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탭스콧 강연 및 토론

디지털이 낳은 폭발적 변화의 시대, 연결하고 참여하면 ‘제국’도 가능하다

168호 (2015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혁신

 

오늘날 성공하는 기업은 개방적이고 유연한 경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경쟁 원칙은 회사의 벽을 넘어 외부 지식과 자원 및 인재를 활용하는 것이다. 협업 지성은 혁신의 중심이며, 독특하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올리는 자석이다. 기존 사업 설계 방식에 도전해 성공적인 협업 경제를 만들어 내고 있는 10가지 비즈니스 모델은 다음과 같다.

1) Digital Conglomerates 2) Data Fracker 3) The New Aggretagors 4) Peer Pioneers 5) Ideagoras 6) Ideagoras 7) The New Alexandrian 8) Platform for Participation 9) The Re-intermediaries 10) The Wiki Workplace

 

 

“‘체스판 위의 쌀알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인도의 한 왕이 게임이 마음에 든다며 체스 발명가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발명가는 쌀을 달라고 했다. 체스판 첫 칸에부터 한 알, 두 알, 네 알, 여덟 알 하는 식으로 예순네 번째 칸까지 두 배씩 쌀을 늘려 달라고 한 거다. 왕은 시시한 부탁이라고 생각해서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데 웬걸, 서른 두 번째 칸이 되자 황제가 줘야 할 쌀이 무려 40억 알이 넘었다. 마지막 칸까지 가게 되면 쌀은 1800경 알이 넘었다. 인도에서 나는 모든 수확물을 다 모아도 불가능한 양이었다. 결국 왕은 이 소원을 들어줄 수 없었다.”

 

 

‘동아비즈니스포럼 2014’의 첫날 기조연설을 맡은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회장은우리는 지금 체스판 후반부에 접어든 격이라며 디지털로 인해 우리 삶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은 체스판 위의 쌀알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이로 인해 초반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는 산업화 시대와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해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탭스콧 대표의 강연과 이경전 경희대 교수와의 토론 내용 가운데 핵심을 요약한다.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회장 (동아일보 박영대)

 

혁신의 바다로 뛰어들어라

현재 세계 경제 상황, 즉 더블딥, 고용창출 없는 회복, 경기둔화 등의 문제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인류는 현재 역사상 전례 없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산업자본주의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제조업, 금융업, 미디어 등 여러 산업이 엄청나게 큰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표준화, 규모화, 대량 마케팅, 대량 미디어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변화의 바탕에 놓인 것이 바로 디지털이다.

 

디지털 혁명은 곳곳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술혁명이다. 디지털 기술은 최근 인류의 삶을 급속하게 바꾸고 있다. 우리는 빅데이터를 통해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정보를 분석할 수 있게 됐고,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사물인터넷(IoT)과 로봇기술도 계속 발전해 미래에 우리는 더 편안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디지털 이민자 세대인 현재 40∼50대 세대와 달리 현재 본격적으로 노동인구에 진입하는 20대의 경우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기를 다룬다. 이들은 자유롭고, 개인적이고, 빠르고, 혁신적이며, 재미를 즐긴다. 인터넷 공간에서 세계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협력한다. 디지털을 배워야만 했던 나의 세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스스로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고, 시장을 창출하면서 사회를 발전시킬 줄 안다. 인류 사상 최초로 젊은이들이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자본이 없더라도 의지만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조직을 만들 수 있다. 미국에 있는 한 싱글맘커뮤니티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힘을 갖고 있다. 인터넷 덕분에 전통적으로 수동적 위치에 있던 싱글맘들이 이제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사회 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제구조 역시 변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수직계열화가 기업의 지배적인 성공 모델로 작용했다. 한 회사에서 부품 생산부터 완제품 제작까지 총괄했다. 제품 생산에 이르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수직계열화는 산업화 시대에 꽤 유용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굳이 한 기업이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다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외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서도 수직계열화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특정 기업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른 기업들이 하도록 두면 된다. 이렇게 해도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창업비용도 많이 줄었다. 벤처 기업가들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본금을 얻을 수 있다. 여러 거래비용이 줄어들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과 마찬가지의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재능을 외부에서 끌어올 수도 있다. 기업가정신을 가진 창업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세계 오토바이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는다. 할리데이비스 같은 유명 브랜드가 없음에도 말이다.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현지 영세업자들이 협력했기 때문이다. 현지 업체들은 엔진, 디자인, 조립, 판매 등 자사가 장점을 가진 분야에서 특화해 마치 거대한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인다. 비용을 최소화했고, 네트워킹을 최대로 활용했다. 이 방식이 성공을 거두자 중국에서는 1000달러짜리 자동차도 이런 모델로 내놓기로 했다. 세계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 <그림 1>

 

 

‘불타는 플랫폼(Burning Platform)’이란 개념이 있다. 1988년 영국 북해 유전에서 석유시추선에 화재가 발생해 168명이 사망한 사고에서 나온 말이다. 이 사고에서 앤디모칸이라는 사람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다른 사람들이 유전에 붙은 불을 끄거나 불타는 갑판 위에서 우물쭈물 하는 사이 혼자 북해의 차가운 바다로 과감하게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나려면 불을 끄려고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 디지털 시대의 혁신을 향해 바다로 뛰어들어야만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림 2>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10가지

산업화 시대의 낡은 유물은 이제 침몰하고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융통성 있는 구조를 만들어 외부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끌어모으는 기업만이 생존에 필요한 활력을 얻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예상하고 주도하는 회사가 업계에서 중요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느슨하게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가치를 공동 생산하는 수백만 명의 자치 생산자들과 기업이 공존하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경제 모델을 보고 있다. 나는 이것을 협업 경제(collaboration economy)라고 부른다. 협업 경제의 특징을 살펴보자. 기존 사업 설계 방식에 도전해 성공적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10가지와 각각의 대표 사례가 있다.

 

1) Digital Conglomerates

구글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인터넷 광고를 통해서만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금융, 미디어, 제조 등 여러 분야에서 수익을 얻고 있다. 과거의 대기업들이 주로 연관성 있는 관련 업종 위주로 사업을 확대해갔다면 구글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있다. 애플도 디지털 대기업의 훌륭한 예가 된다. 애플은 미디어, 제조, 소프트웨어 회사이면서 최근애플 페이를 통해 금융업 진출도 선언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완전히 새로운 행태를 보이며 사업을 확장하는 대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2) Data Frackers

프래킹(Fracking)은 땅속 깊숙이 묻힌 석유를 지표 위로 끌어올리는 데 쓰이는 고압 파쇄기술이다. 전통적인 산업시대에는 석유 프래킹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데이터 프래킹이 중요한 시대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그 안에서 많은 사업 기회를 찾아내는 시대가 왔단 의미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해서 데이터를 끌어모으고 있다. 가입자들이 매일 인터넷에 올리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페이스북이 어떤 기업보다 놀라운 부를 축적하도록 하는 근간이 된다. 기업들은 페이스북에 광고하기를 원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은 엄청난 광고수익을 얻고 있다. 릴레이션십 사이언스(Relationship Science·RelSci)도 엄청나게 유용한 개인정보를 모아 성공적으로 비즈니스화했다. 이 회사는 세계 200만 명의 사람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약 누군가가 엘 고어와 대화하고 싶어 한다고 치자. 릴레이션십 사이언스 홈페이지에 본인의 이름과 속해 있는 기업 등 여러 개인정보를 입력하라. 그러면 지하철 노선도처럼 당신을 엘 고어와 연결시켜주는 여러 경로가 나타날 것이다. 유명인과 접촉점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릴레이션십 사이언스는 엄청난 인맥 데이터를 쌓고 있으며 회사 규모도 최근 급격히 성장했다.

 

3) The New Aggretagors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인 우버(Uber)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버는 새롭고 혁신적인 무언가를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집합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에어비앤비(Airbnb)도 마찬가지다. 집 혹은 방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개인들을 모아 부동산 소유자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한 게 전부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집합체를 만든 것이다. 버즈카(Buzzcar), 디뮤어(Demeure) 등 최근 기존에 없던 집합체들이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4) Peer Pioneers

운영체제(OS)나 온라인 백과사전 등 분산돼 있는 수천여 명의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자본력이 막강한 대기업보다 훨씬 빠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위키디피디아를 예로 들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웹상에서 방문자 수가 가장 많은 사이트 중 하나다. 수천 명의 웹 사용자들은 자진해서 자기 지식과 시간을 바친다. 전 인류가 모국어로 읽을 수 있는 수준 높은 백과사전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뜻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5) Ideagoras

고대 아테네의 심장부에서 부흥했던 시장, 아고라에서 따온 개념이다. 그 시절의 아고라는 급성장하는 아테네 시민 계급의 정치와 상업의 중심지였다. 현대의 이데아고라는 보다 구체적인 목적을 수행한다. 그것은 혁신에 굶주린 회사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전 세계의 아이디어와 발명품, 과학적인 전문 지식을 끌어모으는 것. 사내 혁신만으로는 경쟁이 극심하고 급변하는 경제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전 세계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P&G가 이데아고라 모델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P&G는 외부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이노센티브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사내 인력의 10배가 넘는 세계 유능한 인재 집합을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관련된 아이디어의 50% 이상을 회사 밖에서 얻고 있다고 한다. 아마존, 보잉, BMW 등 세계적 기업들도 회사 바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6) The Prosumers

소비자를 생산자로 전환해야 한다. 고객이 회사와 별개의 영역에 존재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고객 중심이라고 강조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고객을 기업과 따로 생각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고객과 함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영리한 기업은 고객을 비즈니스 웹으로 끌어들여 차세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긴다. 소비자와 함께 혁신을 이뤄가는 기업으로는 미국의 도리토스를 들 수 있다. 스낵을 주로 판매하는 이 회사는 소비자들에게 제품 광고 UCC 공모전을 개최한 후 그중에서 가장 훌륭한 광고를 슈퍼볼 광고로 집행한다. 월드컵 결승전 다음으로 광고 가격이 비싼 슈퍼볼 결승전 광고에서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가 만든 광고가 나가는 것이다. 이 전략은 기업이 참신하고 기발한 광고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뿐더러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소중한 동반자로 인식된다고 여기게 만든다. 이는 기업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7) The New Alexandrians

알렉산드리아는 엄청난 양의 장서를 보관했던 도서관으로 고대 학문과 예술의 상징이었다. 많은 것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오늘을 빗댄 표현이다. 전통적인 경제 상식에 따르면 기업은 지식과 기술을 은밀하게 보관해야 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회사 밖에 있는 사람들이 지적재산을 공유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보고 불편해했다. 하지만 오늘날 네트워크 경제에서 소유권을 독점하는 지식은 진공 상태를 만들어낼 뿐이다. 새로운 협업 형태가 과학 커뮤니티에도 뿌리를 내림에 따라 영리한 기업들은 과학 연구 및 경쟁 방식까지도 완전히 재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기업은 벤처 유형에 따라 적절하고 빠르게 과학적 발견을 파악해 활용하고, 주력 분야에 집중하며, 상호 학습을 촉진하고, 연구에 수반되는 비용과 위험부담을 분산시킨다. 약물의 특허기간 만료로 제네릭(복제약) 등이 쏟아지면서 위축되고 있는 제약기업들은 이 모델을 누구보다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제약사들은 임상 실험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배달 공정, 포장, 서비스, 마케팅, 고객 경험 등 전방위에 걸쳐 협업을 하고 있다. 서로의 전문지식을 모아 더 나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8) Platform for Participation

이베이, 구글, 아마존을 중심으로 형성된 개발자 커뮤니티가 대표적인 예다. 커뮤니티를 통해 외부 파트너들도 특정 기업의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종류의 쇼핑몰이나 프로그램을 발명하고 전반적으로 사업 프로세스를 통합하기 위한 도구를 만들 수도 있다. 이베이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40% 이상이 현재 이베이를 대체 판매 채널로 사용하는 외부 스토어의 재고 시스템에서 자동 업로드된다. 아마존은 독특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수십만여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자사의 제품 데이터베이스 및 결제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했다. 개발자들의 손에 더 많은 데이터를 쥐어줄수록 흥미로운 도구와 사이트 및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아마존에 들어오는 수익도 커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이 기업에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혁신의 속도와 범위를 확대하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을 개방하라. 개방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면 민첩한 플랫폼 조정자들에게 패배할 위험을 안게 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애플의 iOS를 제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9) The Re-intermediaries

페이팔이 좋은 예다. 페이팔은 온라인 대금 결제 및 송금 서비스업체다. 페이팔 등 온라인 금융 서비스 업체가 속속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던 은행 등이 위협받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을 활용한 재중개기관이 늘어나면 기존에 물리적인 이유로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했던 개발도상국에서도 은행 시스템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10) The Wiki Workplace

위키 일터는 비정통적인 방식으로 조직의 계급구조를 초월해 혁신을 증대하고 사기를 진작시킨다. 기업용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IBM 커넥션(IBM Con-nections)이 위키 일터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품은 기업이 필요할 때 즉시 협업을 착수할 수 있도록 위키, 블로그, 활동 내역을 비롯한 광범위한 기능을 제공한다. 또 커넥션 플랫폼 내부에서 기업 e메일, 캘린더 및 비즈니스 업무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하기 때문에 원활한 통합 협업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구글 통합 오피스, JIVA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협업 시스템이 확대되면 일하는 방식도 변한다. 이런 시스템에서 직원들은 하향식 개념, 프로세스, 분류법 등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사용자들 스스로가 그들만의 방식대로 원하는 것을 수정하고 만들 수 있다. 과거에는 완전하게 짜여진 군악에 맞춰 틀에 박힌 자세로 행진하는 군대였다면 미래의 일터는 뮤지션들이 멜로디, 박자만 미리 정한 상태에서 즉흥적이고 창조적으로 연주하는 재즈 앙상블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남다른 생각의 힘

새로운 패러다임은 혼란과 불확실성, 때로는 재난을 초래한다. 그리고 거의 항상 냉담하거나 적대적으로 받아들여지며 그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기득권자들은 변화에 저항하고 구시대의 리더들은 가장 마지막까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기도 한다. 따라서 대개 리더십의 위기를 초래한다.

 

많은 회사가 여전히 대규모 협업 혁명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이동통신 회사들은 그들의 위협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합류하려고 할 때는 이미 늦다.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아가는 이 시점에서 기업은 레이더망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향해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오늘날 성공하는 기업은 개방적이고 유연한 경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경쟁 원칙은 회사의 벽을 넘어 외부 지식과 자원 및 인재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혁신의 중심이며 독특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자석이다. 그들은 내부 인력을 통합 및 조율에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전체 세계를 자사의 연구개발 부서로 간주한다. 이 모든 요소들이 새로운 종류의 협업 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의 경영자들이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획일적이고 자기만족적이며 안으로만 파고드는 기업은 점점 성공과 멀어진다는 점이다. 어떤 산업에서 경쟁하고 있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내부의 능력에만 의존해서는 성장과 혁신을 원하는 시장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

 

영국에 스탈링이라는 새가 있다. 찌르레기과의 조류로 이동할 때 수만 마리가 떼로 움직인다. 이들은 서로 가까이 있기 때문에 서로의 체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준다. 또 주변에서 머뭇거리는 포식자들부터도 서로를 보호한다. 함께 있기 때문에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한 명의 리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만 마리의 새들이 굉장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단체행동의 이점을 취한다. 과학자들은 이 새를 연구하면서 이들의 단체행동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위에서 말했던 협업을 스탈링이 하는 것이다. 그들은 먹이가 어디 있는지, 어떤 지역이 위험한지 등에 대한 정보와 위험상황도 공유한다. 개별 새 한 마리의 이해관계와 새떼 전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단체행동을 통해 이들은 개별행동에 나설 때보다 훨씬 더 많은 풍요를 누릴 수 있다.

 

이를 우리 삶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우리의 지식을 공유해서 더 잘사는 사회를 만들 수 없을까. 이는 비단 비즈니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한 나라, 더 큰 세계 공동체의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정 토론

이경전 경희대 교수:불과 지난 몇 십 년 동안 일어났던 디지털 혁명은 우리가 사람들과 연락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디지털 혁명은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에서 금융 서비스, 제약,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요 산업에서도 급격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과학,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영역으로도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포럼을 주최한 동아일보와 채널A 같은 미디어 기업들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매스미디어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탭스콧:디지털 혁명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분야가 바로 미디어 부문이다. 특히 25세 이하의 젊은 층은 더 이상 편성표에 맞춰 TV를 시청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시간에, 원하는 사람과, 특별한 장소에서 언제든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프라임 타임이 될 수 있다. 유튜브가 새로운 플랫폼이 되고 있다. 예전에 채널이 5000만 개가 생길 것 같다고 예측한 바 있다. 지금은 1억 개 정도의 채널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특화된, 세분화된 채널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 비춰볼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이 신문사다. 사회 정보를 전달하던 예전 방식이 무너지고 있다.

 

블로그는 어떤가. 여전히 블로그를 하는 사람을 해커 혹은 긴 머리에 정신이 반쯤 나간 것 같은 사람이라고 정의하는가. 이는 완전히 잘못됐다. 전체 블로거의 절반 이상이 대학을 졸업했고, 20% 이상은 석사 학위를 갖고 있다. 그리고 3분의 1은 전() 언론인이다. 이는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언론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 여기서 사회자와 나는 (가칭) 한국 대안일보를 만들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스포츠, 문화, 음악 등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초빙해서 그들의 글을 네트워크 안에 하나로 모으는 거다. 유명 인사들이 직접 매체를 홍보하면 된다. 이 분들은 특정 언론사에 전적으로 소속돼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각자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경제논리를 개발해서 그 안에서 수익을 서로 나누는 거다. 건물도, 인쇄기도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거대한 변화에 미디어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탭스콧: CNN이 트위터를 발명하지 못했을까. NBC는 왜 유튜브를 만들지 못했을까. 기득권 세력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경영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저항할 것이 아니라 심호흡을 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문화를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새로운 뉴스와 정보의 문화를 찾을 수 있다. 고품질 콘텐츠와 독특한 뉴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국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를 보라. 시사 잡지 시장은 축소되고 있지만 <이코노미스트>의 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과 디지털 기기에 어울리는 기사를 계속 만들고 협업혁신을 받아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IBM이 리눅스 커뮤니티에 참여했기 때문에 상품화된 운영체제(OS)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수익성 높은 컨설팅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신문사들도 상품화된 뉴스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협업혁신의 힘을 활용해 새롭고 흥미로운 모델과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

 

미디어 경영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저항할 것이 아니라 심호흡을 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탭스콧 회장은 여러 저서에서 음악 산업의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디지털 혁명이 음악 산업을 어떻게 바꿀 것이라고 예상하나?

탭스콧:음악 산업의 미래도 굉장한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 산업은 20년 전만 해도 수익성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물리적인 유통 모델로 인해 엄청난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CD를 만들고, 트럭에 싣고, 매장에 진열해야만 했다. 이런 절차 속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뮤지션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음반 업계는 슈퍼스타를 만드는 데만 혈안이 돼 있었다. 야구에서 오직 홈런만을 인정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예전에는 홈런을 칠 수 있는 사람만 자신의 음악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기회를 얻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음악가들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디지털 음원을 수억 명의 청취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됐다. 다시 야구에 비유하자면 오직 일루타나 이루타만 칠 수 있는 사람들도 음악을 만들고 돈을 벌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인터넷이 그간 유통 단계에 들어갔던 거래비용을 거의 0원으로 환원시켜 버렸기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는 음반회사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우리는 더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대학에서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은 오랜 시간 지식인을 키워내는 상아탑으로서 굳건히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대규모 오픈 온라인 코스)가 등장하면서 대학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탭스콧:대학 입학률이 전례 없이 높은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지배적인 지식 인프라로 자리를 잡고, 신세대 학생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고등교육 모델을 요구함에 따라 대학들의 지배적인 영향력도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안타깝지만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대학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그저 좋은 생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현재 교육 시스템은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이다. 사실 이런 학습모델은 산업화 시대의 것이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교육시키기 위한,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인 것이다. 이런 모델이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것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시대착오적인 건 확실하다. 예전에는 이런 방식으로 충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기술은 더 빨리 변한다. 대학 1년 때 배운 지식은 당장 5년 후 회사에 취업해 일을 할 때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단순 지식보다 평생 학습하고, 사고하고, 분석하고, 종합하고, 접목하고, 협업하고, 의사소통하는 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교육을 통해 이런 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1978년 대학원에서 통계학 과정을 공부하던 때였다. 당시 미니 컴퓨터를 가지고 나만의 진도에 따라 여러 시험을 했다. 혼자서 나의 속도에 맞춰서 수십 번의 실험을 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나만의 노하우를 익혔고 지식을 얻었다. 지루한 강의실보다 이곳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다.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INSEAD)에 다니는 내 딸도 파리 외곽에서닉스웨어(Knix wear)’라는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학교 프로젝트를 준비하다 실제 회사까지 만들게 됐다. 그도 수업에서뿐만 아니라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새로운 것을 스스로 익혔다고 했다. 공부란 이처럼 자기 주도적이어야 한다. 교실에서는 일방적인 강의만 있는 게 아니라 협업학습이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팀플레이에 참여하고,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고, 철저하게 스스로 수업을 준비하는 것 등이 학생에게 훨씬 더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통계학 교수가 1만 명인데 왜 이들이 다 따로 강연 노트를 만들어야 할까. 노트 위에 적힌 내용은 전부 다 똑같은데 말이다. 차라리 전 세계 교수진이 협업해서 메타대학(Meta University)을 만드는 게 어떨까. 최고의 교과과정을 만들어서 최고의 교육 자료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미국 대학의 절반이 20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e커머스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소매업자들은 줄어드는 시장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O2O(Offline-to-Online) 커머스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도 한다. 유통산업은 디지털 혁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탭스콧:큰 유통업체들은 시장이 축소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채널 전략이 필요하다.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한 여성의 스마트폰이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그때 안젤리나 졸리가 시상식에서 입고 나온 빨간색 드레스가 한 옷 가게에 입고됐단 메신저가 떴다. 그 여성이 스마트폰의 보관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옷 가게에 간다. 가게에 들어가면 블루투스로 문 앞에서부터 여성이 왔다는 걸 인식할 수 있다. 그럼 옷 가게 주인은 여성이 보관해 둔 빨간색 드레스를 보여준다. 그 옷이 마음에 들면 결제해서 나가면 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하게 혼합한 서비스다. 이처럼 앞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떻게 통합시킬까가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유통업계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통상 소비자 경험은 크게 5가지로 나뉘는데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마진이 높아지고 고객의 평가도 좋아진다. 예를 들어 시카고의 커피시장에 갔다고 하자. 커피콩은 50센트다. 이것을 사서 커피숍에서 커피를 만들어 서비스하면 1달러 정도의 가치가 된다. 우유도 넣고 스타벅스 로고도 더해보자. 그럼 4달러가 된다. 같은 커피콩인데도 불구하고 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여기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무선서비스 비용과 최신 기술을 더하면 가격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커피콩을 50센트에 사는 대신 4달러 이상을 주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일상으로 경험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림 3>

 

 

애플은 어떤가. 애플은 반도체 칩을 이용해서아이팟이라는 상품을 만들었다. 그 위에아이튠즈라는 서비스를 얹었다. 그 다음애플스토어라는 멋진 소매매장도 열었다. 애플스토어에서는 파란 옷을 입은 점원들이 친절하게 애플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경험을 선물하는 것이다. 아이튠즈는 단순히 음악을 서비스하는 것에서 벗어나 영화와 TV까지도 애플TV와 연결시켰다. 애플의 방식은 내가 음악을 듣는가 마는가만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삶을 바꾼 것이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춤을 추고. 이 모든 경험을 공유하게 했다. 사람들에게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전환적 순간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산업사회의 대표산업인 제조업은 어떠한가. 사물인터넷의 등장도 제조업 자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조업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탭스콧:제조업은 엄청나게 변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으며, 지금도 변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들은 스마트화될 것이다. 우리는 집 밖에서도 토스트기와 냉장고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3D 프린터의 등장도 이런 변화를 이끌 것이다. 제조방식도 바뀌고 있다. 로봇기술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공급 체인이 등장했다. 수직계열화 방식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다. 이제는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다 만들 필요가 없이 가상의 수직 모델을 통해서 수직계열화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런 구조는 매우 투명해서 재료, 가격, 원자재, 최종소비자의 수요까지도 관계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모두 인터넷으로 인해 거래비용과 헙업비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하다.

 

포드는 제철소, 발전소, 유리 제조업체, 은행, 선박회사 등 거의 모든 업종의 회사를 갖고 있었다. 헨리 포드는 온두라스에 숲까지 갖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목재까지 내부적으로 구할 수 있었다. 필요한 것들을 일일이 외부에서 구하기보단 모든 서비스를 한 울타리에 두고자 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더 이상 이럴 필요가 없다. 필요한 건 무엇이든지 빠르게 찾을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필요하게 많은 것을 한 울타리에 담아두면 보관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보잉787도 제조방식이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미리 설계도를 다 짜놓고 일부 부품만 협력업체에 발주하는 식이었다. 중요한 업무는 모두 보잉에서 담당하고 단순 작업만 외부에 맡겼다. 하지만 지금은 설계부터 협력 업체와 같이 논의한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협력 업체와 소통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처럼 전통적인 대기업에서도 이미 변화는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말할 때 꼭 같이 나오는 게 있다. 바로 프라이버시 문제다. 체중계에서 무게를 재면 저울 회사로 정보가 바로 전송된다. 기업들은 사람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체중정보를 알게 된다. 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엄청난 개인정보를 모으고 있고 이는 때때로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HBR1 에도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글이 실렸다. 사물인터넷 제품을 통해서 나온 개인정보는 고객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탭스콧:나도 그 기사를 읽었다. 상당히 합리적인 글이었다고 기억한다. 기업들은 우리의 정보를 얻고, 우리가 만들고 생산하는 콘텐츠를 통해 돈을 번다. 이 모든 게 디지털 경제를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크게 두 가지의 감시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정부에 의한 감시다. 현대 국가는 빅데이터로 사람들을 쉽게 감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조지오웰의에서빅 브라더가 사람들을 감시하는 것처럼 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심판>과 비슷한 것 같다. 소설 속에서 재판에 회부된 남자는 자신이 무슨 죄목으로 회부됐으며, 누가 자신을 기소했는지, 증거는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잘 모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정부를 선하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정부가 항상 옳은 결정만 내리는 건 아니다. 그래서 정부가 선하다고만 믿는 것은 순진한(naive) 태도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리틀 브라더문제다. 바로 기업에 의한 감시다. 우리가 13개월 전에 무엇을 샀고, 14개월 전에 채팅으로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등 정작 자신은 모르지만 기업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20년 전에 우리는 개인정보 유출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써라. 사회보장번호는 함부로 누설해선 안 된다 등등의 매뉴얼이 있었다. 바로 데이터 노출 최소화 전략이었다. 이 전략으로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겨지는 시대다. 여러 개의 센서가 우리 주변에서 돌아가고 있고 병원 건강검진을 통해 심장 박동, 건강 기록 등이 전부 어딘가에 저장된다.

 

 

필요한 것들을 일일이 외부에서 구하기보단

모든 서비스를 한 울타리에 두고자 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더 이상 이럴 필요가 없다.

필요한 건 무엇이든지 빠르게 찾을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HBR에 나왔듯이 데이터 뉴딜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누가 소유할 것인가에 대한 법과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회 내에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는 기업에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기업은 나로부터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목적에만 충실하게 사용돼야 하고, 개인정보는 허락 없이 제3자에게 매각될 수 없다. 매각한다면 거기에 대한 금전적인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등의 원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돈 탭스콧(Don Tapscott)탭스콧그룹 회장은 디지털 비즈니스 분야의 권위자이자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다. 2007 <위키노믹스>를 통해 똑똑한 개인 대신 다수의 집단지성이 경제를 주도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하면서 경영계의 관심을 모았다. 2011년에는 집단지성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등 삶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내용의 <매크로위키노믹스>를 저술했다. 이 책에 대해 <이코노미스트>슘페터적인 창조적 파괴를 그린 이야기라고 했고, <허핑턴포스트>고장난 세계를 고칠 수 있는 최고의 게임 플랜이라고 평가했다. 경영계에서는 그를 두고정보기술이 미래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 학자라고 설명한다.

 

정리 :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90호 오프라인 매장의 반격 2020년 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