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과 한국의 기회
Article at a Glance – 경영전략
후진타오 시대 국영기업을 앞세워 고속 성장했던 중국 경제는 시진핑 시대 3년 차를 맞아 ‘스마트 제조’ ‘인터넷 플러스’ 등 제조와 IT,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하는 민간 주도의 경제 체제로 방향을 전환했다. 13억이 넘는 내수시장의 뒷받침을 받는 중국 기업에 맞서 싸우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한국 기업만의 강점인 속도와 섬세한 감각을 살려 용의 등에 올라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중국의 투자를 껄끄럽게 생각하지만 말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한국만의 매력을 지켜나가야 한다. G2 경제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
시진핑의 중국 경제 키워드: 스마트제조, 인터넷+(플러스)
2015년 3월 개최된 중국 연중 최대 정치쇼인 양회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부상했다. 바로 ‘스마트제조’와 ‘인터넷+’였다. 양회는 공산당의 전당대회에 해당하는 정치협상회의와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회의 이 두 회의를 의미한다. 사실상 공산당 1당 지배국가인 중국에 있어서 정치협상회의가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으나 요즘에는 인민대표회의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의 총수들의 발언 비중이 차츰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양회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은 시진핑이 정권을 잡은 지 만 2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10년 재임기간의 초기 2년은 사실 전임자 후진타오의 품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시기다. 아직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린 것이 아니다. 취임 후 2년간 시진핑 정권은 과거 후진타오 10년의 잔재를 청산하는 데 힘을 쏟았지 무언가를 새롭게 드라이브를 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취임 3년 차를 맞이하는 2015년 3월에 개최된 양회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본격적인 시진핑 시대의 청사진을 공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양회에서는 ‘스마트제조’ ‘인터넷+’ 같은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고 2025년을 타깃으로 하는 원대한 10년 발전 계획이 등장했다.
이번 양회에서는 ‘중국제조 2025’라는 말도 나왔다. 노동력과 자원으로 경쟁하던 제조업이 아니라 앞으로는 기술·인재·정보를 새로운 단계로 격상시키고 새로운 경제 체제를 창조하자는 구호다. 즉 시진핑이 그리는 미래 중국의 경제는 스마트한 제조업, 기술집약적 글로벌 리딩 첨단 제조업을 지향하는 것이다. 더 이상 규모의 경제, 거대한 토목건설로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전임자 후진타오의 10년은 중국판 뉴딜정책이었던, 수천㎞에 달하는 고속철도와 에너지 확보를 위한 전 세계 자원 투자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거대한 정부 주도 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중국을 안정적 고속성장의 궤도에 올려놓았고 실제 중국의 도시화, 산업 현대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하다. 부의 국영기업 집중과 그로 인한 비효율, 관료의 부정부패가 심각해졌다. 그뿐 아니다. 지방정부의 경쟁적 도시화 고속성장 추구로 농촌에는 텅 빈 고층빌딩이 유령도시처럼 솟아 있고 지방정부 부채는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본체 국유산업인 금융업은 공무원 마인드로 변화를 거부하며 국유기업과 유착관계에서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불거진 문제가 바로 그림자 금융이다. 은행들이 국유기업에만 저금리 우대조건에 대출해주고 민영기업들에는 대출하지 않자 대형 국유기업이 민영기업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암암리에 수행하며 폭리를 취한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 2년간 이런 복잡 다난한 후진타오의 그림자를 지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기간에 성장률이 8%, 7%로 좀 떨어져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임기를 마칠 2023년까지 8년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초기 2년 정도는 정리하고 준비하는 기간으로 아깝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2015년은 이제 시진핑이 제대로 진열을 정비하고 엑셀 페달을 밟을 때가 왔다. 그 키워드가 바로 스마트한 제조업 강국, 중국 제조 2025의 비전이다. 이 비전에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제조업에 연계하고, 세계 최첨단의 기술 수준을 확보해서 고부가가치의 제조 브랜드를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미래 10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스마트제조’와 ‘인터넷+’를 하나의 맥락에서 제시하는 중국 정부는 전 세계 IT산업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는 안목을 지녔다.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알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제조업에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 인터넷에 ‘+’를 덧붙인 것을 쉽게 보아 넘기면 절대 안 된다. 중국 정부의 수사는 보통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수사는 말에 그치지 않고 1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대부분 실현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한 제조와 인터넷 플러스를 동시에 담아내는 키워드들은 로봇, 인공지능,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가상현실이다. 모든 사람, 기계, 사물이 연계돼 온·오프융합 서비스 산업을 지배하고, 제조업 효율을 극대화로 이어지게 만들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기술발전의 첨단에서 미국, 한국, 일본과 당당히 경쟁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중국 2025년 비전은 모바일혁명에서 시작된다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제조업, 인터넷/모바일 산업의 질적 성장을 선언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외치는 근간에는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 그 근거는 현재진행형인 중국판 ‘모바일혁명’에서 나온다. 주역은 1980, 1990년대에 태어난 20∼30대 젊은 중국 청년들이다. 중국어로는 빠링호우, 지우링호우라고 불리는 세대다. 과거 PC게임으로 여가를 즐기던 수억 명의 중고등학생이 이제는 성인이 돼 스마트폰으로 게임 아이템에 ‘현질(유료 아이템 구매)’을 하고, 모바일 전자상거래로 물건을 사고, 모바일 메신저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이 중국 청년들은 한국 청년들만큼이나 참을성이 없고, 금새 지루함을 느낀다. 미국, 유럽 유학에서 돌아온 중국 청년들은 이런 광속 변화에 트렌디함이란 경쟁력을 더해준다. 지금 중국의 청년들은 속도와 세련됨을 겸비한 글로벌 리딩 모바일 종족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이미 중국은 전 세계 모바일혁명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다. 이 혁명은 과거 마오쩌둥 문화혁명처럼 정부가 이끄는 혁명이 아니라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혁명이고, 청년들이 자생적으로 이끌어가는 혁명이다. 이 혁명에 가담한 인구가 8억 명이 족히 넘는다는 사실은 혁명을 더욱 혁명답게 만들어준다.
특히 중국 모바일혁명의 주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래액 기준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시가총액 250조 원), 7억 명 모바일 유저를 보유한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 SNS 기업 텐센트(시가총액 150조 원), 창업 5년 만에 1억 대 스마트폰을 팔아 치우며 중국 스마트폰 1위에 등극한 샤오미(시가총액 50조 원 추정, 비상장), IBM·모토로라를 인수한 세계 1위 PC기업 레노버, 통신업계의 특허공룡 화웨이(비상장), 그리고 미래의 샤오미, 알리바바, 텐센트를 꿈꾸며 벤처창업의 전선에서 땀 흘리는 중국 수천만의 청년 벤처창업가들이 그 주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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