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모바일 게임 시장을 놀라게 한 카카오톡과 애니팡의 성공사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널리 알려졌다. 구글 미국 본사는 일본이나 미국 구글플레이마켓에 비해 규모가 작았던 한국 시장에 갑자기 ‘for Kakao’란 이름을 단 게임들이 출현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들을 보고 정말 놀랐다고 한다. 심지어는 필자가 2012년 가을 구글 본사에 출장갔을 때 미팅에 구글플레이 관련 임원이 10명이나 찾아왔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한국 오피스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카카오톡과 한국 시장에 대해서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애니팡의 개발사인 선데이토즈도 경영이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 선데이토즈는 2010년 싸이월드 앱스토어에 ‘아쿠아스토리’라는 소셜게임을 내놓고 다른 개발사들과 함께 경쟁하며 소셜게임의 부흥기를 맞는 줄 알았다. 싸이월드 앱스토어와 소셜게임은 승승장구하며 영원할 것 같았지만 2011년 싸이월드 해킹사건은 플랫폼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이를 계기로 사용자 수는 급격하게 감소했고 선데이토즈뿐만 아니라 모든 소셜게임 개발사들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위기는 큰 기회이기도 했다. 싸이월드 해킹사건이 단기적으로 사용자 수에 타격을 준 것은 맞지만 그와 상관없이 그 밑에서는 스마트폰이라는 더 거대한 판으로 소비자들이 이미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소셜게임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가 소셜그래프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필자는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PC에서 가장 강력한 소셜그래프가 싸이월드 일촌이었다면 모바일 세상으로 바뀌었을 때 소셜그래프는 어떻게 될까?’ 모바일의 가장 기본적인 장치는 휴대전화였고 소셜그래프는 이미 전화번호를 통해 단말기에 저장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순간 유료 문자(SMS) 대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모델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도 역시 핵심은 소셜이었다. 카카오톡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럴 채널을 학습했고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하트를 그 매개체로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제 일본과 동남아, 그리고 유럽 시장에서 1억 명의 유저를 보유한 NHN의 라인이 게임플랫폼을 열었고 조만간 중국의 위쳇(WeChat)도 움직일 것이다. 또 10억 명의 소셜그래프를 보유한 전 세계 1위 글로벌 플랫폼인 페이스북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으로 예측해 보면 엄청난 규모의 모바일 소셜게임 시장에 기회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소셜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과 새로운 바이럴 채널을 그 콘텐츠에 잘 녹여 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팡으로 모바일 소셜게임 시장을 연 선데이토즈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데이토즈의 첫 번째 미션은 내부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또다시 좋은 사례를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라인, 위챗,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역시 계속 진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브랜드(Brand)다. 로비오(Rovio)의 ‘앵그리버드(Angry Birds)’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귀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게임 캐릭터 화난 새를 떠올릴 것이다. 이것이 브랜드 파워다.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브랜드 가치가 생기면 사람들에게 인지되고 오래 기억된다. 애니팡 역시 동물 캐릭터들을 테마로 인형, 액세서리 등과 같은 캐릭터 사업을 시작했다. 캐릭터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앵그리버드 못지 않은 좋은 사례를 만드는 기업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람!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 낸 결과물들이기에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 없이는 더 큰 성공을 이루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애니팡이 성공한 후 좋은 식구들이 많이 들어온 만큼 고객들과 사용자들에게 관계를 통한 가치를 주고 게임을 통한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이정웅 대표는 명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신텍정보시스템, NHN 한게임 플래시팀을 거쳐 대학 동기 2명과 함께 2008년 게임회사를 창업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쥬얼 게임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와 공동창업자들은 창업 전 일요일마다 ‘토즈’라는 카페에서 만났다. 그래서 회사 이름이 선데이토즈다. 지난해 카카오톡을 통해 ‘애니팡’을 발표해 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