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니클라스 샤프마이스터 globeone 대표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세준(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허태영(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Made in Korea의 프리미엄을 활용하라.”
globeone(글로브원)의 창립자 겸 대표인 니클라스 샤프마이스터 박사는 한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을 원하는 중견 및 중소기업들이 현재 삼성과 현대, LG가 가지고 있는 ‘품질 좋은 한국산’이라는 이미지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글로브원이 2013년 상반기 브라질, 인도, 중국,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 소비자 5000명과 독일의 소비자를 상대로 진행한 브랜드 인지도 관련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다. 이 조사는 대표적인 신흥시장 국가 브랜드와 한국의 브랜드를 비교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globeone은 세계 주요 신흥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독일 매니지먼트 컨설팅회사다. 독일, 남미 및 아시아 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글로벌 전략과 현지 마켓에서의 가능성의 균형을 맞춘 ‘마켓 드리븐 포지셔닝(Market-driven Positioning)’ 전략으로 기업이 전략마켓에서 최적화된 포지셔닝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샤프마이스터 박사를 만나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 전략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에 신흥시장 브랜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들었다. 한국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브라질, 인도, 중국,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의 소비자 5000명과 독일의 소비자를 상대로 브랜드 인지도와 관련된 설문을 했다. (Mini Box 1 참조.) 설문에는 브릭스 국가의 브랜드와 한국의 브랜드들이 포함됐다. 독일인의 관점에서 한국은 누구나 알 만한 삼성과 현대, 기아, LG라는 유명 브랜드들로 매우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모두 한국 토종 브랜드들이다. 반면 상위권에 든 중국 브랜드들은 중국 기업이 인수한 브랜드인 볼보나 레노버와 같은 브랜드들이다.
문제는 브랜드와 국가를 연계하는 질문을 했을 때 발생했다. 한국의 브랜드 중 어떤 브랜드를 아는지를 물어봤더니 단지 36%의 응답자들만이 한국 브랜드의 이름을 제대로 대답할 수 있었다. 설문의 시사점은 한국이 아주 유명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가 한국과 연관 있는 브랜드인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에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온 삼성이나 현대, LG에는 이러한 상황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품질과 디자인을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글로벌한 아시아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진출 초기 많은 소비자들은 삼성, 현대, LG를 일본 브랜드와 헷갈려 했다. 이들 기업은 이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해외시장 진출을 시작했던 당시에는 그들이 한국 브랜드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글로벌한 브랜드로 보여지는 게 더 도움이 됐다. 하지만 삼성과 현대, LG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에 이러한 상황은 사실 큰 문제가 되고 있다.
24%의 독일 소비자들은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무관심한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적어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4분의 1 정도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명확한 의견을 내지 않았으며 아주 적은 사람들만이 부정적이라고 했다. 인식이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이 결과 또한 나쁘지 않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한국을 파트너로 보거나 적어도 한국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절반 이하의 사람들이 한국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3분의 1이 부정적이고 나머지는 무관심하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할 때 한국에 유용할 수 있는 가설은 다음과 같다. 약 5개 정도 되는 아주 유명하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 챔피언들이 있고 덜 알려진 작은 알짜 회사들이 있는 한국에서 유명 브랜드들은 한국의 이미지와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적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삼성이나 현대, LG가 한국을 더 알리려는 자세를 취한다면 그들 스스로가 도움을 받진 못하더라도 B2B 기업이나 브랜드 파워가 없는 자동차 부품회사 등의 더 작은 회사들에는 더 쉽게 그들의 제품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독일 기업들을 보면 그들은 Made in Germany라는 이미지를 많이 활용하며 실제로 중소기업들을 많이 도와준다. 독일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내구성 있고 괜찮은 기술을 지녔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에는 누구나 아는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있지만 많은 다른 중견 및 중소기업들은 브랜드 노출이 거의 없다. 이 기업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야 한다.
독일 컨설팅 업체 ‘globeone’의 창립자 겸 대표인 니클라스 샤프마이스터(Niklas Schaffmeister) 박사는 소비자 니즈 기반 브랜드 관리 및 전략 마켓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성공적 신흥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마켓 드리븐 포지셔닝(market-driven positioning) 콘셉트 개발이 특기다. 화학, 자동차, 유통, 생활가전, 금융서비스 분야 글로벌 기업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15년 이상 담당했다. 글로브원을 창립하기 전 BBDO컨설팅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사장을 지낸 그는 베를린 자유대와 홍콩 중문대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베를린 자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많은 사람들은 머지않아 중국 기업들이 치고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큰 브랜드들은 그들이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개발해낸 것은 한국의 가장 큰 전략적 우위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중국이 따라가려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중국 브랜드는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아니라 중국이 M&A를 통해 사들인 레노보, 볼보 등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중국이 브랜드 측면에서 한국의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10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몇 년 만에 비슷해질 순 없다. 그래서 한국에 추천해주고 싶은 전략은 계속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더 강화해 Made in Korea를 진정한 프리미엄 품질의 벤치마크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이 이 부분에 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작은 브랜드들은 더욱 글로벌한 접근법을 개발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중국 정부는 중국 브랜드들을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많은 M&A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M&A가 발생할 것이다.
● 신흥시장 브랜드들의 여전히 낮은 인지도 수준 독일 소비자의 36%만이 최소 하나의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또는 한국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떠올릴 수 있다. 특히 브라질 브랜드는 독일 소비자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 6%만이 적어도 하나의 브랜드를 이름을 댈 수 있다. 각각 36%, 32%의 소비자가 러시아와 한국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떠올렸다.
● 낮은 선호도와 부분적인 부정적 인식 대부분의 응답자(69%)가 신흥시장의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다. 아주 제한된 판매로 인해 브라질은 무관심도 86%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심지어 매우 강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32%의 응답자가 중국 브랜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고 24%는 러시아 브랜드에 대해 그러한 것으로 나타났다.
● 파트너 VS. 경쟁자: 중국과 한국은 독일 산업의 가장 큰 위험으로 여겨짐 소비자들은 중국(68%)과 한국(24%)을 독일의 주요 경쟁자로 인식하며 의심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다른 BRICs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제일 강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24%의 소비자가 한국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 각 국가와 연상되는 뚜렷한 선두 산업들 중국(19%)과 한국(20%)은 가전제품과 전자제품 분야와 가장 강하게 연관됐다. 한국은 자동차(20%), 중국은 섬유(17%) 분야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은 관광(23%)에서 순위가 가장 높고 러시아는 원자재와 에너지(33%) 분야와 연결됐다. 한편 인도는 섬유(23%)와 IT(16%) 분야가 잘 알려져 있다.
● 전통적 가치의 단점 - 중국이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음 다른 국가의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품질 인식과 다른 전통적 가치들을 보여준다. BRICs 국가들에 비해 한국은 확실한 품질의 선두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은 ‘혁신’ 부문에서 선두가 되고자 벌써 노력 중이고(선두주자 한국에 2% 뒤처져 있음) ‘가격 대비 좋은 품질’ 부문에서는 이미 선두다.
● 브랜드 원산지 - 독일 소비자들이 혼동하고 있음 신흥시장 브랜드를 말해보라고 할 때 독일 소비자들은 흔히 소비자들이 추측한 것과 실제로 다른 브랜드의 이름을 말한다. 많은 보드카 브랜드들이 러시아와 잘못 연관 지어져 있고 최신 유행의 패션 브랜드들은 브라질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많은 한국 기술 브랜드들이 일본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 한국 브랜드와 인수된 서구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브랜드 인지도 순위 한국 브랜드들은 브랜드 인지도 순위를 주도하고 있다. 네 개의 브랜드(삼성, 현대, 기아, LG)들의 통합 브랜드 인지도는 90%가 넘는다. 인수된 서구 브랜드인 볼보, 재규어와 랜드로버도 비슷한 결과(94∼96%)를 내는 반면에 Lada(러시아)와 같은 진짜 신흥시장 브랜드는 77%로 확연히 뒤처져 있다.
● “Made in Korea” - 브랜드 자산이자 다른 신흥시장의 벤치마킹 대상 한국 브랜드들은 그들의 주요 브랜드들이 한국산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제일 강한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중국 브랜드들은 좋지 않은 원산지 이미지를 극복해야 하지만 한국 기준에 도전하고 있고 브라질 브랜드들은 가장 유리한 포지셔닝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브랜드들의 공통된 문제점 독일 소비자들은 신흥시장 브랜드들이 비슷하게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 품질(50% 이상), 이미지(39% 이상), 환경친화성(46% 이상)은 앞으로의 개선을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측면으로 여겨지고 있다.
● 신흥시장 브랜드의 발전 - 중국 브랜드들이 한국 전략을 뒤쫓음 중국 브랜드들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전자제품 산업에서 훨씬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의 아성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석에 따르면 8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우선 ‘아시안 거북이 방식(Asian tortoise route)’이 있다. 삼성과 LG가 구사한 방법으로 싸고 품질 좋은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한 뒤에 천천히 품질과 가격의 수준을 올리는 것이다.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는 중국이 자주 구사하는 브랜드 인수 방식(Brand acquisition route)이다. 중국 지리자동차의 볼보 인수, 인도 타타의 재규어 인수가 대표적인 예다.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방식이며 인수 브랜드를 별도로 가져갈 것인지, 모 브랜드와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셋째는 캠페인으로 자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Positive campaign route)하는 것이다. 이를 COO(Country of Origin) 이미지 캠페인이라고 하는데 인도의 ‘Incredible India’ 캠페인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경우 정부와 대표적인 기업들이 손을 잡고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네 번째는 ‘National champion route’로 국가의 절대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시장을 확실하게 잡은 뒤 이를 등에 업고 해외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러시아의 가스프롬이 대표적인 예다. 다섯 번째는 자국의 문화적인 장점을 활용하는 ‘Cultural resource route’다. 중국산 실크, 러시아산 보드카, 브라질의 삼바 문화와 같이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적인 요소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여섯 번째는 브랜드를 자연이나 천연자원과 연관 지어 키우는 방식(Natural resource route)이다. 브라질과 같이 자연과 생물의 다양성이 있는 나라에 적합하다. 일곱 번째는 ‘Diaspora route’로 해외 이민자들에 의한 전파나 관광객들이 방문국에서 노출된 브랜드를 자국으로 돌아간 뒤에 찾게끔 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은 ‘B2C route’로 B2B 쪽에서 명성을 쌓은 뒤 B2C 시장으로 진출하는 방법이다. 중국의 화웨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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