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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교수의 전략 멘토링-3

역전을 꿈꾼다면... 강자의 강점을 약점으로 바꿔라

이승현 | 123호 (2013년 2월 Issue 2)

 

 

성공한 사업가들에게성공의 원인이 무엇인지물어보면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오지만 일반적으로 세 가지로 간추려 볼 수 있다. 첫째, 성공한 사업가들은 자신들이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성공의 요인으로 꼽는다. 둘째, 실력 있는 직원들을 고용했다고 말한다. 셋째, 필요할 경우에는 실패할 수도 있지만 성공 가능성을 보고 위험감수(risk-taking)도 했고 그것이 현재의 성공을 이룬 바탕이라고 얘기한다. 충분히 공감되는 얘기다.

 

이번엔 실패한 사업가들에게실패한 원인이 무엇인 것 같느냐고 질문을 해봤다. 지금까지 들어온 대답들을 모아보면 열심히 일했고, 실력 있는 직원을 고용했고, 필요할 때는 위험도 감수했는데 왜 사업에서 망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성공한 사업가들이나 실패한 사업가들이나 모두 한결같이 열심히 일했고, 똑똑한 직원들을 채용했고, 필요한 경우는 위험감수를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열심히 일하고, 똑똑한 직원들을 고용하고, 위험감수를 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성패와는 무관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실패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 좋은 직원을 고용하는 것,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은 될 수 있어도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이 세 가지가 없이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의미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 세 가지를 다했다고 해서 비즈니스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경쟁우위를 점하는 방법

기업이 성공하려면 무언가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서 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 다른 점이 없다면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차지할 수 없고, 같은 위치(competitive parity)나 경쟁열위(competitive disadvantage)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조건 다르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비즈니스라는 것이 세상의 다른 일들과 같아서 어떤 공식에 맞게 하면 성공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또 소위 운이라는 것이 많은 것을 좌우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운에 맞길 수는 없다. 그래서 비즈니스맨들의 사업성공과 실패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어떤 사업가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은지를 공부한다. 만약 운이 많은 작용을 한다면 최소한 어떤 사업가들이 더 운이 좋은가를 연구한다.

 

그런 연구를 하는 학자들 중에 기업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1 이를 자원기반이론(resource-based view)이라고 부르기도 한다.2 이런 연구를 어떻게 부르는지, 학문적으로 이 두 연구가 비슷한지, 다른지는 기업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과연 앞의 세 가지 필요조건 외에 어떤 조건이 한 기업을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만들며 경쟁우위를 주느냐는 것이다.

 

경쟁우위를 창조하고 경쟁우위를 지키려면 기업이 가지는 역량(resources and capabilities)이 다음의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치가 있어야 하고(valuable), 다른 기업들에서 찾기 어려운 희소성이 있어야 하고(rare), 다른 기업들이 그 역량을 모방하기 어려워야 하고(hard to imitate),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역량을 찾기 어려워야 한다(hard to substitute).3

 

가치가 있어야 한다

먼저 어떤 기업의 무형 혹은 유형 자원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하려면 그 기업역량이 가치가 있어야(valuable) 한다. 기업자원이 가치가 없다면 그 자원은 기업에 도움이 되자 않는다. 어떤 기업에 아주 키가 큰 직원이 있다고 하자. 직원의 키가 큰 것이 이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이 기업이 농구팀을 가지고 있고 그 농구팀이 기업의 이미지에 아주 큰 영향력을 미치는 등 아주 특이한 환경에 있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직원의 큰 키는 기업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키가 작은 것도 마찬가지다.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어떤 기업이 일반 시장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제품판매를 검토한다고 하자. 이는 기업역량 제고에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기업자원일 수 있다. 가치가 있다는 점이 확실해지면 다음에는 과연 이 자원이 희소성(rareness)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제품판매라는 유통경로는 분명 기업에 가치 있는 자원이기는 하지만 다른 많은 기업들이 이미 같은 자원을 가지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면 희소성은 없다. 희소성이 없어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결국 경쟁열위(competitive disadvantage)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기업이 가진 자원 중에 어떤 자원이 가치도 있고 희소성도 있을까?

 

1980년대 한국에서 카페라는 곳은 점심이나 저녁을 먹은 후 커피를 마시는 공간으로 인식됐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오후12시에 점심을 먹고 그 후에 커피를 마시러 간다면 오후1시에서 2시 사이까지는 카페에는 엄청 많은 손님으로 붐빌 수밖에 없다. 카페 입장에서는 이 한 시간 사이에 매출을 최대한 올리지 못한다면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 그런 이유로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이 시간대에 카페에 가게 되면 손님을 빨리 회전시키기 위해 손님이 많을 때는 음악을 크게 트는 등 이미 있는 손님들이 빨리 일어나게 하려고 손님들을 불편하게 만들곤 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났다.

 

대부분의 카페들이 이런 방식으로 카페를 운영할 때 지승룡이라는 초보 사업가는 역발상을 통해 기존 카페들과는 정반대로 손님들이 오래 있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은 적중했다. 신촌에 처음 생긴민들레영토는 당시 많은 젊은이들에게 센세이셔널한 반전이었다. 민들레영토는 점심식사 후에만 가는 곳이 아니라 아무 때나 가는 카페였다.4 오후1∼3시에는 손님들이 넘쳐나고 다른 시간대에는 한산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던 일반 카페와 달리 민들레영토는 특정 시간대가 아닌 거의 모든 시간대에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잠시 커피를 마시고 가는 장소가 아닌 오랜시간 앉아서 쉬거나 독서를 하는 공간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공간활용도가 높아졌고 손님들이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커피만이 아닌 음식도 찾게 돼 매출은 더욱 올라갔다.

 

그러면 민들레영토가 파는 음식은 얼마나 맛있어야 할까?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보다 맛이 있게 만들지 않아도 될까? 민들레영토는 식당이 아니다. 식당들은 대부분 음식의 맛으로 승부를 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민들레영토는 음식 맛이 아닌 편안한 공간 제공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다. 그렇다면 음식 맛이 음식점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더 맛있지 않아도 되나? 그렇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민들레영토에 가진 않는다. 그래서 음식이 유명한 식당들에 비해 맛있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다. 편하게 올 수 있는 카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적당히 맛있는 정도면 맛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맛이 없는 음식을 내놓아서는 안 되지만 한국 최고의 음식 맛을 자랑할 필요는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역량에 더욱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된다. 모든 것에 최고이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소비자가 외면할 수 있다. 어떤 역량은 소비자가 불만을 제시하지 않을 만큼만 가지고, 다른 어떤 역량은 다른 기업에 비해 월등하게 가지고 가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기업의 모든 역량을 업계 최고로 하는 것이 경제적이지 않다면 어떤 기업 역량을 희소성(rare) 있도록 만들지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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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현lee.1085@utdallas.edu

    - (현) 댈러스 텍사스대 경영학과 교수
    - 한미경영학회(Association of Korean Management Scholars)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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