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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병원

“고급호텔과 레스토랑은 우리의 스승” 지방병원서 최고의 롤모델로 도약

이방실 |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선병원이 지금까지 이룩한 업적은 정말 놀랍습니다. 방문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갑니다. 국제적으로 계속 승승장구해 나가는 모습을 기원합니다.”

 - 입 킷 링 싱가포르 쿠텐팟병원 매니저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 수준 높은 의료진, 친절한 간호사, 최첨단 의료시설, 게다가 훌륭한 통역서비스까지!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회복 기간 동안 가족처럼 따뜻하게 보살펴 주신 선병원에 대단히 만족합니다.”

- 아바나센거 블라디미르 러시아 중앙은행 사할린 지점장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 혹은 유수의 대학병원에 대한 칭찬이 아니다. 수도권도 아닌 지방에 있는 종합병원인 선병원을 향해 쏟아진 찬사다. 의료법인 영훈의료재단 선병원의 모태는 1966년 대전의 한 시골 동네에서 개원한선정형외과 의원이다. 가정집이 즐비해 있던 동네의 2층짜리 건물에서 20개 병상을 놓고 시작한 선병원은 현재 대전선병원(중구 목동), 유성선병원(유성구 지족동), 선치과병원(중구 중촌동), 선병원국제검진센터(유성구 지족동) 등 총 4개 병원으로 커졌다. 총병상 수 900개에 일일 외래 환자 수만 2500여 명에 달할 정도다.

 

선병원을 찾는 건 비단 환자들만이 아니다. 서울대병원, 중앙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의료원 등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선병원을 찾은 국내 종합병원만 지금까지 100곳이 넘는다. 국내 병원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 몽골 등 해외 의료기관들도 병원 경영에 대해 한 수 배우러 선병원을 찾고 있다. 아바나센거 블라디미르 지점장처럼 해외에서 원정을 와 건강검진에 수술까지 받는 외국인 환자들도 상당수다. 실제 지난해 선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만 2500여 명이 넘는다. 대학병원도 아니고 게다가 수도권 지역에 있지도 않은 일개 지방병원이 내로라하는 국내외 병원들의 롤모델로 성장하게 된 비결에 대해 DBR이 집중 분석했다.

 

 

 

형제가 운영하는 선병원

선병원은 47년 전 선정형외과 의원을 세운 고() 선호영 영훈의료재단 초대 이사장의 아들 3형제가 운영하는 종합병원이다. 가톨릭의대 정형외과 교수 출신인 둘째 아들(선두훈)이 선친의 뒤를 이어 현재 의료재단 2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시티은행 자금부장 출신의 전직 금융인인 셋째(선승훈)가 의료원장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공부한 치과 전문의인 넷째(선경훈)가 치과병원장을 각각 맡고 있다. 이름 없는 지방의 작은 병원에 불과했던 선병원이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계기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선승훈 의료원장(1992), 선경훈 치과병원장(1997), 선두훈 이사장(2001) 3형제가 선병원에 합류하게 되면서부터다.

 

3형제 중 가장 먼저 선병원으로 내려온 건 경영학을 공부한 선승훈 의료원장이다. 미국 버클리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조지타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선승훈 원장은 7년간 일하던 시티은행을 그만두고 1992년 대전으로 내려왔다. “병원이 갈수록 커져 힘드니 도와달라는 선친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 선병원은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워나갔다. 우선, 선병원으로 이름을 바꾸며 정형외과에서 종합병원으로 확대했고 중부권 최초의 종합검진센터를 설치했으며 의료법인 영훈의료재단까지 설립해 유성에도 선병원을 개원했다. 급기야 1990년엔 대전 선병원을 현재 위치인 목동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진료 과목 수 19, 병상 규모는 295개로 크게 늘렸다

 

병원 규모는 이렇게 커졌지만 그에 걸맞은 운영 시스템은 따라주지 않았다. 체계적 내부 시스템 개선 없이 덩치만 커져서는 장차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선호영 박사의 생각이었다. 병원에도 제대로 된 경영 마인드를 불어넣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그가 여러 아들 가운데 맨 처음 도움을 요청한 대상이 의학과는 담을 쌓고 지내 온 선승훈 원장이었다는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선호영 박사의 부름을 받고 처음엔의학엔 문외한인 내가 과연 병원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는 선승훈 의료원장은내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와야 한다는 선친의 말씀에 설득돼 미련 없이 예전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고객인 환자 관점에서 병원 리모델링 추진

대전에 내려와 의사가 아닌 고객, 즉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을 살펴보니 개선해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경영학을 전공한데다 대표적인 서비스업인 금융업에 몸담으면서 선승훈 의료원장(당시 경영총괄 이사)에겐 무슨 일을 하든 고객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병원에 내려와 보니 모든 게 공급자인 의사들 위주로 돼 있었다. 병원은 단순히 의료인들이 진료를 하기 위한 기능적 공간일 뿐 고객인 환자들을 위한 관점에서의 공간 설계는 너무나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일단 병원 로비부터가 문제였다. 기본적인 안내 표지판만 있을 뿐 여러 진료과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진료과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 시스템이 없었다. 이 때문에 처음 병원을 찾은 이들은 아파서 경황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표지판만 보고알아서 잘찾아가야 했다. 진찰실 앞에 와서도 의사의 진료를 받으려면 조그마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벽 너머에 있는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하염없이 대기해야 했다. 선병원의 모태인 정형외과 환자들의 경우 신경 치료를 함께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각 진료과가 서로 다른 층에 있다 보니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층간 이동을 해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외래 환자들만 불편함을 겪는 게 아니었다. 입원 환자들의 경우 세면대 높이가 너무 낮고 샤워실 입구도 좁아서 세수 한번 하거나 간단히 머리 감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선승훈 원장이 부임 후 병원 리모델링 작업에부터 손을 댄 건 바로 이 때문이었다. 진료 공간을 의사가 아닌 환자의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그는 우선 병원 로비에 종합 안내데스크를 만들어 처음 선병원을 찾은 이들이 쉽게 원하는 진료과를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병원 바깥 입구에는 발레 파킹을 해주는 직원을 상시 배치, 직접 승용차를 운전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진찰실의 경우 환자와 간호사를 격리시켰던 벽을 허물어 간호사가 개방된 상태에서 외래 환자들을 응대하도록 했다. 특히 각기 다른 층에 있던 정형외과, 척추센터, 신경외과를 동일한 층으로 모아 한데 배치한 후 수납 등록부터 약 처방까지 한군데에서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뼈와 신경을 함께 보는 협진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입원 환자들을 위해 화장실 세면대를 1m15㎝로 높여 휠체어가 한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고 샤워실 입구도 침대 카트 너비에 맞춰 넓히는 공사를 했다. 병실마다 이음턱도 모조리 없애 환자들이 이동할 때 자칫 턱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이 밖에 물리치료실의 경우 자연채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창문과 창문을 분리시키는 벽들을 다 허물어 한 개의 창이 벽 전면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대형 공사도 실시했다.

 

응급실 구조도 개선했다. 앰뷸런스가 드나드는 통로를 일반 출입구와 따로 만들어 환자들을 신속하게 옮길 수 있도록 했고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들이 눈이 부시지 않도록 조명도 간접 조명으로 바꾸었다. 응급환자 전용 CT X-Ray 촬영실을 별도로 마련한 것은 물론 다른 층에 있던 MRI와 심혈관 촬영장비 역시 응급실과 같은 층(1)으로 옮겨 응급환자들의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응급실 한편에는 119 구조대원들의 쉼터 공간을 마련해 놓고 구조대원들이 언제든지 꺼내 먹을 수 있도록 커피, 컵라면, 음료수 등도 비치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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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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