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국가브랜드 활용 방안

삼성이 덕볼 만한 국가브랜드는 없다? 멕시코 맥주도 길 찾았는데…

140호 (2013년 11월 Issue 1)

 

 

미국의 국가 이미지는 혀끝의 강렬한 미각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초콜릿과 코카콜라, 과자 등단것을 한국은 물론 독일에도 뿌렸다. 소련이 1946 6월 서독에서 서베를린으로 가는 길을 통제하자 미국 등 서방측은 베를린에 필요한 물자들을 비행기로 보내는베를린공수작전을 감행했다. 서베를린으로 물자를 나르던 미군은건포도 폭탄도 떨어뜨렸다. 초콜릿과 사탕, 과자, 건포도 등을 작은 낙하산에 매달아서 비행기로 서베를린에 뿌렸고 서베를린 아이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초콜릿과 과자에 열광했다. 이런 모습은 한국전 당시 미군의 초콜릿에 열광하던 한국의 아이들과 비슷했다. 미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상징하며 많은 나라에 뿌려지던 달콤함의 정점에는 코카콜라가 있었다. 소설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상류층으로 발돋움하려는 여성들이길거리에서 파는 냉차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 아무나 마실 수 있는 음료가 아닌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 미제는 어쩜 음료까지도 이렇게 맛있니. 왜 미국에 가려고들 그 야단인지 알 것도 같애.” 이 대목을 통해 코카콜라가 미국이라는 국가브랜드의 형성에 어떻게 기여했으며 반대로 미국이라는 국가브랜드가 코카콜라의 브랜드를 어떻게 강화시켰는지 잠시나마 엿볼 수 있게 한다.

 

미국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두 장군

 

미국에는 장군(General)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표적인 기업이 2개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제너럴일렉트릭(GE)은 과거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이란 국가브랜드를 보여주는 아이콘이었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1953년 당시 제너럴모터스의 CEO이던 찰리 윌슨을 국방장관으로 지명했다. 국회 인준을 위한 상원청문회에서 한 의원이국익과 제너럴모터스의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냐고 질문했고 찰리 윌슨은미국에 좋은 것은 제너럴모터스에 좋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는 말을 남겼다. 제너럴모터스의 자동차와 함께 제너럴일렉트릭의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들은 미국적인 풍요의 상징이었다. 제너럴모터스는 2009년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살아났지만 실질적으로는 파산했다. 파산의 조짐은 1980년대 초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로 연비가 좋은 효율적인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늘었으나 제너럴모터스는 그런 변화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1990년대 경영학계에서 실패사례로 가장 많이 거론되던 기업이 제너럴모터스였을 정도다. 필자가 2005년 미국의 어느 경영대학원 교수에게왜 제너럴모터스는 20여 년 동안 연속해서 실패사례만 만들어내고 있는가. 실패로부터 그렇게 전혀 배우지 못할 수가 있단 말인가라고 묻자 그 교수는 관료적인 조직과 문화, 조직이기주의, 거대한 몸집 등의 문제점을 거론한 뒤미국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제너럴모터스가 갖고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1980년대 제너럴일렉트릭의 CEO를 맡아경영의 신으로 추앙받았던 잭 웰치도 2000년대 초 퇴임할 때 모습은 씁쓸했다. ‘중성자탄 잭 웰치란 별명이 사람들의 입에 다른 긍정적인 칭호보다 자주 오르내렸다. 직원들을 무자비하게 해고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제너럴일렉트릭은 기업 슬로건 ‘We bring good things to life’처럼 생활에 좋은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자비하게 구조조정의 칼을 휘두르는 미국식 경영의 대표로 자리잡았다. 코카콜라의 달콤한 맛도 이미지가 변했다. 코카콜라는 패스트푸드와 함께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을 받았다. 비만으로 호흡을 헐떡이며 영양불균형에 시달리는 미국인의 모습이 미국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한편을 차지했다. 코카콜라의 전설적인 광고처럼세상 사람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는것이나 맥도날드처럼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미국의 모습은 이미 색이 바랜 지 오래다. 제너럴모터스는 2012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과거처럼 규모를 자랑하는 거만한 태도는 지양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은 잭 웰치가 물러난 뒤 환경 부문에서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코카콜라 역시 최근희망(Hope)’을 주제로 한 캠페인을 전개하며 부정적인 연상을 떨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애플, 미국 대신 캘리포니아를 브랜드로 활용하다

 

과거 미국의 국가브랜드와 동일하게 여겨지던 기업들은 현재 미국의 국가브랜드와 일정 부분 떨어져 있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이 위세를 떨치고 경외의 대상이던 시절과 비교할 때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도 이들 브랜드는 미국이 연상되고 미국을 상징하는미국의 브랜드라는 사실을 떨쳐버릴 수 없다. 애플과 모토롤라가 최근 광고에서 벌인 작은 다툼은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6월 애플은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캘리포니아의 애플이 디자인)’를 카피로 내건 광고를 대대적으로 집행했다. 애플의 강점인 디자인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미국이라는 배경은 너무 크고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애플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나 실리콘밸리는 협소하고 지명도도 떨어진다. 그래서 중간 형태로 캘리포니아를 내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캘리포니아만 해도 남북한을 합친 면적보다 두 배 가까이 크다. 그런데 7월 모토롤라가 ‘Designed by you. Assembled in the USA(당신이 디자인하고 미국에서 조립됐다)’를 내세운 스마트폰 광고를 시작했다. 애플에 딴죽을 걸면서도 함께 편승해 가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였다. ‘Designed by∼’ ‘Assembled in∼’는 모두 낯설다. 우리에게는 ‘Made in∼’이 익숙하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보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해외 생산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과연 ‘Made in∼’의 브랜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1990년대에 어느 미국 친구가 이런 질문을 했다. “파나소닉TV를 샀는데 태국의 마쓰시타 단지에서 생산된 것이면 일본제인가, 태국제인가?” 꼼꼼한 일부 일본 소비자는 제품 뒤에 새겨진 ‘Made in∼’이라는 생산지를 확인하고 좀 더 비싸더라도 일본에서 생산된 것을 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Made in∼’은 생산(조립)지와는 다른 측면에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노동환경 측면에서 국제적 시민단체들의 감시를 받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다. 나이키는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압도적인 영향력에 힘입어나이키-미국의 브랜드 관계가 일정 부분 형성됐다. 하지만 나이키의 제조공장들이 주로3세계 국가에 설립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사실이 나이키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후 나이키의 비인간적이고 탐욕스런 모습이 또한 미국의 국가브랜드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애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애플 제품의 상당수는 중국 팍스콘에서 생산된다. 팍스콘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있으며 팍스콘 노동자의 자살 소식은 미국 언론까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플은 최근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캘리포니아의 애플이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조립한다)’란 표기를 하기 시작했다. 생산지를 확실하게 표기하라는 국제단체들의 항의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반면 광고에서는 부정적인 연상을 가져올 ‘Assembled in China’라는 표기를 뺐다. ‘Assembled in∼’ ‘Made in∼’보다 좁은 분야에 낮은 등급의 인상을 준다. 지금은 ‘Made in∼’조차도 국가브랜드의 위상에 따라 변용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모토롤라는 미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자신과 일체화하려는 시도를 자주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무전기와 달에 처음 착륙했을 때 사용한 통신기기, 미식축구에서 코치들이 사용하는 송수신기 등을 광고와 홍보물에 활용했다. ‘기술 미국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모토롤라다. 그러나 휴대전화에서 1990년대 말부터 노키아와 애플, 삼성, LG 등에 밀리면서 모토롤라는 통신기기는 물론 제조 부문에서 뒤지고 있는 미국의 실상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최근미국에서 조립했다며 미국의 국가브랜드와의 연계를 다시 강화하고 있는데 역효과만 내지 않을까 예상된다. 우선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조립된 제품에 이전처럼 좋은 점수를 주고 있지 않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런 경향이 더 짙다.

 

높아지는 원산지 오인지율

 

미국 마케팅 컨설팅업체인 앤더슨애널리틱스가 2007년 미국 375개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유명 브랜드의 국적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57.8%가 삼성전자를 일본 기업이라고 대답했다. 한국 기업이라는 응답은 9.8%에 불과했다. LG전자의 경우 41.9%가 미국 기업으로, 26%는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었다. 한국 기업이라는 응답은 8.9%에 그쳤다. 한국 제품을 다른 나라 제품으로 오인하는 비율도 86%로 핀란드(96%)와 덴마크(92%) 뒤를 이어 네덜란드와 함께 공동 3위였다. 핀란드 기업인 노키아를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응답자는 53.6%였고 덴마크 기업인 레고를 미국 기업으로 알고 있는 응답자도 61.1%에 달했다. 원산지 오인지(誤認知)율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노키아(Nokia)였다. 4.4%만이 노키아가 핀란드 기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앤더슨애널리틱스는미국 대학생들이 사용 제품의 국적을 잘 모르거나 미국이나 일본 및 독일 제품일 것으로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무지가 휴대전화 제조업체, 특히 한국 기업들에 노키아나 모토롤라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을 그대로 적용하면 노키아가 1990년대 중반 모토롤라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은 미국인이 원산지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삼성과 노키아를 일본이나 미국 기업으로 오인하는 사람은 각각 68.3% 66.2%로 비슷했다.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 비디오게임, 스테레오, 컴퓨터, 자동차, 의류, 초콜릿, 시계 등 9개 품목에 대한 원산지 선호도는 일본이 휴대전화부터 스테레오, 자동차까지 5개 품목에서 1위였다. 미국이 3개 품목에서 1위였고 스위스가 시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일본의 존재는 미미하다. 일본의 소니와 산요, 파나소닉이 1990년대 말까지 미국시장에서 5위권을 차지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한국 기업들에 밀리기 시작했다. MP3플레이어도 소니의 워크맨(Walkman) 브랜드가 잊을 만하면 신제품을 출시하며 당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아이팟(ipod)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일본이 휴대전화와 스테레오 등의 분야에서 선호도 1위를 기록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광고 전문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는 이런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째, 원산지 이미지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물리적인 국경을 넘어서 서로 소통하고 놀 수 있는 인터넷과 함께 자란 젊은 세대들은 원산지라는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원산지를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마케팅은 갈수록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지리, 특히 미국 밖의 세계에 가장 무지하다. 아예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일본의 경우도 2005년 일본지리학회에서 고교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언론에서 빈번하게 거론하는 국가의 위치를 골라내라는 조사를 했다. 대학생 43.5%가 이라크의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원산지 이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원산지의 이미지는 여전히 제품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다. 다만 과거와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영향력이 조금 떨어졌을 뿐이다. 원산지에 기초한 브랜드 만들기가 전혀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아니다. 원산지를 부각시키거나 숨기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관련해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의 문제다.

 

비일본(非日本)과 범중국(汎中國)으로 분류되는 한국 브랜드

 

삼성의 원산지를 일본이라고 대답한 서구 소비자에게 구매상황을 설정하는 등 삼성의 원산지를 다시 묻자 상당수가한국이라고 정정하거나 일본 기업은 아닌 것 같다는비일본(非日本)’으로 분류했다. 과거 서구 소비자들은 라틴어에서 유래하지 않을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아시아 기업과 브랜드는 무조건 일본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일본 기업들이 시장에 내놓는 제품들이 많아지고 다른 아시아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하자 아시아 기업들을일본 기업비일본 기업 2가지로만 나눴다. 위의 조사 결과는 앞의 습관이 이어진 것이다. 삼성은 먼저 서구 소비자들에게 원산지가 한국이나 일본이라고 여겨지기보다는비일본으로 인식됐다. 삼성에게 주어진 과제는비일본이라는 일본 중심적인 사고에서 한국 기업의 독자적인 영역을 서구 소비자들의 마음에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영역을 만들기도 전에 현재는 다른 방식의 이분법이 생기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활발하게 서구시장에 침투하면서비일본범중국(汎中國)’으로 대체되고 있다. 중국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다 보니 일본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기업들은 중국계로 묶여서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과거 여행하다 만난 서구인들은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로만 묻다가 한국의 이미지와 경제력이 신장되면서 한국인이냐고 다시 묻기도 했다 . 하지만 기업의 원산지 관련해서는 과거의 이분법이 다시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국가브랜드와 중국 기업, 중국 브랜드의 인식이 나쁘다는 데 있다. 과거비일본은 부정적이었으나 무관심하거나 가치중립적이었다. 하지만 범중국은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안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는 총리까지 나서서 중국산 자동차의 표절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표시했다. 과거 미국이 일본산 제품을 경멸하고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단계에서 훨씬 더 나아가 감정적인 대응과 피해의식까지 함께 서려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범중국의 테두리에 삼성 등 한국의 대다수 브랜드들이 엮일 위기에 처했다. 이는 비일본으로 분류됐던 상황보다 훨씬 심각하다.

 

삼성, 부정의 이미지를 긍정으로 만들다

 

삼성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으로 인식됐다. 이런 오인이 삼성에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한국 기업인들도 꽤 많았다. 일본은 전자 산업의 선진국이기 때문에 그 후광을 입어서 좋은 제품으로 인식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런 기대를 무참히 저버렸다. 미국 대학생들은 원산지 인식 조사 결과에서 그저 이름만 들어 본 브랜드의 원산지를 묻는 질문에서 전자제품 기업이라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자제품이 주로 일본에서 생산되니까 일본 기업이라고 대답을 한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삼성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일본 기업이라고 착각을 한 것으로 더 자세히 살펴보면 여기에는잘 알지 못하는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분명 소니와 파나소닉처럼 확실히 알고 있는 일류 브랜드는 아니며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로 이류 혹은 삼류일 것이다라는 싸구려 인식이 이미 내재돼 있었던 것이다. 1990년대 삼성의 고민은싸구려 한국산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것이었다. 삼성과 LG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1980년대 중반부터 해외시장을 개척했다. 미국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판매량이 미미한 수준이고 가전제품의 특성상 집에 설치돼 있어서 파급 효과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차량은 거리에서 볼 수 있었고싸구려 한국산이라는 이미지를 깊고 선명하게 남겼다. 엑셀은 양적으로 성공했지만한 대 가격으로 두 대를등의 광고 메시지는 오랜 후유증을 남겼다. 제법 괜찮은 제품을 내놓아도싸구려 한국산이라고 도매급으로 넘어갔다. 삼성은 원산지 이미지를 부정하지 않고 긍정적인 면을 찾는 것에서 극복의 열쇠를 찾았다. 삼성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을 자꾸 부정하면 자기모순에 빠지고 과거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고 봤다. 일본 기업처럼 보이려고 노력을 하면 할수록 결국은 일본 아류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산이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한국산이기에 뭔가 다른 면이 있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코로나맥주는 같은 크기의 병에 담긴 맥주의 용량이 들쭉날쭉한 것을 멕시코의 낭만과 여유라고 설명했다. 벤츠는 규격화된 독일의 이미지를 정밀함으로 연결시켰다. 부정적인 요소라고 국가브랜드와 관련된 것을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면서 긍정적인 요소로 탈바꿈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일본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몸이 가벼웠던 삼성은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일본 기업들이 아날로그 제품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삼성은 디지털을 주창하며 새로운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삼성이 일본 기업과 거리를 둘 수 있게 만든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올림픽이었다. 올림픽에서 특정 국가의 대표팀을 후원하면 소비자들은 후원 기업의 국적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삼성은 국제적인 무대를 통해 이름을 더 알렸고 그 결과 삼성의 원산지를 제대로 인식하는 비율도 늘어났다.

 

국가브랜드를 이용하고 국가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약점을 보여주며 그것을 새롭게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오히려 가치를 찾아야 한다. 부끄러운 것은 부끄럽다고 인정을 해야 빛날 수 있다. 약점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잘하는 부분만 계속 강조하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 국수주의와 콤플렉스의 장애를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남스타일을 소개한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사에서 ‘Seoul’s folly’라고 표현된 서울의 우스꽝스런 모습들이 서울을 활력과 재미가 넘치는 매력적인 도시로 각인시켰다. 강남스타일만큼은 아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한국이란 국가브랜드를 당시와는 다르게 인식시킨 사건이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등장한붉은 악마. 붉은 색은 공산주의를 연상시켜서 한국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으나 그런 생각을 역이용해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베네통은 2012년 칸국제광고제에서 인쇄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1990년대 수녀와 신부의 키스와 실제 전사자의 피 묻은 군복, 탯줄이 달린 신생아 등 갖은 논란을 일으켰던 베네통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베네통은 처음 광고에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대치하는 정치인의 키스 합성사진을 광고에서 보여줬으나 너무 장난스럽고 의도가 직설적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후 동성애자와 소수 민족, 핍박받는 여성들 등을 다룬 시리즈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베네통이 보여준 갈등상황과 논란이야말로 이탈리아적인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선정적인 광고를 추구하는 베네통과 항상 시끄러운 이탈리아의 국내 상황이 비교되고 그런 상황이 국가 이미지와 기업에 서로 잘 맞아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베네통의 기업 이미지와 이탈리아의 국가브랜드가 함께 잘 어우러져서 베네통은 다양함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이탈리아는 갈등과 대립을 터놓고 해결하려는 열린 국가로 인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냈다고도 볼 수 있다.

 

생산지를 ‘Korean Made’로 표기하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원은 올해 7 ‘Made in Korea’ 대신 ‘Korean Made’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국가가 강조된 ‘Made in∼’은 특정 분야에서 이미 우월한 이미지를 구축한 선진 국가들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독일의 자동차와 프랑스의 패션, 이탈리아의 가구 등 특정 업종에서는 제품 생산지를 표기하는 것 자체가 제품에 힘을 실어준다. 반면 한국은 산업화가 늦어서코리아라는 원산지명이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 ‘Korean Made’로 바꾸면 사람이 먼저 표시돼 소프트시대에 적합하고 창의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생산지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상대적으로 산업화에 늦은 호주와 캐나다가 생산지 표시를 ‘Australian Made’ ‘Great Canadian Made’로 쓰고 스위스도 최근 ‘Swiss Made’라고 표기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은 남미 콜롬비아를 연상하면 먼저 마약을 떠올린다. 콜롬비아 정부는 국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정부의 마약 퇴치노력과 실적 등을 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계속될수록 국제사회에서 인식하는 콜롬비아와 마약과의 연관성은 강화될 뿐이었다. 그런데 콜롬비아커피재배농민협회가 콜롬비아 커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1981후안 발데스(Juan Valdez)’라는 캐릭터를 제시하면서부터 콜롬비아와 마약의 연결고리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1995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83%가 후안 발데스 캐릭터 로고를 커피와 결부시켰다. 53%는 후안 발데스가 콜롬비아인이라고 정확하게 대답했다. 정확하게 대답을 한 상당수의 대상자들은 콜롬비아를 마약보다는 커피의 나라로 먼저 인식할 것이다. 아직도 콜롬비아에 대한 미국인들의 첫 인식은 마약과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후안 발데스라는 커피 브랜드가 콜롬비아의 마약 이미지를 약화시킨 것만은 틀림없다. 콜롬비아의 사례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을 강조해서 브랜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9월 말 미국광고주협회(ANA) 주최의 한 콘퍼런스에서 한 기업의 CMO가 이런 말을 했다. “여기 모인 마케터들 누구도 싸이의강남스타일같은 것을 만들 능력은 없다.” 단언컨대 2000년대에 들어서강남스타일만큼 한국의 국가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없었다. 강남스타일의 열풍은 가수 싸이가 만들었다. 역시 인물이 국가브랜드에 영향을 많이 끼친 사례다. 강남스타일은 한국이 ‘Made in∼’의 생산지를 넘어소프트시대에 맞게 창의적인 인물의 ‘Korean Made’ 시대로 나가는 다리를 놓았다고 생각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한 기자는 싸이의 성공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강남스타일은 한국의 관료들이 보여주려고 했던 정제되고 건전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싸이는 팝스타라기보다 씨름선수처럼 보인다. 화장실에서, 깡패들과 사우나에서 노래를 부르고 한국의 일부 억압적인 사회문화에 대해서 은근히 조롱한다. 강남스타일에는 한국의 관광정책과 브랜드 육성과 관련된 관료들이 극구 피하려던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이런 요소들을 외면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브랜드는 예방주사 역할을 할 뿐

 

19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노키아가 꼽혔다. 강소국(强小國) 핀란드도 노키아를 빼놓고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성공을 일궈낸 노키아가 휴대전화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노키아가 자리잡은 도시와 핀란드의 분위기는 침체돼 있지 않다. 오히려 노키아에서 나온 사람들이 IT벤처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IT붐을 일으킬 정도라고 한다. 캐나다 IT의 자존심인 블랙베리 RIM도 마찬가지다. 토론토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RIM의 본사가 위치한 소도시 워터루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핀란드와 캐나다 모두 탄탄한 교육 인프라와 사회복지기반 시설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출발이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기업 하나로는 국가브랜드가 형성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국가브랜드가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기업은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국가도 그래야 한다. 노키아와 블랙베리는 직원교육에 충실했고 정부는 교육 인프라에 꾸준히 투자했기 때문에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타격을 입었지만 국가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줄이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국가와 기업이 브랜드의 관점에서 서로에 대해 지나치게 기대하면 안 된다. 의 저자 피오나 길모어(Fiona Gilmore)불확실성 시대에서 효과적인 국가브랜딩은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예방주사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부정적 여론은 특정 국가에 대한 선입견이다. 이를 기업 브랜딩으로 바꾸면 낮은 선호도와 입소문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과 국가의 브랜드가 조화를 이룰 때 예방주사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박재항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장 jaehang@hotmail.com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홍보실에서 근무했으며 제일기획 미주법인 AP팀장과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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