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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eatable System Implementation

실패해도 인재는 남는다 창업의 긍정적 측면을 공유하자

김정수 | 129호 (2013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진선(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창조경제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성공 공식의 반복 창출과 실패 요인의 개선을 통한 창조경제 시스템 자체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 분야에서 28위로 선순환 구조가 취약하다. 창조경제 선순환 구조란 창업가에게 우호적인 문화적 토대와 제도/인프라 위에서 벤처의 창업과 성장, 성공적인 Exit을 통해 충분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으며, 그 보상이 벤처 창업에 지속적으로 재투자되고, 이를 통해 창조경제 생태계 전체가 활성화되는 자생적 선순환 체계를 의미한다. 또한 정상적인 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패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실패를 극복하게 하는패자 부활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창조경제 선순환 구조정착(Repeatable system Implementation)의 개선 레버는성공 공식의 창업 생태계 이식’ ‘패자 부활전 시스템 강화이며 이들 레버의 개선을 통해 창조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해서는 성공한 창업가들의 재투자가 활성화돼 또 다른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성공의 확대 재생산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실패의 경험이 또 다른 성공으로 연결돼 누수 자원도 다시 투입되는 선순환 체계가 완성돼야 한다. 그러나성공한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벤처 재투자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투자 환경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한 사회 등 한국의 상황 속에서 창조경제 선순환 구조의 정착은 요원하다.

 

특히, 한국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과 인재를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업그레이드해 더 큰 성공을 만들어내는 시스템과 안목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성공은 연속성/확장성 없는 1회성 성공으로 그치고, 실패의 교훈은 공유되지 못한다. 결국 동일한 실패가 반복되고 실패한 사람은 경제 시스템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반면 창조경제 강국인 미국, 이스라엘, 핀란드 등은 창조경제 생태계에서의 승자와 패자 모두를 포용하고 끊임없이 경제 시스템 내에서 재활용해 국부를 창출해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개선 레버 및 핵심 지표 설명

동아일보 DBR 베인앤컴퍼니가 함께한동아·베인 창조경제(DBCE) 지수평가에서 선순환 구조 정착의 개선 레버에 대해 설득력이 가장 높고 국가별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핵심 지표를 선정했다. 이를 통해 각각의 개선 레버별로 OECD 35개 국(중국 포함) 중에 한국의 객관적인 위상을 파악할 수 있다.

 

 

선순환 구조 정착 영역의 핵심 이슈 진단을 위해 두 가지 접근방법을 활용해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첫째, 5개의 핵심지표를 종합순위 톱 10 국가의 평균 순위와 비교 분석해 세부 영역별로 진단했다. 둘째, 창업 생애 주기상 선순환 구조 정착 영역의 문제점(pain point) 분석을 통해 종합적으로 한국의 핵심 이슈를 진단했다.

 

성공 공식의 창업 생태계 이식 (18): 엔젤 네트워크/그룹 수는 선진국과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는 단계지만 성공한 창업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인다.

 

1)성공한 창업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지수 (21): 위험이 높은 창업보다는 안전한 대기업/공무원/전문직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고 성공한 창업가에 대한 우호적 인식이 매우 낮다.

 

2)Angel 네트워크/클럽 수 (15): 성공한 창업가들의 벤처 재투자 문화가 형성되는 단계로 순위는 중위권 정도이나 실제 활발히 활동하는 엔젤 네트워크 수(10개 미만)는 경제 규모와 벤처 수 대비 크게 부족하다.

 

 

 

 

패자 부활전 시스템 강화 (30): 한국은 창업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파산 절차용이성 측면에서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 지수 (29): 창업 실패가 취업/재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사회 분위기 및 관행으로 인해 창업 희망자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강박 관념이 선진국 대비 매우 높다.

 

2)재창업 용이성 지수 (19) / 3) 파산 절차 용이성 지수 (32): 파산에 대한 복잡한 처리 절차와 재창업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체계 미비로 선진국 대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대구에서 아이티모비스라는 자동차부품 2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던 여영일 사장(42)은 국내의 어려운 패자부활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는 2011년 폐업 신청을 했다. 아이티모비스로부터 부품을 납품받던 1차 협력업체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해 납품단가를 14% 낮추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었다. 문제의 1차 협력업체는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여 사장이 이미 폐업한 뒤였다. 그는 재기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개인파산 신청 후 13개월이나 지난 지난해 9월경에야 파산면책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세금 미납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도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처지다. 이처럼 복잡한 파산절차는 패자부활을 어렵게 만드는 한국 벤처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선순환 구조 정착은 창조경제 생애 전 과정에서 발생한 성공과 누수를 사회적으로 자산화해 시스템으로 재투입하는 선순환 구조의 완성을 의미한다. 한국은 재투자를 선택하는 성공 창업자의 수가 많지 않다. 또한 창업 실패자가 재도전하는 비율도 낮다. 결국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자산화돼 후배 창업가의시행 착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성공 공식을 반복/확대 재생산하는 데 있어서도 큰 공헌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세부적인 문제점은 주요 2대 레버별로 정부, 학계, 기업, 민간 등 창조경제 주체별로 살펴볼 수 있다.

 

- 성공 공식의 창업 생태계 이식과 관련해 한국은 창업한 성공가의 경험/재능을 활용해 또 다른 성공 신화를 반복/재생산하는 선순환 시스템 부재로 성공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창업-성장-Exit-재투자의 선순환 생태계가 형성 단계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K-Cube 벤처스: 11개 사업, 43억 원 투자), 노정석 테터컴퍼니 창업자(티켓몬스터 등 10개 벤처 투자 및 exit 지원 등) 1세대 벤처 사업가들의 엔젤 투자 활동 및 인큐베이팅 노력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반가운 사례다.

 

- 정부, 학계의 창업 관련 전문가 상당수가 직접적인 창업 경험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 성공한 창업가의 벤처 생태계 재투자와 대기업의 벤처 M&A를 활성화할 인프라와 세제 혜택이 부족한 상황이다.

 

- 한국은 창업 초기(early stage)에 대한 투자 또한 미미하다(벤처 투자 비중 대비 엔젤 투자 비율: 한국 2% vs. 미국 50%).

 

- 벤처 기업 전용 중간 회수 시장이 존재하지 않으며 M&A로 인한 프리미엄에 대한 중과세(장부가치 대비 30% 이상의 프리미엄의 경우 피인수 기업인 벤처에서 해당 세금을 납부해야 함) 등도 투자 의욕을 꺾게 만든다.

 

- 전시/숫자 위주의 벤처 지원책으로 벤처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게 해 자생력을 잃게 만든다. 권일환 퀄컴벤처스 한국대표는정부가 테마를 정해놓고 투자자금을 배분하면 거기에 맞춰 벤처들이 태어나는 전형적인 정부주도형 벤처생태계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 성공한 창업가와 대기업의 벤처/중기 M&A에 대한 비우호적인 문화도 문제다. 패자부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창업 경력자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창업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기업 인사 제도를 바꿔야 한다. 또한 창업 실패자의 재기 지원을 위한 정직한 파산에 대한 법적 배려, 신용 회복 지원, 재교육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선진 국가 사례 소개

미국은 PayPal 마피아, Sun 마피아 등 성공한 벤처 사업가들이 벤처 생태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재투자하는 문화가 활성화돼 있다. PayPal 마피아는 PayPal 핵심 창업 인력들이 2001 exit한 후에도 벤처 생태계에 남아 후배 벤처 사업가들에 대한 조언뿐 아니라 엔젤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작동하는 완벽한 벤처 생태계를 구축했다. 또한 이들이 재투자한 페이스북, 유튜브, 옐프, 링키트인, 테슬라 등은 또 다른 성공 스토리로 이어짐으로써 다음 세대의 벤처를 위한 자본을 형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 엔젤투자자 중 상당수가 벤처기업을 매각한 경험이 있는 인물들로 성공한 ICT 벤처 CEO들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매우 활발하다. <비즈니스위크(2010)>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엔젤투자자 톱 25인 중 다수가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매각한 경험 있는 벤처 CEO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또 성공한 창업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우호적이며 벤처 후진 양성과 사회 공헌을 통해 존경받는 창업가가 다수 존재한다. 특히 글로벌 ICT 대기업들의 혁신적 아이디어의 외부 수혈을 통한 성장 전략 추구가 보편화돼 있어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시장 가치가 매우 높은 벤처 우호 문화가 정착돼 있다. 내부 개발보다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M&A를 통한 역량 보완 문화는 주요 ICT들이 많은 창업자를 배출하고 다시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함으로써 벤처 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 구축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벤처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규제 철폐, 연구 인프라 구축 등의 실효성 높은 지원을 통해 자생적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주에 따라 엔젤투자액의 최고 80%까지 소득공제를 해준다. 실리콘밸리 설립 초기 정부가 400억 달러의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연구 기반 등 물적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정부 주도의 벤처 투자 펀드인 요즈마 펀드가 창업 엘리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세액 공제 한도 2배 증액과 상속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엔젤 투자 자본 소득을 2년 내 벤처 기업 재투자 때 세액을 전액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선진국들은 실패의 경험과 교훈이 더 큰 성공의 원천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 패자부활 시스템도 잘 갖춰놓았다. 정당한 기업 활동으로 인한 불가피한 파산에 대한 신속 용이한 파산 절차, 창업 실패자의 재기를 위한 재교육/자금 지원/신용 회복 제도, 기업 재생 사업을 통한 아이디어/사업 재활용 등을 통해 실패자의 재기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창조경제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에 재투입하고 있다. 미국은 정직한 파산에 대한 신속한 도산 법제를 운용한다. 한국의 실패/재도전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인식도 큰 문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창업가들의 평균 창업 횟수는 2.8회로 알려져 있다. 페이팔 창업자인 맥스 레브친(Max Levchin) 4회 창업 실패 후 성공을 거뒀다. 또 창업 경력은 구글, 애플 등 ICT 대기업 취직의 가장 좋은스펙이다. 실리콘밸리 거대 IT기업들의 인사담당자들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시작해 그것에 대한 결과물이나 혹은 경험을 보여줄 수 있는 인재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이스라엘은 실패의 창조적 활용으로 성공 확률을 제고한다. 투자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던 이스라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도실패라는 경험요인에서 시작됐다. 요즈마 펀드 CEO인 이갈 에를리(Yigal ErilIch)이스라엘 벤처캐피털은 과거 실패경험이 있는 사업가와 신규 사업가 중에 상당수가실패한 사업가에게 투자한다. 실패에 대해 평가할 때 무조건실패가 아니라 스필오버(Spill over·다른 분야로의 확대) 효과도 생각해야 한다. 실패하면 기업 자체는 문을 닫겠지만 인재는 남는다. 실패 경험을 통해 다른 쪽에서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 실패에 대해 평가할 때 무조건 실패가 아니라 그 안의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

한국 창조경제는 선순환 구조가 충분히 자리 잡은 단계까지 아직 진화하지 못했다. 성공 공식의 창업 생태계 이식을 위해 정부는 성공한 벤처 창업가들을 창업 생태계로 유인할 수 있는 제도/인프라를 구축하고 벤처/창업 관련 정부 정책 및 자금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전문가를 창업 관련 공공 분야 요직에 등용해야 한다. 민간에서는 성공한 벤처 창업가와 대기업의 벤처 M&A에 대한 우호적 시각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벤처 기업은 성공한 창업가들이 재투자를 당연시 느끼게 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패자부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간에서 창업 경력을 선호하고 우대하는 문화와 기업 관행을 확산시켜야 한다. 정부는 창업 실패자의 재기 지원을 위한 법적, 금전적, 제도적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김정수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jungsu.kim@bain.com

김정수 파트너는 서울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행정고시 재경 부문에 합격해 산업자원부에서 근무했다. 국내외에서 에너지 업체의 성장 전략 수립,그 외 중공업 부문의 포트폴리오 전략 및 성장 전략 수립에 참여하였으며, 국가 간 인수합병 및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다수 수행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선우 기자는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인문지리학을 전공하고 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2001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문화부, 경제부, 산업부에서 근무했다.

 

 

  • 김정수 | - (현) GS칼텍스 전략기획실장(부사장)
    - 사우디아람코 마케팅 매니저
    - 베인앤컴퍼니 파트너
    - 산업자원부 사무관
    jungsu.kim@gscalte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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