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전략은 좋은데…” 실천할 능력 있나요?

게리 L. 닐슨(Gary L. Neilson),칼라 L. 마틴 (Karla Martin),엘리자베스 파워스(Elizabeth Powers) | 11호 (2008년 6월 Issue 2)
게리 L. 네일슨, 칼라 L. 마틴, 엘리자베스 파워스
 
뛰어난 전략,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훌륭한 제품,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있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최고의 자리에 머물고 싶다면 우수한 전략 실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 즉 뜻하는 바를 정확하게 실행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략 실행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지난 5년 동안 온라인 조직 역량 평가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수천 명의 근로자(그중 약 25%는 고위 중역급)를 대상으로 리서치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 50개국 이상에서 1000개가 넘는 기업, 정부 기관, 비영리 단체의 특성을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수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근로자 중 60%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전략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요한 전략이나 운영과 관련한 결정이 빨리 행동으로 옮겨진다”는 문장에 동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실행이란 보유는 정보나 개인적인 의도에 따라 행동하는 직원들이 매일 내리는 수천 개의 의사결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효과적으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도록 250여 개의 업체를 돕는 과정에 1)의사결정권을 명료하게 정의하고, 2)정보의 흐름을 설계하고, 3)동기를 부여하며, 4)구조를 변화시키는 네 가지 요소가 전략 실행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좀 더 간결한 표현을 위해 위의 네 요소를 각각 의사결정권, 정보, 동기 부여, 구조로 칭하기로 한다.)
 
성과를 개선하고자 할 때 기업들은 대부분 무턱대고 구조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 까닭은 바로 조직 구조에 변화를 주는 것이 가장 분명한 해결책인 것처럼 보이고 조직 구조를 바꾸면 가시적이고 명확한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조직 구조를 바꾸면 단시간 내에 효율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조직 구조 변화를 통해 몇 가지 표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는 없다. 조직 구조를 변화시킨다 하더라도 몇 년이 지나고 나면 결국 같은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구조적인 변화는 수행 능력 개선을 위한 일부가 될 수 있으며 일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구조 변경은 조직 변화를 위한 주춧돌로 여기기보다 마지막에 사용하는 관석(capstone) 정도로 여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우리의 연구 결과, 성과를 개선하려 할 때에는 의사결정권 및 정보와 관련한 행동이 나머지 두 가지보다 훨씬 중요하고 성과 개선에 두 배 이상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전략 실행 시 가장 중요한 요소’ 참조)
 
1990년대 초에 구조조정을 감행한 세계적인 소비재 업체의 경우를 생각해보자.(앞으로 등장할 각 사례에서 특정 기업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자세한 내용은 일부 수정했다.) 회사의 경영 성과에 실망한 고위 경영진은 당시 대부분의 기업이 그러했듯이 구조조정을 택했다. 일부 직급을 없앴고 통제 범위를 확대했다. 구조조정의 결과, 경영진에 소요되는 인건비가 단시간에 18% 급감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후에 이 기업은 과거와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직원 수는 다시 늘어났고 통제 범위는 줄어든 것이다. 조직구조와 관련한 문제에 치중한 경영진은 저조한 성과에 연관된 눈에 보이는 증상을 해결하려 했을 뿐 근본적인 원인, 즉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방식에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은 것이다.
 
다시 문제가 발생하자 경영진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뿐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에 눈을 돌렸다.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을 찾는 대신 실행능력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그 과정에 그 동안 성과가 저조하던 진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분석 과정에서 이 회사의 관리자들이 각자 어떤 역할과 책임을 맡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관리자들은 본인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직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성과가 제대로 보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 기업에서는 오래 전부터 경영진이 사소한 일까지 하나하나 직접 챙겨왔으며, 일단 결정이 끝난 후에 뒤늦게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었다. 중간 관리자들은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고 상부에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세부적인 전술에 대해 직속 부하에게 질문하느라 전체 근무시간의 40%를 사용했다.
 
이런 현실을 파악한 업체는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성과가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경영 모델을 개발했다. 이 기업도 과거에는 다른 동종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직원들에게 하나의 직책을 준 후 18개월 내지 2년 만에 승진시켰다. 18개월 내지 2년이라는 기간은 업무를 완전히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시간이었다. 그 결과, 직위를 막론하고 모든 관리자는 승진을 한 후에도 이전에 맡은 업무에 계속 관여했다. 예전에 자신이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직속 부하에게 지나치게 간섭했으며 결국 그 일을 다시 떠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한 직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만큼 자신의 뜻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또 자신이 쏟아부은 노력이 열매를 맺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자신이 쏟아 부은 노력이 이미 후임자에게 넘겨준 일에 도움이 됐다면 승진을 한 이후에라도 과거 업적이 고과에 반영됐다. 그 결과, 관리자들은 이전에 맡은 업무가 계속해서 발전하기를 바라게 됐다. 이런 변화로 인해 이 기업은 좀 더 정확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미래를 예측하게 되었고 이는 다시 단순한 조직구조와 통제 범위의 확대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염두에 두고 변화를 도모한 것은 아니었으나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 예상치 못한 결과가 탄생한 것이다. 

   
 
강력한 실행 요소
우리가 내린 결론은 현장에서 수십 년 동안 실제로 적용해보고 집중적으로 연구해 도출한 결과다. 약 5년 전, 본 연구진은 조직의 전략 실행에서 가장 효과적인 행동을 찾기 위해 실제 사례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동기부여, 정보 흐름 개선, 명료한 의사결정과 관련한 어떤 행동이 전략 실행 능력을 개선하는 데 가장 효과적일까? 이런 질문에 따른 사례 수집을 통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 운영 결정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고위 경영진 등 전략 실행 능력이 우수한 기업의 17가지 특징을 찾아냈다. 이 특징들은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요소 중 하나 이상과 관련이 있다. 독자 여러분이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전략 실행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할 수 있도록 이 요소들을 바탕으로 온라인 유형 평가표를 개발했다. 이후 4년 남짓한 기간에 수천명으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했고 그 덕에 각각의 특징이 조직의 전략수행 역량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한결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총 17가지 특징을 상대적인 영향력의 순서대로 나열해 보았다.(‘효율적인 조직의 17가지 근본적인 특징’ 참조)
 
각 특징을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해 보니, 의사결정 및 정보의 흐름이 전략 수행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1위부터 8위까지의 특징은 모두 의사결정권 및 정보의 흐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전체 17가지 특징 중 구조와 관련이 있는 것은 세 가지 뿐이며 이 특징들은 모두 13위 이하에 속한다. 1위부터 5위까지의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 모든 직원이 자신이 어떤 결정이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실행 능력이 우수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응답자의 71%가 이 문장에 동의한 반면, 실행 능력이 약한 기업에서는 이 문장에 긍정적으로 답한 응답자가 32%에 불과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의사결정권이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조직은 당면한 일을 처리하느라 바빠서 역할과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정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걸까?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다면, 누가 무엇을 맡아야 할지를 파악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한동안은 회사가 잘 굴러간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중역들이 왔다가 떠나가고, 새로운 중역이 취임할 때마다 각기 다른 기대감을 몰고 오지만 그 중역이 회사를 떠나면 기대감도 함께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승인 과정이 복잡하고 모호해진다. 개별 직원의 책임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는지가 점점 불분명해진다.
 
한 글로벌 내구재 제조업체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어렵게 알아낼 수 있었다. 이 조직 내에는 서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거나 상충되는 결정을 내리는 직원들이 아주 많아서 CEO를 제외고는 아무도 회사의 수익성을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이 회사는 북미, 유럽, 글로벌 등 지역별로 총 세 개의 지역담당 사업부와 16개의 제품담당 부서가 있었다. 각 부서들은 정해진 성과 목표를 달성할 책임이 있었지만 본사 직원들은 각 부서의 업무 성과보다는 R&D 할당 비용 등 오로지 지출 목표에만 관심을 가졌다. 본사의 결정권자는 각 제품담당 부서 및 지역별 사업부의 최고 결정권자가 내리는 결정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각 부서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자료를 준비해서 본사의 결정에 반박하기 위해 직원을 더 많이 고용했고, 회사의 간접비용은 늘어만 갔다.
 
각 사업부와 본사 간에 협상이 진행되는 바람에 결정이 늦어졌고 그때마다 본사 측의 질문이 쏟아졌다. 재무 분석가를 포함해 각 사업부서에 파견된 본사 직원들은 해당 사업부서의 최고 결정권자가 아닌 자신의 고과 및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본사의 상사에게 주요 사항을 보고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 사람은 CEO와 경영진뿐이었다. 이 모든 문제가 서로 악영향을 끼치며 악순환이 반복됐고 이는 결국 전략수행에도 차질을 가져왔다. 결국 새로운 CEO가 영입됐다.
 
새로 영입된 CEO는 각 사업부서에 비용 관리 대신에 고객에게 집중해 수익률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신임 CEO는 새로운 조직 모델을 도입해 각 사업부별로 수익에 대한 책임과 목표 달성을 위해 융통성 있게 예산을 활용하고 본사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회사 전체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부서 간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각 사업부서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사내 기능직을 재배치했으며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렸다. 기능부서의 리더들은 시장 상황을 잘 이해하게 됐고, 이런 변화 덕에 비즈니스 운영 모델에도 변화가 생겼다. 무조건 새로운 모델을 강요하기보다 기능부서 리더들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고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이들을 조직 재정비 과정에 투입한 것이 도움이 됐다. 

  
 
 
2. 경쟁 환경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본사에 도달하는 속도가 빠르다
전략 실행 능력이 뛰어난 기업에서 근무하는 응답자의 77%가 이 문장에 동의한 반면, 실행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응답자의 45%만이 이 문항에 ‘그렇다’고 답했다.
 
본사는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고 각 사업부서 및 지역에 최고의 관행을 전파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 관한 정확한 최신 정보가 있어야 이와 같은 조율자 노릇을 맡을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본사의 의견과 정책을 강요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중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의 경우를 살펴보자. 캐터필러는 450억 달러 규모의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비효율적인 조직구조 때문에 캐터필러는 존재 자체를 위협받았다. 일리노이주 페로리아에 있는 캐터필러 본사에 의사결정권이 집중된 반면,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현장 판매직 직원들이 갖고 있었다. 캐터필러의 한 현장 담당 중역은 “본사가 정보를 전해 듣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 내려온 결정도 전혀 좋지 않았다. 그야말로 본사의 기능적인 면만을 반영한 결정이었다”고 얘기한다. 당시 캐터필러의 인도네시아 담당 전무이사였으며 현재 CEO가 된 짐 오웬스(Jim Owens)는 최고 경영진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전달 과정에 미화되고 호도됐다”고 설명한다. 외부 시장에 대한 정보를 듣지 못하는 고위 경영진은 조직 내부의 문제에 치중한 나머지 내부 문제를 지나치게 분석하고 또 하위 직급에서 이미 결정한 사항에 대해 뒤늦게 비난하다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캐터필러는 비용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페오리아에 있는 가격책정 담당부서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비용만을 고려해 임의로 가격을 책정했던 것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캐터필러 영업담당부서는 경쟁력 있는 가격을 무기로 캐터필러를 공격하는 코마츠(Komatsu)에 계속해서 시장을 빼앗겼다. 1982년 캐터필러는 창립 이후 약 60년 만에 처음으로 손실이 났다고 발표했고 이후 2년 동안 하루에 100만 달러씩, 하루도 빠짐없이 손실이 났다. 1984년 말 쯤, 캐터필러의 누적 손실 금액은 10억 달러에 달했다. 1988년 당시 캐터필러의 CEO였던 조지 셰퍼(George Schaefer)는 견고한 관료주의의 정점에 서 있었다. 셰퍼는 대놓고 “내가 알아야 하는 얘기 말고, 듣고 싶은 얘기만 하라”고 말할 정도였다. 좋은 얘기만 듣고 싶어하 셰퍼는 일부 중간급 관리자들을 모아놓고 캐터필러의 미래를 도표로 그려올 것을 지시했다.
 
아이러니컬하게 들리겠지만, 올바른 정보가 본사 경영진까지 흘러가게 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조직 하부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었다. 현장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운영 책임을 맡기자 최고 경영진은 좀 더 광범위한 전략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캐터필러의 조직구조가 사업부서별로 재정비됐으며 각 부서가 수익성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본사의 관리 부서들은 말 그대로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그 결과, 각 사업부서에서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조공정 개발 및 스케줄 관리를 담당하며, 직접 가격을 책정하게 됐다. 엔지니어링, 가격 책정, 제조 등 각 분야를 맡고 있던 본사의 인재 및 전문가들은 각 사업부서로 발령이 났다.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한 후,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의사결정권이 분산됐다. 모든 사업부서의 손익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됐으며 총자산 이익률이 성공을 가늠하는 공통적인 지표가 됐다. 그 덕에 정확한 최신 정보가 반영됐으며,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정보가 생겨났다. 본사의 고위 결정권자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한 전략적 선택 및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변화가 시작된 지 18개월 만에 캐터필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오웬스의 얘기를 들어보자. “성장이 둔화된 회사를 기업가적 열정이 넘쳐나는 회사로 바꾸어놓는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단호하고 완벽한 변화인 만큼 순식간에 변화가 진행됐습니다. 캐터필러는 철저하게 변화했고, 그 변화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습니다.”
 
3. 일단 결정된 사항을 뒤늦게 비난하지 않는다
비난을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뒤늦은 비난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회사의 입장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면 가치 증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선 관리자들이 이미 결정된 사항을 놓고 왈가왈부하면 가치 증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부하 직원이 끝낸 일을 다시 반복하는 결과를 초래해 업무 진행을 방해할 뿐이다. 본지의 연구 결과, 전략 실행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에서 일하는 응답자의 71%가 일단 내려진 결정에 대해 뒤늦게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한 반면, 실행 능력이 우수한 기업의 경우 응답자의 45%만 그렇다고 답했다.
 
최근 빈곤을 뿌리뽑기 위해 노력하는 글로벌 자선단체와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선단체는 다른 조직에서 부러워할 만한 문제를 갖고 있었다. 이 단체의 고민거리는 다름아닌 갑작스럽게 늘어난 기부금과 지원 프로그램의 깊이 및 범위에 관한 문제였다. 비영리단체가 으레 그렇듯이, 이 단체 직원들은 사명감과 주인의식을 갖고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단체 사람들은 모두가 일상적 행정업무조차 직접 처리했다. 가령 한 나라 전체를 담당하는 관리자가 복사기 수리 현장을 직접 살펴볼 정도였다. 조직 규모는 커졌지만 관리자들이 업무를 위임하는 대신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자 의사결정이 마비되고 책임의식이 부족해졌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미 결정이 난 사항을 두고 뒤늦게 비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분명치 않아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몇 차례씩 회의만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단,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아주 많은 사람이 그 결정의 심사에 참여했지만 결정에 대해 최종적으로 책임 지는 사람은 없었다. 구조조정(핵심 리더들과 전문가들을 새로 설립한 중앙 전문가 센터나 지역 전문가 센터에 모으는 방식)을 통해 의사결정 속도에 박차를 가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장애물에 부딪혔다. 선발된 인재들은 자신에게 이 센터를 이용할 권리가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고, 결국 센터를 이용하지 않았다.
 
이 비영리단체의 경영진과 이사들은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다. 본 연구팀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며,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맵(map)을 설계해줬다. 동시에 모든 관리자에게 잡무를 부하 직원에게 넘겨줄 것을 권고했다. 이 단체의 직원들이 일단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할지를 분명히 이해하자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의사결정권 및 책임을 분명히 하자, 개개인의 업적을 파악하는 조직의 역량도 향상됐고, 새롭고 매력적인 경력 개발 과정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4. 조직 내에서 정보가 물 흐르듯 흘러간다
조직 내의 각 부서로 정보가 수평적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각 부서가 독자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그로 인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거나 훌륭한 관행을 다른 부서에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정보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 조직 차원에서 각 부서의 상황을 두루 파악하고 있는 적극적인 관리자를 양성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우리의 설문조사에서 실행 능력이 취약한 회사에서 일하는 응답자의 21%만이 정보가 조직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한다고 답했다. 반면 실행 능력이 우수한 회사에서 일하는 응답자의 55%가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략 실행 능력이 우수한 기업에서조차 이 분야의 점수가 낮은 편인 만큼 모든 기업이 정보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한 업체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는 대형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 고객담당부서와 제품담당부서가 서로 협력하지 않았다. 중요한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이 업체는 고객 중심의 마케팅 그룹을 만들었고, 이 그룹은 고객 관리 프로그램, 혁신적인 가격 책정 모델, 맞춤형 마케팅 및 할인 정책 등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 그룹에서 각 생산부서에 제출한 보고서는 명료하지도 않을뿐더러 일관성도 없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중요한 성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각 생산부서를 대표하는 경영진과 대화하려 해도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각 생산부서는 기존 방식대로 의사를 전달하고 계획을 세웠다. 신설된 마케팅 그룹은 각 생산부서가 갖고 있는 다양한 우선순위를 이해하고 각 부서의 특성에 맞는 의사소통 방식을 찾아내느라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생산부서에서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마케팅 그룹에서 핵심 고객 분야에 관한 건설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반대로 마케팅 그룹은 각 생산부서에서 마지못해 최소한의 관심을 보이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잠재 거래나 대량 구매업체를 위한 가격인하 서비스 등과 같은 주요 고객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 생산부서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사실 이 업체는 오랫동안 이윤이 높은 시장에서 군림해왔기 때문에 그 동안은 생산 담당 부서와 고객 담당 부서 간에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아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객들 사이에서 신뢰할 수 없고 까다로운 회사라는 의견이 우세해지자, 고객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나가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하지만 일단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니 해결책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가령 생산부서와 고객지원 담당팀 간의 대화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고객담당부서는 각 목표 대상별로 제품별, 지역별 판매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생산부서에 제출했고 매출 현황에 대한 근본 원인 분석도 제공했다. 매 분기에 상임 성과관리 회의가 열렸고 직접 정보를 교환하며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럼이 생겨났다. 이런 노력 끝에 협동을 위해 필요한 조직 내의 신뢰가 형성됐다.
 
[DBR TIP] 데이터 추출 방법
 
본 연구진은 조직의 효율성을 측정하기 위해 설문 응답자들에게 총 19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진 온라인 평가서를 작성해줄 것을 요청했다.(조직의 특징을 묘사하는 질문 17개와 결과를 설명하는 질문 2개) 유형 평가표에 들어있는 17개의 특징 중 어떤 것이 전략 수행 능력과 가장 깊은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총 2만6743명의 응답자가 익명으로 작성한 31개 기업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해 보았다. 각 기업에 관한 데이터를 회귀 분석하여 위에서 언급한 17개의 특징과 조직 효율성의 지표를 연결해 보았다. 그런 다음, 90%의 신뢰구간 내에서 성공의 지표와 가장 중요한 상관성을 보이는 데이터의 수를 기준으로 각 특징의 순위를 매겼다. 마지막으로, 그 결과를 100점 기준으로 환산하였다. 총점 81점을 획득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특징은 “모든 직원이 자신이 어떤 결정이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이며, 이 특징은 총 31개의 기업 중 25개에서 전략 수행 능력과 매우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 현장 직원들이 매일 자신이 내리는 결정이 회사의 재정 상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일선 직원들도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내려진 결정이야말로 합리적인 결정이다. 관리자들이 1달러의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알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1달러의 수익을 더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설사 결정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다면 좀처럼 비난받을 일도 없다. 우리의 연구 결과, 실행 능력이 우수한 조직의 응답자 61%는 ‘현장 직원들이 자신이 내리는 결정이 회사의 재정 상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실행 능력이 떨어지는 조직에서는 28%만이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여러 개의 소형 지방은행을 합병해 탄생한 대형 금융 서비스 업체에서 이런 문제가 나타났다. 사업 부서를 통합하는 과정에 이 은행의 관리자들은 대출 승인을 하는 고객 응대 담당자들과 대출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지원 부서를 따로 떼어두기로 결정했다. 이어 두 부서를 각기 다른 보고 체계에 편입시켰고, 심지어 사무실도 별도로 배치했다. 안타깝게도 지원부서 직원들과 고객 응대 담당자들은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 따라서 각 부서는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했고 때때로 상충하는 목표를 지향하기도 했다.
 
가령 고객 응대 직원들은 각 고객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한 일회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곤 했다. 하지만 회사의 관점에서 각 고객의 특성을 지나치게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았다. 고객 응대 직원들은 이런 거래가 얼마만큼의 비용을 초래하고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판매담당 직원들은 지원부서 직원들이 일부러 거래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지원부서에서는 고객 응대 직원들이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연말에 데이터가 공개되자 경영진은 갑작스럽게 증가한 영업비용에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맞춤형 거래에서 얻은 이윤보다 영업비용이 더 큰 경우도 있었다.
 
이 회사의 경영진은 ‘현명한 맞춤형 서비스’라는 접근방식을 도입해 정보 부족으로 야기된 문제를 해결했다. 이 회사 경영진은 대부분의 거래에서 사용되는 프로세스를 표준화했고 특수한 경우에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했다. 맞춤형 거래가 이뤄질 경우에 대비해, 경영진은 지원 부서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를 명료하게 정의했다. 고객 응대 직원들에게 거래 비용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분석 도구를 개발했다. 이와 함께 통일된 보고서 작성기준을 발표했고, 고객 응대 직원들과 지원부서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같은 데이터를 사용하도록 했다. 비즈니스의 현실을 이해하게 되자, 두 부서는 서로 긴밀하게 협력했고 회사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연말에 충격을 받을 일은 이제 없어졌다.
 
변화 프로그램 개발
관리자들이 전략 실행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네 가지 기본 원칙인 의사결정과 정보, 구조, 동기부여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의사결정권이 명확하지 않으면 의사결정이 마비될 뿐 아니라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게 된다. 성과가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차선책을 사용하게 돼 공식 보고서 내용도 부실해진다. 정보를 차단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고, 직원들이 원활히 경력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조직의 각 부서가 마치 별개의 조직처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마다 차이가 있고 각자 다른 내외적 변수를 갖고 있는 만큼 이 질문에 대한 공통된 대답은 없다. 우선 문제의 근본원인을 찾는 것이 첫 단계다. 본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회사의 직원들에게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통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때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직원이 많을수록 큰 도움이 됐다.
 
일단 중역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를 잘 파악하기만 하면 그 다음에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박스기사인 ‘개선을 위한 방법’에는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주는 15가지 요소가 적혀 있다.(이것은 관리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사항을 적어둔 것에 불과하다.) 이 모든 활동은 위에서 설명한 17가지 특징 중 일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령 ‘의사결정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면 ‘모든 직원이 자신이 어떤 결정이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와 ‘일단 결정된 사항을 뒤늦게 비난하지 않는다’라는 사항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변화를 위한 하나의 프로그램에 15개의 실천 방안을 모두 넣을 수는 없다. 대부분 조직에서 한 번에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는 대여섯 개 정도다. 그리고 앞에서 이미 강조한 것처럼 우선 의사결정권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정보의 흐름이 원활해지게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동기부여 및 구조와 관련한 변화를 설계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들이 자사가 갖고 있는 문제를 파악하고 가장 효과가 뛰어난 개선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본 연구진은 조직 변화를 위한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유형 평가표와 함께 제공되는 쌍방향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면, 가상의 변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요소를 접목해 보고 어떤 요소가 취약점을 개선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지 알아볼 수 있다.(시뮬레이션 과정이 궁금하다면 ‘조직 변화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참조하기 바란다.)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진단을 위해 유형 평가표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전략을 개발하고 조직 변화를 도모하는 것까지)을 이해하고 싶다면, 굿워드 인슈어런스(Goodward Insurance, 가칭)라는 대형 보험회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굿워드는 충분한 자본과 안정적인 수익,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한 성공적인 보험회사였다. 하지만 이 회사의 경영진은 고객 및 수익 증가, 비용 절감 부문에서 새로운 수준의 팀워크를 요구하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는 등 야심 찬 5개년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전략 실행 능력을 개선시키고자 했다. 물론 이미 사내의 각 부서가 서로 협력하고 있었지만 각 부서의 개별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치중해 다른 부서의 목표를 지원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다른 부서의 목표를 지원하고픈 동기를 느끼지 못할 때도 많았다. 가령 A라는 부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B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B의 목표는 A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굿워드는 여러 해에 걸쳐서 회사 전체와 관련이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각 프로젝트는 미리 정해둔 수준의 예산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탓에 작업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회사 차원에서 공통 서비스 센터를 출범시킨 이후 각 사업부서에서는 이 센터에서 진행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을 담당할 직원들을 다시 채용했다. 결국 굿워드는 운영 모델 및 운영 과정을 다시 점검해야 했다. 예를 들면 이 센터는 어떤 응용기술을 개발할지를 결정할 때 조직의 관점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하기보다 서비스 센터의 자체 우선순위를 따랐다.
 
마찬가지로 각 부서 간에 제대로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중요한 제품의 출시가 늦어지기도 했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보험금 처리부서에 보험금을 처리할 역량이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은 채 새로운 보험 상품을 개발했다. 보험금 처리부서는 새로운 상품의 보험금을 처리할 여력이 없었기에 새로운 보험 상품과 관련된 보험금 청구가 밀려들기 시작했을 때 많은 돈을 들여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마케팅 부서는 보험통계 부서에 새로운 상품이 회사의 위험 수준 및 배상비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혀 물어보지 않았고, 몇몇 신상품으로 인해 비용이 증가했다.
 
좀 더 강력한 전략 실행 문화를 구축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굿워드 인슈어런스는 7000명이 넘는 직원에게 진단 설문조사를 나눠준 후에 17가지 항목 중 각 특성별 점수를 전략 실행 능력이 우수한 업체의 점수와 비교해 보았다. 굿워드는 이전에 실시한 여러 조사, 특히 직원 만족도 조사를 통해 훌륭하게 전략을 실행하는 데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본 연구진에서 제시한 진단조사를 통해 굿워드 인슈어런스는 수치로 기록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데이터를 그룹별, 계급별로 나눈 다음 어떤 장애물이 실제 전략 실행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방해가 되는지를 분석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중간급 관리자들이 최고 경영진에 비해 조직의 전략 실행 역량을 한층 비관적으로 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중간급 관리자들의 의견이 조직에서 채택하는 변화와 관련한 의제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이 조사를 통해서 굿워드 인슈어런스는 조직의 특징을 좌우하면서도 전략 실행을 방해하는 다음과 같은 세 요인을 찾아냈다.
 
조직 내에서 정보가 자유롭게 이동하지 않는다
굿워드는 조직 내에서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리자들은 부서 간 정보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근거가 쌓여가는데도 그저 ‘남의 문제’ 쯤으로 치부해 버렸다. 하지만 조직 진단을 통해서 부인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회사의 CEO는 직속 부하들과 함께 유형 평가표 결과를 살펴본 후에 각 조직 간의 정보 흐름에 관한 도표를 펼쳐 들고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 왔습니다. 그 동안 여러분은 항상 다른 사람의 문제일 뿐이라고 얘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조사에 응한 우리 회사의 응답자 중 67%가 사내에서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더 이상 다른 누군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바로 우리의 문제입니다. 모든 부서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수평 인사가 드문 것도 정보의 수평 이동을 방해하는 한 요인이었다. 굿워드는 수평 인사보다는 수직 인사를 선호했고 그 결과 대부분 중간급 관리자와 고위 관리자들이 처음 몸담은 사업 부서를 떠날 일이 없었다. 한 부서에 오래 머물다 보니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동의 진가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내에서 인맥을 형성하기도 어려웠다.
   
 
경쟁 환경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본사로 빨리 전달되지 않는다
진단 결과 및 관련 조사, 중간급 관리자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상부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의사결정 내용이 중역들에게 전해지는가 하면, 중역들이 중간급 관리자 채용 문제에 직접 간섭하고 나섰다. 1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할 때도 고위 경영진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 결과 굿워드는 경쟁자의 움직임, 고객의 요구, 더 넓은 시장의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없었다. 반면 중요한 정보는 최고 경영진에게 도달할 때까지 지나치게 많이 걸러졌고 그 결과 최고 경영진에게는 특별한 의견을 기대하기가 힘들 만큼 가치 없는 정보만 전달됐다. 가령 직위가 낮은 관리자들은 특정 프로젝트가 매우 타당한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결코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암울한 현실에 대해서 고위 경영진에게 거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진행하지 말아야 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한번 시작된 프로젝트는 끝까지 흘러갔다. 실제로 굿워드는 브로커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사실 과거에도 똑같은 시도를 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이미 있었다. 하지만 최고 경영진이 우선순위를 두는 일인지라 아무도 회의에서 문제를 지적하거나 프로젝트를 중단시키지 않았다.
 
어떤 직원도 자신이 어떤 결정이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른다
정보가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으면 관리자들이 자신의 권한이 어디에서 끝나고 다른 사람의 권한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의사결정권에도 문제가 생긴다. 심지어 일상적인 결정을 누가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지고 관리자들은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누구에게 질문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의사결정권이 분명하지 않으니 뒤늦은 비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굿워드에서는 응답자의 55%가 일단 결정이 내려진 후에 뒤늦게 비난하는 일이 잦다고 답했다.
 
다행스럽게도 굿워드의 최고 경영진은 진단 결과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세 분야를 개선하기 위한 변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참여의식과 주인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장기적인 목표와 함께 이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변화와 상징적인 변화를 프로그램에 담았다. 위계질서 상 서열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권력을 잡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소극적이면서도 공격적인 태도가 정보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고위 중역들은 자유롭고 열린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했다. 굿워드의 경영진 회의에서 좌석 배치가 바뀌는 상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예전에는 회의를 진행할 때 최고 간부들은 다른 참석자들과 떨어져 앉았다. 이런 실질적인 공간의 차이는 양측이 느끼는 괴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제 직원들이 쉽게 다가오고 편안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최고 간부들도 다른 참석자들과 섞여 앉게 됐다. 뿐만 아니라 경영진은 일반 직원들과 함께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전반적인 문화의 변화와 의사결정권 및 각 부서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런 행사를 진행할 때에는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이 한 테이블에 섞여 앉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딱딱한 분위기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는 일련의 활동을 도입해 다른 부서의 활동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기도 했다.
 
직급이 높은 관리자들은 정보의 흐름 및 의사결정권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보를 얻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자 보유하고 있는 비공식 네트워크를 평가해본 고위 관리자들은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1)고위 관리자들은 누가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지, 2)누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지, 3)누가 결과에 대해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지, 4)결과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밝혀주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장기간에 걸쳐 굿워드에서 진행될 방안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직 하부에 의사결정권을 위임한다. 가령 회사 차원에서 미리 정해둔 고용 인원, 연봉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대부분의 고용 및 채용 관련 결정은 직속 상사에게 위임했다. 누가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명확하게 파악하면 부서 간의 대화를 장려할 수 있다.
 
- 어떤 위원회가 중복됐는지 파악하고 폐지한다.
 
-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을 색출하기보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관심을 쏟기 위해 현 상태를 보여주는 숫자와 점수표를 조직 하부의 그룹 단위로 내려 보낸다. 점수표를 잘 고안하기만 하면 결과(매출, 수익 등)뿐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선행지표(고객 불만 전화, 완성된 고객 유지 계획)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 결과 경영진은 과거에 대한 설명 대신 미래를 예측하고 문제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 대화하게 됐다.
 
- 기획 과정은 포괄적이어야 한다. 각 그룹은 그룹의 목표가 다른 그룹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각 그룹이 공유하는 목표를 수행한다.
 
- 수평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중간급 관리자의 진로를 개선한다.
   
 
굿워드 인슈어런스는 이제 막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굿워드는 변화를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하는 다양한 그룹 및 경영진에게 이러한 노력을 이어나갈 책임을 나눠줬다. 이미 굿워드 인슈어런스의 전략 실행 능력이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직원 만족도 조사 결과에 변화가 생겼다. 부서 간 협력 및 의사결정의 명료성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중간급 관리자들의 긍정적인 답변이 2025% 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당장 더 높은 직위로 승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우수한 직원들은 이미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타 부서에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전략 실행은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힘든 과정이다. 탁월한 전략 실행 능력을 갖고 있는 업체라 하더라도, 전략 및 운영에 관한 중요한 결정이 행동에 빠르게 반영된다고 답한 직원은 3분의 2정도였다.(본 연구에서는 전략 실행 능력이 탁월한 조직을 ‘회복력이 우수한 조직(Resilient Organizations)’이라고 칭했다.) 실행능력에 관한 문제에 접근할 때 구조적인 해결책이나 동기부여와 관련한 해결책에 중점을 두거나, 이런 해결책만을 고집하면 계속해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미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두 가지 방법만을 사용하면 단기적인 성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근본 원인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다시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직원 각자가 자신이 어떤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으며,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을 때에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정보가 원활하게 흘러가게 하면 구조적인 문제 및 동기부여와 관련된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게 마련이다.
 
조직 변화를 위한 시뮬레이션
 
조직의 상태가 지금보다 나을 수도 있었다. 시간과 자원만 충분했더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쌓여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비용 효과가 클까? 본 연구팀은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할 위험 없이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하고, 각 기능부서의 직원들을 모아서 팀을 구성하고, 비금전적인 보상을 늘리는 등의 구체적인 행동 방안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시험해보기 위한 방법을 개발했다. www.simulator-orgeffectiveness.com을 방문해 다섯 단계로 이뤄진 다양한 조직 변화 프로그램을 시도해보고 각 회사의 수행능력을 개선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지 평가해보자.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싶다면 우선 위 사이트를 방문해 일곱 개의 조직 형태 중 자신이 속한 조직의 현 상태와 가장 닮은 것을 선택해보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5분여를 투자해 진단 조사부터 해보자. 진단 조사에 나와 있는 질문에 답을 하면 각 조직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자동으로 알려주며 기준이 되는 점수를 일러준다. (100점이 최고점이긴 하지만 어떤 조직도 완벽하지 않다. 효율적인 기업이라도 점수가 6070점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기준 점수가 정해졌으면 28개의 행동 방안 중 다섯 개를 선택해 실행능력 개선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모의 테스트를 진행해볼 수 있다. 선택한 방안이 조직의 가장 취약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사람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각 행동 방안이 특정한 조직적 요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려준다.
 
선택을 마치면 시뮬레이터가 선택된 내용을 반영하고 인터넷 기반 엔진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 이뤄진다. 인터넷 기반 엔진은 2만6000명 이상이 응답한 31개 업체에 대한 데이터에서 추출한 경험 관계를 활용,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평가한다. 그런 다음, 막대그래프를 통해 조직의 수행 점수가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보여주고 최고의 성과를 자랑하는 조직과 비교했을 때 어느 위치에 서있는지, 맨 처음 같은 조직 유형을 선택한 사람들의 평균 결과와 비교해서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원한다면, 2단계로 나아가 다시 다섯 개의 행동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두 번의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아래 그림과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시뮬레이터가 좋은 이유는 결과를 걱정할 필요 없이 여러 활동을 조합했을 때 조직의 전략 실행 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을 한 차례 진행하는 동안에는 원하는 행동 방안 다섯 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단 두 차례 있지만 원하는 만큼 시뮬레이션을 가동할 수 있다. 같은 조직에 속한 여러 팀을 경쟁시키기 위해 이 시뮬레이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시뮬레이션이 끝난 후 고위 중역들 간에 아주 생산적인 대화가 오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물론 시뮬레이터가 개별 조직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상황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뮬레이터는 정확한 목표를 중심으로 효율적인 조직 변화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구축하기 위해 유용한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시뮬레이터는 돈이나 각종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도 다양한 변화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게리 L. 닐슨(neilson_gary@bah.com)은 경영 컨설팅 업체 부즈 앤 컴퍼니(Booz & Company) 시카고 사무소 부소장이며 <순응-저항형 조직(The Passive-Aggressive Organization)>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05년 10월호 참조) 칼라 L. 마틴(martin_karla@bah.com)은 부즈 앤 컴퍼니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소장이며, 엘리자베스 파워스(powers_elizabeth@bah.com)는 뉴욕 사무소 소장이다.

INTERACTIVE TOOL: Use this simulator to test the effectiveness of various change initiatives.
  • 게리 L. 닐슨(Gary L. Neilson) 게리 L. 닐슨(Gary L. Neilson) | - 경영 컨설팅 업체 부즈 앤 컴퍼니(Booz & Company) 시카고 사무소 부소장
    - <순응-저항형 조직(The Passive-Aggressive Organization)> 공동저자
    neilson_gary@bah.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칼라 L. 마틴 (Karla Martin) 칼라 L. 마틴 (Karla Martin) | - (전) Booz Allen Hamilton
    martin_karla@bah.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엘리자베스 파워스(Elizabeth Powers) | 부즈 앤 컴퍼니(Booz & Company) 뉴욕 사무소 소장
    powers_elizabeth@bah.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