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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한국중견기업연합회공동기획: 오너의 선택

전문화 vs. 다각화 초경쟁시대, 오너는 선택해야 한다

송재용 | 177호 (2015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글로벌 초경쟁, 국내외 저성장 기조, 여기에다 대기업에 비해 자원의 제약이 심한 중견기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다각화보다는 전문화가 더 유리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아모레퍼시픽은 1970∼1980년 과도한 다각화 전략에서 실패를 맛본 후미와 건강으로 사업 범위를 한정시켰다. 이후 전문화 전략을 적용하며 관련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매출과 이익을 급속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편집자주

 

DBR은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명문 장수기업 만들기 전략포럼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오너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이어지고 있는 이 포럼 가운데 전문화와 다각화를 주제로 한 송재용 서울대 교수의 강연 및 토론 내용을 요약합니다. 많은 한국 조직들이 당면한 현안 문제에 대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국내외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국내 주력 산업도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수익성을 동반한 성장을 도모하면서 장수기업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화를 통해 성장해 온 많은 중견기업들은 향후 전문화 전략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할지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대기업에 비해 자원의 제약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견기업이 장수기업으로 가기 위해 전문화와 다각화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이러한 의사결정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는 무엇일지에 대해 살펴보자.

 

 

 

전문화와 다각화의 선택과 기업의 성장 전략

 

전문화와 다각화 중 중견기업이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기업경영 성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연계돼 있다. 모든 기업에 유용한 성장의 묘약 내지 최적의 성장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비전을 확보하고 외부적으로는 기회 및 위협요인을 잘 포착하고 대응하면서 자사에 적합한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의 사업영역을 전문화할 것인지, 다각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두 가지 전략은 서로 상반되는 장단점을 갖고 있다. 전문화 전략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한된 자원을 핵심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다각화 전략은 전문화 전략에 비해 성장의 규모와 속도를 더욱 크게, 더욱 빨리 하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서로 관련이 없는 사업들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킴으로써 경기 사이클 변화 등으로 인한 리스크 분산을 도모한다. 하지만 다각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자원의 분산으로 핵심사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 조선과 해운의 수직계열화를 추구하다 위기에 빠진 STX 사태에서 보듯이 수직적 계열화 형태의 다각화는 경기 사이클 연동으로 인한 리스크나 계열사 간 의존성 심화로 인한 동반 부실화 리스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전문화와 다각화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성장 전략 중 유기적 성장과 비유기적 성장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성장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은 제품이나 기술, 혹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통해 기존 핵심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주력 사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이다. 중견기업들은 보통 전문화된 사업 구조에서 유기적 성장 전략을 기본으로 했다. 2014년에 20%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면서 주가 400만 원의 신화를 기록한 아모레퍼시픽의 사례를 보면 전문화된 기업이 유기적 성장 전략만으로도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970∼80년대에 과도한 다각화 전략을 추구하다 1990년대 초반에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졌다. 이후미와 건강으로 사업 범위를 분명하게 규정하고 본원적 사업과 관계가 없는 사업들은 모두 정리했다. 화장품, 녹차, 제약 사업만 남겼다. 이런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계열사 수를 4분의 1로 줄였다. 전문화된 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1995년에는미와 건강 분야의 strong brand company’라는 비전 2005를 설정했다.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R&D) 투자와 브랜드·마케팅 역량 강화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한방화장품과 기능성화장품의 효시격인 설화수, 아이오페 등을 메가 브랜드로 성공시킬 수 있었다.방판 조직과 매장에는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 기능을 더해 성과를 더욱 높였다. 최근에는 에어쿠션이라는 혁신적 제형의 쿠션 파운데이션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대박을 터트렸다. 중국을 필두로 한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매출과 이익을 급속도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기업 성장 전략의 가장 기본은 핵심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을 도모해 시장을 확대하는 유기적 성장 전략이다.

 

 

 

 

 

 

 

 

하지만 핵심사업이 한계에 부닥쳐서 더 이상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들거나 빨리 성장하고 싶은 기업들은 M&A나 다각화 같은 비유기적 성장 전략에 의존하기도 한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핵심사업에서 규모를 키우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M&A를 활용하는 것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반면 구미계 기업들은 M&A를 가장 중요한 성장전략으로 사용해왔다. M&A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미국 기업의 경우 M&A 이후 기업 가치를 확실히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확률은 평균 30∼4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을 넘어가는 M&A(cross-border M&A)의 경우 문화적 통합의 어려움까지 겹쳐서 성공 확률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전 가장 애용했던 신사업 내부 진출(Greenfield investment)을 통한 다각화의 성공 확률은 어떨까. 이는 M&A를 통한 다각화의 성공 확률보다 낮다. 미국의 경우 인접영역으로의 확장 또는 관련형 다각화의 성공 확률이 25% 내외이며 내부 진출 형태의 비관련형 다각화의 성공 확률은 10%도 채 안 된다.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으로 비관련형 다각화를 해서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는 기업 자체가 가진 역량의 힘이라기보다는 1980년대까지 정부의 내수시장 보호 정책 덕분이었다. 정부는 내수시장을 보호해주면서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신사업 진출의 최대 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또 각종 산업정책, 파격적인 정책금융 등을 제공하며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산업에서는 기업의 독과점을 용인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국내 대기업들이 비관련형 신사업 진출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의 현실은 이때와는 다르다. 시장은 열렸고, 정부의 보호는 기대하기 어려워졌으며, 지배구조의 변화로 신사업에 대한 전사적 지원도 힘들어졌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M&A 형태가 아닌 신사업 내부 진출, 특히 비관련 분야로의 다각화를 시도할 경우 성공 확률은 상당히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DBR Mini Box포럼 요약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한국 경제의 핫이슈다. 지난해 화장품 하나로 매출 47000억 원, 영업이익 6600억 원을 올렸다. 이런 아모레퍼시픽도 70년 역사를 통틀어보면 부침의 연속이었다. 최대의 위기는 그룹 전체가 부도 위기에 봉착했을 때인 1991년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외환위기와 노사갈등이었지만 그 기저엔 1970∼1980년대 추진해 온 사업다각화의 그늘이 있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증권, 생명, 패션, 건설 등 계열사가 25개에 이르렀다. 화장품 수입 브랜드가 물밀 듯 밀려오면서 그룹의 중심사업이 흔들렸고, 이 때문에 다른 계열사들도 덩달아 흔들렸다. 그때 아모레퍼시픽은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는 47회 명문장수기업 만들기 전략포럼에서 다각화와 전문화 전략에 대해 다뤘다.

 

1. 안과 밖, 무엇을 먼저 볼 것인가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전무는당시 전환점에 오너의 큰 결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고() 서성환 회장과 서경배 기조실장(현 회장) 2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었이냐?”, 그리고 다른 하나는다시 태어나면 무슨 사업을 할 것인가?” 아모레퍼시픽은 고민 끝에 10여 년에 걸쳐 비관련 다각화사업들을 전부 매각했다. 그리고 설화수, 헤라, 라네즈 등 화장품 브랜드 개발에만 집중한다. 이 결정은 아모레퍼시픽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사업영역은 화장품으로 집중했다. ‘deep & narrow’ 전략은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시장을 내다보게 했고, 그 첫 시도가 바로 중국시장이었다.

 

김남국 DBR 편집장은시장과 경영 환경이 시시각각 급변하기 때문에 신사업, 특히 다각화 고민은 너무 당연하고 불가피하다웅진그룹이나 코닥을 반면교사로 생각해볼 때 자신만의 핵심역량을 먼저 찾고, 그것을 키워가면서 새로운 사업 분야와 아이디어를 찾아나가는 모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는전문화와 다각화의 갈등이 승계과정에서 많이 발생한다지금 같은 저성장시대엔 기존 사업을 좀 더 잘하는 게 우선이며, 여력이 된다면 다각화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다만 사업관련성이 있는 부문으로 다각화해야 하며 M&A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능하면 잘 아는 분야를 선택하고, 그렇지 않다면 M&A 이후 초기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서서히 잘 아는 단계가 됐을 때 직접 관여하는 모델이 좋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선택에 앞서서 새로운 시장의 매력도나 트렌드보다는 내부 역량에 대한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분석이 먼저라는 설명이기도 하다.

 

2. ‘외길 경영도 미래가 있나

사무용 가구를 만드는 ㈜퍼시스의 오너 2세 손태희 상무는다각화를 고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성장에 대한 압박이다. 아무리 전문화를 하려 해도 자신이 하고 있는 업()이 지속성장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느낀다면 이것 또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송 교수는성장동력을 찾는 핵심 키워드는 2가지다. 하나는 시장(특히 글로벌시장)의 확대이고, 또 하나는 혁신을 통한 차별화라고 했다. 김남국 편집장은우리 경제 상황을 볼 때 중견기업 입장에서 내부 핵심역량 강화와 글로벌시장 개척은 피할 수 없는 명제다. 리스크를 줄이려면 회사 역량의 70%는 주력사업에 두고, 나머지 30%는 새로운 혁신과 시장 개척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역량의 배분이 창업 3, 4세로까지 이어지는 명문장수기업으로 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김승환 전무도아모레퍼시픽의 경우도 지역, 고객, 채널, 카테고리 확장 등의 방법으로 전문화해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글로벌시장 개척도 자신의 기업문화에 맞춰선택과 집중을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엿다.

 

3. 오너 2, 3세들은 신사업을 좋아한다?

이종우 ㈜제우스 대표이사는통상 오너 2세들이 처음 회사 경영에 참여할 때 경영기획실이나 신규사업 부문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회사의 본업이나 비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외곽으로 돌기 쉽다고 꼬집었다. 오너 2, 3세들이 본업보다는 사업다각화나 신사업 M&A 등으로 빠져드는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송 교수는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았다 하면 뒤에서 뭐라 할 것 같아 자꾸 무리수를 두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하지 못한 신사업을 성공해야만 정당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자신의 회사를 잘 이해하고, 충실히 만드는 것만으로도 정당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든, 다른 기업이나 사회에서 경험을 쌓고 들어가든, 체계적인 승계절차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윤철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도자신의 기업 핵심역량을 밑바탕부터 배우고 난 다음에 마지막에 가야 할 길이 신사업이나 신시장이라며순서가 거꾸로 되면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리=윤성철 중견련 명문장수기업센터장 yoonsc@ahpek.or.kr

윤성철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부산일보에서 정치부장과 해양문화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이어 세계해양포럼(WOF)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맡았다. 현재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원본부장(상무)으로 명문장수기업센터를 이끌고 있다.

 

 

 

다각화 전략의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실패 확률이 높고, 실패했을 때 리스크도 크지만 다각화 전략이 필요할 때도 있다. 다각화 전략의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어떡해야 할까.

 

 

 

신사업을 검토할 때는 규모, 성장률, 수익성 등 산업의 매력도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자원이 제약돼 있는 중견기업이 신사업 진출을 통한 다각화를 추진할 때는 시장의 매력도보다도 기존 핵심사업과의 연관성에 따른 핵심역량의 이전 가능성과 시너지 창출 측면을 보다 중시해야 한다. 대기업은 신사업 진출에 실패해도 건재할 수 있지만 중견기업은 그렇지 않다. 중견기업이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실패해 모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기 때문에 보다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분야로 국한해서 다각화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내게 매력적인 산업은 남에게도 매력적이기에 매력적인 신사업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 성공할 것이냐는 신사업에 필요한 역량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기존 사업과 신사업이 업의 개념과 역량 측면에서의 관련성이 높아 기존 핵심사업의 역량이 신사업으로 이전되고 기존 사업과 신사업 간의 시너지가 클 때 성공 확률이 높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동일 업종에 속해 있거나 가치사슬상 인접해 수직적 계열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관련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관련성을 고려할 때 중요한 점은 신사업의 핵심 성공요소 내지 업의 개념이 기존 사업과 얼마나 유사하냐다.

 

 

 

 

 

 

콘텐츠의 유통채널을 장악한 기업들이 콘텐츠 창출 사업으로 수직적 계열화를 통한 시너지를 추구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이유도 업의 개념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또 수직적 계열화를 통한 신사업 진출을 잘못하면 나쁜 품질의 제품을 시장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계열사로부터 사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해 수직적 계열화를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중견기업이 신사업 진출을 통한 다각화를 추구할 때는 반드시 진입비용 및 리스크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진입비용이 너무 높아서 미래에 발생 가능한 이익을 모두 잠식한다면 신사업 진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신사업 진출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신사업 진출을 고려할 때 흔히 신사업의 매력성에 도취한 나머지 진입비용이나 실패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신사업에 진출할 때는이 신사업 진출에 실패했을 때 모기업은 건재할 수 있는가?” “실패했을 때 투자 자금을 회수하면서 빠져 나올 방안 내지 철수계획(exit plan)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부정적이라면 차라리 기존 사업에 더욱 집중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철수 계획과 시나리오에 들어가야 하는 핵심적인 사항은 퇴출기준(exit rule)이다. 기업은 신사업에 뛰어들 때 몇 년간 얼마만큼 지원을 해주겠다는 인큐베이션 계획을 세운다. 이와 함께 기업이 희망하는 도전적인 목표도 수립한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인 퇴출기준은 세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는 퇴출기준도 사전적으로 함께 설정해야 한다. 퇴출기준이 없다면 신사업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 붙기식으로 기존 사업에서 자원을 빼서 신사업을 무한 지원할 위험이 커진다. 이로 인해 동반부실화로 모기업이 무너지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요즈음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신사업에 진출하려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리얼옵션적, 단계적 신사업 진출 전략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신사업의 진입 시기는 최대한 앞당기되 대규모 투자 시점은 늦춤으로써 리스크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대규모 신사업 투자를 위한 사전 실험 단계로서 벤처 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분 출자나 단계적 M&A 전략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결언

 

2010년대 한국 기업의 주력산업이 속속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면서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여력이 있을 때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기업 성장전략의 최우선 순위는 핵심사업에서 혁신이나 시장 확대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유기적 성장 전략이다. 하지만 기존 핵심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고갈되거나 더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면 M&A나 독자적 신사업 진출을 통한 다각화를 도모하게 된다.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예전처럼 정부의 지원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현재에서는 다각화 전략의 성공 확률이 상당히 낮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중견기업이 다각화를 추구한다면 진출 대상 사업의 매력도에만 너무 높은 가중치를 줘서는 안 된다. 핵심사업과 신사업 간의 업의 개념이 얼마나 유사한지,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역량, 경영 시스템, 조직문화의 이전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는 얼마나 큰지를 동일한 비중으로 잘 따져봐야 한다. 즉 중견기업이 다각화를 추진한다면 관련 분야로 진출하는 관련형 다각화가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진입 비용과 리스크도 잘 고려하면서 철수 계획과 퇴출 기준도 미리 설정해 둬야 할 것이다.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예전처럼 정부의

지원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현재에서는 다각화 전략의

성공 확률이 상당히 낮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대기업에 비해 자원의 제약이 심한 중견기업의 현실과 함께 글로벌 초경쟁, 국내외 경제의 저성장 기조 고착화 등 최근의 패러다임 변화를 고려한다면 현 시점에서 중견기업에 보다 바람직한 전략은 전문화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독일의 중견 기업들이 핵심사업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문화 전략을 통해 틈새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장수 기업으로 변모한 점을 한국의 중견 기업들은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jsong@snu.ac.kr

 

필자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박사를 취득한 후 컬럼비아대, 연세대 교수를 역임했다. 2014년 서울대 경영대 석학 교수로 임명됐다. 현재 한국전략경영학회와 한국국제경영학회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14년 한국경영학회 SERI중견경영학자상 수상자로서 미국경영학회와 유럽국제경영학회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컬럼비아대, 서울대에서 최우수강의상을 수상했다. 등 해외 톱 저널에 논문을 다수 게재했고 국제경영 분야 톱저널인의 에디터이다. <스마트경영> <삼성웨이>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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