고 하면 직원들은 위음성 응답을 할 거고 그러면 검사를 하는 의미가 없다. 이런 걸 알리고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이어졌다. 이제는 웬만한 대기업은 이런 부분들을 잘 이해하는 것 같다.

김형준: 실질적으로 우리의 조언대로 관리하고 평가를 했을 때 효과가 있고 문제 발생 비율이 줄어들었다거나 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니 비로소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임세원: 최근의 흐름인데 회사 측이 아니라 노조에서 이런 정신건강진단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입장에선 오히려 수월하다. 아까 말했듯이 집단 정신건강 검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위음성 응답 오류를 보정하는 작업이다. 사측에서 정신건강진단을 하라고 하면 직원들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노조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서 이런 것을 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하는 형태가 되면 직원들의 위음성 응답이 현저히 낮아진다.



집단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명상센터, 물리치료사, 심리상담사 등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임세원: 그렇다. 다만 명상센터만 만들어준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명상이 아무리 좋아도 반복적으로 기회를 주고 체험을 하게 해야 한다. 많은 기업에서 ‘힐링캠프’ 같은 프로그램들을 시행하는데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일회성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보통 그런 식의 프로그램은 1박2일이 한계인데 그것보다 더 충분한 기간을 투자해서 ‘힐링 브레이크’를 줘야 한다. 잠깐 멈춤이 아니라 완전 멈춤, 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회사가 보장해줘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이 있다고 하자. 이럴 때 기업 차원에서 얼마나 개입해야 할까?

임세원: 글쎄…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의도여도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회사 측에서 알 필요가 있다. 경영자나 인사팀 입장에서는 ‘힘들어 하는 직원이 있으니까 챙겨주자’고 할 수도 있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회사에서 나에 대해 이런 걸 알게 되면 잠재적으로 나를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라고 당연히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선한 의도가 없는 경우도 많다. 문제 있는 사람을 발견해서 잘라야겠다는 식의 생각을 가진 회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발견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즉 ‘멘탈 프렌들리’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정도가 회사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회사가 직원의 정신건강을 감시하려고 하면 그 순간 다 숨어버린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한국에서 정신과적 문제의 유병률은 10% 이상이다. 여러 가지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 같은 경우에는 더 높을 수도 있다. 10명 중 1명은 정신과적인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 회사에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생각해볼 문제


1. 기업의 중간관리자 입장에서 부하 직원에게 정신건강을 해칠 정도의 스트레스를 가하는 것이 본인의 실적이나 성과 측면에서 이득이 되는 경우, 회사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방지하거나 감지해야 할까.

2. 타인에 비해 업무 성과나 능력의 차이가 없는 데도 신체, 정신건강의 취약함 때문에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는 없을까. 나 자신이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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