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호서대 간호학과의 차별화 전략

연애상담까지 해주며 밀착 실무교육, 젊은 교수들 ‘smart 열정’ 최강 간호학과 만들다

이유종 | 164호 (2014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 HR 

 

지방 신설 학과 호서대 간호학과의 성공요인

1) 실무 중심의 강소 학과를 지향했다.

2) 교수들이 고3 수험생 학부모 역할을 맡았다.

3) 취업에 도움을 주는 인적 네트워크를 공략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지혜(가톨릭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2014년 중앙일보의 대학 평가에서 전국 62개 간호학과 중 최상위권으로 선정됐다. 서울대와 가톨릭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 9개 대학은 상위권, 고려대와 연세대, 한양대 등 23개 대학은 중상위권 학과로 평가받았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2006년 설치된, 10년이 채 되지 않은신설 학과. 중앙일보의 평가가 모든 학과의 수준을 정확하게 매겼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호서대 간호학과가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메이저 대학 간호학과와 겨뤄 좋은 성적을 낸 것은 명확해 보인다. 특히 호서대는 간호학과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의과대학은 물론 부속병원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최상위권이란 평가를 받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학교가 오랜 역사와 전통, 높은 인지도 등을 가지고 있다면 신설 학과라도 학생과 교수를 모으기에 용이하지만 이런 이점을 가졌다고 볼 수도 없다. 실제 호서대는 19789월 충남 천안에서 천원공업전문대로 출발했기 때문에 대외 인지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 호서대는 학교 홍보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평이다. 같은 지역 대학 중에는 신문과 방송 광고는 물론 경부고속도로 옆에 대형 광고판을 개설한 대학들도 적지 않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호서대 간호학과는 30∼40대의 비교적 젊은 교수들이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교육의 질을 크게 끌어올리며 쾌거를 기록했다. 최근 2년 동안 이 학과에선 자퇴와 학사경고 등으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은 없다. (중도 탈락률 0%, 전국 1) 학생 1인당 장학금은 440만 원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취업률(92.3%, 전국 5)은 물론 비슷한 수준의 다른 학교와 비교할 때취업의 질도 월등히 좋다. 졸업생 절반이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 들어간다. 아직까지 석·박사 등 대학원 과정이 개설되지 않아서 학과 교수들이 대학원생 조교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진행할 수도 없지만 연구실적도 메이저 대학과 비교할 때 결코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강소간호학과로 떠오르는 호서대 간호학과를 집중 분석했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대학원을 따로 개설하지 않았다.

교수들의 연구 역량이 부족하지 않고 실제 상당한

외부 연구비를 타내는 등 실적이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 중심 학교보다는

교육 중심 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약소 간호학과의 차별화 전략

1. 무한 경쟁시대의 간호학과

호서대 간호학과는 설립 초기부터 규모가 작았다. 설립 당시 학생 정원은 15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호서대는 설립자인 강석규 명예총장이 공대 교수 출신이라서 학교 자체가 공대에 중심을 두고 편성됐다. 개교 30주년 가까이 돼서 간호학과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지원을 받은 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간호학과는 취업률이 매우 높다. 국내 중소병원들은 항상 간호사 모집에 애를 먹고 있을 정도다. 대학들이 앞을 다투며 간호학과 개설에 나선 이유다. 대학의 취업률을 끌어올리는 효자학과이기 때문이다. 3년 과정의 전문대를 포함해서 간호학과가 개설된 학교는 200곳을 웃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 간호학과들은 무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학생들을 모집하는 데는 당장 큰 문제가 없지만 좋은 성적을 가진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초창기 대학 본부는 물론 간호학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호서대는 의과대학도, 대학병원도 없었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400병상 이상인 중형병원 이상에서 실습을 해야 간호사 자격증 시험을 칠 수 있다. 대학의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의 개설 여부가 간호학과의 교육과정과 취업률 등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무래도 같은 대학의 간호학과에서 교육과 실습을 받으면 실습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다. 또 졸업생들이 해당 대학병원에 취업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서울 지역의 간호학과들은 대부분 부설병원을 가지고 있다.

 

충남 천안, 아산 지역의 간호학과 중 단국대와 순천향대 등은 따로 대학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경쟁 학과 출신들에게는 커다란 이점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호서대가 간호학과를 개설할 시기에는 충남 천안, 아산 지역 일대에서 백석대, 남서울대 등이 잇달아 간호학과를 개설했다. 천안과 아산 일대에는 간호학과를 개설한 대학만 10여 개가 넘었다.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야 한다. 게다가 보건 계열의 경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학과 정원을 합의해야 정원을 늘릴 수 있다. 학과 개설 자체가 쉬운 것만도 아니다. 그래서 보건계열 학생 정원을 따내면 대학들은 교수진과 시설에 크게 투자한다. 하지만 호서대 간호학과는 그럴 처지가 아니었다.

 

호서대 간호학과 학생들이 임상 실습에 들어가기 전 진행된나이팅게일선서식에서 영국의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희생과 봉사정신을 이어받아 간호인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2. 실무 중심 학과로 포지셔닝

태생부터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비빌 언덕이 거의 없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서울의 주요 대학 간호학과들은 대부분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을 운영하면서 연구 중심 대학(research school)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호서대 간호학과는 처음부터 교육 중심의 학교(teaching school)를 지향했다. 지방 소재 신설 간호학과가 수도권의 메이저 간호학과와 정면 승부를 해서 이기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대신 실무 중심의 교육으로 경쟁 간호학과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일단 학과 교수들을 현장에서 실무를 오랫동안 익힌 실무 중심형 교원으로 채웠다. 일부러 임상 경험이 많은 교수만 채용한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5’로 불리는 메이저 병원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간호사다. 서울 소재 간호학과들은 연구 중심 학과가 대부분이다. 교수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지만 연구실적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학부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기 쉽다. 게다가 연구 중심 대학 교수들은 실무 경험이 부족할 때가 많다. 교수 임용에서 필요한 최소 실무 권장 기간인 2년 정도만 현장 근무를 채우고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학생들을 지도하는 사례도 다반수다. 사실 이들은 간호사가 현장에서 겪는 고충과 애로사항 등을 잘 모를 수도 있다. 명문대 간호학과일수록 해외 박사 학위 취득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실무와는 거리가 멀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이 부분을 파고 들어 특성화를 추진했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학생들의 진로 설계에 도움을 주고자

전문간호 분야 인사를 학교로 초청해서 특강을 열고 있다.

 

3.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

실습 병원을 확보하는 것도 커다란 과제였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1000시간 이상 병원에서 실습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간호사 국가자격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실습 병원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수간호사 출신 교수들은 수도권 대형 병원에 이미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근무했던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의 메이저병원을 실습 병원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모든 실습을 서울에서만 진행할 수도 없다. 학생들이 서울 소재 병원에서만 실습을 진행하면 방값 등으로 자비 부담이 커진다. 아무래도 학교 인근의 병원을 확보해야 한다. 충남 천안과 아산 일대에서 대학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은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병원 정도다. 교수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아직까지는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병원에서 간호학과 학생들이 실습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사실 2000년대 후반에는 간호학과가 우후죽순처럼 생겨서 조금만 늦었어도 이런 병원을 실습지로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신속한 대처로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들은 실습 병원을 선점했다.

 

장기적으로는 호서대 간호학과만의 실습 병원이 필요했다.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들은 다른 병원을 실습 병원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친분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천안, 아산 지역의 지역사회를 중점적으로 공략했다. 지역사회가 주최하는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안면을 텄다. 이후 지역 병원들의 간호부장들과 친분을 쌓았고 실습 병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런 방식으로 실습 병원을 확보하는 간호학과 교수들은 거의 없었다. 현재 400병상 이상의 천안충무병원을 실습 병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자체 대학병원이 없다는 것은 학생 교육에서 역설적으로 강점으로도 작용한다. 병원의 규모에 따라 다양하게 실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국대 간호학과와 순천향대 간호학과의 경우 자체 병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다른 병원에 실습하러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호서대 간호학과는 자체 병원이 없기 때문에 서울 소재 빅5 병원과 대학병원, 중소병원 등에서 다양하게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들은 빅5 병원의 실습 기간은 2∼4주 정도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지역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에서 실습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간호사 지망생들은 다양한 수준의 병원을 일찌감치 체험할 수 있다.

 

3 학부모 같은 학생관리

1. 일찌감치 간호사 마인드 형성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의사에게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면 간호사에게는나이팅게일 선서가 있다. 선서에서 밝혔듯이 간호사는 봉사정신이 강해야 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병원 현장에서는 봉사정신이 쉽게 발휘되지 않을 때도 많다. 환자가 생사를 다투는 상황도 많고 야근을 자주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환자들의 의료 서비스 요구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반면 요즘 간호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취업률만 생각하고 입학할 뿐 봉사정신이나 사명감 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게다가 학생들은 병실과 수술실에서 실습할 때 극도로 냉철한 분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호서대 교수들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이후 취업과 근무 등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간호사는 직업상 인성이 중요하다. 교수들은 틈이 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인성을 강조했다. 교과과정에도 인간발달론, 보건의사소통, 보건윤리 등의 과목을 집중 반영했다. 결국 현장에서는 간호사 개인의 인성이 크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치 않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인문학적인 소양과 인성을 접목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1학년 학생들에게명저 탐색과 글쓰기라는 3학점짜리 과목을 운영하면서 간호와 관련된 책을 읽도록 했다. 책을 읽은 후 선배들을 찾도록 했다. 명저를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도록 하고 그 질문의 해법을 현업에서 뛰는 선배들에게 듣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 선배들은 으레훌륭한 간호사는 공부를 잘하고 1등을 하는 간호사가 아니다. 사람을 제대로 이해할 줄 알아야 하고 좀 더 강인한 인성을 가져야 한다등의 조언을 해줬다.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들이 인성교육에 매달린 이유는 마음가짐에 따라서 교육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 방식은 실무에서 체득한 경험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서울의 빅5급 병원에 근무하면서 수백 명의 간호사를 채용해본 호서대 교수들은 명문대 간판이나 학업성적보다는 인성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현장에서 체득했다.

 

2. 사제 간에 끈끈한 유대감 형성

간호학과는 학과 특성상 교육과정이 일반 고등학교와 비슷하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업을 골라서 듣기보다는 거의 짜인 시간표에 따라서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다. 워낙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이 많기 때문이다. 다른 학과와 비교할 때 전공과목의 교수들과 부대끼는 상황이 잦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교수와 학생 사이에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라포는 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을 이루는 인간관계다. 상담, 치료, 교육 등의 업무는 특성상 상호협조가 중요한데 라포는 이를 충족시켜주는 동인(動因)이 된다.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감정, 사고, 경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교수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학생들과 잦은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봤다. 호서대 간호학과 학생들은 4년간 한 명의 지도교수에게 배정돼 매달 한 번씩 일대일 면담을 받아야 한다. 교수마다 20∼30명 정도의 학생들을 나눠서 4년 동안 지도한다. 면담 내용은 학업과 취업뿐만 아니라 연애와 가정문제 등 사적인 부분까지 모두 포괄한다. 20대 초반의 여대생은 연애와 가정문제 등 사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학업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공부는 잘하지만 매우 이기적인 학생에게는 이타심을 키우는 방안으로 후배들을 모아 학습공동체를 만들라고 처방한다. 학생은 후배를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끼게 되고 이타심도 배운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제도적으로선후배-사랑학습공동체, 튜터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재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했다. 공부만 하고 이기적이던 학생들이 겸손해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간호사로 성장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학생이 인근 병원에 임상실습을 나갈 때면 교수들이 근무표를 짜서 학생들이 실습을 받는 병원을 직접 찾았다. 마치 고3 수험생의 엄마처럼 교수들이 모든 학생들을 일일이 찾아 직접 챙겼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병원 실습 교육 시 교수가 학생들을 현장에서 지도하도록 규정한다. 학생들은 아직 간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치료에 참여할 수 없다. 실습병원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교육은관찰수준이다. 바쁜 간호사들에게 학생들이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질문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현장 근무 경력이 풍부한 교수들은 직접 실습 병원을 찾아서 의료 차트를 보는 법부터 환자를 대하는 법까지 꼼꼼하게 가르쳤다. 대학원 중심의 대학들은 대학원생인 조교를 활용해서 교수 대신 현장 지도를 실시할 때가 많다. 베테랑 간호사 출신 교수와 대학원생의 지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을 키우고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1 1동아리 이상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3. 강소 간호학과를 위한 노력

양질의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추가됐다.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들은 개인면담 등 학생관리를 위해 이상적인 수준의 학과 정원을 30∼50명 정도로 봤다. 학생 수가 더 늘어나면 한 강의실에서 모든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분반을 해야 하는데 전임교수가 직접 가르치지 못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또 대형 강의로 교과목을 개설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전임교원 7, 학생정원 50명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 본부는 입학경쟁률과 취업률이 높은 학과의 정원을 늘리기를 희망한다. 아무래도 학생 수가 많으면 학교 재정에 더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서대 간호학과는 앞으로도 정원을 늘릴 생각이 없다. 일반적으로 모든 학과들은 학과 정원의 최대 30%까지 농어촌특별전형, 외국인특별전형 등으로 정원 이외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대학 본부가 정원외 입학전형으로 추가 학생을 받으라고 권유해도 허락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원외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기 마련이고 학생 수가 많아지면 교육의 질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현재까지 배출된 졸업생 117명 모두가 국가고시인 간호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의 빅5급 병원에 근무하면서

수백 명의 간호사를 채용해본 호서대 교수들은

명문대 간판이나 학업성적보다는 인성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현장에서 체득했다.

 

취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

1. 간호사단체와 교류하다.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5’ 병원들이 연간 채용하는 간호사는 1000명 안팎이다. 200개가 넘는 전국 간호학과의 졸업생들은 빅5 병원에 취직하는 것을 희망한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대형 병원에 취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호서대 간호학과도 졸업생의 절반은 지역의 중소형병원에 들어가야 한다. 학생들이 근무환경이 좋은 중소형 병원에 취직하려면 교수들의 추가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교수들이 추천서 이외에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졸업생 취업에 기여한다면 취업의 질을 훨씬 끌어올릴 수 있다.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들은 병원간호사회와 교류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본격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국내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대부분 이 단체에 가입하고 있다. 가입회원만 10만 명이 넘는다. 이 협회는 매년 2명의 교수를 뽑아서 전국 중소병원을 찾아 다니며 업무와 관련된 강의를 하도록 한다. 중소병원 간호사들에게 보충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조치다.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 중 2명은 최근 2년 동안 매년 2명만 뽑는 외부 강사에 포함됐다. 교수들이 직접 나서서 강사진에 포함되려고 노력했다. 사실 강사진에 포함되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순회 강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소비가 너무 많다. 하지만 이런 수고를 기꺼이 자청했다.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들은 강연을 하기 위해 지역 병원을 찾았고 자연스럽게 지역간호사회장과 임원진을 만나 학과 홍보와 취업 독려에 나설 수 있었다. 지역 간호회장과 임원진은 대부분 지역 병원에서 간호사를 채용할 때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들이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지난해 90%를 웃도는 취업률을 기록했다.

 

2. 멘터링 선순환 문화를 만들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307700여 명이다. 하지만 실제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134700명에 불과하다. 17만 명의 간호사 면허는 사실장롱면허. 출산, 육아 등으로 중도에 탈락하는 간호사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오랫동안 근무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근로 조건을 가진 병원을 잘 선택해야 한다. 교수들은 학생들과 면담을 통해 취업 이전부터 대형병원보다는 자신들에게 맞는 병원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실제 빅5 병원에 취직한 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서울의 비싼 방값을 마련하지 못해 지방 소재 병원으로 되돌아온 사례도 있었다. 신입 간호사들은 낯선 근무환경으로 심리적인 부담이 클 때가 많은데 외지에서 혼자 근무하면 어려움이 가중된다.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들은 취업 과정에서선배를 잘 활용한다. 직업과 진로를 결정할 때는 교수의 조언보다 선배들의 말 한마디가 훨씬 더 강한 영향을 끼칠 때가 많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졸업생들을 만나도록 했다. 졸업생들에게 자주 전화를 걸어 후배들을 지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졸업생들은 기꺼이 교수들의 부탁을 들어줬다. 졸업생 선배에게 상담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후배 지도에 참여해준 졸업생들에게는 크고 작은 문제를 상담해주는 일종의애프터서비스를 제공했다. 실제 교수들에게는 졸업생들이 크고 작은 문제 때문에 상담을 요청할 때가 많다. 물론 교수들이 이런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없다. 대부분 학생들은 업무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할 때가 많다. 이들의 어려움은 대체로 베테랑 간호사들인 교수들이 대부분 겪어본 내용이다. 교수들은 졸업생의 어려움에 공감을 해주거나 자신들이 해봤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면서 졸업생 간호사들이 중도 퇴사 등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성공요인

1. 실무 중심의 강소 학과를 지향했다.

환경과 조건이 열악할 때 돌파구를 찾는 방법 중 하나가 포기해야 할 것을 확실하게 포기하는 것이다. 국내의 한 중견그룹은 경쟁 기업과 비교할 때 유능한 인재들을 잘 발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입사 전형과정에서 영어 점수를 중요한 평가 항목에 반영한다. 하지만 영어 성적이 유능한 인재들의 취업에 발목을 잡을 때도 많다. 이 기업은 입사 과정에서 영어 성적을 고려하지 않는다. 영어 점수를 뺀 나머지 분야에서 좋은 능력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다. 실제 업무와 관련해서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직원들은 많지 않다. 또 영어 점수는 실무 영어실력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영어 점수만 배제해도 꽤나 괜찮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호서대 간호학과는 대학원을 따로 개설하지 않았다. 대신 학부 교육에만 집중했다. 또 교수들의 연구 역량이 부족하지 않고 실제 상당한 외부 연구비를 타내는 등 실적이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 중심 학교보다는 교육 중심 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2. 교수들이 학부모의 역할을 맡았다.

간호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스무 살 여대생이다. 이들은 매우 민감하다. 사회생활을 해본 경험도 없다. 교과과정은 거의 고등학교와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선 교수들의 학생 지도가 학업 성취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간파했다.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들은 감성적인 접근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했다. 마치 고3 수험생의 학부모처럼 퇴근 시간을 늦추고 실습 병원을 찾아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전임교수의 수에 따라 재학생들을 균등하게 나누고 담당 학생들의 이름을 모두 외웠다. 교수들이 학생을 지도할 때 활용한 것은 병원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하면서 익힌 무형 자산이다. 이들은 현장 간호사가 언제 좌절을 느끼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의사와 환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호서대 간호학과에는 최근 2년 동안 자퇴와 학사경고 등으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이 없다. 지방대의 경우 편입, 진로변경 등으로 학생 충원율이 낮다. 괄목할 만한 성과다.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 중 일부는 수도권 대학에서 임용 제안을 받아도 이직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3. 취업에 도움을 주는 인적 네트워크를 공략했다.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들은 채용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병원 간호부장들과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맺었다. 간호부장들은 대부분 지방간호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 병원에서 강연 등을 요청하면 대부분 수용했다. 대학 교수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실제 취업에 영향을 끼치는 기관에 강연 등의 방법으로 일정 부분 기여하고 학생들의 취업을 독려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취업 중심의 대학이라면 비슷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