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전략

자원·노동=풍부, 정부 역할=? 글로벌 전략 아래 ‘동반성장’ 기회로…

177호 (2015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라틴아메리카의 특정 국가(시장)에 대한 해외입지전략(Location strategy)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다음 4가지 분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① 개별 국가 특성 분석(Location trait analysis): 라틴아메리카를 수출 플랫폼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중간재 수입 및 완성재 수출과 관련된 절차, 비용에 있어서의 나라별 차이 등을 감안하라.

② 기존 네트워크와의 연계성 분석(Fit with network analysis): 자사의 범세계적 네트워크 형성 및 강화라는 큰 틀에서 전략을 짜라.

③ 경쟁자와의 상호작용 분석(Strategic interaction analysis): 경쟁사들과의 클러스터(cluster) 현상에 따른 장단점을 저울질하라.

④ 해당국 정부의 역할 분석(Deal analysis): 가격이나 판매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세제도 등 기업에 대해 각국 정부에서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살펴라.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4국 순방으로 인해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저성장 기조, 기존 해외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제에 직면한 국내 기업들에 라틴아메리카는 새로운 기회의 땅, 더 나아가황금의 땅으로까지 인식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사회문화, 지리적 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라틴아메리카는 아직도 한국 기업에게먼 나라.

 

글로벌시대와 라틴아메리카의 부상: 선진지역에 대한 대안

전 세계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2013년 기준 14520억 달러로, 10년 전에 비해 97% 증가했다. 이 중 OECD 국가로의 투자유입액은 33%, OECD 국가로의 투자유입액은 97% 늘었다. OECD 국가로의 투자유입금이 차지하는 비중 변화가 의미하는 것처럼 이제 기업들은 기존 OECD 국가보다는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경우에는 2013 2921억 달러를 유치했는데 이는 세계 FDI 유입금액 중 20%에 해당한다.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 대상 국가를 선진국에서 벗어나 라틴아메리카로 대변되는 신흥시장으로 전환하려는 추세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10년 후 중남미를 포함한 신흥시장의 소비인구는 42억 명, 소비 규모가 30조 달러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세계 소비의 절반을 신흥시장이 차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날로 격화되는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기업들에 신흥시장은 새로운 돌파구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인구가 많고 GDP 규모가 세계 9%를 차지하는 중남미 시장은 매력적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한 페루와 칠레는 2010∼2013년 동안 각각 5.4%, 4.4%의 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이런 성장 잠재력을 감안해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LG, 포스코, LS, 한진, 한화 등 많은 대기업들이 이 지역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부는 긍정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해외 진출 및 투자는 일부 지역에 쏠려 있다. 2013년 한국 전체 FDI 중 투자건수의 93%, 투자금액의 85%가 아시아, 북미, 유럽 등 기존의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내 기업들도 선진지역의 대안으로 떠오른 라틴아메리카 시장을 주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라틴아메리카로 진출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글로벌 목적에 따른 전략 수집

기업의 경영활동은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편의상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자원을 획득하고(Input), 획득한 자원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Processing), 완성된 제품을 판매(Output)하고, 발생한 이윤을 다시 자원의 획득에 재투자하는 것이다.2 글로벌화란 이런 경영활동의 일부 혹은 전부를 본국이 아닌 해외에서 수행하는 과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화의 목적은 자원획득을 염두에 두고 해외에 진출하는 자원 추구형(resource-seeking), 제품제조에 관심이 있는 효율 추구형(efficiency-seeking), 제품판매에 관심이 있는 시장 추구형(market-seeking)으로 나눠진다.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은 1인당 소득 수준이 높기 때문에 내수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면서 시장 추구형 글로벌 전략 추구하는 기업들의 관심이 크다. 개도국의 경우는 값싼 노동력 활용이나 풍부한 천연자원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효율 추구형이나 자원 추구형 전략이 유용할 수 있다. 글로벌 초창기에 이뤄진 대부분의 FDI는 시장 추구형이 지배적이었다. 1980년 세계 FDI 86%가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에 집중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그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2013년에는 39%에 머물렀다. 많이 파는 것보다 어떻게 제조하며, 어떤 자원을 확보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효율 추구형이나 자원 추구형에 부합하는 개도국이 새로운 해외 진출 국가로 부각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이질성

이런 추세와 함께 한국 기업들도 라틴아메리카 진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은 특히 시장 자체 규모와 잠재력뿐만 아니라 남미 10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라틴아메리카 진출의전략적 요충지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라틴아메리카를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잘못됐다. 남미 국가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에는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다. < 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GDP 대비 교역액으로 판단하는 경제개방도에 있어서 브라질(26.6%)과 칠레(68.1%)의 차이가 그 예다. 이외의 대표적인 거시경제지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현지 사업 개시, 운영 등과 관련한 비즈니스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2)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과 세계경제 성장 둔화 여파로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천차만별이다. 일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는가 하면 석유가 수출의 84%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인 저유가로 인해 경상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 어떤 국가(시장)에 입지하는 것이 좋은지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해외 입지 전략을 수립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라틴아메리카의 특정 국가(시장)에 대한 해외입지전략(Location strategy)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크게 다음 4가지 분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① 개별 국가 특성 분석(Location trait analysis)

전통적인 국제무역 이론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국가마다 특정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에 있어서 비교우위가 존재한다. 스위스는 정밀기기, 인도는 IT 서비스, 미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영활동을 수행하기 좋은 것이 그 예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해외입지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자사의 진출 동기에 부합하는 국가별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자원 추구형의 관점에서 판단했을 때 라틴아메리카가 자원의 보고라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구리, 원유와 같은 지하자원, 바나나, 커피 등의 농산물, 풍부한 목축, 수산물과 생물자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원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1차 산업에 대한 세계의 FDI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원 추구형 전략을 고려할 때는 자원의 분포가 국가별로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3

 

‘효율 추구형관점에서는 노동 비용 및 노동 생산성 이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멕시코는 노동 비용이 중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제조업 기지로서 지역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가전산업부터 항공산업까지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북미 시장 진출의 목적으로 멕시코에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컨테이너당 비용(1450달러)으로 대변되는 운송의 효율성에 있어서는 OECD 평균(1070달러)과 라틴아메리카 평균(1283달러)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4 라틴아메리카를 수출 플랫폼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중간재 수입 및 완성재 수출과 관련된 절차, 비용에 있어서의 나라별 차이 등을 감안해 적절한 입지를 선택해야 한다. ( 3)

 

 

 

‘판매 추구형의 경우에는 총인구와 1인당 소득 수준뿐만 아니라 중산층 소비 규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2030년에는 브라질이 소비규모 1225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중산층 소비 규모에 있어서 세계 9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5 지역별 도시인구 비율과 관련한 예측치 등을 감안해 주요 판매대상 지역 선정에도 유의해야 한다. < 4>에서 볼 수 있듯이 2025년에는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지역별 도시 인구비율이 북아메리카에서의 비율과 거의 유사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밖에도 지적재산권 보호, 관세와 같은 정부정책을 포함해 본사의 진출 목적에 적합한 곳이 어디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② 기존 네트워크와의 연계성 분석 (Fit with network analysis)

이상과 같이 개별 국가의 특성에만 집중해 해외입지전략을 수립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분석이 간단해지지만 이와 함께 몇 가지 단점도 존재한다. 분석의 단위가 국가이므로 한 국가 내에 존재하는 지역 간의 편차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7∼2025년 주요 국가 GDP 성장의 70%는 대도시에서의 경제활동에서 이뤄질 것이란 조사결과도 있다.6 이 연구는 도시 단위의 분석도 국가 간의 분석만큼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 개별 국가가 지니는 장단점을 비롯해 도시 간 분석, 해당 기업 전체의 연계성 분석이 총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네트워크 분석이 중요하다. 자사의 생산공장이 인접국가에 이미 존재하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원자재 및 중간재의 이동에 필요한 인프라가 충분히 발전했는지 등을 판단하고 새로운 공장 설립 등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내의 각종 인프라 현황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진출국에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물류비용 등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5>에서 볼 수 있듯이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페루의 경우에는 항공운송과 관련된 인프라 현황이 도로, 철도, 항만과 관련해 양호한 편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생산된 제품을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려 할 때 관련 절차와 비용도 각각 다르다.

 

 

 

 

 

특정한 입지의 전략적 가치는 해당 기업의 글로벌 현황 및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멕시코는 전체 상품 무역 중 80% 정도가 미국으로 수출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생산 공장 설립이나 증설의 타당성은 미국 내 판매와 연계해서 판단해야 한다. LG전자의 경우에는 멕시코에서의효율 및 시장 추구형전략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시장 추구형전략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했다. 이런 경우 판매법인의 위치와 생산법인의 위치가 서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이기보다는 상호 연계해서 결정해야 한다. LG전자는 멕시코에 대한 시장 추구형 전략의 일환으로 판매법인을 멕시코시티에 설립했다. 이후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제품을 멕시코 현지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대한 시장 추구형 전략도 병행하기 위해 생산법인의 위치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으로의 수출과 관련된 운송비용 등을 감안해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레이노사를 생산법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특정 지역에 진출해 있는 같은 계열사 내 다른 기업들의 현황을 고려해야 한다. 즉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입지 여부를 자사의 범세계적, 지역적 네트워크 형성 및 강화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입지선정을 할 때 독립적인 의사결정보다는 고객 지향적(follow-the-client) 전략이 필요하다. 즉 이미 라틴아메리카에 진출한 대기업과의 협력관계 형성 및 효율성 추구를 위해 대기업의 판매 및 생산법인과 근거리에 위치할 수 있도록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국제화 과정 초창기에는 주로 수출을 통해 현지시장을 공략하지만 마케팅 활동의 필요성 증대에 따라 현지에 마케팅 자회사를 설립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후에는 현지에서의 수요 증대와 주변 국가로의 수출을 위해 생산 활동을 이전하게 된다. 즉 제조회사를 현지에 설립해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해 제품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특정한 국가에서 기업들은 각기 다른 경영기능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을 밞게 된다. 따라서 라틴아메리카에 진출하는 경우 특정한 판매법인이나 생산법인의 입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③ 경쟁자와의 상호작용 분석 (Strategic interaction analysis)

개별 국가의 특성과 기존 네트워크의 현황 파악에 그친다면 자사 관점의 편협한 시각에 머물 위험이 있다. 따라서 해외 입지전략을 수립할 때는 경쟁사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에서 글로벌 완성차 조립공장의 허브로 성장한 멕시코나 멕시코 인근 국가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경쟁사들과의 클러스터(cluster) 현상에 따른 장단점을 저울질해야 한다. 경쟁 기업 여러 곳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면 이 클러스터 안에 들어가는 것이 이득인지, 아닌지, 또 다른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취하는 것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클러스터 안에 들어가는 것이 무조건 이익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별로 자사 이익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멕시코는 현지에서 2017년 약 40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해 세계 7위 생산국, 세계 3위 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동차 기업에 멕시코에서의 경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기업들은 신공장 설립 여부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경쟁사의 생산 동향과 신차 동향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이처럼 다른 사례에서도 중남미 각국에서 나타나는 클러스터 현상 및 경쟁자의 전략을 견제하면서 자사의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

 

최근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아시아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 6) 특히 중국의 대중남미 FDI는 연간 약 90∼100억 달러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Sinope)의 브라질 유전 인수, 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아르헨티나 브리다의 합작투자 등 에너지 기업들이 M&A를 통한 공격적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7 중국 정부 차원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지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 11일 중국-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국가공동체 포럼 장관급 회의에서 향후 10년간 중남미 지역에 대한 직접 투자 규모를 2500억 달러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추세를 볼 때 중남미에서 고전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의 약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 7) 이 지역으로의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정부 차원의 실질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④ 해당국 정부의 역할 분석(Deal analysis)

개별 국가의 특성과 기존 네트워크의 현황을 파악하고 경쟁자와의 관계를 감안한 이후에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해당국 정부의 FDI에 대한 태도다. 외국 기업 유치에 따라 고용창출이나 기술이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세금 감면, 입지 관련 투자 및 운영비에 대한 일시적 보조금, 도로 등 관련 인프라에 대한 신규 투자 약속 등이 그 예다. 브라질에서는 감세혜택(Innovar-Auto) 추진을 통해 현지 생산 확대 및 국산 부품 의무 사용 비율 준수를 유도하고 있다. 수출확대정책(Exporter-Auto)을 통해서는 2017년까지 내수시장 판매량 500만 대, 수출량 100만 대 목표를 세우고 국내총생산과 고용창출 증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외국 기업에 제공되는 인센티브가 협상용이기 때문에 인센티브 지급 기준 및 절차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8 정부에서 이와 같은 당근을 주기도 하지만 기업 활동에 제약을 주기도 한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수출세 부과가 대표적인 사례다. 멕시코에서는 현지에 투자한 자동차 업체에 무관세 수입쿼터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배기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도 했다. 가격이나 판매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세제도에 대해서도 현황과 세부적 변동 내역 및 변화추이를 파악하고 예측해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9

 

외국인 비용에 대한 이해 및 대처

글로벌화 과정에서 해외 입지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외국인 비용(liabilities of foreignness)이다. 외국인 비용이란 진출국의 문화, 언어, 상거래 관습 등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외국 기업이 현지 기업에 비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말한다.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문화와 언어 등 국내 기업과 환경이 많이 다르다. 따라서 진출 동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외국인 비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시장 추구형의 진출 동기를 가진 기업은 주로 기술력이나 브랜드파워에서 축적해 온 독점적 경쟁우위가 존재하는지, 그런 경쟁우위가 해외로도 이전이 가능한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자원 추구형이나 효율 추구형의 진출 동기를 가진 경우에는 관련 업체와의 협업 능력, 종업원 관리와 관련한 축적된 노하우 등을 갖고 있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글로벌 목적에 상관없이 외국인 비용에 대처하는 중요한 대안으로 내부학습과 경험축적을 바탕으로 한 점진적 국제화를 제안한다.10 이에 더해 자사가 그동안 축적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해11 전통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해외의 여러 자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분산된 지식(dispersed knowledge)을 전사적 관점에서 보완적 지식(complementary knowledge)으로 시스템화하면 외국인 비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경쟁우위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경쟁우위로서 CSR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CSR은 사회와 환경에 대한 기업의 책임 있는 경영활동을 뜻한다. 즉 기업의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 전반의 이익을 위해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 발전의 지속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기업을 단순한 생산관점이나 경영자관점에서 탈피해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폭넓게 이해하려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이제 기업은 사회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상호가치를 창출할 때만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2011 11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공표한 CSR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으로서 ISO 26000은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7개의 핵심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운영관행, 소비자 권리보호, 공동체 참여와 발전이 핵심 주제다. ISO 26000 자체가 소송의 근거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국제적인 규약으로 발전해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FDI 투자와 관련해 해당국 정부는 기업투자자를 평가할 때 ISO 26000과 관련한 지표를 활용해 정부 차원의 세금 감면이나 우선 구매 여부, 더 나아가 FDI 자체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기업의 CSR 성적표는 소비자단체 및 NGO의 모니터링 활동에 대한 기준이 되고 있다. 최근 개도국에서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대한 반발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각종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개도국에서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경우도 많다. SNS 시대가 오면서 다국적 기업의 CSR 활동은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한 지역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기업의 CSR 활동이 글로벌 전략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새로운 경쟁우위 혹은 경쟁열위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최근 라틴아메리카에서 감지되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반감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CSR 활동은 국제기준에서 제시하는 핵심 영역을 반영한 ESG 프레임워크, E(환경: Environment), S(사회: Social), G(지배구조: Governance)로 세분해 평가된다. 중국 기업들에 비해 후발주자인 한국 기업들은 이 세 가지 영역에서 친이해관계자적인 CSR 활동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에서의 새로운 경쟁우위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CSR 관련 국제기준을 숙지하고 ESG에 대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실천방안을 전사적 관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외부 기관으로부터 CSR 내용을 정기적으로 평가받으면서 경쟁우위의 발판을 꾸준히 쌓아가야 할 것이다. 한 기업의 CSR 성적표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향후 진출을 고려하는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Korea Premium’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관련 영역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라틴아메리카를 지속가능성의 터전으로

한국 기업이 라틴아메리카를 지속가능성의 터전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음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라틴아메리카 진출에 있어서 특정 산업으로부터의 편중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기업 전체의 FDI는 전자통신과 자동차, 두 영역이 총 투자건수의 26%, 총 투자금액의 41%를 차지한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FDI 역시 제조업과 광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서비스 부문으로의 투자 확대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특히 브라질은 2020년까지 건설과 관련 투자가 1405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업계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산업군별 상호보완적 경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멀티미디어(가전+정보통신+반도체+소프트웨어+방송+출판), 전자금융(전자+통신+금융), 광섬유(유리+광학+섬유+정밀전자)와 같이 특정 산업에서의 경쟁을 넘어 여러 산업군을 넘나드는 새로운 경쟁에 대비해 M&A 등 전략적 제휴의 대상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둘째, 라틴아메리카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새로운 관계 정립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동반성장이나 공유가치 창출은 주로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라틴아메리카는 국내 기업들이 진정한 도안성장을 이룰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세계 자동차 조립공장의 허브인 멕시코에서 전체 부품 공급업체의 80%가 평균 10명 이하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는 영세업체다. 이들 업체의 평균 생산성은 미국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자동차 완성차 업체와의 안정적인 협력관계에서 진출한다면 국내 중소, 중견 기업에게도 라틴아메리카 는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진정한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이재혁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jayrhee@korea.ac.kr

이재혁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따고, 미국 Ohio State University에서 국제경영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San Jose State University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고려대에서 사회적기업센터 소장, 스페인·라틴아메리카연구소 위원을 맡고 있다. 한국국제경영학회 최우수 해외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관심 분야인 글로벌 전략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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