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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친환경 경영

비닐봉투 없애고 폐박스 활용하고... 유통업 특성 100% 활용한 녹색 경영

최한나 | 145호 (2014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예슬(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물건을 사면 비닐봉투는 당연히 따라오는 것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백화점이든 마트든 구입한 물건을 담아갈 비닐봉투나 쇼핑백을 무상으로 제공하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비닐봉투나 쇼핑백을 구입해서 써야 하는 시스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쇼핑을 가기 전 물건을 담을 장바구니나 카트를 개인적으로 미리 준비하기도 한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해진 이 문화가 시작된 곳이 이마트다. 한 직원이 아이디어 제안 게시판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덕분에 이마트 전 점포에서, 이어 모든 마트와 백화점에서 비닐봉투가 사라졌다.

 

이마트는 비닐봉투 없애기에 성공하면서 자신을 얻었다. 성공 경험과 이로 인한 자신감은 이후 친환경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과대포장 줄이기에 도전하고 친환경 점포를 만들어가면서 친환경 경영은 이마트의 또 다른 DNA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이마트가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 경영을 DBR이 집중 분석했다.

 

“비닐봉투를 없애자

 

이마트는아이디어 팩토리라는 이름의 사내 아이디어 제안 게시판을 운영한다. 임원에서 말단 사원까지 이마트 소속 직원이라면 누구나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게시판이다. 직원들이 올린 아이디어 중에 각 점포마다 월 3건씩 골라 베스트 제안방에 게시할 수 있다. 여기에 올라온 글에 직원들은추천을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 지지 혹은 반대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많은 지지를 받은 글일수록 상위에 랭크되고 CSR팀을 거쳐 기획과 마케팅 부서로 넘어가 구체화된다.

 

2009년 초였다. 글이 하나 올라왔다. 이마트 모 점포에서 현장 근무하는 직원이었다. 그는 매장에서 비닐봉투가 남용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비닐이 날리고 쌓여 처리가 어려우니 아예 없애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마트에서 쓰는 비닐봉투는 모두 공짜였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물론 직원들도 비닐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매일 수천 장씩 쌓이는 비닐은 매장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애물단지였다. 점포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이 댓글을 달아 동의를 표했다. 여러 점포에서 지속적으로 같은 의견이 제기되자 본사 마케팅팀에서 매장으로 현장 조사를 나왔다. 실제로 매장마다 버려지는 비닐봉투 양은 엄청났다. 비닐봉투는 재활용이 어려워 일단 사용하고 나면 전부 폐기처분해야 했다. 아무리 잘 모아도 가벼운 비닐은 잘 날렸다. 폐기물로 운반하는 비용도 컸지만 옮겨간 후에는 전부 태우는 과정이 필요했다. 조사 결과를 받아든 본사는 의논 끝에 비닐봉투 사용 중단을 시도해보기로 결단을 내렸다.

 

 

말은 쉽지만 시행은 만만치 않았다. 시범 시행 전부터 사내에서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비닐봉투 없는 마트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장 소비자 불편과 항의가 빗발칠 것이 분명했다. 다른 마트에서 모두 비닐봉투를 제공하는데 이마트만 장바구니 사용을 강제한다면 자칫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닐봉투를 없애보자는 목소리는 점점 더 힘을 얻었다. 비닐봉투 대신 물건을 담아갈 수단을 제공한다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본사에서는 마찰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일단 양재점과 남양주점 등 2개 점포에서 3개월간 시범 운영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비닐봉투를 대신해 물건을 담아갈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다. 단지 비닐봉투를 없애기만 하면 소비자 반발은 물론 직원들까지 불편을 겪을 수 있었다. 일단 에코백 사용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에코백은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는 재질의 장바구니다. 마침 비닐봉투 없는 점포 시행 전부터 마케팅팀에서는 소지하기 편한 장바구니를 기획하고 있었다. 여러 소재와 디자인을 놓고 검토한 끝에 30㎏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하면서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작게 접어 소지하기 편한 형태로 제작하기로 했다. 에코백은 고객 증정용 사은품과 대여용 등 두 가지 용도로 나눠서 만들어졌다. 비닐봉투 없는 점포가 도입된 이후 3년간 사은품의 대부분에 에코백이 포함됐을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배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대여용 에코백은 점별로 300∼400개 정도가 비치됐다. 장바구니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고객은 누구나 간편하게 에코백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생선이나 고기 등 물기가 많아 비닐 사용이 불가피한 제품에는 예외를 인정해 매장 내 사고 위험을 줄이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비닐봉투를 없애기 전, 해당 점포를 찾는 고객이 당황하지 않도록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 사실을 알렸다.

 

비닐봉투 없는 첫날, 점포 곳곳에서 고객과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잇따랐다. 고객 저항은 생각보다 심했다. 고객들은 내 돈 주고 물건을 샀는데 담아갈 봉투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계산대에 앉아 있는 직원들에게 호통을 쳤다. 담아온 물건을 계산대에 늘어놓고 그냥 가버리는 고객도 있었다. 물건을 집어던지며 삿대질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후 일부 점포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내부에서는 비닐봉투 사용을 재개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폐박스가 비닐봉투 없는 점포를 살렸다. 역시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마트를 들고 나는 대부분의 물건은 상자에 담겨 운반된다. 하루에도 수천 개씩 쏟아지는 폐박스를 정리하고 보관하는 일은 현장 직원들에게 작지 않은 부담이었다. 비닐봉투 대신 폐박스에 물건을 담아가게 하자는 의견은 많은 현장 직원들의 지지를 얻었고 빠르게 구체화됐다.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여러 가지 등장했다. 폐박스를 어느 곳에 놓아야 매장을 빠져나가는 고객들이 혼잡을 겪지 않고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크기의 박스를 어느 정도나 비치해야 하는가, 물건을 박스에 담은 후에는 무엇으로 박스를 고정하게 할 것인가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본사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핵심은 개수와 위치였다.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폐박스의 개수와 크기는 매장마다, 시간대마다, 요일마다 다 달랐다. 폐박스는 매장은 물론 주차장에서도 적당한 거리에 놓여야 했다.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해당년도 점포별 방문고객 수를 일별로 산출해 이를 기준으로 필요량을 예측했다. 이어 박스 크기를 A, B, C, D타입으로 나누고 점포 규모와 매출을 기준으로 크기별 비치 개수를 조정했다. 다음은 위치였다. 적절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점포마다 직원들을 배치해 고객 동선을 관찰했다. 점포별로 지원팀장 주관하에 파트장과 총무 등 실무자들이 총동원됐다. 물건을 산 고객들이 출구를 향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간대마다 혹은 요일별로 고객들이 얼마만큼의 물건을 사서 들고 나가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모인 데이터를 토대로 매장별 폐박스 설치 장소를 결정했다. 물건을 담은 박스가 열리지 않도록 고정시키기 위한 테이프와 노끈, 가위 등도 함께 구비했다. 폐박스 비치 후 매일 성과를 관찰하고 그 결과는 전 매장이 공유했다.

 

물건을 담아갈 수 있는 박스를 비치하면서부터 비닐봉투 없애기가 빠르게 정착됐다. 고객들은 비닐보다 박스에 물건을 담아가는 것이 편리하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온 가족이 마트를 방문해 쇼핑하는 일이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아가면서 폐박스 사용에 가속이 붙었다. 아이들은 물건을 박스에 옮겨 담는 일을 놀이처럼 받아들였다. 마트를 찾는 고객의 대부분이 차를 가져온다는 점도 폐박스 선호도를 높였다. 차를 가져온 고객들은 물건을 한꺼번에 담아 박스 채 운반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했다. 매장 직원과 고객들의 피드백을 토대로 폐박스는 날로 진화했다. 매장별 수요 측정이 갈수록 정확해졌고 박스에 붙이기 위한 테이프도 재질이나 넓이 등 여러 면에서 업그레이드됐다. 피드백을 받아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한 결과다.

3개월이 채 지나기 전에 시범 운영점포의 매출이 정상화됐다. 고객들의 불만도 잦아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이마트는 전 매장 확대 실시를 추진했다. 시범 운영점포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매장마다 고객 동선 관찰과 폐박스 수요 예측을 거쳐 몇 달 간격을 두고 차례차례 확대했다. 비닐봉투 없는 점포가 이마트 전체 매장 중 60∼70% 정도 차지할 무렵, 환경부에서 연락이 왔다. 이마트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의 취지가 좋고 운영도 성공적인 만큼 다른 유통매장에도 확산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대형마트 실무자들을 모았다. 환경부가 자리를 만들고 취지를 설명하면 이마트가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전달하는 식이었다. 다른 유통업체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고객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조치인데다 심하면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부 반발도 컸다. 비닐봉투를 제작하는 업체들이었다. 이들에게 대형마트는 중요한 납품처였다. 대형마트들이 비닐봉투를 쓰지 않기로 하는 것은 이들 업체에 엄청난 타격이었다. 이 업체들은 환경부를 찾아가 항의하고 환경부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이마트가 단지 자체적인 수익성이나 이미지 개선효과를 노리고 비닐봉투 없는 점포를 기획했다면 다른 마트를 설득하는 일에 적극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범 운영점포에서의 성공은 이 일의 가능성과 실행 효과를 체험하게 했고 이마트는 이 조치가 좀 더 널리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다른 마트에서도 비닐봉투를 제공하지 않으면 나머지 매장에 도입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마트는 실제 운영해 본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다른 마트들을 설득했다. 매장 청소가 쉽고 비닐봉투 비용이 절약되며 친환경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무엇보다 먼저 실행해 본 결과를 적극 알리며 불가능한 일도, 비효율적인 일도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비닐봉투 제작업체들에는 일반 비닐봉투 발주를 줄이는 대신 쓰레기 종량제 봉투 제작을 늘리는 안을 제시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합의를 통해 계산대에서 일반 비닐봉투 대신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는 방안이 새로 등장했다. 고객들은 묶음으로 구입하는 것과 별개로 종량제 봉투를 한 장씩 구입해 운반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반드시 그 지역뿐 아니라 다른 여러 지역 주민들이 찾는다는 점을 고려해 계산대에서 한 장씩 판매하는 종량제 봉투에는 적용되는 지역을 보다 넓게 설정했다. 동이나 구 단위가 아니라 시 단위로 사용 가능 지역을 표기해 서울시 어디에서든 쓸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 또한 현장 직원과 마트를 찾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수용해 이마트가 환경부에 건의한 결과다.

 

2010년 말, 우리나라 전국 유통업체에서 비닐봉투가 사라졌다. 곧이어 백화점도 동참했다. 마트나 백화점을 찾을 때 장바구니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확산됐다. 비닐봉투 없는 마트와 백화점은 하나의 쇼핑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를 통해 절감한 비닐봉투는 연간 6000만 장, 사회적 비용 30억 원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과대포장 없애기

 

비닐봉투 없애기에 성공하면서 이마트는 자신감을 얻었다. 친환경 아이디어를 적극 현실화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기업윤리팀( CSR)이 직원들이 제시하는 친환경 관련 아이디어를 모아 추진하는 일을 맡았다.

 

현장에서 올라오는 아이디어들은 좋은 밑그림이 됐다. 제품의 과대포장을 줄여보자는 의견은 매장에서 근무하는 바이어(buyer) 직원에게서 나왔다. 바이어는 제조업체들이 생산하는 물건을 고르고 선택해 각 매장 수요에 맞게 구입하는 일을 한다. 시리얼을 담당하던 바이어 중 한 명이 실제 시리얼이 담긴 비닐봉투에 비해 그 봉투를 감싸는 종이포장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종이박스가 속 봉투에 꼭 맞게 제작된다면 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판단한 CSR팀은 즉각 실행에 착수했다.

 핵심은 시리얼을 만드는 업체들의 적극적인 협조였다. 이들이 겉포장 줄이는 일에 동참한다면 일을 어렵지 않게 풀어갈 수 있었다. CSR팀은 켈로그, 포스트 등 주요 시리얼업체들과 접촉했다. 종이박스 크기를 줄여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제조비용이 줄고 운반이 편해지는 등 장점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시리얼 업체들은 난색을 표했다. 종이박스를 작게 한다는 것은 제품의 전체적인 크기를 줄인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실제 들어 있는 양이 동일하더라도 제품 크기가 작아지면 소비자들은 양이 줄었다고 인식한다. 이는 매출 감소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CSR팀은 머리를 모았다. 제조업체들이 매출 감소를 우려한다면 이를 잠재우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포장만 줄였을 뿐 내용물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적극 알려야 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홍보 행위는 이마트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야 했다. 논의 끝에 CSR팀은 포장을 줄인 착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매장에서 적극 홍보하고 포장을 줄인 업체의 제품을 가장 좋은 곳에 진열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제품 주변에 홍보물을 설치하고 매장 직원들이 구두로 홍보하는 한편 통로와 맞닿아 고객들의 눈과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진열대의 양쪽 끝(end cap)에 해당 제품을 진열하겠다는 제안이다. 제조업체들은 한층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지만 여전히 머뭇거렸다. 홍보와 진열만으로는 매출 감소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이유였다. 다시 내부 논의를 거친 CSR팀은 세 번째 대안을 제시했다. 포장을 줄인 업체 제품의 입점 점포를 늘리고, 진열 공간을 넓히며, 사들이는 제품 종류를 다양화한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이제까지 켈로그 제품을 1종류만 매입해왔다면 포장을 줄인다는 전제하에 2∼3종류로 매입 대상을 늘리는 방안이다.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의 경우 재고 부담을 자체적으로 떠안기 때문에 매입하는 제품 종류와 수량을 늘린다는 것은 매출 감소 가능성에 따른 손실 위험을 직접 부담하기로 한 것과 같다. 김동혁 CSR팀 대리는비닐봉투 없는 점포를 개설했을 때도 초기에는 약간의 손실이 있었지만 결국은 매출이 정상화됐고 오히려 더 좋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과거의 성공 경험이 의사결정에 좋은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은 이마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협의를 시작한 지 6개월여 만이다. 이렇게 해서 겉포장을 줄인착한 시리얼이 탄생했다. 이 제품으로 인한 효과는 이해관계자 3곳 모두에 긍정적이다. 포장이 줄면 원가가 감소한다. 포장에 들어가는 제조비는 물론 운반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는 비용 절감 효과를 가장 크게 보는 주체다. 이마트도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들여올 수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제품 자체의 크기가 작아지므로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양을 진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고객이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폐기물이 줄고 이로 인한 부가적인 비용이 감소하면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체적으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제품이 매장에 깔렸다. 이마트는 해당 제품을 진열대 양 끝에 진열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크기가 작아졌지만 용량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매장 내 제품 주변에서 적극 홍보했다.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소비자들은 굉장히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나친 포장은 소비자에게도 짐이었다. 용량에 변함이 없다면 기꺼이 포장을 줄인 제품을 택하겠다는 소비자가 대부분이었다. 제품의 뒷면까지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들은 더더욱 착한 포장 제품을 선호했다. 실제로 포장을 줄인 시리얼은 패키지를 바꾼 이후 매출이 늘었다. 착한 시리얼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마트는 과자 등 다른 부문에서도 동일한 캠페인을 시도했다. 해태제과, 오리온 등이 동참 의사를 밝혀 이들 업체와 손잡고 기존 제품보다 포장 크기를 줄인 과자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과일선물세트에 들어가는 띠지를 100% 없애고 다양한 상품의 이중 포장을 줄이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포장재를 개발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들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줄인 친환경 점포

 

최근에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이마트가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던 시기에는 한 해에만 10여 개씩 점포가 늘어날 정도였다. 건물을 짓는 일에도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더 큰 비용은 점포 운영을 시작하면서 발생한다. 이마트 같은 유통업체에서 제품 구입에 소요되는 비용을 제외하고 발생하는 비용의 가장 큰 비중을 바로 건물 운영비가 차지한다. 건물 하나가 새로 지어져 수명을 다할 때까지 소모되는 비용을 100이라고 한다면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30,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70일 정도로 운영비용 비중이 크다. 건물 전체에 조명을 켜고, 냉난방을 하고, 제품 보관에 필요한 냉장고나 온장고 등을 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대부분 건물 하나가 점포 하나를 이루고 있을 만큼 규모가 크고 하루에 10시간 이상, 연중무휴 운영하는 등 가동시간이 길기 때문에 여기에 소비되는 에너지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운영비용을 줄일수록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마트가 친환경 점포에 관심을 가져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매해 10여 개씩 점포가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운영비용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이 때문에 새로 짓는 매장일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고 가급적 자체 조달이 가능하게 지어야 한다는 판단이 자연스럽게 싹 텄다. ESCO(Energy Service Company) 사업을 유통업계 최초로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래 ESCO ESCO로 지정받은 에너지절약 전문기업이 에너지 절약시설이나 아이템에 투자하되 해당 기업에서 미리 돈을 받지 않고 일단 투자한 후, 차후 발생하는 에너지절감비용에서 투자비를 분할 회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마트는 점포의 친환경화를 추진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 이후 ESCO 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독일 지멘스(Siemens)나 이마트 계열사 미래BM 등 에너지컨설팅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해 선정된 업체로부터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았다. 이들 업체로부터 건물에 도입할 수 있는 친환경 아이템을 추천받은 후 실제 투자를 집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설치한 친환경 아이템이 대표적인 친환경 점포로 꼽히는 의정부점에만 15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 지붕이다. 태양광을 사용해 전력을 얻는 장치를 지붕에 설치하고 이곳을 통해 전력을 생산한다. 생산한 전력은 자체 소비하지 않고 한국전력에 팔아 더 큰 이윤을 남긴다. 이마트는 싸게 공급되는 기업용 전력을 쓰면서 비싼 값에 자체 생산 전력을 팔아 이익이고, 한국전력은 재생에너지 의무 조달량을 싼 값에 확보할 수 있어 이익이다. 매장의 냉난방 에너지를 얻는 곳은 땅이다. 땅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다. 지하 150m까지 지열봉을 박아서 땅의 온기와 냉기를 얻는다. 이 기운을 겨울에는 난방에, 여름에는 냉방에 사용한다. 이렇게 얻은 지열 에너지로 매장에서 사용하는 냉난방 에너지의 70∼80%

대체할 수 있다. 김동혁 대리는지열 에너지를 얻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점포당 10억 원이 넘기 때문에 단순 비용만 놓고 본다면 석유나 가스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온실가스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니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마트 친환경 점포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의 강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거나 꺼지는 조도 센서와 천장에서 공기를 강하게 내려 쏴서 매장 내·외부를 차단해 냉기나 온기의 손실을 막는 온도감지용 에어커튼, 밖에서 비추는 빛을 차단하거나 흡수해 내부 온도를 낮추거나 높이는 루버 등이 설치됐다.

 

이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2세대 친환경 점포를 시도할 만큼 친환경 점포가 이마트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지만 처음 이와 관련한 컨설팅을 받고 여러 설비를 도입할 때는 내부 반발이 컸다. 투자비용이 몇 백억 원에 달할 만큼 막대한데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비판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일단 건물 운영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매장을 늘릴 때마다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컸다. 친환경 점포를 열고 이를 홍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부차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또한 2015년부터 온실가스 규제가 본격화하는 등 외부적 압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일찍부터 친환경 점포 설립에 노력을 들인 결과 이제까지 이마트는 총 3645000h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었다. 이는 15∼20개 정도 점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모두 더한 분량과 동일한 규모로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여유 있게 규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 있다.

 

시사점

 

1. 업의 특성을 파악하고 핵심 경쟁력으로 활용

이마트는 수많은 고객과 접점을 갖는 유통업체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해야 한다고,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고 아무리 외쳐도 소비자 개개인에게 직접 와 닿는 방식이 아니라면 외면당하기 쉽다. 비닐 사용을 자제하고 착한 포장의 제품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소비자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유통업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이마트가 비닐봉투 사용을 제한하고 제품 포장을 줄이는 등에 자원을 배분하기로 결정한 것은 유통업체의 본질을 이해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을 찾은 결과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이 핵심 비즈니스와 연계해 CSV(Creating Shared Value)를 추진할 때 가장 효율적인 실행도, 가장 좋은 성과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마트는 비닐봉투 없는 점포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섰고 먼저 경험한 바를 다른 업체들과 공유해서 업계 전체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한편 사회 전체적으로 새로운 쇼핑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선도업체로서의 역할을 이해하고 이를 실행하는 일에 망설이지 않은 결과다.

 

2. 활발한 아이디어 발굴 및 확실한 실행 절차 확보

 

비닐봉투 없애기와 폐박스 활용, 제품포장 줄이기 등의 아이디어는 모두 현장에서 나왔다. 본사에서 모든 일을 기획하고 추진하려고 했다면 실행력 높은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확보하기도, 이를 구체화해서 성과로 연결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마트는 일찍부터 전 사원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여기에 올라온 의견을 가감 없이 수렴해 행동으로 옮기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이마트 소속 직원이라면 누구나 의견을 표명하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좋은 아이디어 발굴의 근원이 됐다. 해결하려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다양한 직책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논의가 활발했고 이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을 찾아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투명하고 확실한 실행 절차를 확보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많은 회사들이 사내 게시판을 운영하지만 의견 게시 자체가 활발하지 않거나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가도 금세 묻혀버릴 때가 많다. 이마트는 게시판에 올라오는 의견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구체화하는 일을 CSR팀에 전담하게 하고 전사적 지지를 토대로 실행하게 했다. 아울러 실행 과정을 전부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아 반영했다. 이는 아이디어 게시에 대한 직원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고 실행 단계에 들어간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보완해 보다 나은 성과를 가능하게 했다. 비닐봉투를 없앤 시범 운영점포에서의 매일매일을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개선 아이디어를 찾아 반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CSR팀은 친환경 활동의 컨트롤 타워로 다양한 활동들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3. 합리적인 대안 제시로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 참여 유도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을 처음 시도하는 것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외부적으로는 물론 내부에서도 많은 반대와 반발심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실제로 비닐봉투 없애기를 추진했을 때 가장 큰 반대는 내부에서 나왔다. 고객들의 불편을 감당해야 할 뿐 아니라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궁극적으로는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비닐봉투를 없애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이마트는 무작정 비닐봉투를 없애지 않았다. 에코백을 만들어 매장마다 수백 장씩 비치하고 폐박스 활용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등 새로운 방식이 원만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제품포장을 줄이기 위해 제조업체들과 협상을 시도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과감히 밀어붙일 수도 있었지만 이마트는 차근차근 대안을 제시하며 제조업체들의 진정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입점 점포를 확대하고 구입하는 제품 종류를 늘리는 등 제조업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했다. 이 같은 노력은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불렀고 새로운 방식에 대한 마찰과 거부감을 줄였으며 결과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계산대에서 종량제 봉투를 한 장씩 판매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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