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이 말하는 미래

한국의 2030년이 일본의 2015년이라고? 인구학적 눈으로 보면, ‘난망(難望)’이다

209호 (2016년 9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일본에 저출산 문제가 부각된 것이 1989, 우리나라는 2002년이다. 수치로만 보면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15∼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뒤따라가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상황을 현재 일본을 통해 투영해본다. 하지만 이는 인구의 다양한 사회적 맥락을 빠트린 단편적 시선. 조영태 교수는 미래를 더 정확하게 그려보기 위해서는 인구현상의 원인과 흐름을 두루 살피는인구학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업들도 무조건 물건을 열심히 만들어 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할 때 인구학적 관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 15년간 지속돼온 초저출산 현상이 우리 사회의 가장 위협적인 요소라는 언론의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놀라울 만큼 초저출산 문제에 무신경하던 정치권에서도 최근 저출산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할 만큼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현상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막연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우리나라가 일본의 뒤를 따라가지 않을까라는 예측 때문으로 판단된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5∼20년 빠른 1990년대 초반부터 이미 초저출산 현상을 경험해오고 있으며 2014년 고령자 인구가 26%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2002년 초저출산 현상이 시작돼 2030년이면 고령자 인구가 25%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가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예측이 서로 다른 두 가지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15년 후 일본처럼 된다는 주장은 일견 겉보기에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그러나 또 속내를 보면 일종의기대감도 엿보인다.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일본의 경제상황은 현재 어떠한가. 저출산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2016년 현재 전 세계에서 세 번째 가는 경제대국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우리가 지금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 두 가지 인구현상인 저출산과 고령화가 반드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만 만들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2030년 대한민국도 일본의 2015년처럼 호황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경제상황을 누릴 것인가. 거시적인 인구변동만을 고려한다면 그러한 전망은 충분히 가능하다. 일본의 저출산이 국가의 주요 사안으로 등장한 것이 1989년인데, 우리나라는 2002년이었다. 일반적으로 고령사회라고 말하는 고령자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가 된 것이 일본은 1994년이고 우리나라는 내년을 전망하고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도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데 매우 인색했고 현재도 그러하다. 이처럼 거시적인 인구 특성만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일본을 뒤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일본을 통해 15∼20년 뒤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투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2015, 한국의 2030년 시나리오

하지만 인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다양한 사회 요소들을 반영하고 있다. 그것들을 고려해보면 필자의 견해로 최소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2030년이 2015년의 일본과 유사할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감 떨어지는 기대에 불과하다.

 

첫째,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기초체력이 약하다. 일본은 식민지를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해외 시장을 개척해왔고 그 역사가 이미 150년이 훌쩍 넘었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과 지위를 획득했다. 해외에 나가보면 일본의 저력을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많은 동남아 국가들의 주요 운송수단이 된 오토바이가 그것이다. 오토바이를 부르는 각국의 말이 있지만 동남아 국가에서 오토바이를 지칭하는 대명사는혼다이다. 브랜드 이름과 상관없이 오토바이를혼다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토바이 시장에서 혼다의 역사와 점유율을 그 어떤 브랜드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가장 많이 운행되고 있는 승용차는 도요타, 혼다, 그리고 미쓰비시 등 일본 차다. 자동차는 내구재이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정비와 부품교환이 필요한데 이 역시 일본의 부품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에 일본 자동차 관련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구조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이것이 비단 자동차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현재 우리나라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우리의 기초 체력은 일본에 비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만일 글로벌 경제위기나 시장경쟁이 심화되는 등의 위험요소가 발생할 때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둘째, 일본이 저출산과 고령화를 겪기 시작할 때 일본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우리나라, 대만,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은 모두 젊은 인구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이들 국가 모두 생산과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35∼55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시기였다. 이는 주변국이 이미 고령화된 일본이 생산하는 제품을 소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반면 2030년 우리나라가 일본의 오늘날과 같은 인구구조를 갖게 될 때에는 주변의 주요 교역국가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령화된 인구구조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생산시장이자 소비시장인 중국 역시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중국은 1983년부터 최근까지 시행된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출산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고 지속적인 고령자 사망률 감소로 우리나라보다도 더 빠른 인구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고령자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시장규모의 축소를 의미한다. 2015년의 일본은 비록 고령화를 겪으며 자국의 시장은 축소됐어도 우리나라와 중국의 시장이 커져 있으므로 경제성장에 큰 지장을 겪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2030년은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의 시장규모도 지금에 비해 크게 축소된 후다. 오늘과 같은 경제교류가 이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셋째, 우리나라의 2030년 내수시장 규모는 일본의 2015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5년 현재 일본의 인구는 약 12700만 명이다. 이 중 일도 하고 소비도 하는 생산가능 인구(15∼64)가 약 7700만 명이다. 고령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다. 우리나라의 현재 총 인구수(5000만 명)보다도 훨씬 많다. 통계청은 2030년 우리나라의 인구가 지금보다 약간 늘어나 약 5200만 명이 되리라 추산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난다니 내수시장도 커질 것이고 별로 걱정할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산가능 인구만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반전된다. 2030년 우리나라의 생산가능 인구는 약 3300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자를 제외한 실질적인 인구규모 및 그에 따른 내수시장의 규모에서 일본의 현재와 비교가 불가능한 사이즈다.

 

인구학적으로 본 2015년의 일본과 2030년의 한국의 상황은 이처럼 닮은 듯 다르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기업들의 국제적 경쟁력이 일본처럼 탄탄한지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게다가 경쟁국 및 후발국의 약진으로 상황이 좋아지기보다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예컨대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를 크게 올려놓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미 중국 제품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필자가 2013년 베트남 정부의 초청으로 하노이를 방문했을 즈음 막 베트남의 스마트폰 시장이 자라나고 있었다. 당시 베트남의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과 갤럭시로 양분돼 있었고 그중에서도 갤럭시의 점유율이 더 높았다. 3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달라진 점은 베트남 시장이 더 이상 아이폰과 갤럭시로 양분되고 있지 않다.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한 중국 회사들이 만든 비보(Vivo)폰이나 오포(Oppo)폰이 시장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는데 이들이 모두 안드로이드 OS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아이폰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갤럭시 시장점유율을 뺐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까지는 중국의 자동차가 기술력에서 우리나라 기업에 견줄 바가 못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 진보 속도라면 우리를 따라잡지는 못할지라도 미국 시장에 진출할 정도의 기술력은 머지않아 달성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세계시장에서 중국 자동차의 견제를 가장 많이 받게 될 브랜드는 무엇일까. 고급차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유럽 차와 그 바로 아래 시장을 탄탄하게 공략해 온 일본 차는 중국 차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기존 명맥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상황들이 전개될 때 과연 우리나라의 2030년이 일본의 2015년과 같을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아니, 안타깝지만 우리나라의 2030년 상황은 일본의 2015년에 비해 훨씬 암울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초저출산 현상과 인구고령화 현상만을 놓고 보면 서로 다른 시기의 두 나라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일본의 오늘과 유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가능할 테지만 이는 인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맥락적인 특성을 간과한 매우 단편적인 관점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인구가 지니고 있는 역사적인 맥락, 우리나라만이 아닌 주변 주요 국가들의 인구, 인구의 상대적 크기만이 아닌 절대적 크기, 그리고 시장 안에서의 경쟁 등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더욱 개연성 있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가 있다. 즉 미래를 전망할 때에는인구학적 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구학적 관점의 통찰이 필요

인구학적 관점이란 매우 복잡해 보이는 인구 현상들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단순한 인구변화상을 넘어 이 변화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 어떤 현상을 불러일으킬지를 두루 살피는 것이다. 예컨대 출산율도 그냥 숫자만 세는 것이 아니라 왜 해마다 변화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는 교육문제도 있고 노동문제도 연관돼 있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을 인구학적 관점이라 한다. 이를 갖추는 것은 물론 연구자의 기본 소양이지만 인구학적 관점을 갖게 되면 기업 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현재 벌어지는 일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할 때 인구학적 관점이 큰 통찰을 줄 수 있다.

 

예컨대 누군가 10년 후 한국 경제가 좋아질지, 나빠질지 물으면 어떤 대답들이 나올까. 정부는 좋아진다고 말할 것이다. 정부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에게 물어보면 과연 그렇게 대답할까. 그럴 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말하는 국가나 국민도 정말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른다. 통일이 되면 어떻게 될까. 다른 나라에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반면 인구는 약 20년 후의 미래까지 다른 어떤 것보다 정확하게 내다볼 수 있다. 출생, 이동, 사망에 의해 변화되는 인구보다는 20년 동안 변하지 않는, 즉 죽지도, 이동하지도, 사망하지도 않고 그 나라에 그대로 있는 인구가 훨씬 많으므로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현재 생존해 있는 이들이 나이 들면서 어떤 특성을 띠게 될지 잘 생각해보며 20년 뒤를 예측할 수 있는 셈이다.

 

 

 

국가는 인구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인구에 대한 통계를 다각도로 산출하고 있다. 통계청 사이트에만 들어가도 출산율, 사망률 등 수많은 데이터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에 인구학적 관점을 가미할 때 각종 데이터는 정책이나 의사결정을 위한 훌륭한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인구학 전공자를 별로 활용하지 않지만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이들을 마케팅 파트에 다수 고용한다. 그만큼 해외 기업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인구학적 관점을 중요하게 반영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떤 의사결정에 인구학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을까. 크게3가지다.

 

첫째, 미래의수요를 예측할 때다. 한마디로 ‘10년 후에도 우리 제품이 잘 팔릴까?’를 생각해볼 때 인구학적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고급 차종일수록 제조업체의 마진도 크다. 그래서 자동차 제조업체는 고급 차 판매에 주력한다. 그런데 이 시장이 10년 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대개 사람들은 은퇴 2∼3년 전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고급 차를 구매한다. 그런 다음 그들은 다시는 차를 사지 않는다. 말 그대로내 인생 마지막 차가 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필자의 아버지도 딱 그런 경우다. 퇴직 직전에 차를 한 대 샀는데 그 후 15년 넘게 달린 주행거리가 45000㎞밖에 안 된다. 은퇴 후에도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지만 대중교통이 잘돼 있고 지하철은 무료인 데다 아무래도 젊을 때보다 행동반경이 줄어드니 운전할 일이 많지 않다. 그러니 차를 10년마다 바꿀 이유가 없다. 만일 사더라도 대형차가 아니라 경제적인 소형차를 산다.

 

인생사로 바라본 자동차 구매 패턴이 이러한데 인구마저 줄어든다면 대형차의 시장은 1955∼74년에 태어난 1,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는 앞으로 10년 동안만 성장하고 그 이후는 급격히 내리막을 타게 된다. 그 빈자리를 이후 세대가 메워줘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매년 100만 명에 가깝게 태어났던 윗세대에 비해 지금의 30대들은 매년 80만 명밖에 태어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0대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 혹은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한두 명이 타는 차는 클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실용적인 국산 소형차를 사거나 대형차를 살 돈으로 작지만 폼 나는 외제차를 사겠다고 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고령자들 대상의 시장은 급격히 줄어들고 새로 유입해야 할 젊은이들은 외제차를 산다고 하면 국내 자동차 기업의 매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제조업체로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들은 10년 후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지금까지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제품만 부지런히 만들었다. 인구가 충분히 많았으니까 별 문제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구변화가 극심할 터이니 진지하게 이 문제를 생각할 시점이 됐다.

 

둘째, 미래의시장을 개척할 때다. 어느 지역에 진출해야 할지 결정할 때에도 그 지역에 대한 인구학적 관점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크든 작든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될수록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줄어들 것이므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진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해외 투자를 계획한다면 먼저 투자할 국가의 잠재적 발전가능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현재 많은 기업이 해외 OEM 방식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그 나라의 노동시장이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유지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은 저임금이라는 이점이 큰 곳이었지만 오늘날의 중국은 더 이상 저임금 노동시장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0년간 시행했던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젊은 층이 줄어서 인구정책을 바꾼 형편이다. 이런 점들을 연구하고 예측하면 기업의 중요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아가 해외에 진출하면서 비단 OEM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시장규모가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예견되는 지금은 해외 진출의 의미를 OEM보다는 시장개척에서 찾아야 한다. 즉 그곳에서 생산한 물건을 바로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에도 그 나라의 인구를 알아야 한다. 우리 상품을 사줄 만큼 성숙한 구매력을 갖춘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시장을 넓힐 수 있다. 미국 등 현재의 패권 국가들이 쇠락해가는 와중에 새롭게 부상하는 나라들도 있다. 예컨대 베트남이 그렇다. 필자는 베트남에 1년째 인구정책 자문을 하면서 베트남의 많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베트남은 중위연령이 27세일 정도로 매우 젊다. 중위연령이란 나라의 전체 인구를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중간 지점에 있는 사람의 나이를 의미하는데, 우리나라는 44세이니 베트남이 얼마나 젊은 국가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도 9400만 명으로 많다.

 

또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인 데다 대외적으로 인도차이나반도의 맹주(盟主)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말은 곧 베트남 시장은 베트남만이 아니라 인도차이나반도 전체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현재 이 지역의 인구는 베트남 9400, 미얀마 5400, 캄보디아 1600, 라오스 700만으로 모두 합하면 17000만 명이나 된다. 이 지역의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10년쯤 후면 가뿐히 2억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다.

 

 

 

물론 베트남에도 미래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있다. 자국기업이 없고, 사회경제적 이동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 대졸자를 받아줄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점, 그리고 베트남 역시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베트남의 인구 구조와 해외자본 투자, 그리고 점진적인 사회발전을 통해 아마도 1인당 GDP 5000달러까지는 어렵지 않게 도달할 것 같다. 그때까지 교육 인프라 및 자국 기업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성장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태국과 유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려면 이러한 다양한 면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

 

셋째, 미래의조직을 예측할 때다. 여러분의 조직은 언제부터고령화가 시작될까? 흔히 사회의 고령화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가 늙는 만큼 기업 조직도 고령화된다. 최근 우리나라 조선업이 매우 어려워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쟁국인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워낙 높아서이기도 하다. 인건비가 왜 높은가? 노동조합 때문인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조직이 고령화됐기 때문이다. 기존 직원들이 나가지 않는다면 회사 규모를 계속 키우지 않는 한 신규 직원을 뽑을 수 없다. 그러니 고참들만 많아지면서 연령구조가 점점 기형적으로 변해간다.

 

인사관리 분야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예전에 어느 대기업에서 강의하면서 생산직을 제외한 관리·사무직 임직원들의 연령비율을 검토한 적이 있다. 자료를 보니 2013년 현재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였고, 대부분 임원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비율이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50세 이하 임직원의 대부분이 40대였던 것이다. 20대는 거의 없었다. 현재와 같은 비율로 입사하고 퇴사한다고 가정한다면 10년 후 이 회사 임직원의 40% 50대가 차지하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면 아무리 못해도 부장, 이사급일 텐데 그들의 연봉을 누가 주겠는가. 결국 10년 안에 이들의 상당수를 내보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도 경기가 좋지 않아서 많은 이들이 부장 직함도 달지 못하고 구조 조정되는데 이제는 경기가 개선돼도 고령화 때문에 구조적으로 밀려날 이들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10년 후 직원과 기업, 직원과 직원 사이에 큰 갈등이 야기될 것이고 기업 경쟁력과 평판에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암울한 미래를 바꾸려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2002년부터다. 이때부터 합계 출산율이 일반적으로초저출산 수준이라고 말하는 1.3명 이하로 떨어졌다. 아직은 이들 초저출산 세대가 중학생 나이여서 저출산 현상의 경제적 파장이 크지 않지만 10년 후면 이들이 20대 주류를 형성하게 된다. 이들이 맞닥뜨리게 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의 2030년은 정말로 일본의 2015년에 비해 암울할 것인가. 필자가 암울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배경에는 다음 두 가지의 가정이 존재한다. 하나는 우리나라는 물론 주변 국가들의 인구변동이 현재 예측한 대로 진행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 이외의 상황들(예컨대 정부의 정책, 기업의 제품전략, 마케팅 전략 등)이 현재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구변동은 현재 예측한 바와 거의 다르지 않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앞에 살펴본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인구 이외의 상황들을 조정해야 한다. 인구변동의 파장이 가장 작거나 혹은 반대로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꿀 수만 있으면 우리나라의 2030이 일본의 2015에 비해 반드시 암울해질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인구변동의 특성과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책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자 youngtae@snu.ac.kr

 

조영태 교수는 인구현상을 통해 사회의 특성과 변화를 읽어내는 인구학자로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사회학으로 석사를, 인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인구학회, 한국보건사회학회 등 학술단체에서 이사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아시아인구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다양한 강의를 통해 인구와 미래사회에 대한 연구내용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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