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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 인터넷(IoE)의 미래

새롭게 열리는 만물 인터넷 시대 ‘만유연결의 법칙’이 세상을 지배한다

윤영진 | 185호 (2015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IoT는 사물 간의 연결을 이야기하지만 IoE는 만물의 연결에 대해 말한다. 즉 사물, 사람, 데이터, 프로세스 등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모든 객체(object) 간 무차별적 연결을 뜻한다. 이는 미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초연결사회의 기반이며 인간 지성의 극대화를 유도할 것이다. 모든 사물 간의 연결에 대한 논제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다분히 철학적인 문제다. 현재 IoE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 주어진 데이터와 그 활용 가능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디지털 문맹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만유연결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기술적, 사상적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

 

세상은 어떻게 인식되는가?

 

뉴턴은 1665년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두 물체 사이에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의 질점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인력이 작용한다는 법칙을 설명한 바 있다. 돌이켜 보건대 사물 간의 연결을 중력이라는 매우 어려운 물리학으로 풀고 있는 이 방정식은 새로운 세상을 깨닫게 하는 사상의 혁신이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발표 후 3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력을 대신해 인식데이터(Sensing Data)에 기반한 모든 것들의 상호작용을 논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물 간 연결은 철학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실제 현대 물리학의 중요한 몇 가지 미해결 문제들이 있다. 예를 들어 양자역학의 측정은 결정론적인가, 아니면 확률적인가, 그 대상이 실재하는가 등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논쟁은 코펜하겐 학파를 대표하는 보어와 아인슈타인 간에 벌인 제5차 솔베이 물리학회의(1927)에서였다. 이들 논쟁의 심오한 깊이를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매우 어렵지만 결론적으로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모든 물리적 현상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 작은 숨은 변수에 의해 설명되며 현상의 무작위성은 우리가 이러한 변수 체계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코펜하겐 학파에서 이야기하는양자역학의 확률적 측면은 지식이 부족함이 아니라 그 자체라는 의견과 대치를 이루는 논제다.

 

필자는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보다는 좀 더 확장된 개념의 IoE(Internet of Everything·만물인터넷)란 용어가 좀 더 적확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뿐 아니라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 등 세상 만물이 인터넷에 연결돼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창출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어쨌거나 IoE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양자역학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인식 체계의 제한성 문제가 이 분야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인식의 핵심 기반을 이루는 데이터 가운데 해석이 불가능한 무작위성은 IoE 솔루션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바꿔서 이야기하면 데이터의 효과적 분석과 이에 따른 규정화된 실행 규칙이 상호적 행동을 결정하는 기초적 요소라는 것이다. 이는 IoE를 이루는 인식정보의 Cleansing & Trusting 문제 및 실행 프로토콜을 규정하는 문제 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모든 사물 및 사람이 연결되는 사회에는 인식정보의 정확성, 약속된 규칙의 안정적 실행이 담보돼야 한다. 무작위성을 극도로 싫어했던 아인슈타인의 생각과 기본적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충분한 의사결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순수화(Purification)하는 과정에 대한 다양한 노력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 사실 빅데이터 등의 문제는 자료 수집 자체보다 찾아낸 자료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발굴(Mining)하는 과정이라고 볼 때 앞으로도 계속적인 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약속된 의사결정 행위 역시 기계적 의사결정문제(Machine based Decision Making)에서 상당한 진척이 이뤄져왔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진보는 IoE에 의한 모든 사물 간의 연결을 더욱 가속화하고 효율적으로 바꿀 것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IoE는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예측을 위한 탐구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선사시대에서부터 다양한 주술적 행위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자 했다. 해가 언제 뜨고 언제 지는지, 달이 어떤 모양으로 몇 번 바뀌었을 때 씨앗을 뿌려야 하는지 등의 관측 행위가 사실은 미래를 알고자 하는 예측 행위에 기인한 것이다. 미래의 현상을 예측할 수 있다면 현재의 행위는 매우 효율적일 수 있다. 심지어 그 규칙이 매우 안정적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하물며 미리 약속된 규칙에 따른 모든 사물이 예측 가능한 행위를 한다면 산업적 효용함수는 극단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이러한 산업적 효용성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이미 기술한 바와 같이 무작위성이 배제된 데이터 패턴하에서 정의된 실행 규칙이 효과적으로 설계됐을 경우를 가정해 산업효과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산업 체계를 구분하고 그중 기술적 적용이 가장 빠른 산업 영역(, 기술적 지체가 가장 적은 영역)인 유통, 물류산업을 중심으로 IoE의 적용 방식 및 효용성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연결은 수단이고 데이터는 가치다

 

IoE는 궁극적으로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적용 분야)의 문제에서 가치를 생성하게 돼 있다. 어떤 산업 영역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사용성의 범위와 가치가 변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산업 영역은 9가지 정도다. 만성 질환이나 운동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몸에 부착하는 시스템과 건강 관련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복잡한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를 안내하기 위한 증강 현실 사용 같은 생산성 향상 애플리케이션을인간이라는 도메인으로 놓을 수 있다. 또 이 밖에 가정, 사무실, 공장, 사업장(광산, 석유 및 가스, 건설), 유통, 도시 기반, 차량, 물류 등을 고려할 수 있다.

 

IoE 기술은 적용 대상의 비즈니스 환경 요소에 영향을 받게 돼 있다. 이는 대상 산업의 효율성 요소가 달라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자동차를 제조하는 공장에서 IoE는 공장 자동화 혹은 근로자 안전 등의 애플리케이션에서 효용성을 갖는다. 또 운전자 입장에선 자동운전시스템 혹은 교통정보시스템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IoE가 자동차라는 수단을 중심으로 참여자에게 다양한 가치를 분배하는 효과적인 기술이라는 점이다. 특히 IoE가 적용되는 환경에서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은 광범위한 가치 체계를 형성하게 한다. 자동차는 차량 제조에서 운영, 물류시스템과 사회 기반 시스템 간의 연동 등을 통해 가치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1 와 같아서 환경 변인이 추가될 때마다 산업 가치의 연쇄효과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인다.예를 들어, 단순한 차량 운행 정보를 도시 환경과 연동함으로써 무인차 시스템으로 확장할 수도 있으며 각각의 차량을 감지해 유지보수의 필요를 예측함으로써 유지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센서를 도시의 교통 혼잡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더 넓은 시스템과 연결할 수도 있다.

 

다양한 환경과의 연계는 완전한 연결체 혹은 초연결사회로의 발전을 의미한다. 이를 기술적으로는 상호운영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IoE 시스템 중 상호운영성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IoE 잠재적 가치의 약 40%를 차지한다. 당면한 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나머지 60%의 잠재적 가치는 다양한 IoE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통합 및 분석하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맥킨지 보고서(2015)에 따르면 상호운영성은 9개의 환경을 통해 총 111000억 달러에 준하는 잠재적 영향을 발휘한다. 2025년까지 이 가운데 연간 4조 달러 이상의 잠재적인 경제적 파급력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IoE 데이터는 적용 가능성에 비해 충분히 활용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비단 IoE만의 문제는 아니고 의사결정 정보를 활용하는 주체가 품는 현상에 대한 인식모델의 한계에서 비롯된 바도 크다. 한마디로 주어진 정보를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데이터 문맹의 문제는 앞에서 거론한 것처럼 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양자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예를 들면, 해양 석유 시추 현장에서 3만 개의 센서로 얻어진 데이터 가운데 실제 의사결정에 사용되는 정보는 1%도 채 되지 않는다.공장에서 쓰는 제조 자동화 시스템은 오직 통제나 비정상적 행위를 탐지하는 데만 사용된다. 예측이나 운영 효율성을 최적화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더 복잡한 IoE 기반의 데이터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더 많은 가치가 남아 있다는 이야기인 동시에 IoE와 빅데이터의 문제가 실제적 가치 측면에선 동일 선상에 있음을 의미한다. IoE의 센싱시스템은 정보를 얻기 위한 촉수이며 이를 해석하는 것은 또 다른 큰 이슈다.

 

IoE 적용 환경을 인간, 가정, 소매/유통, 오피스, 공장, 작업장, 운송수단, 도시, 물류 등 9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볼 때 각 영역별로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은 매우 다양하다. 이를 단편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주요 산업 영역별로 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맥킨지 보고서가 정리한 각 영역별 애플리케이션과 그 가치 가운데 소매, 유통업과 물류 부문에서의 전망을 살펴보자. 먼저, 최근 유통의 화두는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 쇼핑의 확산과 온오프라인 상점의 벽을 허무는 옴니채널의 부상이 지난 20년간 정보기술의 발달로 나타난 대표적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식료품점, 백화점 등 상품을 구매하거나 은행, 극장, 스포트 경기장 등 서비스를 이용하는 물리적 장소 모든 곳에서 IoE 애플리케이션은 작동될 수 있다. 자동 결제, 실시간 광고 및 프로모션, 상품 진열 최적화, 재고 감소 등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애플리케이션은 확대될 수 있으며 그 영역은 제시된 9개 영역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핀테크(FinTech)와 연동되는 전자결제 기반은 유통 분야의 확장성을 짐작하게 하는 주요한 요소다. 사실상 기술적 요소만 놓고 본다면 IoE와 핀테크를 구분하기 어렵다. 즉 유통 분야에서 핀테크를 배제한 IoE는 저가치의 통제시스템에 불과하며, 핀테크에서 IoE를 배제하면 사실상 결제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없다. 더 나아가 광고 플랫폼과의 연동으로 그 범위를 확대한다면 인간에게 제공되는 모든 공급품의 전달과 관련된 환경은 IoE의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유통·물류 분야의 애플리케이션

 

유통 및 물류 분야에서 IoE 개념의 도입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왔다. 초기에 주로 보안 및 결제 영역에서 도입됐던 시스템은 사물 간의 자발적 연결이라기보다는 이용자의 사용 의도에 의해 결정되는 형태로 추진됐다. 초기 대표적인 활용기술은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전자태그)를 활용한USN(Ubiquitous Sensor Network)2 이다. 소위 식별과 인식기술로 대표되는 기술 영역에서는 프로세스의 행위적 측면보다는 결과에 대한 통제적 의미가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물류 분야에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월마트 프로젝트다.

 

월마트에 납품하는 제품에 대해 RFID를 붙여 물류 및 재고관리 분야에서 효용이 높은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초기 월마트와 캠벨수프 간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가려는 노력이 진행됐다. 또 페덱스와 DHL 등 대표적인 물류회사에서 물류창고 및 유통 트래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수입통관 과정에서 RFID를 적용하는 물류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은 RFID/USN이 물류시스템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급망(Supply Chain)의 효율화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진화하던 기술은 9·11을 기점으로 반입 물품에 대한 위험요소를 관리하는 측면으로 강화됐다. 또 이는 결국 기계적 시스템에 의한 관리체계의 필요성을 높이게 되는 계기가 됐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은 시애틀항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동량에 대해 1차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태국에서 선적한 화물이 대만의 카오숭, 한국의 부산을 거쳐 미국 시애틀로 들어가는 과정을 APEC과 미국이 지원한 것으로 프로젝트명은 ‘STAR Project’였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선적한 화물에 대한 전수검사를 하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 파악하고 통관 속도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RFID/USN 기술을 적용해 신속하면서도 안전한 통관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출발지에서 선적된 컨테이너는 RFID 봉인이 이뤄져야 하고 그 과정을 미국의 통관시스템과 연동해 관리되도록 구성하고 있다.

 

 

이 시기에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다수의 신도시 개발 프로그램이 실행되면서 도시 기반 시스템에 RFID/USN의 적용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U-City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2기에서 3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 ICT 기반 구축 프로젝트가 병행됐다. U-City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은 초고속의 인프라망 구성이지만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ICT 적용도 다수 이뤄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산업부 등을 중심으로 RFID/USN 확산을 위한 다양한 산업진흥 프로그램이 실행되기도 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RFID/USN 실증검증 및 확산사업은 산업 전 분야에 걸쳐 RFID 기술의 애플리케이션을 실증하고 이를 해당 산업 분야에 확산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정부주도적 사업의 특성상 세원 파악이 어려운 산업 영역인 주류유통, 제약유통 분야 등이 실증검증 및 확산사업의 대상 프로그램으로 주로 활용됐다. 수년간에 걸친 실증 및 확산 사업으로 인해 다양한 산업군에서의 애플리케이션이 확보됐다. RFID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9·11보다 더욱 획기적인 변화를 야기한 모멘텀은 모바일과 스마트폰 사용자의 확산이다. 이전까지의 IoE는 기업의 유통, 물류시스템에 중심을 두고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소비재 거래 측면에서 볼 때 RFID보다 효과적인 NFC의 스마트폰 탑재가 이뤄지면서 개인 중심의 유통, 물류시스템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GPS NFC, 그리고 소셜네트워킹의 진화는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생성하게 했다. 이제 기업의 창고 물류에 적용된 IoE가 소매점 유통 단계에까지 연동됐으며 이는 소매 유통 분야에 획기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O2O 기반의 유통은 이제 일반화됐으며 결제는 모바일 기반으로 손쉽게 이뤄진다. 또 마케팅 플랫폼은 다양한 가치를 생성하게 됐다. 이 단계에서는 핀테크, 빅데이터, IoE가 함께 상호 연계돼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또한 참여기업 역시 소프트웨어나 태그 관련 업체, 제조 물류뿐 아니라 특정 서비스제공자나 카드사, 유통사, 통신사, 디바이스 제조사가 모두 참여하는 복합적 구조에 놓이게 됐다. 더 많은 정보가 시장에서 생성되고 더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난 것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B2B2C(Business to Business to Consumer)3 형태의 거래 양상을 보이는 영화관 사례를 살펴보자. 영화관의 경우 단순한 영화상영 서비스만으로는 매출 및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 영화관은 이제 집객력을 가진 중요한 엔터테이너로서 위치를 잡고 있다. 사실 다수의 사람이 특정 시간에 같은 목적을 갖고 모이는 공간이 흔한 것은 아니다. 또한 영화 상영 앞뒤로 다양한 소비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영화관이 이런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채 그저 영화를 상영하고 팝콘을 파는 데 그쳐야 할까. 수익을 거둘 만한 다른 원천은 없을까.

 

사업자라면 당연히 고민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관을 운영하는 기업 수익의 상당 부분이 광고라는 점이다. 즉 영화관은 주변 상권의 다양한 소비자를 마케팅할 수 있는 핵심 플레이어다. 고객에게 다양한 소비 패턴을 제안하고 몇 개의 상품을 묶어 하나로 구성(Bundling)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결제 플랫폼을 운영할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경험의 창출은 고객으로 하여금 집객력을 높임과 동시에 운영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과정은 IoE를 통해 다양한 촉수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연동하는 그 모습 자체다.

 

 

 

영화관의 IoE 애플리케이션 구상도

 

좀 더 구체적으로 IoE 서비스의 흐름을 살펴보면 다양한 공간으로부터 고객의 유입과 유출을 가이드하고 그 과정에서 쿠폰, 멤버십, 광고, 결제가 동시에 이뤄진다. 영화관 내부에서 사실상 관리 인원은 최소화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인원으로 대체된다. 고객은 영화라는 일상적 이벤트에서 다양한 추가적 이벤트를 자발적으로 생성할 수 있으며 다양한 놀거리를 통해 편리함과 즐거움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영화관은 집객력을 무기로 다양한 사업자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카드사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통해 고객 접점 채널을 확대할 수 있으며, 통신사는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모든 데이터의 흐름을 전달하는 기반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모든 사업 참여자의 멤버십 및 쿠폰, 그리고 할인정보의 공유는 고객의 만족감을 극대화시킬 것이다.

 

물류 유통 분야의 발전 과정에서 현재의 모습을 보면 마치 정해진 트랙을 따라 발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초기 RFID로 대표되는 식별 및 인식 기술이 산업적 필요에 의해 물류 및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됐으나 9·11과 스마트폰의 발전 등으로 계속적인 변태를 하고 있다. 그 과정을 보면 미래의 IoE 모습은 나름 선명하다. 명칭이야 다르게 변할지 몰라도 결국은 고도로 연결된 사회로 진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은 연결의 문제

 

IoT는 사물 간의 연결을 이야기하지만 IoE는 만물의 연결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사물, 사람, 데이터, 프로세스 등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모든 객체(Object) 간의 무차별적 연결이다. 이는 미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초연결사회의 기반이며 인간 지성의 극대화를 유도할 것이다. 모든 사물 간의 연결에 대한 논제는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다분히 철학적인 문제다. 이는 마치 보어-아인슈타인의 물리학 논쟁이 다분히 철학적 요소를 가지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극단적 초연결사회로의 진화가 과연 인류를 행복하게 할 것인가? 식별되지 못하고 이론적으로만 인식되는 양자의 세계와 같이 비정형화된 인간의 행동양식과 환경의 변화를 만물의 연결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인가?

 

IoE를 구축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생성하는 문제는 오히려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생성된 데이터로부터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모델을 발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브레인 퀀트에 의한 정형화된 분석과 의사결정 모형은 기계기반 의사결정(Machine based Decision Making)의 핵심이지만 이때 생성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어디까지인지 우리는 전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IoE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으며 더 많은 신기술과 기술적, 그리고 사상적 결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만유연결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윤영진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yjyoon@smu.ac.kr

 

윤영진 교수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더앤더슨코리아 시니어컨설턴트,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이사, 삼정KPMG회계법인 파트너 상무이사로 근무했고 현재 상명대 경영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식경제부장관상(2009),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2014) 등을 수상한 바 있다.

  • 윤영진 | - (현)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 아더앤더슨코리아 시니어 컨설턴트
    - 베어링포인트코리아 이사
    - 삼정KPMG회계법인 파트너 상무이사
    yiyoon@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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