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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커즐라우스키 에버노트 COO 강연

똑같은 플랫폼, 고객대응은 현지화… 개방형 에버노트, 세계를 잡다

김현진 | 192호 (2016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글로벌화는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편견과 달리 중소기업, 심지어 스타트업 기업들 가운데서도 가뿐하게 글로벌 시장의 장벽을 뛰어넘는 사례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정보기술 업체로 성장한 에버노트를 들 수 있다. 에버노트는 해외 시장 진출 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썼다. 본사 직원을 해외 지사에 파견하는 대신 현지 직원들을 뽑아 각 국가에 맞는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게 했다. 반면 제품 자체는 전 세계적으로 같은 형태로 통일했다. 그리고 세계의 사용자들이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아이디어를 보태며생태계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통신(IT) 업체 에버노트는 2008년 문자, 사진, 음성, 손 글씨 등으로 자신의 생각을 메모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선보여대박을 터뜨린 기업이다.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비상장 스타트업을 가리키는유니콘집단 중 대표주자로 꼽히기도 한다. 노트 애플리케이션 분야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는 구글 크롬, 모질라 파이어폭스, 아이폰, 안드로이드, 윈도 폰, 윈도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실행되는 개방형 인터페이스에 힘입어 글로벌화에 성공했다.

 

에버노트의 린다 커즐라우스키 최고운영자책임자(COO)동아비즈니스포럼 2015’ 첫날 오후 강연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성장가속화 전략을 전했다.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인프라를 염두에 두고 생태계 확대에 힘쓸 것등을 골자로 한 그의 강연 및 질의응답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린다 커즐라우스키 에버노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업 운영, 국제 마케팅, 경영개발, 홍보, 고객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왔다. 2012년 월드와이드 운영 총괄 부사장으로 에버노트에 합류해 세일즈 고객지원, 글로벌 사업 확장, 사업현지화 등의 업무를 맡았다. 에버노트 입사 전에는 알리바바에서 근무하면서 홍콩을 기반으로 글로벌 마케팅, 비즈니스 개발, 고객 서비스 등의 업무를 지휘했다. 플래시먼-힐러드, 텍스트100, 슈워츠 커뮤니케이션 등 홍보마케팅 기업에서도 근무한 바 있다.

 

운영은 현지화, 제품은 글로벌화

 

포럼 주제에 맞춰 저성장시대에 한 기업이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지, 이런 폭풍우를 어떻게 뚫고 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화는 대기업이 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편견에 불과하다. 이미 많은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허들을 뛰어넘었다. 제품만 좋으면 된다. 여러분들이 만들고 판매하는 제품이 좋다면 고객들이 먼저 찾아와 구매를 할 것이다. 이것이 최적의 시나리오다. 지금부터 이를 비롯해 글로벌 진출을 통한 성장 전략을 논의해보도록 하겠다. 1) 브랜드 2) 글로벌 인프라 구축 3) 로컬 시장 입맛에 맞추기 4) 지불, 결제, 사용 5) 생태계 등 다섯 가지 측면에서 해결책을 모색해보자.

 

에버노트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에버노트의 중요한 시장이지만 처음부터 한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 고객들이 먼저 에버노트의 문을 두드렸다. 우리가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에버노트는 현재 15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사용자의 75% 이상이 미국 밖에 있다. 이미 글로벌화에 성공했다는 지표가 될 수 있는 수치다. 에버노트는 사실 출범 당시부터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했고 현지화를 하기에 용이한 기능들을 개발했다. 이로 인해 예상보다 빨리 글로벌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에버노트가 해외 시장 진출 시 원칙으로 삼았던 점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이 해외 시장을 맡게 될 경우 실패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각국의 지사가 직접 운영을 도맡아 하게 했고 이런 현지화 전략이 다른 경쟁 기업들과의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이제 사람들의 행동을 곧바로 데이터화해 즉각적으로 수요를 판단할 수 있게 된 시대가 왔다. 이는 디지털 시대라는 혁신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에버노트는 바로 이러한 수요 예측에 예민하게 반응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해외 시장 진출 여부 결정은 물론 리스크 경감 차원에서도 수요 예측은 필수적인 과정으로 꼽힌다.

 

운영은 철저히 현지화했지만 제품의 플랫폼은 일치시켰다.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가 가진 지식을 계속 보탤 수 있게 했다. 전 세계인이 모두 쉽게 작동 가능한 솔루션을 만들어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지식 공유도 활발해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식 근로자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스타트업이 종종 범하기 쉬운 실수는 특정 시장에서만 팔릴 수 있겠다고 섣불리 판단해 스스로를 틀에 가둬놓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문제의 해결 방식을 다양한 각도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글로벌화가 필요한 것이다.

 

 

개방형 서비스 제공

 

연초 에버노트는 제품군을 개편해 2개의 주요 제품(프리, 프리미엄) 사이플러스라는 새 제품을 내놓았다. 프리 버전은 에버노트의 핵심 기능을 무료로 사용하게 한 것이고 플러스( 3000)에는 보다 적극적인 사용자들을 위한 확장된 기능이 담겼으며 프리미엄 버전( 5500)은 모든 기능을 담은 업그레이드 형태다. 프리 버전을 선보이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생태계 확대를 위해서다. 브랜드가 더 많이 확대되고, 더 많은 대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해야 생태계의 기본이 갖춰진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활용했다. API를 활용함으로써 실제 모든 상품을 국가별로 각기 다른 버전으로 제공할 필요가 없어졌다. 개방형 API 덕분에 외부 개발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생태계 조성에 참여하게 됐다. 이를 통해 글로벌화가 빠르게 달성됐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이처럼 일단 개방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다음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에버노트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 크고, 더 많은 기업들과 손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에버노트는 개방형 인터페이스에 힘입어 이미 25개국에서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에 자동적으로 탑재되고 있다. 또 구글 글라스 같은 혁신적인 기기에도 가장 먼저 탑재됐다. 아직 상용화하기엔 이를지 모르지만 이런 신기술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미 에버노트는 여러 가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활용 가능성을 테스트해왔다. 또 이런 기기들에서 구현하기 쉬운 최적화된 버전을 개발해 왔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점은 곧바로 여러 기기에서 구현할 수 있는, 확장성이 높은 플랫폼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나중에 적용하려 하면 비용이 더 들 수 있기에 처음 사업 계획 단계부터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개방형의 핵심 정신인 투명성도 중요한 화두다. 파트너십을 맺는 기업들과 함께 생태계를 확대해나가기 위해서 개방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청중과의 질의 응답

 

 

 

청중: 스타벅스는 중국 시장 진출 시 현지인 입맛에 맞는 그린라떼를 만들었고 코카콜라는 인도네시아 진출 시 새로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안다. 이 모두가 현지 문화를 고려한 결과다. 해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커즐라우스키: 이미 설명한 대로 에버노트의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플랫폼을 유지한다. 하지만 고객에 대한 접근방식은 철저히 현지화한다. 예를 들어 한국 소비자들은 기업과의 대면 접촉을 선호한다. 반면 미국에선 대면 접촉을 중시하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한국에서 기업과 고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대규모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제품에 대해 고객들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청중: 고객 중 어느 정도가 유료인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나.

 

커즐라우스키: 고객 중 몇 퍼센트가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했는지 숫자로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프리미엄 서비스 전환 비율이 50∼150% 증가했다. 사실 에버노트 프로그램을 그냥 다운받아놓기만 하면 아무 가치가 없다. 하지만 활용을 하면 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이런 점 때문에 헤비 유저일수록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할 확률이 높다. 에버노트는 매출의 100%를 서비스 이용료로 충당한다. 따라서 헤비 유저들이 더 많은 것을 원할 정도로 소비자 지향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이는 게임회사의 전략과 반대되는 것이다. 게임회사는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고객들이 지루하게 느낄 것이고, 이에 따라 고객들의 지불 의사가 낮아질 것으로 판단해 가입 시점에 돈을 받는다. 하지만 에버노트는 그 반대의 모델이다. 사용자의 아이디어가 더해지며 점차 가치가 높아지기에 사용빈도 및 기간이 늘어날수록 지불 의사가 높아진다.

 

청중: 에버노트의 경쟁자는 누구이며 가장 큰 도전과제는 무엇인가.

 

커즐라우스키: 이미 우리와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있다. 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사는 더 많아졌다. 이 시장에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만큼 잘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경쟁기업을 꼽자면 볼펜과 종이를 만드는 회사까지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패드 같은 디바이스도 우리의 경쟁자다. 개인적으로 우리와 유사한 비즈니스를 하는 경쟁사들은파트너라 여긴다. 이들과 함께 생태계,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도전과제, 즉 리스크의 첫 번째 요소는 바로 우리 자신을 극복하는 일이다.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쓸 수 있게 기능을 단순화하기 위해 더욱 힘을 쓰고 있다.

 

정리=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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