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숄다이스 병원

군에서 얻은 아이디어 병원에 접목…치료받던 환자들 동창회 만들기도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2012 2,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탈장수술의 위험성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냈다. 탈장수술은 가장 흔하게 또 간편하게 이뤄지는 외과수술로 여겨지지만 의외로 부작용이 많아서 30%가 수술 후에도 장기적인 통증, 감염, 이물감 등을 겪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기사에 달린 인터넷 댓글 중 상당수1 는 기사에는 나오지도 않은숄다이스병원(Shouldice Hospital)’을 언급했다. 그중엔나는 1977년 숄다이스졸업생’이다. 왜 이 기사는 숄다이스를 소개하지 않았는가? 숄다이스는 신이 내게 주신 선물이다라는 글도 있었다.

 

1945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문을 연 숄다이스병원은 병상이 89개밖에 되지 않는 작은 탈장전문 병원이다. 의사들 사이에서만 유명하던 이 병원은 1983년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제임스 헤스킷 교수가 쓴 케이스 스터디로 일반에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2003년 개정된 이 케이스 스터디는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케이스 스터디 중 하나로 꼽힌다.

 

헤스킷 교수가 주목했던 것은 운영의 효율성이었다. 이 병원은 철저히 탈장만 다룬다. 다른 병과 복합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더 큰 종합병원으로 보내고, 비만해서 재발이 우려되는 경우는 먼저 살을 빼고 오라고 돌려보낸다. 그런 다음에도 매년 7500여 건의 탈장 수술을 한다. 10명의 의사들이 인당 연간 무려 750, 근무일 평균 세 건을 집도하는 꼴이다. 연간 25건에서 50건 정도의 탈장 수술을 하는 일반적인 종합병원 외과의들에 비해 숄다이스의 탈장 전문의들이 전문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월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헤스킷 교수가 보여준 것처럼 집중과 속도만이 숄다이스 성공 비결의 전부일까? 그렇다면 왜 병원을 확장하거나 지점을 내지 않을까? 왜 다른 병원에선 숄다이스를 따라 하지 않을까? 숄다이스를 거쳐 간 환자들의 열광적인 반응도 이해하기 힘들다. 숄다이스의 숨겨진 경쟁력 원천은 무엇인지, 또 화려한 명성 뒤에 숨겨진 문제점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DBR이 직접 찾아갔다.

 

군대 훈련소에서 시작된 병원 운영 철학

토론토대에서 의학을 공부한 에드워드 얼 숄다이스(Edward Earle Shouldice, 1890년생)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캐나다의 신병훈련소에서 신체검사를 하는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당시 군대에 오는 캐나다 청년들이 가장 흔하게 앓고 있는 질병 중 하나가 탈장이었다.

 

 

탈장을 앓는다고 당장 죽거나 쓰러지지는 않는다. 당시 징집된 청년들 중에는 탈장증세가 있지만 치료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전쟁터에서는 한 명의 군인이라도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탈장 증세가 있다고 군복무를 면제해주지는 않았다. 군의관 숄다이스의 임무는 훈련소 입소자 중 탈장 환자들을 치료해 3∼4주 안에 다시 부대로 보내는 일이었다. 당시는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훈련소 안에 의사와 간호사가 부족했다. 마취과 의사가 필요한 전신마취나 간호사의 친절한 간호는 기대하기 힘들었기에 병사들은 부분마취와 진통제 처방만을 받고 수술이 끝나면 자기 발로 걸어 나가야 했다. 식사도 누가 가져다주지 않고 직접 가져다 먹었다.

 

비인간적이라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수술 후에 적당한 운동을 해야 회복이 빨라진다는 게 숄다이스의 소신이었다.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신진대사를 원활히 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다. 게다가 어차피 혈기왕성한 나이에 입대한 청년들은 입원실에 하루 종일 누워 있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수술을 마치면 그들은 끼리끼리 어울려 돌아다니고 또 서로의 수술자국을 비교하며 농담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했다. 그러면서 그들 사이에는 탈장 수술이라는 공통의 의식을 함께 치른 동지애 같은 것이 생겨났다. 이렇게숄다이스 방식에 의해 치료받은 환자들은 신체적, 정신적 회복이 빨랐고 재발률도 낮았다.

 

전쟁이 끝난 후 얼 숄다이스 박사는 자신의 노하우를 이용해 토론토 시내에 탈장 수술 전문 병원을 열었다. 높은 수술 성공률과 낮은 재발률이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숄다이스는 병원 확장을 위해 1953년에 토론토 교외에 있는 현재의 부지와 건물을 구입했다. 원래 이 건물은 토론토 최대 일간지인 <글로브 앤 메일> 창업자의 별장이었다. 신문 재벌이 급사하자 이웃집에 살던 숄다이스가 미망인으로부터 별장을 구입해 병원으로 개조했다.

 

병원은 대지가 23에이커( 9만㎡, 3만 평)에 달하고 작은 골프코스와 과수원, 넓은 정원을 갖추고 있다. 개원 당시는 주변이 한적한 밭과 농장이었지만 지금은 이 일대까지 도시화가 진행돼 고층 빌딩들이 서서히 들어서고 있다.

 

 

환자 몸의 자연치유 능력을 살려라

이 병원의 특징적인 수술법을 이해하기 위해선 리들리 스콧 감독의 공상과학 영화프로메테우스(2012)’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뱃속에 들어간 외계 이물질을 꺼내기 위해 스스로 개복수술을 한다. 무인 수술장비는 주인공의 복부를 부분마취만 하고 피부를 절개해 이물질을 꺼낸다. 스테이플러 심처럼 생긴 의료용 클립으로 상처가 봉합되자마자 주인공은 바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걸어 나간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끔찍하다고 눈을 가리지만 숄다이스 박사가 만든숄다이스 방식(Shouldice Method)’은 실제로 이와 비슷하다.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술 영상을 보면 부분마취만 받은 환자는 개복수술 중에도 의식이 남아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뱃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의사와 농담까지 한다. 절개부위는 바늘과 실이 아니라 철제 클립2 으로 순식간에 봉합된다는 것도 영화와 같다. 수술은 낭비되는 시간 없이 매뉴얼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진행된다.

 

기자가 본 수술구역의 광경도 다르지 않았다. 복도를 따라서 양쪽으로 2개씩 총 4개의 수술실이 있는데 조금 지켜보고 있으니 방금 수술이 끝난 남성 환자가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왔다. 진통제에 취해 몽롱한 표정이었지만 걷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고 심지어 기자에게 인사까지 건넸다. 그는 열 걸음쯤 걸어서 수술실 입구에 있는 휠체어에 앉았다. 간호사가 휠체어를 밀고 나가자 곧이어 바로 다음 환자가 수술실로 들어갔다.

 

피부를 봉합하자마자 환자를 두 발로 걷게 하는 이유는 마취로 인해 느려졌던 신진대사를 조금이라도 빠르게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또 동시에 환자 마음속으로도수술도 별 것 아니구나. 몸을 움직여도 괜찮구나라고 깨닫게 해준다. 이때 걷는 몇 걸음이 입원기간 내내 큰 자신감을 준다. 수술을 마친 환자라고 해서 침대에만 누워 있지 말고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한에서는 자꾸 움직여줘야만 상처도 빨리 아물고 장도 빨리 제자리를 찾는다는 게 창업자 숄다이스 박사의 철학이었다.

 

환자들은 수술 당일만은 자기 침대에서 저녁 식사를 먹도록 허락된다. 다음날부터는 이런 배려가 없다. 직접 식당에 내려가서 밥도 먹고 휴게실에 모여 회복 운동을 한다. 몸도 물론 스스로 씻어야 한다. 정원에는 게이트볼장이 있고 휴게실에는 당구대와 가벼운 운동기구들이 있다. 하루에 두 번 집단 체조는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는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올 때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외에는 계단으로 이동해야 한다.

 

매일 몇 건씩 탈장 수술만 하다 보니 의사들의 전문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병원에서 수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다른 의사가 하는 1백 회의 수술에 보조의(assistant surgeon)로 참여해야 하고, 다시 1백 회의 수술을 1명의 보조의(이 경우엔 베테랑 의사)가 보는 앞에서 치러야 한다. 물론 워낙 많은 수술을 하다 보니 몇 달이면 이 요건을 채울 수 있다. 이 정도 경험이 쌓이면 어지간한 탈장에 대해서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고 재발 가능성이 있는 부위도 족집게처럼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이 된다.

 

 

 

 

포괄적 의료보험제에서 살아남은 민영병원

숄다이스병원에는 언제나 많은 환자들이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기자가 지난여름 신분을 밝히지 않고 병원에 전화하자 접수담당자는앞으로 2달간은 예약이 가득 차 있다. 휴가철은 특히 손이 모자라니 급하지 않으면 가을에 다시 접수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들이 줄을 선다고 해서 진료비/수술비를 맘대로 올리거나 병원을 확장할 수도 없다. 캐나다의 엄격한 의료보험제도 때문이다.

 

캐나다는 한국의 포괄수과제보다도 더 포괄적인 의료보험제도를 쓰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이 국공립 시설이라 굳이 수익을 남기려 들지도 않는다. 그런 가운데 숄다이스병원은 흔치 않은(for-profit) 병원이라서 정부와 언론의 특별한 주목을 받는다. 우르크하트 부원장은캐나다 사람들은 의료서비스가 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믿으며 또 그런 의료보험제도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정치인들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우리 같은 민영 병원이 수익을 많이 내도록 놓아두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기다리는 환자가 많고 건물을 지을 땅이 남아돌아도 시설을 확장하거나 병상 수를 늘릴 수 없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수술이나 진료에 들어가는 경비에 대해서는 쓴 만큼만 의료보험 프로그램으로부터 보전받지만 인건비 등 일반 운영 경비에 대해서는 주 정부에서 배당해주는 예산 안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병원들에 비해 운영비를 절약할 수 있다면 그 만큼을 수익으로 남길 수 있다.

 

운영비의 대부분은 인건비다. 숄다이스에서는 예산의 70%가 의사, 간호사, 기타 스태프들의 인건비로 들어간다. 우선 전문의들의 인건비는 처리하는 수술 건수 대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맞췄다. 열 명의 의사가 매년 7500건의 거의 동일한 수술을 반복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병원은 의사들에게 일반 직장인과 같은 주 5일 근무와 충분한 휴가, 일정한 출퇴근 시간을 보장해주는 대신 급여 면에서는 약간의 희생을 요구한다. 모든 수술은 오후 430분 이전에, 검사와 회진 같은 다른 업무는 5시 전에 끝난다. 언제 응급환자가 들어올지 몰라 24시간 삐삐를 들고 대기해야 하는 일반 종합병원의 외과의사는 꿈도 꿀 수 없는 근무환경이다.

 

“큰돈을 벌고 싶은 의사는 숄다이스에 맞지 않는다. 우리 의사들은 안정된 생활과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벌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지만 근무시간당 보수로 따지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르크하트 부원장의 말이다.

 

환자 간 멘토십 조성해 간호사 고용 줄이다

의사보다 더 큰 인건비가 들어가는 부분이 간호사와 스태프다. 환자 전원이 입원 치료를 받고 병상 89개가 거의 항상 만원이므로 이들의 뒷바라지를 일일이 하자면 많은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직원들은 온타리오 주 단위의 의료노동자 조합에 소속돼 있으므로 일개 병원이 연봉이나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직원을 적게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

 

숄다이스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환자들 간버디/멘토 시스템이 생기도록 유도한다. 환자들끼리 친해지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은 물론 서로를 돌봐주게 되기 때문에 간호사와 직원들이 할 일이 줄어들어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입원하는 환자들은 칸막이 없이 탁 트인 2인용 병실을 사용한다. 미성년자가 아니면 가족들도 병실 안에 머물 수 없다.

 

2) 방에 들어가면 옆자리에는 보통 하루나 이틀 먼저 입원한 다른 환자가 있다. 병원 측에서는 나이, 직업, 종교, 취향 등을 고려해 서로 잘 어울리고 공통되는 대화의 소재가 많을 수 있는 룸메이트를 배정해준다. 룸메이트들은 하루라는 시간 차만 있을 뿐 똑같은 스케줄과 절차에 따라 동일한 부위에 동일한 수술을 받기 때문에 동지애와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 자동적으로나도 어제는 무척 아팠는데 오늘은 괜찮아졌네. 자네도 내일 이맘때면 통증이 줄어들 거야는 식의 격려가 오간다.

 

3)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 전자기기의 사용은 금지돼 있다. TV도 각층 중앙에 있는 휴게실에 나가야만 볼 수 있다. 딱히 다른 할 일도 없기에 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해질 수밖에 없다. 수술 부위가 조금 민망한 위치라는 것도 남자들끼리는 재미난 농담거리가 된다.

 

4) 입원실 밖으로 나가면 휴게실에서 당구를 치거나 TV를 볼 수도 있고, 동기들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게이트볼을 즐길 수도 있다. 식사는 정해진 시각에 6인용 테이블에서 모두 함께 시작한다. 마치 대기업 연수원에 들어온 신입사원들 같은 기분이 된다.

 

아픈 사람의 마음은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 먼저 들어온 환자는 나중에 들어온 환자의 멘토 혹은 버디(친구)가 돼 간호사나 가족도 해줄 수 없는 정신적 지지대 역할을 해준다. 막 입소한 환자는 옆 침대의 선배 환자를 지켜보는 데서, 또 그의 조언을 들으면서 다가오는 수술에 대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필요한 경우 도움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선배 환자가 퇴원하고 새로운 환자가 그 자리에 들어오면 이번엔 자기가 그의 멘토가 된다.

 

간호사는 의료적 전문성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일만 하고 나머지는 환자 스스로들에게 맡겨 놓는다. 하루에 두 번 휴게실에서 하는 단체 체조 역시 단 한 명의 간호사가 맡아서 진행한다. 환자들끼리 서로를 돌보는 버디 시스템 덕분에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제도를 유지하는지에 대해 묻자 간호사 마시 앨리슨은헬스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자들 간의 소통이다. 다른 병원들은 왜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환자들의 동창회

환자들 간의 끈끈한 동지애는 병원 문을 나선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숄다이스의 평판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병원 문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48,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얼 숄다이스 박사를 찾아와 자기들끼리 일종의 동창회(reunion)를 하겠다고 알렸다. 이후 매년 1월 이 병원을 거쳐 간 환자들은 토론토 시내의 로알요크호텔에서 숄다이스 동창회를 열었다. 최대 1500명까지 참석하는 동창회는 1998년까지 계속됐다.

 

병원 측은 이 행사를 환자들의 탈장 재발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적극 도왔다. 간단한 신체검사를 행사 참석의 필수조건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멋진 양복을 갖춰 입은 참석자들이 식사에 앞서 가림막 뒤에서 바지춤을 풀고 사타구니 진단을 받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렇게 얻은 통계는 더 나은 수술을 위한 자료로 쓰였다.

 

“동창회는 의료적인 측면 외에도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효용가치가 컸다. 숄다이스에 오는 환자 중 87%가 기존 숄다이스 동창생의 권유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행사가 숄다이스라는 이름을 잊지 않게 해줬다.” 우르크하트 부원장의 말이다.

 

하지만 동창회는 1998년을 끝으로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창업자의 아들이며 현재 원장직을 맡고 있는 번스 숄다이스(Byrnes Shouldice)가 행사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환자들이 줄을 서 있는 판에 마케팅 비용을 쓰는 것이 의미가 없고 임상 통계 역시 수십 년간 충분히 축적됐다는 게 이유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수많은 숄다이스 동창들이 항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동창회는 중단됐지만 대신 우편을 통한 마케팅은 계속하고 있다. 병원 측은 매년 무려 10만여 명의 옛 환자들에게 일일이 우편으로 설문지를 보낸다. 혹시 그동안 불편한 곳은 없었는지, 탈장이 재발하지는 않았는지를 묻는다. 동창회와 마찬가지로 임상자료 수집의 의미도 있지만 숄다이스라는 이름을 되새겨주는 역할도 한다. 이를 위해 병원 내에 별도의 우편실이 따로 있을 정도다.

 

가족 기업의 방향성 찾기와 성장의 한계

창립자 얼 숄다이스 박사는 딸과 아들을 뒀고 사망하면서 딱 50%씩의 지분을 물려줬다. 남매는 보유한 지분이 같다 보니 병원 운영과 관련해 어떤 안건이든지 간에 상대편이 반대하면 포기해야 했다. 따라서 병원을 확장할 기회도 여러 번 놓쳤다. 그래도 2대 때에는 상황이 괜찮았다. 남매 간에 협의로 풀 수 있는 여지가 많고 수입도 좋았다. 하지만 3대에 가서는 아홉 명, 4대에 가서는 무려 20명으로 늘어나면서 더 이상 병원 경영에서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기가 불가능해졌다.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 사이에 이견이 커지고 경영상 사소한 결정조차 내리는 일도 힘들어지면서 점차 병원을 소유하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커졌다. 이대로 가다간 죽도 밥도 되지 않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됐다. 캐나다의 의료보험체제와 민영병원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 때문에 병원에서 낼 수 있는 수익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것을 30명이 넘게 늘어난 가족들에게 분배하려니 한 명 한 명에게는 상대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적은 수익이 돌아갔다.

 

현재 캐나다 의료보험제도 아래에서 민영 병원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위에서 말한 인건비 절감이지만 인건비를 너무 많이 줄일 경우 아예 주 정부가 다음 해 병원 예산을 깎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캐나다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 환자들을 받는 것이다. 캐나다 환자의 경우 검진비와 치료비, 입원비, 식비, 물리치료비 등 총 약 3000달러( 330만 원)의 비용을 의료보험으로 처리하지만 외국 환자들에게는 이보다 50% 정도 많은 4500달러(500만 원) 정도를 청구한다.3   지금까지 총 110개 국에서 환자들이 찾았으며 그중엔 한국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탈장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고 치료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굳이 탈장 수술을 위해 캐나다까지 오는 외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4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숄다이스병원이 서 있는 부지를 다른 용도로 개발하거나 통째로 팔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토론토 외곽 약 10만㎡에 달하는 땅은 예전엔 시골이었지만 지금은 서울로 치면 개포동이나 수서동처럼 잘나가는 주거지역이 됐다. 3층짜리 병원 건물은 이 땅의 일부분만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은 정원과 과수원,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부동산을 개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89개 병상을 가진 탈장 클리닉을 운영해서 버는 돈보다 훨씬 많을 것임은 분명했다.

 

대다수의 가족원들은 병원 문을 닫고 재개발하기보다는 병원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쪽을 원했다. 오랜 협상 끝에 2012 9월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인수대상자는 센트릭(Centric)이라는 헬스케어 기업으로 주로 의료보험에 포함되지 않는 가정 방문 헬스케어, 제약, 양로원 사업, 의료기기 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창업자 역시 의사 출신이라는 점이 숄다이스 가문의 신뢰를 샀다. 매각 예정가는 1400만 달러( 150억 원)였다.

 

하지만 이 매각조차도 가문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센트릭은 토론토에 기반을 둔 캐나다 기업이었지만 대주주 지분을 캘리포니아의 벤처캐피털 펀드가 갖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졌다. 자국의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캐나다인들은 이 소식을미국의 금융 자본이 캐나다의 자존심인 의료서비스마저 넘보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센트릭 같은 회사는 결국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온타리오 주민들의 이익을 희생하게 될 것이다는 보도들이 끊임없이 나왔다.5  결국 발표 두 달 만인 2012 11, 센트릭과 숄다이스 가문은 인수 계획을 백지화했다.

 

해외 진출도 하나의 옵션이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종종 숄다이스에서 일하던 의사들이 독립해 개업을 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면서 숄다이스 방식을 가져가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간호사와 행정직원들까지 전체 스태프가 만들어내는 이 병원만의 문화와 시스템을 복제하기는 힘들었기에 숄다이스병원에서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런 전례 때문에 숄다이스 가문과 경영자들은 해외 진출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

 

결국 현재 숄다이스는 강한 경쟁력을 가지고도 의료민영화를 경계하는 국가적 분위기 때문에 병원을 확장하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정부에 병원을 넘기는 방법이다. 가족들은 내켜하지 않는 방향이지만 80세가 넘은 고령의 번스 숄다이스 현 원장이 물러나면 국영화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새로운 주인이 되든 지금의 서비스 경쟁력을 유지하고 창립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가족 구성원들은 동의하고 있다. “우리의 유산(legacy)을 지켜줄 누군가를 찾아야 합니다. 병원은 누가 주인인가보다 더 중요합니다(The hospital is more important than the owner).” 우르트하트 부원장의 말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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