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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 Experience Report

관중 동원 능력이 첼시보다 좋다고? 美축구팀, 아이디어로 충성고객을 낚다

김정윤 | 152호 (201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혁신

 미국에서 축구는 그다지 인기 있는 종목이 아니다. 그런데 시애틀사운더스FC는 연간 4만 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구단은 경기 시작 전부터 관중이 경기장 주변에서 해당 팀을 응원하며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거나 시즌 티켓을 구매한 고객의 이름을 상징물로 설치하고 경기장 복도를 호텔 수준으로 고급화했다.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경기장 바로 옆에 그라운드 스위트를 조성하고 경기 전후 선수들과 사진을 찍거나 잔디를 밟아볼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분석해 제공했다. 경기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동선을 따라 체계적으로 분석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 결과, 비인기종목이라는 굴레를 벗어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2013/14시즌 미식프로축구 챔피언 팀을 배출한 시애틀에는 또 하나의 프로축구팀이 있는데 시애틀사운더스FC(Seattle Sounders FC)라는 축구(미식축구가 아닌 축구)팀이다. 이 팀의 2013년 평균 관중은 43124명으로 미국 프로축구(Major League Soccer) 전체 평균인 18701명보다 2배 이상 많다. 데이비드 베컴, 로이 킨, 렌던 도노반 등 스타 플레이어를 보유하며 2번째로 많은 관중 동원 능력을 보여준 LA 갤럭시보다 약 2만 명 많은 수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EPL(영국프로축구 1부 리그)의 인기 구단 첼시의 올 시즌 평균 관중 수인 41510명보다도 관중 수가 많다는 것이다(참고로 우리나라 K리그의 평균 관중 수는 약 7000명 수준이다). 미국에서 인기를 누리는 종목은 크게 네 가지다. 미식축구(NFL), 야구(MLB), 농구(NBA), 아이스하키(NFL)가 그것이다. 이들 4대 프로 스포츠가 폭넓게 고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축구의 인기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런 환경에서 시애틀사운더스FC는 어떻게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 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축구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하고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2013년 시즌 평균 관중 수

 

 

스포츠 분야에서 고객에게 독특하고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먼저 경기장이라는 하드웨어를 경기장 외부, 복도, 운동장이 보이는 좌석이라는 3가지 공간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을 고객 경험이 발생하는 6가지 요소와 연결한다. (그림 2)

 

그림 2 경기장의 3가지 공간과 6가지 고객 경험의 연계

 

경기장 외부 공간은 경기장 방문 준비 및 경기장 도착 후 입장하기 전까지의 경험이 연결된다. 이 단계에서의 핵심 성공 요소는 경기장 방문 결정을 도와줄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 경기 당일 경기장에 접근하면서 기대감을 키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복도는 경기장 입장 후 고객이 자신의 좌석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겪는 공간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지나가는 공간으로 추가적인 가치 창출과 연관이 없었지만 이제는 복도에서 경험하는 서비스 그 자체가 경기장을 방문하는 목적으로 변하고 있을 만큼 다양한 경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다시 말해 경기를 관람하는 목적 외에 복도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이 경기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의사결정에서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고객들이 경기시작 30분에서 1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하도록 하기 위한경기장 조기 활성화(Stadium Early Activation)’라는 목표를 세우고 경기장 운영체계를 바꾸려는 노력의 결과다. 이를 통해 구단은 추가 매출의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다. 새롭게 변화하는 복도 경험의 핵심 성공요소는 호텔 수준의 고급화와 환대(Hospitality).

 

마지막으로 운동장이 보이는 좌석은 3가지 경험과 연결된다. 먼저 좌석에서 경기장을 바라보고 응원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두 번째는 스카이 박스로 알려져 있는 고급화된 서비스다. 마지막으로 IT와 연계해 경기 관련 정보를 제공받으면서 느끼는 경험이다. 마지막 3가지 경험의 핵심 성공 요소는 선수들과의 만남, 잔디가 있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 경기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보 제공이다.

 

이와 같은 경기장의 3가지 공간과 고객의 6가지 경험 요소는경기 시작 전-진행 중-종료 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험을 고객이 움직이는 동선을 분석하는 기법인 고객 이동 분석(Customer Journey Analysis)으로 구체화해서 경험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다. <그림 3>은 경기 시작 전 고객 이동을 분석한 사례며 <그림 4>는 경기장의 공간과 고객 이동 분석을 연계한 그림이다.

 

그림 3 경기 시작 전 고객 이동 분석: 축구 경기를 중심으로

 

 

그림 4 고객 이동 분석 내용과 경기장 공간의 연계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설계된 경험 프로그램은 고객 만족도와 요구 사항을 분석할 때도 세부 경험 요소와 연계해 질문한다. 예를 들어오늘 경기장 방문에서 불편한 사항은 무엇인가요?”가 아니라티켓을 구매할 때 불편한 사항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하는 식이다. 이렇게 해야 구체적인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림 5 시애틀사운더스FC의 마칭 밴드 경험

 

그림 6 시애틀사운더스FC의 창단년도 시즌티켓 고객들을 위한 상징물  

 

그림 7 호텔 수준의 시설 고급화

 

이제부터 고객 경험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시애틀사운더스FC의 주요 서비스를 소개한다. 시애틀사운더스FC의 팬들은 경기 시작 1시간 전 경기장에서 2블록 떨어진 공원에 모여서 마칭(marching) 밴드와 함께 길거리 응원전을 펼치며 경기 시작 30분 전에 경기장에 진입한다. (그림 5) 이 과정을 통해 고객들은 스포츠 이벤트에서 응원 참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열정적인 분위기와 승리의 기분을 경기 시작 전부터 경험한다. 자연스럽게 많은 팬들이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응원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처음 경기장을 찾은 또 다른 고객들도 열정적인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경기장에 도착한 고객은 외벽에 설치된 상징물(그림 6)을 발견한다. 창단년도 시즌 티켓(1년간 팀의 모든 경기를 볼 수 있는 입장권)을 구매한 고객의 이름을 모두 기록한 명패다. 시애틀사운더스FC가 응원할 때 사용하는 머플러 모양으로 만든 이 설치물은 구단의 고객 중심 운영을 보여준다. 시애틀사운더스FC는 시즌 티켓을 보유한 고객들의 투표를 통해 구단 단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이와 같은 제도는 구단의 고객들로 하여금 소속감을 높여주고 주인 의식을 강하게 해서 지속적으로 구단을 응원하는 동기가 된다. 고객과 구단의 경계를 허물어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구단 정책은 상징물을 통해 고객들에게 전달된다. 우리나라 K리그의 시민구단들은 창단 단계에서 시민주를 공모한 바 있지만 1∼2년 사이에 대부분 자본이 잠식되고 말았다. 시민주주들에게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소속감과 주인 의식을 만들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애틀사운더스FC 사례를 볼 때 시민주주제도를 시즌 티켓 구매와 연계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만하다.

 

경기장 내부로 들어선 고객은 복도에서 호텔 이상의 고급스럽고 수준 높은 시설과 음식 서비스를 만난다. (그림 7) 고급화된 공간과 서비스는 고객들을 경기장에 일찍 도착하게 하는 유인책이 되며 스포츠 관람이 아니라도 다양한 사업적인 만남의 장소로 경기장을 활용하게 만들 수 있다. 고급화 서비스는 스포츠 시설 설계 전문 기업인 로제티에서 개발한 ROD(Return on Design)라는 개념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 ROD는 경기장 좌석을 2만 석에서 18000석으로 축소하더라도 좌석 편의를 높이고 고급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시설 개선에 투자한 비용을 정해진 시간 내에 회수할 수 있다는 분석을 토대로 한다. 이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로제티에서 일하는 한국인 정성훈 이사는경기장에서 차별적 경험을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 개념은 호텔 수준의 환대(Hospitality)”라며이를 통해 경기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동기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경기 당일 매출의 증가로 연결되는 운영체계를 보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복도가 지니는 또 하나의 주요한 역할은 지역 사회와의 감성적인 연계가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시애틀사운더스FC의 홈경기장인 센츄리링크 필드(CenturyLink Field)는 미식축구의 시애틀시호크스(Seattle Seahwaks)의 홈경기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식축구 쪽에서 지역 사회와 연계된 시설을 갖춰 놓았다. 시애틀시호크스가 소속된 워싱턴 주에 있는 고등학교 미식축구팀의 헬멧을 모두 전시해 놓고미래의 시애틀시호크스 스타가 자라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설치물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시설을 통해 지역 사회의 구성원들은 구단과의 연대감을 높이고우리라는 의식을 갖게 된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많은 고객들이 이 시설물 앞에서 자신의 출신학교를 찾아보고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그림 8 경기장 복도에 전시된 지역 내 모든 고등학교 미식축구팀의 헬멧

 

그림 9 경기 시작 전 베스트11과 같이 사진을 찍는 경험

출처: http://www.soundersfc.com

 

그림 10 식사와 함께 경기를 볼 수 있는 좌석

출처: http://www.sportsandfood.com

 

복도를 지나 경기장 안으로 진입한 고객의 가장 큰 바람은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것이며 경기장의 잔디를 직접 밟아보는 것이다. 이 같은 고객의 욕구를 경험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 시작 전 베스트11과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이다. <그림 9>에서 후열 가장 우측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이 구단 관계자나 선수가 아닌 고객이다. 그리고 <그림 10>처럼 경기장 바로 옆에 좌석을 설치해 매우 가까이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기장에서 일반인이 출입하기 어려운 시설(라커룸, 방송시설 등)을 직접 방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경기 후에도 선수들과 직접 만나서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경기장 내부에서 운영되는 경험 프로그램은 시즌 티켓을 보유한 고객이 경기장에서 음식이나 기념품을 구매할 경우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그 포인트로 경험 프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는 체계로 운영된다. 경험 프로그램을 시즌 티켓과 연결하는 것은 시즌 티켓의 가치를 높여 판매량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경기 당일에 많은 관중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며, 시즌 티켓을 구매하는 것으로 지출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계속해서 음료와 기념품을 구매하게 하는 동기를 제공하는 요소가 된다.

 

그림 11 선수들의 경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럭셔리 스위트

 

 

그림 12 경기장 조기 활성화 관리를 위한 KPI

 

선수들의 활동을 가까이에서 보기 원하는 고객의 욕구를 고급 시설과 연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우리에게는 스카이박스라는 표현으로 익숙한 럭셔리 스위트(Luxury Suite)는 대부분 1층과 2층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나 최근 경기장 시설을 개선하면서 운동장 바로 옆으로 위치를 옮겼다. 이름도 그라운드 스위트(Ground Suite)라고 불린다. (그림 11) 구단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선수들이 골 세리머리로 자신이 득점한 공을 경기장 바로 옆에 위치한 럭셔리 스위트에 있는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의 구단에 대한 충성도는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럭셔리 스위트와 다른 장소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경험은 고객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구매하는 동기로 작용한다.

 

차별화된 경험 프로그램은 고객을 세분하고 다양한 고객 계층별로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요구사항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제공할 수 있다. 시애틀사운더스FC는 고객 요구사항은 물론 현재 운영되는 서비스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30여 명의 마케팅 및 영업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입장권 판매팀(Ticket Sales Team)의 역할은 경기 종료 후 경기장을 찾아 준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다음에 경기장을 찾으면 새로운 서비스를 경험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재방문이 가능한지 물어보면서 지속적으로 고객 관련 정보를 얻고 새로 기획한 서비스가 다음 경기에 다시 한번 방문하게 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프로그램인지 확인하며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 같은 AS 또한 고객들에게는 구단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차별적인 경험 서비스는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90분의 입장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전후 1시간 내외로 경기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만들어진다. 다양한 경험 서비스들은 경기 시작 전 일찌감치 도착하게 해서 소비를 촉진하는 조기 활성화(Early Activation) 방안을 체계적으로 평가 분석한 결과에서 비롯됐다. 2013시즌 구단의 경영성과를 자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구단은 경기장 조기 도착 관중 증가율과 조기 도착 고객의 소비 증가율 2가지의 KPI(Key Performance Index)를 통해 매년 성과를 측정하며 관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12)

 

이 같은 고객 서비스 제공은 미국 프로 스포츠 시장이 워낙 크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다는 산업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애틀사운더스FC의 작년 매출은 480억 원 정도로 K리그 상위권에 있는 구단이 사용하는 비용과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구단의 운영 철학과 방향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적용 가능하다는 통찰을 준다. 물론 가장 큰 시사점은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때 새로운 고객이 늘고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 지속적인 매출 증가 및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며 이는 모든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다.

 

김정윤 웨슬리퀘스트 이사 jykim@wesleyquest.com

필자는 문화체육부의 4대 프로스포츠 경쟁력 강화 방안 컨설팅, K리그 30주년 기념 비전 프로젝트 및 8개 시민 구단의 비전과 발전 전략 및 관중 증가 방안 컨설팅의 PM을 담당했다. EPL의 아스날, MLS의 시애틀사운더스FC, LA 갤럭시, NBA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등의 CEO, CMO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진 프로스포츠의 성공 기법에 대한 벤치마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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