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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옵션 전략

“정말 잘 모르겠어요” 미래는 알 수 없다 리얼옵션 10% 전략을 기억하라

신완선 | 124호 (2013년 3월 Issue 1)

 

 

불확실성을 이용하는 것과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불확실성 자체를 이용해 가치를 확보하는 것이고, 후자는 예상과 다른 상황을 예방하려는 노력이다. 리얼옵션(Real Option), 즉 실물옵션은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활용해서 권리를 확보하려는 개념이다. DBR 116호에 게재된 이승현 교수의불확실성 시대에 가치 높아지는 리얼옵션 전략은 불확실성 자체를 이용하는 방법을 제시한 좋은 글이다.1

필자는 리얼옵션의 의미를 확장해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리얼옵션은 원래 재무 가치에 초점을 맞춘 재무옵션이론(Financial Option Theory)을 비재(Nonfinancial) 옵션에 적용한 것이다. 리얼옵션을선택권리로 확장해 용어를 적용하게 된 배경이 바로 비재무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있다. 사람은 미래의 가치를 금전적이든 비금전적이든 종합적으로 판단해 나름의 선택을 한다. 다만 그 판단 체계를 정형화하지 못할 뿐이다. 여기서는 리얼옵션을 활용해 어떻게 불확실한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경영자는 항상 무지하다

‘모르겠습니다. 정말 잘 모르겠어요.’ 미래에 대해 질문을 받는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모른다고 손사래를 친다. 엄살이 아니다. 경영을 하면서 미래 상황이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는 일이 드물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체험한 탓이다. 경영자가 미래, 즉 불확실한 상황에 겸허한 자세로 대응하는 이유다. 영속적 위기경영(Perpetual Crisis Management)을 강조하는 최고경영자들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경계하고 준비해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경쟁 환경하에서의 성과관리다. 역으로 생각하면 자신의 무지함을 인정하는 경영자일수록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일수도 있다.

전략 경영의 수준 제고를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구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불확실성 전체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좁혀서 봐야 한다. (불확실성은 다양하게 세분될 수 있다. 여기서는 리얼옵션 적용에 관련되는 분류 체계만 일부 소개한다.)

우선과정 불확실성과 산출 불확실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내부 프로세스상에 발생하는 불확실한 요인과 외부, 즉 시장에서의 불확실한 요인을 나누려는 시도다. 경영자들의 걱정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이 급변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데 조금만 방심하면 직원들마저 사고를 치는 탓에 내외부가 모두 답답하기만 하다. 미래에 대한 예측·통제 가능성에 근거해지하철형과 코코넛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지하철형은 예측이 가능한 경우를, 코코넛형은 돌발 상황을 의미한다. 야자수 나무 밑을 지나가는데 느닷없이 코코넛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상황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 시장변동이 어느 정도 예측된다면 지하철형(정확하게 길게 보이는 상황)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의외의 변수(천재지변, 기술혁신, 정부규제, 안전사고 등)도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자칫 예상 밖의 요인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시점과 결과로 분류하기도 한다. 쓰나미가 온다고 예측한다면 언제, 그리고 얼마나 큰 것인지가 걱정이다. 둘 다 불확실하다. 호황이나 불황이 언제부터 어떤 규모로 시작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이런 방식의 분류에 해당한다.

불확실성을 정확히 이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분류는 어떤 유형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의사결정 정보를 제공한다. 결국 불확실성에 대한 유일한 대비책은 미래를 향한 전략적 대안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다.

 

Real Option: 리얼옵션을 준비하라

어제도 일류고 내일도 일류인 기업이 초일류 기업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요, 미래 가치가 커져가는 조직이다. 초일류 기업의 공통점은가치 존속(Sustainable Value)’에서 찾을 수 있다. 다양한 불확실성하에서도 상대적 비교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한다는 의미다.

초일류기업의 가치존속 비결은미래의 선택권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다. 여러 개의 적금통장이나 보험에 가입해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때가 되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잠재적 플랜을 확보해둔다. 역량, 기술 혹은 사업권을 사전에 확보해 일종의 권리 행사를 통해 가치를 키워나가는 것을 즐긴다. 투자를 하든 연구개발을 하든 미래의 선택권리를 쌓는 데 집중한다. 이것이 바로 리얼옵션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미래를 선택하는 습관이 생기면 많은 것들이 선순환 구조에서 작동한다. 한 가지 리얼옵션이 역할을 다하면 새로운 옵션이 또 눈앞에 다가온다. 돌아가면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 항상 새로운 환경에서 써볼 만한 준비된 카드를 갖고 경영을 하는 셈이다.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성장곡선을 살펴보자. 2003년에 출범한 경영진이 2009년까지 매출액을 4배로 키웠다. 2010년에 바통을 이어받은 경영진이 또다시 3배로 늘렸다. 9년 만에 약 12배나 성장한 것이다. 이런 가속형 성장(Exponential Growth) 패턴은 유리한 환경, 경쟁우위 확보, 올바른 판단, 그리고 새로운 투자가 동시에 전제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2003년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진은 대대적인 학습과 혁신을 강조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설계 전문그룹을 키워나갔고 무리한 저가 입찰을 스스로 포기했다. 당장의 수익이 아니라 미래의 시장에 목표를 맞춰 인내하면서 경영시스템을 강화시켰다. 결국 4대 핵심요인인 유리한 환경(화공사업 활성화), 경쟁우위(강한 몰입력과 고품질 사업역량), 올바른 판단(정확한 시장예측), 새로운 투자(교육 훈련, 설계기술, 인력채용)가 맞아떨어졌고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 2010년 새로운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을 추구하면서 잠재력이 큰 사업 부문에 진입하려고 노력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대거 해외 플랜트 사업에 몰려드는 상황에서도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에 요구되는 핵심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찾으려는 전 직원의 몰입과 열정이 경쟁력의 근원임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미래는 미리 선택한 사람에게 권리를 준다는 사실이다. 현실이 어렵다고 해서 학습과 기술투자를 줄이고 인력을 해고하고 무리한 사업을 수주해 당면 과제를 탈피하는 데 급급했다면 가속형 성장 패턴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래를 향한 전략적 리얼옵션을 선택한 리더십 덕분에 합의 개념이 아니라 곱의 개념으로, 등속의 개념이 아니라 가속의 개념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있다.

 

 

 

10%를 선택권리에 투입하라

모든 리얼옵션은 선제적 투자를 요구한다. , 시간, 열정, 관심 등을 미리 투입해야만 미래의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일류 기업은 보통 매출의 3∼5% 정도를 R&D 예산에 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하는 성과를 보장하지 못하지만 투자 개념으로 투입하는 지출이다. 교육비까지 포함하면 통상 10%에 가까운 비용을 미래에 투자한다고 볼 수 있다. 역으로 해석하면 90% 수준은 현재 사업에 투자하고 10% 수준을 새로운 개척지를 준비하기 위해 투자하는 셈이다.

구글이나 3M 같은 회사는 직원 근무시간의 15%를 새로운 발상과 아이디어 발굴에 사용하라고 허용한다. 역시 자원의 일정 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 구성원 각자가 추구하는 커리어는 다르지만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해 미래 옵션을 준비하는 것은 똑같은 맥락이다. 몇 년 전, ‘Big Think 전략으로 유명한 미국 컬럼비아 대학원 번트 슈밋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유지하려는 것은작은 생각이라며 통념을 깨고큰 생각을 해야 성공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구글을 보세요. 구글은 일하는 시간의 절반을작은 생각에 해당하는 일상적인 문제 해결에 사용하도록 합니다. 구글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시간은 30% 정도지요. 나머지는 즐겁게 놀고 취미생활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에 사용하도록 합니다.” 구글의 성공요인은 업무시간의 50% 정도를 큰 생각을 하는 데 투자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미래의 리얼옵션을 준비하기 위해서 수입 혹은 매출의 10% 이상을 투입할 것을 추천한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관리해야 할 성과지표에는 미션지표와 비전지표가 있다. 미션지표는 단기지표를 의미한다. 오늘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대부분의 종사원이 몰입하는 과업의 실적이다. 비전지표는미래에 다가올 현실에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노력이다. 리얼옵션 준비상태를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기업의 존속적 가치는 이들 지표의 균형에 좌우된다. 모든 자원을 미션에만 투입하면 미래의 선택권리는 완전 불확실성(Complete Uncertainty)에 내몰린다. 그렇다고 비전에만 올인 하면 당장 시장에서 외면당해 아예 미래시장에 진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림 2>에 나타나 있듯 90%를 미션지표에 투입하고 10%를 비전지표에 투입하는 최소한의 전략 구도를 세워야 한다. 업종에 따라 차이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와는 무관하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리얼옵션에 투자해야만 미래가치를 보장할 수 있다.

비즈니스 세계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경쟁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만 좋으면 됐던 시대가 있었다. 생산자 중심 시대의 이야기다. 물건이 부족하던 시절이니 물량 확보가 최우선이었다. 없어서 못 팔던 경영 환경이다. 자금 확보 여부와 양품 생산 능력은 불확실했지만 시장은 확실하게 보장됐다. 프로세스가 경쟁력을 결정하던 시대도 있었다.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는 생산과 서비스 제공 수준이 많은 것을 결정했다. 스피드로 고객의 기대를 앞서가면 확실한 성장이 가능했다. 스피드한 생산과 대응이 중요했다. 시스템이 중요한 시기도 있었다. 조직이 커졌으며 설사 작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협력업체나 파트너십 등으로 수평적으로 얽혀져 있었다. 조직 전반의 균형적인 경영수준이 중요했고 병목 현상이 최소화되는 경영 인프라가 경쟁력을 좌우했다.

그러나 현대 경영에서는 품질, 스피드, 시스템 등 모든 것을 충분히 갖추고도 실패를 맛볼 때가 많다. 경쟁 구도하에서는 비교우위가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생산자 관점의 경쟁력이 아니라소비자 눈높이에서의 상대적 경쟁력이 관건인 것이다. 이처럼전략 최우선 세대(The Age of Strategy)’의 경영진은 리얼옵션을 명확하게 주문할 수 있어야 한다. 리얼옵션 확보를 통해서 종사원이나 이해관계자가 공감할 만한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리더십의 기본 책무가 되고 있다.

 

리얼옵션 #1: 시장을 흔들 카드를 준비하라

그렇다면 과연 언제부터 리얼옵션을 준비해야 하는가. <그림 3>에 제시된 S자 혁신 모형을 생각해보자. 새로운 시장에서는 선점하는 기업이 앞서가고 뒤이어 도전 기업이 뛰어든다. 기회와 가능성이 클수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그것도 삽시간에 쏠릴 때가 많다. 옛 어른들이 좋은 일은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훼방을 당할 수도 있고 금방 경쟁 상황이 발생해 일이 꼬일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자신이 급격히 성공하는 T1 시점이 바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1의 시점이다. 이는 곧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또다시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겨우 뭔가 결실을 거두려고 하는데 새로운 미래를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니 얼핏 생각하면 과도한 걱정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때야말로 미래 관점이 가장 진취적이고 도전적일 때다. 눈물나는 도전의 달콤한 결실을 맛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이미 도전 모델에게 추월당하는 T2는 미래 준비가 늦은 100의 시점이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어려울 때 최선을 다하고 여유가 생기자마자 미래를 준비하는 습관이 리얼옵션을 준비하는 굿타이밍(Good Timing)을 놓치지 않도록 만든다.

 

혁신 S-커브는시장 불확실성과 시점 불확실성의 치열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아무리 탄탄한 시장도 결국 누군가에 의해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왕 그렇게 될 바에야 스스로 그 시장을 흔들 리얼옵션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리더의 자세다. 샤넬의 N°5를 생각해보자. 향수 사업을 구상하던 코코 샤넬은장미나 계곡 깊은 곳 어디에 핀 백합이 아니라 사람의 머릿속에서 구상된 향기’ ‘여성 같은 향기가 나야지 꽃 같은 향기가 나면 안 된다는 새로운 발상을 했다.2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는 발상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스스로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그는 대부분 사람들이 한 가지 꽃향기에 길들여졌던 시대를 넘어 다양한 향기로 혼돈 속에 빠트리는 전략을 세웠다. 기존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면 탁월한 조향사가 필요했다. 그는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를 만나 80여 가지의 꽃향기를 사용하고 합성물인 알데히드를 첨가했다. 기존 향수에서는 사용되지 않던 알데히드를 사용해서 N°5 특유의 향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1921, N°5를 공개하고 자신의 부티크에서 상류층을 대상으로 소량 판매하면서 리얼옵션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무리한 투자가 아니라 미래 가치가 있는지를 먼저 시험했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내부와 외부 불확실성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했다. 3년 후, 그는 N°5 관리를 위한 회사 레 파르팡 샤넬(Les Parfums Chanel)을 설립했다. 단순 꽃향기 향수에 만족하고 있던 기존 회사들은 코코넛형 불확실성에 해당되는 엄청난 도전자를 만난 셈이다. 하지만 샤넬의 입장에서 보면 안정된 시장에서 고객의 기대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장은 언젠가 흔들리기 마련이다.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흔들 준비를 해야 한다.

 

 

리얼옵션 #2: 수요가 줄면 대체수요를 준비하라

수요와 공급은 비즈니스 세계의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이다. 수요 감소는 치명적인시장 혹은 시점 불확실성요소로 작용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더라도 찾는 고객이 줄어드는 상황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현대 시장에서 수요는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체수요 창출 관련 리얼옵션을 준비하는 것이다. 기존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시장에 리얼옵션을 확보해야 한다.

파버-카스텔(Faber-Castell) 8대째 250년을 이어온 가족기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제조업체 중 하나다. 1761년 캐비닛 제조업자였던 카스퍼 파버(Kasper Faber)가 뉘른베르크 인근 슈타인에서 연필을 만들면서 파버-카스텔의 역사가 시작됐다. 250년을 유지했다는 것은 그동안 각종 불확실한 시장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CEO인 안톤 볼프강 폰 파버-카스텔 백작은 다음과 같이 생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저희는 두 번의 구조적인 위기에서 살아남았습니다. 1970년대에 계산자가 필요 없어진 것과 1980년대 후반에 갑작스럽게 도면을 수작업으로 그리는 일이 드물어진 일입니다.” 짧은 제품 수명과 시장 불활실성에서 파버-카스텔이 세운 생존 전략은 지속적인 대체 상품 개발이다. 필기구를 넘어 여성 화장용 연필을 준비하는 등 수요가 줄어들 때마다 새로운 옵션으로 수요를 확보하려고 노력했다.3

우리나라의 디지털 도어록 시장에는 영세한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일부 유망 기업도 대부분 글로벌 회사에 인수당하고 말았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기존 회사들이 디지털 시대를 생각지 않고 현재 수요에 안주하고 있었던 탓이다. 대체 수요를 염두에 두고 리얼옵션을 준비하지 않는 기업에 미래는 없다. 어떤 시장도 수요를 고정시킬 수는 없다.

 

리얼옵션 #3: 변화가 빠르면 임계점을 인지하라

아이위랩(iwilab)을 창업하고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후에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시장의 선두주자가 된 김범수 의장은 리얼옵션을 잘 활용하는 경영자다. 아이위랩 시절, 처음 내놓았던 서비스인 부루는 데이터를 클리핑(clipping)해서 공유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이어 선보였던 위지아는 사용자 스스로 정보의 중요성을 직접 결정하는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 추천 사이트다. 두 서비스 모두 실패했다. 리얼옵션을 준비했지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 의장은 인터넷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접고 모바일 시장 투자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 리얼옵션이 실패로 끝난다고 해도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가르쳐주는 사례다.

아이위랩의 리얼옵션 준비는 4-2법칙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팀원은 4, 기간은 2달을 넘지 않는다. 2달 안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과감히 접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리얼옵션 확보가 가능한지를 2달 동안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지속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단기 처방에 해당된다. 실패를 체험하면서 투입 수준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김범수 의장은 회사 내에서 진행 중이던 5∼6개의 프로젝트를 과감히 접고 모바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3개의 프로젝트팀을 구성했다. 그 결과물4 이 바로 카카오아지트, 카카오수다, 카카오톡이다. 사용자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카카오톡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경영진은 모든 개발 역량을 카카오톡에 집중했다. 세 가지 리얼옵션을 준비하다가 가능성이 가능 큰 선택권리에 매진한 것이다. 위험부담이 있었지만 신속한 의사결정 덕분에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빠른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리얼옵션에 필요한 자원 투입의 임계점(Threshold)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가치 있는 선택권리는 그에 상응하는 투입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카카오톡은 여러 개의 작은 팀으로 다양한 리얼옵션 준비를 시작해 점차 실현 가능한 옵션으로 역량을 결집시켜서프로세스 불확실성을 줄여나갔다.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내부역량이 리얼옵션의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옵션 #4: 가능하다면 자이언트와 거래하라

어떤 분야든 최고의 포지션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의 리얼옵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도적 리더는 존속 가치를 인정받기 마련이다. 로 유명한 톰 피터스가 한국에 와서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초일류 기업의 특징을 중심으로 베스트 벤치마킹 개념을 설파했다. 초일류 기업이나 개인이 되기 위해서는 4단계의 점진적인 자기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첫째는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라는 요구다. 내부 문제든 고객의 요구든 문제를 인지하면 즉시 고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기초적인 역량이다. 둘째는 초일류 수준을 체험하라는 주문이다. 표적을 보지 않고 활시위를 당겨 맞추는 일은 우연에 불과하다. 업계 최고에 대한 정보도 모르면서 어떻게 경쟁 상대를 뛰어넘을 생각을 한단 말인가. 발품을 팔아서라도 안목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대 시장처럼 정보와 지식 공유가 빠른 상황에서 문제해결과 체험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초일류 기업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핵심은 세 번째인데 도전적인 목표에 대한 안목을 강조하고 있다. You Dream It! 고객의 희망 사항을 읽어내라는 얘기다. 이해관계자나 고객의 막연한 희망이나 기대를 파악하고 자신의 목표로 삼는 경지에 이르러야 된다. 그리고 그 목표 달성에 남다른 열정을 가져야 한다. Love It! 새로운 가능성을 보려는 안목과 그에 대한 집중력이 진짜 일류를 만드는 것이다.

이탈리아 회사인 테크노짐이 생산하는 러닝머신은 글로벌 베스트 제품으로 가격이 제품 성능에 따라 1100만 원대에서 2000만 원대에 달한다. 이 회사는 수천 수만 가지의 부품을 모두 직접 만들어서 조립할 뿐 아니라 대부분의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유명하다. 본사 직원 중 R&D 인력이 130여 명으로 이들은 온종일 인체공학적인 디자인, 기구의 효율성,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 개발 등과 씨름한다. 이들이 1년 동안 제품 실험에 들이는 시간이 384000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고객이 기대하는 모든 희망사항을 제품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강력한 연구개발팀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대 스포츠연구센터와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 이탈리아 라퀼라대와 베로나대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글로벌 신뢰도를 높이는 등 연구하는 기업 브랜드를 전파하는 데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는 테크노짐이 고집하는 경영철학이고 경쟁사와의 차별성이다. 운동기구라는 제한된 시장이지만 세계 최고의 명성에 과감하게 투자해서 고객 기대에 부응한다.5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포춘>지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2010년만 해도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 비율은 10%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애플은 아이폰으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불과 2년 만에 삼성전자는 모든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6

삼성전자는 크게 3가지 리얼옵션을 통해서 미래에 대비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애플이라는 자이언트의 부품공급자였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미래 시장의 성장을 파악하는 데 유리한 입장이었다는 의미다. 이윤이 낮은 피처폰 시장 대비 스마트폰 시장의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이 있었던 것이다. 공급업자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애플이 선도하는 시장의 산출(시장 혹은 결과) 불확실성에 대해 자신 있게 뛰어들 옵션을 갖게 됐다. 둘째,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조달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었다. 수직 계열화를 통해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스크린에서 메모리까지 거의 대부분의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짧은 수명주기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부품 조달에서도 상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협력체계 확보를 통해서 프로세스 불확실성에 대한 유연한 대응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연구개발(R&D) 역량에서 경쟁우위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또 다른 얘기일 수밖에 없다. 2008년 경제 불황으로 경쟁사는 R&D 투자액을 줄였지만 삼성전자는 오히려 투자액을 늘렸다.원하는 업종에서 최고 제품을 확보했고 공급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삼성전자의 전략적 선택은 항상 강력한 리얼옵션이 된다. 애플보다 후발주자였지만 단기간에 다양한 기종을 개발하고 판매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이런 덕분이다. 절대품질(Absolute Quality)을 제공할 수 있는 핵심역량은 언제나 단기간에 비교우위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리얼옵션으로 변환될 수 있다.

 

리얼옵션의 6가지 유형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리얼옵션의 유형과 성공비율을 살펴봤다. 비록 개인적인 분석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리얼옵션이 전환점(Turning Point) 확보에 어떻게 기여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모든 전략적 선택은 궁극적으로 경영진이나 고위관리자의 의사결정에 기초를 두고 추진되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제시된 유형과 성공비율은 그런 의사결정 과정에서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리얼옵션은 크게 6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그 의미와 성공비율은 다음과 같다.7

비전형 (47%): 비전이나 중장기 목표 실현을 위해서 리얼옵션을 준비한다.

위기형 (19%): 위기를 극복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이 리얼옵션이 된다.

체험형 (13%): 다양한 시도가 리얼옵션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취미형 (10%): 재미로 해본 일이 확장되어 리얼옵션이 된다.

멘토형 (7%) : 멘토의 제안을 실천한 결과가 리얼옵션이 된다.

대리형 (4%) : 타인의 체험을 보고 자신의 옵션으로 선택한다.

괄호에 제시된 백분율은 유형 간 상대적인 사후(Posterior) 성공비율을 의미한다. 즉 성공적인 리얼옵션 중에서 비전형으로 준비됐을 확률이 47%로 가장 높다. 위기형이 19%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리얼옵션 중에서 19%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이 리얼옵션으로 이어진 경우에 해당된다. 대리형, 즉 타인 혹은 다른 기업이 한 것을 보고 직접적인 투자도 없이 흉내내 성공한 경우는 4% 불과하다. 그만큼 성공확률이 낮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래 목표를 정해놓고 준비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으며 적은 투입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사례 분석에 의해 밝혀졌다.

 

어떤 유형으로 리얼옵션을 준비하든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은 현재 시점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리얼옵션은 당장 경영에 부담이 되는 의사결정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내일을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3년 혹은 5년 후를 바꾸는 일은 쉽다. 리얼옵션을 확보하는 작은 노력이 불확실한 미래에 새로운 가치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리얼옵션 덕분에 미래 가치를 확보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아무런 선택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실패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선택해야만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리얼옵션은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근원적인 대안이다.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wsshin@skku.ac.kr

필자는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및 기술경영학과 교수다. 미국 산업공학회지 편집위원을 지냈고 논문상으로는 한백상, 네모시그만 논문상, 국제표준시스템 연구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리얼옵션> <굿 타이밍 1:10:100 의사결정> <컬러 리더십> <테크노 리더십> <준비된 리더가 미래를 경영한다> 등이 있다. 한국품질경영학회 차기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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