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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맞춤화와 인간의 역할

“로봇이 쓴 기사, 읽고 싶겠어요?” 인간의 정체성과 기계의 조화가 핵심이다

곽규태 | 180호 (2015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로봇공학과 데이터 분석기법의 발전을 바탕으로 고객 개인에 맞춤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보다 값싸고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계를 이용한 맞춤화에는 여전히 사람과 조직이 필요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소비자들은 정서적 교감을 필요로 한다(에어비엔비 사례)

2. 인간 노동자의 품격과 정체성까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기사작성 로봇 사례)

3.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영역이 있다(드론 운송 사례)

따라서 기업은 아래의 원칙을 지켜가며 자동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1. 자동화 수준에 대한 조직 내부의 합의점이 형성돼야 한다.

2. 완전히 자동화된 업무 아키텍처와 그렇지 못한 아키텍처 간에 어떤 선순환이 생길 수 있을지 로드맵을 구축하고 조직 안에서 공유해야 한다.

3. 데이터와 로봇과 함께하는 조직원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로봇의 부상과 초맞춤화

모든 산업에 소위 말하는 빅데이터가 적용돼 고객 수요에 기반한 초맞춤화(hyper customization)가 실현된다고 생각해 보자. 우선 기술적으로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고 고객에게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동화된 프로세스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이 때문에 센서 기반의 감성·행동 데이터를 추적하는 일뿐 아니라 사용자의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나 로봇 등이 전면에 등장할 수도 있다.

 

특히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도 있는 데이터 기반 자동화 및 맞춤화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열린 독일 최대의 산업 박람회 중 하나인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에 등장한 요리 로봇이 이를 증명한다. 이 로봇은 사람이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동작과 레서피를 내재하고 있어서 유명한 스타 요리사의 요리까지 명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 박람회 당시 로봇이 BBC 쿠킹 쇼인마스터 셰프의 우승자 팀 앤더슨의 요리법을 활용해 25분 만에 게살스프를 만들어 낸 것이 좋은 사례다. (사진 1)

 

 

 

과거에는 로봇이 단순 노동만을 대체할 수 있다고 봤는데 고도의 자동화와 패턴 인식 기술이 정착될 경우 사람의 수요에 맞춤화된 숙련 서비스까지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또 하나의 사례로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이폰의 음성인식 기술 중 하나인 시리(Siri) 때문에 비서 직종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또 무인기(드론)가 본격 상용화되면 택배 기사나 항공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군사 장비 엔지니어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아마도 이와 같이 특정 데이터나 프로세스에 철저하게 맞춤화된 로봇의 발달은 향후 인간을 중심으로 한 조직 자체를 필요 없게 하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이는 인류가 예측할 수 없었던,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일 것이다.

 

어디까지나 추론에 근거한 것이지만 맞춤화(customization)의 과도한 추구는 효율성과는 별개로 비인간화로 흐르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에 대한 맥락을 제공해 주는 대목이다. 이 예측이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면 필자와 같은 경영학자들도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 경영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1900년대부터 인간 조직(human organization)이라는 미명하에 경제학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분야이기 때문이다. 경영학은 기업 안에서 합리성과 최적화라는 기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해설해 온 학문이다. 특히 행동주의 조직 이론의 대가인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은 인간과 같이 조직 역시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의해 행동한다고 주장했다.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기준으로 삼는 정보 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학자들은 기계나 부품으로서 동작할 수 없는 인간의 존재를 과감하게 외치며 다른 사회과학 이론의 효율적 통제 개념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위의 가정에서와 같이 로봇과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강하게 만족시켜줄 수 있는 상황은 그런 경영학자들을 벙어리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일종의 혁명과도 같은 상황일 것이다.

 

관료제 이론을 정립한 조직이론가 막스 베버(Max Weber)가 살아 있다면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무어라 말할까? 그는 <프로테스탄트와 자본주의>라는 기념비적인 저서에서인류가 지구의 한가운데에서 마지막 석탄을 캐낼 때까지 조직은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선언한 바 있다. 마르크스(Karl H. Marx)나 들뢰즈(Gilles Deleuze)와 같은 비판적 사회 이론가들도 거부하지 못한 사회과학의 거장 베버의 전제를, 어쩌면 로봇과 데이터가 뒤엎게 생긴 셈이다.

 

그러나 조직은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MIT의 정보기술 분야 유명 석학인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와 기업 2.0(Enterprise 2.0) 개념으로 유명한 앤드루 맥아피(Andrew McAfee) 교수가 말한기계와의 경쟁(Race Against the Machine)’은 재미있는 화두를 던진다.1 로봇으로 인해 수많은 단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겠지만 오히려 숙련공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도입으로 인해 내비게이션 앱이 상용화되면서 종이 지도를 작성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길눈이 밝건 어둡건 간에 운전자가 지향하는 행선지만 명확하게 지정돼 있으면 최단거리를 계산해주고 경로를 안내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게다가 가정 곳곳에서 자동 주문 시스템을 통해 물건을 배송받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도입되면 중간 유통 과정이 생략돼 원가가 절감되고 많은 업체들이 업태를 바꿔야 하거나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미래를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데이터를 분석하고 추론하는 통계 전문가, 로봇을 제작하고 그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애쓰는 지식 노동자의 비중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브린욜프슨과 맥아피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시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전문가들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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