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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지향 혁신

혁신의 르네상스 시대, 생존법? 소비자 입장에서 혁신 & 변신!

최민경 | 175호 (2015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최근 혁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혁신의 수명이 짧아지는 현상은 IT의 발전, 투자 기법의 다양화, 소비자 수용 주기의 단축으로 인한 구조적인 변화다. 변화된 경영 환경하에서 기업이 생존을 계속하려면 혁신의 생산성과 적중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소비자 지향 혁신에 집중해 혁신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이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소비자 지향 혁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역동적으로 진화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예측해 과감한 변신을 계속해야 하며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발견하기 위해 행동 관찰과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하고소비자가 겪고 있는 낭비, 불편, 불안 등 고충(hassle) 요인을 파악해 이를 해결하는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와 교통상황을 알려주며 출근길을 준비하도록 도와준다.“

“퇴근 후 집으로 들어서니 자동으로 현관과 거실의 등이 켜지고, 피로를 풀어줄 목욕물을 알맞은 온도로 데우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미래사회인 듯 보이지만 최근 국내 이동통신기업들의 광고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다. 광고니까 조금 과장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물지능통신(machine-to-machine·M2M)과 빅데이터(big data) 분석을 이용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현대사회의 모습이다.

 

혁신의 르네상스 시대

변화는 기업들의 끊임없는 혁신 경쟁에서 비롯되며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IBM은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을 만들었고, 테슬라는 전기자동차를 대중화하는 데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이제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다는 걸 무인 자동차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나아가 3D프린터 혁신은 사고로 손을 잃은 어린 소년에게 비록 이전과 비교할 수 없지만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해 주고 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이미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은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추격자들은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가정신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들 역시 경쟁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수많은 혁신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가히 혁신 르네상스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쉽게도 혁신은 기업의 생존과 필요충분 관계가 아니다. 혁신을 통해 시장을 장악했다 하더라도 이는 생존의 시간을 일시적으로 연장한 것일 뿐이다. 혁신의 수명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혁신을 달성해 어렵게 1등을 하게 되더라도 그 성공을 유지하는 건 더욱 어렵다. 2008년 남녀노소 모두가 열광했던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위(Wii)가 있었다. 고성능, 고화질 그래픽을 앞세우며 경쟁을 펼치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MS Xbox는 비()게이머들을 폭넓게 공략한 닌텐도에게 불의의 역습을 당했다. 시장은 닌텐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기술 발전은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로 닌텐도의 고객을 빼앗아갔다. 닌텐도가 왕좌에 오르고 내려온 시간은 불과 4년 남짓이었다. 극도의 생산효율성을 통해 대량 맞춤형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컴퓨터 시장에 도입한 델컴퓨터(Dell Computer) 역시 2001년엔 업계 점유율 1위를 달성했지만 2006년엔 HP와 애플의 고객 친화적 디자인 혁신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갔다. 닌텐도와 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혁신의 르네상스 시대에선 한 번의 혁신이 생존을 보장해주지 않으며 보상의 기간은 예상보다 짧다. 혁신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곧이어 다음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혁신의 르네상스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단순하지만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혁신의 생산성과 적중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 계속된 혁신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기업이 보유한 자원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생산성과 적중률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혁신의 방향성을 정립, 효율성을 달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고에서는 혁신의 방향은 소비자를 향해야 함을 주장하며, 이를 위해 먼저 소비자를 혁신의 방향으로 삼아야 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살펴보고, 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3가지 지침을 공유하고자 한다.

 

혁신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하버드대 교수는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등장으로 기존 혁신자는 시장의 지위를 잃게 됨을 경고해왔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발견한 와해성 혁신은 낮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켜 주류시장까지 공략하는 형태였다. 무서운 일이었지만 주류시장을 공략해오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존 기업들은 와해성 혁신의 등장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었다. (물론 크리스텐슨 교수는 눈뜨고 당하기 때문에혁신자의 딜레마라는 표현을 쓰긴 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고 있는 와해성 혁신은 그 양상이 사뭇 다르다. 래리 다운즈(Larry Downes)와 폴 누네즈(Paul Nunes) 2013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빅뱅 와해성(BIG-BANG Disrupti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이는 기존의 제품, 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갖춘 혁신자가 주류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하는 탓에 기존 기업은 위기 의식을 느낄 시간도 없이 시장을 잃어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크리스텐슨 교수의 와해성 혁신 개념에 속도를 더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혁신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 사례를 통해 비교해보자. 과거에 등장한 혁신적인 기업들은 그들이 달성한 업적을 통해 적어도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다. 자동차를 발명한 포드가 그랬고, 워크맨을 개발한 소니, 휴대전화를 발명한 모토로라가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서두에 언급한 닌텐도를 다시 보자. 2012 15일 닌텐도 사장인 이와타 사토루(Iwata Satoru)는 직원들에게이대로는 몰락해버린다라는 안타까운 말을 전했다. 놀라웠다. 닌텐도가 어떤 회사였는가? 2004년 포터블 게임기 DS를 출시해 혁신의 시작을 알렸고, 2006년 모션인식을 도입한 가정용 게임기 위(Wii)를 출시함으로써 명실공히 세계 게임기 시장을 제패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07 11월 일본 주식시장에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닌텐도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닌텐도가 타깃으로 삼았던소프트 유저(soft user)’들이 스마트폰 게임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닌텐도의 전성기는 불과 4년이었다. 아케이드 게임시장을 대체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1994년 시장에 첫 번째 제품을 선보인 이후 한 세기 이상 혁신의 보상을 누린 것과 비교된다.

 

내비게이션 시장의 강자 톰톰(TomTom) 역시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톰톰은 2004년 내비게이션이라는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선도해 왔지만 2007년을 정점으로 계속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이는 톰톰과 함께 내비게이션 시장을 양분하던 가민 역시 마찬가지다.) 문서 지도를 대체하면서 급성장한 내비게이션이라는 혁신의 수명은 불과 4년이었다. 톰톰이 생산하던 독립형 내비게이션 시장을 재차 와해한 것은구글맵이라는 지도 소프트웨어였다. 구글은 구글맵 소프트웨어를 안드로이드 기기와 iOS 기기 모두에 제공하며 2012년 기준 90% 이상의 모바일 기기에 자사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했다. 같은 해 톰톰은 왕좌를 되찾기 위해 애플과 협력, 애플의 기기에 자사의 지도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와해된 시장을 되찾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혁신의 속도가 빨라짐으로 인해 하나의 혁신이 누릴 수 있는 수명이 줄어들어 버렸다. 다시 말해 혁신의 주기가 단축됐다. 이런 현상은 가끔 등장하는 천재적인 기업들에 의해 일어나는사고가 아니라 경영 환경 자체가 바뀌어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다. 세 가지 주요 동인을 살펴보자. 첫째, IT 및 인프라의 발전으로 혁신적 아이디어 및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초기 자본과 개발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개방형 플랫폼(Open Platform)과 오픈소스(Open Source) 기술의 활용은 초기 개발 시간의 단축에 크게 공헌하고 있고,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 등 오픈마켓의 활용은 유통망의 확보와 형성 과정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Cloud) 서비스의 등장은 사업 확장이 필요할 때 서버 및 컴퓨팅 자원의 증설과 셋업 과정을 생략해주고 서버 보관 장소의 확장 역시 필요 없게 만들어줘 혁신의 확산 속도를 크게 높여주고 있다. 또 하나 온라인 사진 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Instagram)을 살펴보자. 인스타그램은 2010 10월 최초 서비스를 개시하고 불과 2년 뒤인 2012 9 1억 명의 사용자를 모았다고 공시했다. 같은 해 페이스북은 고속 성장한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은 개방형 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용자를 단 십수 명의 직원들로도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었다.

 

혁신의 창출과 확산 속도를 앞당기고 있는 두 번째 동인은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원하는 투자자들과 투자기법이 늘어나면서 사업화에 필요한 자본 조달이 매우 용이해졌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세상에 나와도 투자자를 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기획서를 들고 먼 거리를 이동해서 투자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 및 투자기관의 다양한 펀드, 벤처캐피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등 늘어나는 각종 투자 기관과 고도화된 투자 지원 시스템이 스타트업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만들어줬다. 최근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수행한 알리바바의 뒤에는 일본계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있었고 2009년 등장한 구글벤처스는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 우버(Uber), 유전자 분석서비스 업체 23앤미(23andMe) 250여 개에 달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기업에 대한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또한 소액투자자들을 모아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투자를 실행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2009년 등장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www.kickstarter.com)는 저가격 3D프린터, e-Paper 기반의 스마트폰 연동 손목시계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나아가 해당 조직들은 자본의 제공과 더불어 경영 지원 및 컨설팅 기능까지도 수행한다. 든든한 자금줄과 컨설팅까지, 스타트업들은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혁신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기술 수용 주기(Technology Adoption Model)가 단축된 것도 혁신의 속도에 영향을 주는 핵심 동인이다. 기술 수용 주기 이론을 정립한 사회학자 에버릿 로저스(Everette Rogers)의 연구를 보면 소비자가 기술을 수용하는 단계는 혁신수용자(Innovators)에서 최후수용자(Laggards)까지 일반적으로 5단계로 구분된다. 그러나 최근 혁신 기술을 수용하는 소비자는 이전과 다른 단축된 수용의 경로를 보인다. 래리 다운즈와 폴 누네즈의 말을 빌리면 최근 혁신 기술을 수용하는 양상은 2단계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림 1) 최초 수용자들이 제품의 성능을 빠르게 테스트하고 이후 다수자들이 받아들인다는 개념이다. 이는 정보기술을 다루는 데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늘어났으며 최초 혁신 수용자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 다수자들이 이를 통해 제품에 대해 학습함으로써 빠른 확산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과거 미디어광고 또는 면대면(face-to-face)의 구전효과에 의해 이동하던 정보가 이제는 인터넷상의 네트워크를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과 자본 투자 기술의 진화, 소비자의 기술 수용의 변화 세 가지 요소가 혁신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주요 동인이라고 볼 수 있다.

 

혁신의 방향은 소비자를 향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혁신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다. 수년간 절치부심하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 이룬 혁신의 보상이 머지않아 사라진다는 건 기업의 존속에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제 계속해서 혁신을 생산해내는 것은 기본이고, 혁신의 적중률을 높이는 것이 기업 생존의 필수 요건이 됐다.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 상황하에서 혁신의 지속 생산과 적중률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혁신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자원을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혁신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쉽고도 어려운 질문이다. 모두가 혁신의 사용자인 소비자를 향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를 설득시킨 혁신은 많지 않다. 혁신과 소비자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일까? 최근 각계 각층의 경영 구루들은 유난히도소비자를 외치고 있다. 와해성 혁신을 제창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도 기존 소비자와 비()소비자의 관찰을 통해 와해성 혁신의 등장을 감지하고, 또 새로운 와해성 혁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와튼스쿨의 조지 데이(George Day) 교수와 푸쿠아경영대학의 크리스틴 무어먼(Christine Moorman) 교수 역시 그들의 저서 <아웃사이드 인 전략(Outside In Strategy)>에서 소비자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내부 자원(resource)이나 핵심역량(core competency)에 초점을 둔인사이드 아웃 전략(Inside Out Strategy)’ 대신 제품 개발 등 기업의 모든 활동을 소비자 중심에서 출발하는아웃사이드 인 전략(Outside In Strategy)’으로 바꿔야만 혁신할 수 있다는 게 데이 교수와 무어만 교수의 조언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동료인 마크 존슨(Mark Johnson)도 진정 성공적인 혁신들은 기업의 경계 밖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기존 소비자 및 비소비자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는 일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소비자를 향하지 못한 혁신은 아무리 뛰어나도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다. 아마존과 소니의 e(e-book) 경쟁을 통해 소비자 지향적 혁신의 중요성을 살펴보자. e북의 대명사가 된 아마존의킨들 2007 11월에 최초 출시됐고 불과 1년 뒤인 2008년 말 50만 대의 판매량과 2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e북 산업이 당시 초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정말 놀라운 성장 속도였다. 최초 모델 출시 14개월 후 아마존은 TTS(Text To Speech)라는 기술을 가미해 콘텐츠를 음성으로 읽어주는킨들2’를 출시했다. 킨들2 역시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갔고 아마존은 e북 리더 시장을 장악했다. 당시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 e북의 핵심 디스플레이 기술인 E잉크(EInk)의 생산량이 킨들의 판매량을 좇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일화는 당시 킨들의 인기를 짐작하게 해준다.

 

 

 

 

 

 

하지만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에게 킨들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것이 소니가 개발한 e북 리더기리브리라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킨들이 출시되기 훨씬 전인 2004년에 소니의 요시타키 유키타(Yoshitaki Ukita) E잉크 기술의 사용권을 사들였고, 당시 세계 최고의 전자기업이었던 소니가 가진 기술력을 집대성해 리브리를 만들었다. 리브리는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혁신 제품이었다. 3년 뒤 출시된 킨들과 비교해도 오히려 앞섰다고 평가된다. 예를 들어 소니의 리브리는 여덟 단계로 화면 밝기를 조절할 수 있었지만 킨들은 네 단계 조절밖에 되지 않았다. 리브리의 제품 디자인 역시 많은 리뷰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왜 리브리는 사람들에게 선택 받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까? 안타깝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소니의 리브리는 아름답지만 쓸모가 부족한 제품이었다. 최초 출시된 소니의 리브리는 일본어만 지원됐고,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은 고작 1000권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책을 다운로드 받으려면 PC에 물리적으로 연결시켜야 했으며, e북의 소유권 역시 6일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반해 킨들은 최신 베스트셀러들을 포함해 88000권의 e북을 확보한 채로 제품을 출시했으며, 무선인터넷 접속으로 언제 어디서나 도서를 다운로드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대부분의 e북은 하드커버 및 페이퍼북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10달러 수준에서 제공됐다.

 

킨들과 리브리는 같은 기술(E잉크)을 채택했고 동일 카테고리(e북 리더기)의 혁신이었지만 혁신의 이면에는소비자를 향한 혁신과제품중심 혁신이라는 전혀 다른 혁신의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e북을 구매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풍부한 도서 콘텐츠임을 명확히 이해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출판업체를 포섭, e북의 콘텐츠를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가벼운 e북 리더기를 구매하는 사용자는 필시 도서의 구매, 이용에 있어서도 이동성을 중시할 것이라는 판단에 무선 인터넷을 적용, 콘텐츠의 다운로드에 편리함을 제공했다.반면 소니는 리브리의 하드웨어적 우월성을 더욱 개량하는 방향으로 혁신 방향성을 수립했다. 리브리의 실패 이후 소니는 2007년 초 미국 시장에소니 리더라는 새로운 e북 리더기를 출시했다. 물론 실패를 딛고자 절치부심해 혁신을 강화했다. 다만 실패 원인을 하드웨어의 역량 부족으로 짚은 듯 보이며 콘텐츠 측면에서의 소비자 수요 파악은 또다시 실패한 듯했다. 전작인 리브리에 비해 콘트라스트와 가독성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6인치 대형 스크린을 장착하고 손으로 잡는 그립감을 향상시키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선 인터넷을 적용하지 않았다. 콘텐츠의 구매는 이미 아이튠즈(iTunes)와의 경쟁에서 밀려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된 자사의 온라인 스토어인커넥트(Connect)’를 통해 이뤄지게끔 했으며 콘텐츠의 숫자 또한 2만여 권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 지향 혁신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3가지 지침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소니는 e북 리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진정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혹시 우리는 최고의 전자회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어떤 것이라도 소비자는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일까?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소니는 과거 워크맨이라 불리는 음향기기, 최고의 화질을 자랑한 TV, DSLR 카메라 등 수많은 혁신 제품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확산시켜온 노련한 기업이었으며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훌륭한 역량을 갖춘 기업이었다.

 

이미 혁신을 달성해 선도 기업의 입지를 다진 기업들에겐경쟁력의 함정(Competency Trap)’ ‘혁신자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가 주변을 도사리며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야를 가린다. 오랜 기간 성공적인 혁신을 만들어온 조직에서는 이미 굳혀진 성공 방정식이 존재해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자기잠식(Cannibalization)’ 이슈가 새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그만큼 일관성 있게 소비자를 혁신의 방향성으로 삼는 것 자체를 유지하기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기업의 목적을 이윤 추구가 아닌고객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돌려서 표현한 것이 아닐까? 본고에서는 소비자 지향 혁신을 달성하기로 결정한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소비자 수요의 특성을진화하는(Evolving)’ ‘숨겨진(Hidden)’ ‘목적지향적인(Goal-oriented)’ 3가지로 정리하고 각각의 특성에 맞춰 기업이 수행해야 하는 지침을 제안하고자 한다. ( 1)

 

1) 소비자의 수요는 진화한다

- 안주하려는 관성을 타파하고 과감한 변신을 시도해라

소비자의 수요는 혁신과 상호작용하며 빠르게 진화한다.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경험한 소비자는 더 나은 속도를 원하게 되고, 데스크톱에서 인터넷을 경험한 소비자는 모바일에서도 인터넷을 원하게 된다. 돌을 깨서 무기를 만들던 선조들이 청동기, 철기를 다룰 수 있게 됐던 것처럼 진화하는 수요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 보여진다. 소비자의 진화하는 수요에 대응하려면 기업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관성을 타파하고 계속된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심지어 소비자가 원할 경우 자신이 이룬 성과를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부터 비즈니스모델 변경까지 전방위적인 변신을 도모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할 것은 변신은 계속해 수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감한 변신을 통해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다 몰락한 노키아(Nokia) 사례를 보자. 과거 목자재 산업에서 휴대폰 업체로 과감히 변신한 노키아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휴대폰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한 노키아는 말 그대로 혁신자였다. 노키아는 명성에 걸맞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었다. 노키아는 인도 등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이들의 구매력에 맞는 현지화 제품을 출시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노키아1100’ 모델은 2003년 출시 후 지금까지 25000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단일 전자제품 판매 실적으로는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치다. 하지만 2007년 애플(Apple)의 등장으로 고객들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혁신을 경험했고 소비자의 수요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키아는 시장의 변화에 등을 돌렸다. 당시 노키아의 CEO였던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Olli Pekka Kallasvuo)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여전히 시장의 표준은 노키아라는 말을 하며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공을 경험한 노키아는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기를 거부했고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해 빠른 속도로 붕괴했다.

 

 

 

 

 

 

제조혁신 사례의 단골 출연자인 델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아웃사이드 인 전략>에 언급된 사례를 보자. 델컴퓨터는 재고를 최소화하는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가장 저렴한 가격에 맞춤형 컴퓨터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2005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고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전 세계로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속했다. 하지만 델은 자사가 제공한 저렴한 맞춤형 컴퓨터라는 혁신이 소비자의 개인화 트렌드를 자극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HP(Hewlett-Packard)와 애플은 이러한 소비자의 수요 변화를 놓치지 않고 다양한 디자인의 컴퓨터를 빠른 주기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시장은 HP의 반격에 반응했고, 결국 HP 2006년 델을 물리치고 1위로 올라섰다. 여기서 안타까운 부분은 아직 델에는 소비자의 수요를 잡을 기회가 남아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델 내부에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을 출시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당시 델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생산 부문 경영자들이 효율성을 강조한 본인들의 문화를 고수하는 방향으로 고집을 부렸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제 살 깎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소비자의 수요 변화를 예측해 과감한 변신을 수행한 기업이 있다. 넷플릭스 사례를 보자. 넷플릭스는 인터넷 초창기 시절인 1997온라인을 통한 DVD 대여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당시 DVD 대여 시장은 오프라인 매장에 강점을 가진 블록버스터가 주도하고 있었고 대여료와 연체료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이용 기간에 비례해 과금을 하는 구조였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블록버스터의 이용 기간별 과금 수익모델이 소비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반납이 늦어질 경우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비용은 새로운 비디오를 사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넷플릭스 창업자는 반납을 제때 하지 않는 소비자였다!) 반복되는 연체료의 고통은 소비자의 탈출 욕구를 높이고 있었고, 때마침 등장한 넷플릭스는 월정액으로 운영되며, 연체료가 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소비자에게 제시하며 급격한 성장을 달성했다.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우편으로 DVD를 받아본 후 반납은 집 근처 우체통으로 할 수 있었으니 어찌 편리하지 않았을까? 넷플릭스의 빠른 시장 잠식에 블록버스터는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콘텐츠 확대라는 전략으로 대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2004년 블록버스터는 소비자의 수요 변화를 인정하고 넷플릭스를 따라블록버스터 온라인이라는 유사한 사업을 전개했지만 넷플릭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넷플릭스의 놀라운 점은 전쟁 이후의 행보다. 전쟁을 승리로 마감했기 때문에 즐겨도 될 입장인데 불과 3년 뒤인 2007년 넷플릭스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Watch Instantly’ 서비스라는 스트리밍 기반 VOD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스트리밍 기반 VOD 서비스는 넷플릭스가 공략한 DVD 대여 시장을 와해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영리한 넷플릭스는 네트워크 전송 속도 향상과 대역폭의 확대가 가져올 소비자의 수요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과감한 제 살 깎기를 감행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2년 기준 북미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33%를 차지해 북미 지역 1 OTT(over-the-top, 인터넷 기반 멀티미디어 제공 서비스) 업체로 입지를 굳힌 넷플릭스는 3번째 변신을 시도했다. 2013 2월 자체 제작한 콘텐츠인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자체 유통망을 통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콘텐츠 제작사와 유통사가 구분돼 있던 스트리밍 기반 VOD 서비스 시장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과감한 혁신이었으며 기존 넷플릭스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던 콘텐츠 제작사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도박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드라마 출시 직후 1분기 동안 30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모집했으며 2013년 매출은 창사 이래 최고인 37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왜 넷플릭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정상의 자리에서 또다시 변화를 모색했던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소비자의 수요가 진화하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2007년 넷플릭스가 포문을 열고, 2008 Hulu(NBC, News Corp, Disney 합작회사)가 참여한 스트리밍 기반 VOD 서비스 혁신이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 성향을 바꾸고 있었다. 스트리밍이라는 혁신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소파에 앉아서 느긋하게 TV를 보던 전통적인 콘텐츠 소비 방식에서 탈피해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인터넷에 연결된 거의 모든 기기들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졌다. 이로 인해 시리즈물의 경우 전편을 몰아서 시청하거나 특정 장면만을 발췌해 소비하는 형태 등 과거와는 다른 콘텐츠 소비 성향이 강화되고 있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를 감지했고 스트리밍 서비스에 최적화된 콘텐츠의 제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넷플릭스가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에 착수하기 위해 1억 달러를 투입한 시점, 즉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 시점은 2011년이었다. 신기하게도 2012년은 북미 지역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보는 비율이 블루레이나 DVD를 빌려 영화를 보는 비율을 추월한 변곡점이었다. 넷플릭스는 또다시 소비자의 수요 변화를 한발 앞서 감지했으며 과감한 혁신을 시도해 성장을 달성했다. (그림 2)

 

2) 소비자의 수요는 드러나지 않는다

- 행동 관찰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잠재 수요를 발굴하자

혁신의 사용자인 소비자의 잠재된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만족시키면 혁신은 확산에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설문조사(survey)를 비롯한 다양한 소비자조사방법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많은 경우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이를 표현하는 걸 꺼리기도 한다. 심지어 기억에 의존한 응답 역시 한계가 있다. 제럴드 잘트먼(Gerald Zaltma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의 사고는 95% 수준이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지고 언어를 통해 표현될 수 있는 것은 5%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기존의 문서나 대화에 기반한 소비자조사방법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고객의 수요는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는 수면 위로 보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수면 아래 존재하는 거대한 빙산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면 혁신의 성공적인 확산에 한발 더 앞서 나갈 수 있다. 본 장에서는 소비자의 숨겨진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행동관찰과 빅데이터분석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하며 관련 사례를 통해 2가지 기법의 유용성을 살펴보겠다.

 

기존 조사기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소비자의 행동 관찰에 집중해 잠재된 욕구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대안으로 일고 있다. 소비자를 연구하는 마케팅에서는 인류학적 연구방법을 접목한민족지학연구(ethnography)’ 기법을 발전시키고 있다. 민족지학연구는 연구자가 조사 대상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그들의 행위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조사기법이다. 구체적으로 매장이나 인근 거리의 행인을 관찰하고, 대상 집단의 인터뷰를 병행해 소비자 집단의 트렌드나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타운 와칭(town watching)’ 기법, 잠재 소비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집안 환경과 생활 습관을 관찰하고 불편사항 및 제품 사용 행태를 파악할 수 있는가정 방문(home visiting)’ 기법이 많이 활용된다. 이처럼 소비자 조사에관찰이라는 핵심 개념을 도입하면 그들의 무의식적인 행동까지도 포착할 수 있어 소비자 스스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거나, 표현하지 않는 욕구, 나아가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욕구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관찰에 기반한 조사법은 소비자 지향 혁신의 방향성 수립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관찰을 통해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발견한 맥도날드 사례를 보자. 맥도날드는 10세 전후의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삼고 밀크셰이크를 출시했지만 예상과 달리 성과가 나지 않았다. 경쟁사 분석과 소비자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문제 해결을 위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에게 컨설팅을 의뢰했고 크리스텐슨 교수의 연구팀은 밀크셰이크를 구매하러 오는 소비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밀크셰이크 구매 고객의 50% 이상이 승용차를 타고 나타난 어른들이었고, 주로 이른 아침에 밀크셰이크를 구매한 뒤 곧바로 매장을 떠나는 행동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해당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수행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이른 아침에 먼 길을 운전해야 하며, 차 안에서 간편하게 배고픔을 해결하고 졸음운전도 막아주기 때문에 밀크셰이크를 구매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관찰을 통해 의외의 수요를 발견한 맥도날드는 밀크셰이크를 더욱 걸쭉하게 만들어 자동차가 흔들려도 쏟아지지 않고, 시리얼과 쿠키를 첨가해 아침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한 형태로 발전시켰다. 그 결과 밀크셰이크는 맥도날드의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북미 지역을 소형 오토바이로 점령한 혼다(Honda)의 또 다른 사례를 보자. 혼다가 북미 지역에 진출할 당시 미국인들은 대부분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었고 오토바이 시장은 할리데이비슨을 비롯해 중대형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당시 미국인에게 오토바이는 터프가이들이 장거리를 운전하는 교통수단으로 인식됐다. 이를 반영해 혼다 역시 250㏄ 이상의 중형 오토바이로 시장에 진입했다. 하지만 시장은 혼다의 제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기름 누출 등 품질 하자 이슈가 혼다를 괴롭혔다. 결국 중형 오토바이 공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혼다 북미 사업부는 어려움을 겪었고 직원들은 비용절감 목적으로 자사의 50㏄ 소형 오토바이인슈퍼커브(Super Cub)’를 타고 근거리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목격한 북미 지역 소비자들은 혼다의 소형 오토바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장을 보러 가는 등 근거리 이동에 혼다의 소형 오토바이가 너무나 편리해 보였던 것이다. 소형 오토바이의 존재가 소비자에게 노출된 것은 우연한 사건이었지만 이후 경영진은 소비자들의 근거리 이동 패턴을 본격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북미 지역 사람들의 이동 패턴과 근거리 이동 시 대형 오토바이의 불편함 등을 관찰해 소형 오토바이에 대한 숨겨진 수요를 확신했고, 북미 지역을 슈퍼커브로 다시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북미 지역 소비자들은 자신의 이동 패턴에 딱 맞는 제품에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1964년 북미에서 판매되는 오토바이의 50%는 혼다의 제품이 됐다. 이 밖에도 병원에서 MRI에 들어가기 싫어 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해 해적선, 피터팬 등의 디자인을 도입해 영·유아의 MRI 촬영 시 거부감을 없앤 GE헬스케어(GE Healthcare)의 사례, 가구 배달 직원이 여러 개의 의자를 동시에 운반하기 위해 가구를 해체해 운반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고품질 저비용의 조립가구 시장을 개척한 이케아(IKEA) 등의 사례에서도 관찰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공룡 아마존 역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기호,

성향을 예측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아쉽게도 우연한 기회에 관찰의 힘이 발현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관찰 조사기법의 발전과 관찰의 중요성 전파 등으로 인해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비자 행동을 관찰하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체계적으로 행동을 관찰하고 해당 절차를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도입해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낸 다음의 사례들을 보자.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 기업인 일렉트로룩스(Electrolux)는 청소기의 제품 기획 단계에서 스웨덴 내 1500가구를 방문해 주부들의 청소기 사용 행태를 장시간 관찰했다. 이를 통해 일반 청소기를 이용할 때 본체의 무게로 인해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과 작은 청소기를 병행해 사용한다는 점을 발견했고, 결국 일반 청소기와 휴대용 청소기 두 가지 타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량 무선 청소기인에르고라피도를 개발했다. 일렉트로룩스의 에르고라피도는 2004년 출시 이후 9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한국의 LG전자는 인도에서 출시할 냉장고 신제품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델리와 뭄바이 등 대도시의 30개 가정에 카메라를 설치, 1개월간 인도인들의 냉장고 활용 패턴을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에는 채식주의자들이 많아 육류 보관보다는 야채 보관 기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야채 칸을 크게 만든 냉장고를 출시했다. 또한 같은 방법으로 인도인들이 가정 내에서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로 고생하는 모습을 발견, 전파 발신으로 모기를 쫓아주는 기능을 탑재한 에어컨을 개발하기도 했다.

 

행동 관찰 기법과 더불어 숨겨진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비자 분석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기존 조사 방법에서도 중요한 부분이었으나 데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통찰을 도출하는 작업은 조사자의 몫이었다. 따라서 개인의 지식과 경험의 정도, 샘플 데이터의 한계 등으로 편향된 결과를 도출할 위험이 컸다. 빅데이터 분석은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 해당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 진보 덕택에 비정형, 소셜, 행동 등 거의 모든 종류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졌고 서버, 처리용량 및 속도 등 분석 인프라 역시 보편화됐다. 무엇보다 추천 및 예측 알고리즘의 발전에 힘입어 사람이 발견하기 어려운 소비자의 수요를 컴퓨터를 빌려 통찰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언급된 넷플릭스 역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숨겨진 수요를 발굴하는 데 능숙하다. 넷플릭스는 종전의 성과를 올린 자체 제작 드라마인 하우스 오브 카드의 기획 단계부터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 도입했다. 넷플릭스는 자사가 타깃하고 있는 스트리밍 VOD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 시청 형태를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일일 평균 3000만 건의 동영상(재생/정지/되감기) 기록과 300만 건의 검색 기록, 400만 건의 사용자 평가 정보를 이용해 스트리밍 VOD 시청자들의 선호 콘텐츠를 파악했다. 또한 시청 위치와 단말기 종류, 주중 및 주말의 이용 행태를 통해 시청 형태를 분석했다. 물론 페이스북 및 트위터 등의 소셜 데이터, 시장조사기관의 분석 데이터 등도 조합해 분석을 수행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VOD 이용 고객의 잠재된 수요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스트리밍 VOD 시청자들은 1) 익숙하고 강렬한 스토리를 좋아하고, 2) 케빈 스페이시 주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작품에 관심이 많으며, 3) 한 번에 전편을 몰아서 시청하는 형태가 많다는 등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넷플릭스는 1990 BBC에서 제작된 하우스 오브 카드를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했고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의 캐스팅을 데이터 분석에 의존했다. 나아가 주 단위로 1회씩 공개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편을 동시에 공개하는 출시 전략을 수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를 발판으로 2014년 기준 전 세계 가입자 수 5700만 명을 달성해 타임워너를 능가하는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하게 됐다.

 

전자상거래 업계의 공룡 아마존 역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기호, 성향을 예측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동일 또는 유사 아이템을 구매한 소비자 계층의 상품 구매 패턴을 분석하는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기법은 아마존 추천 시스템(Recommendation System)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미 아마존은 매출의 30% 이상을 추천 시스템을 통해 발생시키고 있다. 덧붙여 최근 아마존은 인터넷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소비자의 생필품 소비 주기까지도 관찰할 수 있는 개인용 쇼핑 디바이스인아마존 대시(Amazon Dash)’를 서비스하고 있다. 대시는 리더기를 통해 생필품의 바코드를 읽거나 음성인식을 이용해 물품 이름을 입력하는 방법을 통해 손쉽게 물품을 구매하도록 지원한다. 소진되고 있는 시리얼과 우유를 대시를 통해 검색할 경우 아마존의 데이터베이스에 해당 정보가 자동 기록된다. 이제 아마존은 소비자의 집 내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고도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 어떤 주기로 제품을 소비하는지를 데이터를 통해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아마존은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노력을 통해 특정 지역의 1일 배송을 가능하게 만들었다(우리나라와 달리 북미 지역에서의 1일 배송은 매우 대단한 일이다). 이는 고객의 소비 주기, 과거 구매내역, 장바구니 항목 등의 정보를 분석해 구매를 예측하고, 소비자가 결제를 수행하기 이전에 인근 지역의 물류창고로 구매가 예상되는 물품을 선제적으로 발송해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놀랍지 않은가? 무서운 아마존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내가 어떤 물건을 언제 구매할지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3) 소비자 수요는 목적지향적이다

- 소비자가 처한 낭비, 불편, 불안의 고충(Hassle)을 해결하자

소비자의 숨겨진 수요를 발견하고자 행동 관찰과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하더라도 방향성 없는 조사는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데이터에 불과하다. 데이터로부터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관찰과 분석을 통해 발견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사 활동의 방향을 어디에 두는 것이 혁신을 달성하는 데 유용할까? 소비자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소비 행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는 다양한 고충에 직면할 수 있다. 소비자의 고충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혁신을 달성하는 지름길이다. 나아가 시장의 선택을 받은 혁신 사례들로부터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고충 중에 특히낭비’ ‘불편’ ‘불안을 해결하는 것이 성공적인 혁신에 도움이 된다. ( 2)

 

 

 

 

 

 

먼저 소비자의 고충 중 시간적, 금전적낭비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멋지게 해결함으로써 혁신에 성공한 경우를 살펴보자. 넷플릭스의 DVD 대여 서비스는 업계 최초로 정액제로 무제한 DVD 이용을 가능케 했으며 이용자들에게 연체료 폭탄이라는 고충, 즉 금전적 낭비 요인을 해결해 줬다. 또한 집카(Zipcar)가 만들고 있는 카셰어링 혁신은 주차할 장소를 찾느라고 연간 450시간을 허비하는 시간적 낭비, 유지 보수, 사고 처리 및 보험 가입 같은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느라 소비되는 금전적 낭비 요인을 해결해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 역시 개발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시간적, 금전적 낭비라는 고충을 말끔히 해결한 혁신으로 볼 수 있다. 개발자들에게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출력해 자동차를 타고 투자자를 설득하러 다니는 수고를 덜어줬으며, 투자자들에게는 인터넷이 연결돼 있는 환경하에서라면 클릭 몇 번 만으로 투자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게 도와줘서 탐색에 들어가는 시간적 낭비를 크게 줄여줬다.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끼는 절차의 복잡함, 사용의 어려움 및 비효율성 등불편함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확산에 성공한 혁신 사례도 있다. 먼저 10년 전 구축된 자동요금징수시스템 이지패스네트워크(Ez-Pass Network, 한국의 하이패스)의 경우 고속도로, 터널 등을 이용할 때 차를 멈추고 요금을 내야 했던 운전자들의 불편함을 해결해 줬다. , 단말기에 요금을 미리 충천해 뒀다면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 필요 없이 편안히 가던 길을 진행하면 된다. 앞서 언급한 아마존 킨들의 경우에는 e북을 다운로드받을 때 컴퓨터를 켜고 컴퓨터와 e북 기기를 연결해줘야 하는 기존 e북의 복잡한 절차, 즉 불편함을 말끔히 해결했다. 스마트폰이라는 카테고리를 개척한 애플 아이폰(iPhone)의 경우를 보자. 아이폰의 성공요인 중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단연코 사용자경험(UX·user experience)이다. 아이폰은 과거 휴대폰, 피처폰의 불편한 문자 메시지와 답답한 웹 브라우징을 개선했고 무엇보다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해 편리함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음악 다운로드의 경우 기존 디바이스들은 열여덟 번에서 서른아홉 번까지 클릭을 해야 했지만 아이폰의 경우 다섯 번만 클릭하면 원하는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주요 고충 중 심리적, 육체적불안요인을 해결한 혁신을 살펴보자. 아마존은 (공급업체의 반발을 무릅쓰고) 업계 최초로 온라인 상품평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물품을 구매할 때 해당 상품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심리적 불안을 해소해줬다.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연간 120만 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는 사회적 고충, 불안 요인은 사람이 운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판단하에 이를 해결하려는 과정의 산출물이다. 구글 글래스의 탄생 배경에서도 육체적 불안 요인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구글 글래스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함에 따라 잦은 화면 응시로 인한 주의력 결핍과 양손의 부자유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안전 사고들을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상의 혁신 사례들은 소비자가 느끼는 낭비, 불편 불안 등의 고충 파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한 산출물이다. 다만 일부 혁신들은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과 같은 천재적인 기업가들의 직관과 우연에 의존해 이뤄진 경우가 많다. 지속적으로 고충을 발굴하고, 혁신을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일부 선진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고충을 찾고 이를 혁신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의솔브포엑스(Solve for X)’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2012 2월 출범한 구글의 솔브포엑스는 인류 및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혁신 기술로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실제 제품화하려는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는 구글X팀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으며 발명가, 기업가,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참여시켜 고충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 앞서 언급한 구글의 무인자동차와 구글글래스를 들 수 있다. 구글의 솔브포엑스 프로젝트 이전에도 선진 기업들은 아이디어를 공모해 제품화시키려는 활동을 수행해왔다. IBM이노베이션 잼(Innovation Jam)’, 최근 LG전자가 수행하고 있는아이디어LG(Idea LG)’ 등은 기업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이다.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겠다는 개념은 솔브포엑스와 유사하지만 구글의 경우는 고충, 즉 소비자의 문제 해결이라는 방향성을 큰 축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차별화된다. 구글은 혁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소비자의 고충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소비자의 고충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들에게 선택받는 혁신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혁신하고 싶으면 고객의 옆에 서라

인류 역사상 혁신의 속도가 이처럼 빨랐던 적이 있었을까? 불과 수년 전 시장을 호령하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경쟁력을 잃어가고 신흥 기업들은 기존 기업들이 대응할 충분한 시간도 없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조간 신문에는 매일같이 샤오미, 테슬라, 집카 등 기존 업체를 위협하는 신흥 기업의 기사들로 가득하다. 이는 앞에서 밝혔듯이 IT에 의한 혁신 인프라의 발전, 다양한 투자 기법의 등장, 그리고 소비자의 혁신 수용 단계 축소라는 세 가지 주요 동인에 의해 발생하게 된 혁신 환경의 구조적 변화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 생산성과 적중률이 높은 혁신을 시장에 내놓으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우리가 예언자가 아닌 이상 적중률 높은 혁신을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인 방향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본고에서는 혁신의 수용자인 소비자를 혁신의 방향으로 잡아야 함을 강조한다. 아마존의 킨들, 애플의 아이폰, 넷플릭스의 온라인 DVD 대여 등 수많은 혁신 사례들은 혁신이 소비자를 향할 때 적중률이 높아진다는 단초를 제공한다. 덧붙여 혁신을 수행할 때 주의해야 할 3가지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 소비자의 수요는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혁신도 이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설령 소비자의 수요 진화가 기존 사업을 위협하는 방향이라도 새로운 혁신을 과감하게 추구해야 한다. 둘째, 소비자의 수요는 파악하기 힘들며 소비자 본인도 스스로의 욕구를 표현하기 어렵다. 행동 관찰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숨겨진 수요를 발견해야 한다. 셋째, 관찰의 목적을 소비자의 고충(낭비, 불편, 불안)을 정의하고 발견하는 데 집중하고 그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기존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전기전자, 정보통신, 자동차 등 주도산업들은 중국을 비롯한 후발업체의 빠른 추격과 빈번한 와해성 혁신의 공격을 받고 있고 절치부심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지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홈, 무인자동차 등의 새로운 시장에서 소비자의 최종 선택을 받은 혁신은 없는 듯 보인다. 더 늦기 전에 소비자의 곁으로 가서 소비자를 관찰하고, 그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을 만들어내자. 그러면 새로운 시장에서의 선도기업이라는 큰 열매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다.

 

 

최민경한국기술교육대 연구교수 mk_choy@hanmail.net

박군호삼성SDS 책임연구원 gunno_park@hanmail.net

최민경연구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가톨릭대 등에서 경영학 전공 과목을 강의했으며 현재 한국기술교육대 기술혁신경영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소비자 행동, 브랜드 관리, 하이테크 마케팅, B2B 마케팅 분야의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박군호책임연구원은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및 박사(기술경영) 학위를 받았다. 기술 제휴, JV(합작회사), M&A(인수합병) 등 기업 간 협력 전략과 기업 혁신 전략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전략경영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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