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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Minds

모든 우연한 발견에도 공통점이 있다

이병주 | 134호 (2013년 8월 Issue 1)

 

 

편집자주

창조와 혁신이 화두인 시대입니다. 예술가, 문학가, 학자, 엔지니어, 운동선수 등 창작가들의 노하우는 기업 경영자에게 보석 같은 지혜를 제공합니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창조의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도대체 다나카가 누구야?”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일본 시마즈제작소의 말단 연구원인 다나카 고이치가 발표됐을 때 선배 학자뿐만 아니라 정부 산하 종합과학기술회의에서조차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는 일본 지방대학인 도호쿠공과대를 졸업한 학사 출신의 샐러리맨 엔지니어다. 교수도 아니고 박사도 아닌 다나카는 너무 평범해서 특별한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곧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됐고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

 

다나카는 레이저를 쏘아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연성 레이저 이온화(Soft Laser Desorption)’ 장치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1983년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의료 정밀기기업체 시마즈제작소의 중앙연구소에서 단백질 분자의 질량을 측정하는 장치의 개발을 맡았다. 전기공학과를 졸업했지만 화학 분야의 연구로 배치됐다. 여러 종류의 단백질을 식별해내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질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질량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단백질 분자에 레이저를 쏘아 분자를 이온화시키는 기술이다. 분자가 이온화되면 전기량과 질량의 차이에 의해 움직임에 변화가 생겨 그 성질을 이용해 질량을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단백질과 같은 거대 분자에 레이저를 직접 쏘게 되면 열에 약한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가 곧바로 파괴된다. 그래서 레이저의 충격을 약화시키는 완충제가 필요하다. 다나카가 이 연구를 맡았다. 다양한 보조제의 농도를 달리 혼합해 실험을 반복한 지 2년이 지났을 때 용기를 착각해 보조제인 코발트 분말에다 늘 사용하던 아세톤 대신 글리세린을 뒤섞고 말았다. 버리기엔 아깝다고 생각해 레이저를 비춰봤는데 평상시와는 약간 다른 결과가 나왔다. 분석 결과의 미세한 차이를 인지한 다나카는 후속 연구를 통해 이 보조제가 단백질을 깨뜨리지 않는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렇게 개발한 질량분석장치는 실용성이 떨어져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바이오 산업이 발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간의 DNA가 해독된 후 생명공학은 단백질 연구로 옮겨갔다. 단백질을 측정하는다나카 이론이 생명공학의 2막을 여는데 핵심기술이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발견에 대해운이 좋았고 우연히 세계에 보탬이 된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우연한 발견이 유독 다나카에게 찾아온 비결은 무엇일까.

 

모든 우연한 발견에는 공통점이 있다. 페니실린은 인류 최대의 우연한 발견으로 평가된다. 1928년 플레밍(Alexander Fleming) 박사는 인플루엔자 연구를 위해 접시에 배양하던 포도상구균이 우연히 곰팡이에 의해 죽은 것을 봤다. 이를 흥미롭게 여겨 본래 연구를 뒤로 하고 곰팡이균을 연구한 끝에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행운은 3M이 개발한 포스트잇(Post-it)이다. 어디에도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포스트잇은 얄궂게도 강력 접착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왔다. 의도와 반대로 접착력이 매우 약한 물질이 만들어진 것을 다른 부서의 엔지니어인 프라이(Art Fry)가 버리지 않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했다. 다나카, 플레밍, 프라이 모두 애초 다른 의도였고 우연히 나타난 현상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도 같다.

 

혁신을 연구하는 학자들(Miguel Pina Cunha, Sandro Mendonca, Stewart Clegg)이 이런 우연한 발견의 공통분모를 찾아냈다. ‘우연에 의한 창조성또는가치 있는 것의 우연한 발견을 영어로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 부르는데 창의성이나 혁신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지만 실증분석이 어려워 이에 대한 학술 연구는 별로 없다. 그래서 이들은 얼마 되지 않는 문헌과 여러 분야의 일화를 정리해 세렌디피티가 나타나는 프로세스를 개념적으로 정리했다. 우연한 발견은 네 단계를 거치면서 일어난다. 우선 우연한 발견을 촉진시키는 조직의 환경적 조건이 형성돼야 한다. 이런 조건하에서 특정 과제를 탐구하다 보면 비관련 지식들이 갑자기 연결될 때가 있다. 그러면 원래 목표했던 과제가 아닌 전혀 다른 문제의 해결책과 관련한 실마리가 발견된다. 이 실마리를 끈질기게 추적하면 전혀 새로운 문제의 해답을 찾게 된다. 심지어 이 답이 나오기 전까지는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던 과제다. 이처럼 우연한 발견에는 답안을 먼저 찾은 후에 과제가 명확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연한 발견은 혁신적이다. 과학에서는 그동안 숨겨져 있던 획기적인 발견이 나타나고 비즈니스에서는 소비자도 인식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된다.

 

연구자의 자율성이 제일 먼저

 

우연한 발견을 가능하게 만드는 첫째 동력은 연구자가 일하는 환경 여건이다. 어떤 조직에서는 똑똑한 연구자가 아무리 많아도 평범한 성과만 나오고 시마즈제작소 같은 조직은 지방대학을 나온 평범한 엔지니어라도 세상을 뒤바꿀 발명을 하게 만든다.

 

히토츠바시대의 교수들(Kota Murayama, Makoto Nirei, Hiroshi Shimizu)이 우연한 발견을 촉진하는 조건에 대해 연구했다. 이들은 미국과 일본에서 나온 학술 논문을 대상으로 방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22개 학문 분야에서 골고루 취합된 4410개의 논문을 분석했고 이를 집필한 저자에게 설문을 통해 연구 환경에 대해 상세히 조사했다. 분석 결과 연구자의 자율성과 권한이 보장될수록(연구자와 리서치 프로젝트 관리자가 같은 사람인 경우) 우연한 발견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우연한 발견은 연구의 질적 효과와 직결됐다. 우연한 발견에 의한 논문일수록 영향력이 커 다른 논문에서 인용 빈도가 높았다. 반면 연구자의 권한이 전문 분야에 한정되면(연구자가 프로젝트 관리자의 감독 아래 있을 경우) 우연한 발견은 줄어들었다. 그대신 이처럼 전문화된 목표지향적 조직에서는 프로젝트당 논문 개수는 늘어났다. 연구의 양적 생산성은 올라간 것이다.

 

플레밍의 일화를 가지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만약 플레밍이 대규모 리서치 프로젝트의 한 팀원에 불과했다면 페니실린은 발견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매니저가 인플루엔자 연구를 이끌었다면 플레밍이 포도상구균을 죽인 곰팡이균을 발견했더라도 리서치의 목표를 중간에 바꾸긴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연한 발견은 초기에는 매우 조잡하고 모호한 형태로 다가온다. 오랫동안 관련 주제를 고민했던 연구자의 직관만이 그 미세한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 연구자가 해당 과제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면 미약한 증거로 관리자를 설득해 프로젝트의 방향을 뒤바꿀 수 없다. 그래서 연구자에게 권한과 자율성이 있어야 우연한 발견이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시마즈제작소나 3M 모두 엔지니어에게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업무의 15%를 개인 연구에 쓸 수 있다는 3M ‘15% 규칙이 바로 우연한 발견을 촉진하는 제도다. 특정 프로젝트 중에 발견한 미완의 아이디어를 개인 연구를 통해 발전시키라는 취지인 것이다. 프라이 역시 제품이 구체화되지 않던 초기에는 15% 규칙을 활용해 포스트잇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이런 3M도 엔지니어의 자율성을 줄이고 개발을 효율적으로 관리한 적이 한번 있다. 2001 3M GE에서 맥너니(James McNerney)를 영입해 비효율을 제거해 나갔다. 맥너니는 6시그마를 도입해 사업화 관점에서 연구개발을 관리했다. 히토츠바시대 교수들의 논문 결과처럼 개발의 생산성은 올라갔다. 그가 4년 반 재임하는 동안 프로젝트당 출시 제품이 많아졌고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3M의 신제품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맥너니 이전에 33%를 넘던 신제품 비중이 25%로 감소한 것이다. 제품화를 목적으로 하니 애초에 제품화가 어려운 연구는 시작되지 않았고 중간에 개발 방향을 바꾸기도 어려워졌다. 3M에서 우연한 발견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맥너니가 물러난 이후 내부 엔지니어 출신이 CEO에 취임했다. 이후 3M은 제자리를 찾아갔다.

 

사족을 달자면 자율성에 더해 전문성도 중요하다.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게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이어서 이 글에서 길게 언급하지 않겠다.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훈련한 전문가만이 초기 우연한 발견의 미세한 신호를 식별할 수 있다. 다나카가 2년 동안 같은 과제의 실험만 수백 번 지속하며 데이터를 분석해왔기에 코발트와 글리세린을 섞은 보조제를 사용한 실험 결과의 미세한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식견이 생겼다.

 

 

 

행동지향과 디테일 중시

 

우연한 발견을 위해서는 과제를 탐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우선, 우연한 발견에 능한 조직이나 사람은 분석보다는 행동지향적이고 계획보다는 실행지향적이다. 다나카가 완충제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화학 이론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보조제를 섞어서 실험을 통해서 지식을 늘려나갔기 때문이다. 다나카는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엔지니어입니다. 만약 저한테 충분한 전문지식이 있어 이론에 따라 기술을 개발했더라면 오히려 지식이 방해가 돼 새로운 기술은 발견되지 못했겠지요. 왜 코발트 분말과 글리세린을 혼합하면 고분자의 이온화가 가능한지, 실은 아직도 그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포스트잇이나 아이폰처럼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제품의 개발 과정도 행동지향적이다. 새로운 제품일수록 거대한 기획을 통해서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반대다. 세상에 처음으로 나오는 제품은 막상 만들어보면 기획할 때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이런 제품은 기획과 개발이 동시에 들어간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곧바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래야 실제 사용할 때 뭐가 문제인지, 어떤 게 좋은지 알 수 있다. 기존 제품은 경쟁사의 제품이나 소비자의 반응을 토대로 치밀한 분석 끝에 기획을 한 후 제품을 개발하지만 새로운 제품은 계획과 실행, 실험과 검증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이론은 세상에 알려진 것을 정리한 것이다. 이론을 통해서는 존재하지만 모르고 있는 진리에는 가까이 갈 수 없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아내는 방법은 행동과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교실에서의 학습이 지식을 통해 이뤄진다면 세상에서의 학습은 행동을 통해야 한다. 그래서 세렌디피티는 행동지향적이라야 가능하다.

 

다음으로, 우연한 발견이 찾아오는 사람은 작은 일도 손수 처리한다. 다나카는 노벨상 수상 당시에도 대부분의 실험을 직접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관리자로 올라갔지만 그는 연구현장에 남기 위해 승진까지 거부했다. 노벨상 수상 이후 회사에서 임원 자리를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궁여지책으로 회사에서는 연구현장에 남아 일할 수 있는 펠로라는 부장급 직책을 만들어주었다. 그는 오히려 높아진 지위가 연구에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연구에 전념하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지만 역시 내가 직접 실험해 그 결과를 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위대한 혁신은 허드렛일과 지루한 과정 속에 파묻혀 모습을 감추고 있다. 다나카가 조수를 시켜 실험을 했더라면 완충제의 발견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혁신은 항상 평균이 아니라 예외의 사례에서 나오고 아이디어 역시 디테일에서 생기는 법이다. 현장의 데이터가 요약된 평균값에는 가장 가치 있는 예외가 드러나지 않고 현실의 울퉁불퉁한 디테일은 말끔히 손질된다.

 

현대 기업의 일하는 방식이 이와 반대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 업무가 전문화되고 모듈화돼 일이 점점 쪼개지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맡지 않고 능력이 뛰어난 직원은 가치 있는 부분만 담당하게 됐다. 세세한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등의 허드렛일은 비정규직이나 조수에게 맡긴다. 그래서 고위 경영진으로 올라갈수록 현장의 요약된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한다. 경영진에게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다양한 자극의 공유

 

다음 단계로, 다른 영역의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연결돼야 우연한 발견의 실마리를 알아챌 수 있다. 하나를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다른 영역의 지식을 접했을 때 스파크가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우연한 발견이 자주 나타나는 조직은 구성원 간 다양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많다.

 

3M은 오래 전부터 사업부서 간 정보 공유를 적극 권장했다. 공식, 비공식 의사소통망을 만들어 직원들이 정보와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게 했다. 프라이는 접착력이 약한 접착제의 소식을 듣자마자 포스트잇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기지 않았다. 실버(Spencer Silver)라는 엔지니어가 약한 접착제를 실수로 개발했는데 그는 여러 곳에다 이 사실을 알렸다. 프라이는 그 소식을 여러 군데에서 전해 들었다. 한 세미나에서는 실버의 발표를 직접 듣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어느 일요일 프라이가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할 때 책갈피가 자꾸 흘러내렸다. 갑자기 실버의 접착제가 생각나 종이에 붙였다 뗄 수 있는 제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만약 프라이가 힘이 약한 접착제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 번만 들었다면 몇 년이 지난 후에 생각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는 수도 없이 그 희한한 물건에 대해 들었고 필요할 때 생각이 났다. 3M의 시스템이 구성원들끼리 서로 충분한 자극을 주도록 했기 때문이다.

 

공식, 비공식적으로 구성원들이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해 본다. 세렌디피티를 원하는 기업이나 좀 더 창의적인 곳이 되고 싶은 조직은 인사부서에 새로운 역할을 추가하는 것이다. 기존의 역할-채용, 육성, 평가-에 더해 부서 간 지식의 공유와 확산의 업무를 더하면 어떨까.

 

과정을 즐겨야

 

마지막 남은 프로세스는 세렌디피티의 신호를 감지하고 끝까지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세 가지 기질을 가지고 있다. 첫째, 그들은 호기심이 왕성하다. 다른 연구를 하던 플레밍 박사가 포도상구균이 죽은 접시를 발견하고 그날부터 세균을 죽인 푸른곰팡이균을 연구한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다나카가 코발트와 글리세린을 섞은 보조제를 버리지 않고 레이저를 쏜 것도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둘째,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호기심을 충족시키다 보면 때로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래서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은 모험을 즐긴다. 셋째, 끈기가 있다. 다나카는 새로운 보조제에서 나온 데이터에서 미세한 차이를 감지했지만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동료들은 대부분 말렸지만 그는 새로운 보조제로 여러 단백질 분자를 바꿔가며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실험했다. 그리고 확신을 갖게 됐다. 나중에 다나카는 세 가지 우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발견이었다고 술회했다. 보조제를 착각해 잘못 섞었고, 아깝다고 생각해서 실험을 해봤고, 그것을 꾸준히 지켜봤다는 것이다. 끈기가 있었기에 그 실험 결과를 꾸준히 지켜볼 수 있었다. 구성원들이 호기심, 모험심, 끈기를 지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목표보다는 과정지향적인 사람이 우연한 발견의 성공을 맞본다. 뚜렷한 목표는 우연한 발견을 가로막을 수 있다. 그래서 다나카 같은 사람은 성과를 추구하는 것 이상으로 일을 즐긴다. 그러다 보면 세렌디피티가 찾아온다.

 

이제는 3M의 전설적인 엔지니어가 된 프라이는 은퇴 후에도 가끔씩 회사에 들러 후배 엔지니어들의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실적에 쫓기는 엔지니어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한다.

 

“혁신은 숫자 게임이라네. 수천 개의 아이디어 중 하나가 성공하는 법이야. 이걸 하나하나 다 거쳐야 한다네. 지름길은 항상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지.”

 

다나카, 플레밍, 프라이 모두 성격이 소탈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조수나 아랫사람에게 허드렛일을 맡기고 보고나 받았던 사람이 아니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들은 모두 과정을 즐겼고 나이 들어서도 직접 원본 데이터(raw data)를 보며 갖가지 상상하기를 좋아했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 capomaru@gmail.com

이병주 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LG경제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창의성, 변화관리, 리더십 등을 연구했다. 저서로 <애플 콤플렉스> <> <3불 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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