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CSR 전략 포럼 지상중계
편집자주
기업가정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DBR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산업정책연구원,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한 <국제 CSR 전략 포럼>이 지난해 11월2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습니다.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 포럼에서는 CSR 및 CSV(공유가치 창출) 활동을 혁신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사례들이 제시됐습니다. 포럼의 주요 내용을 요약합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정수(서강대 영미어문학과 4학년) 씨, 김현태(서울시립대 경영학과 4학년) 씨, 윤경미(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씨, 이지은(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씨, 이태용(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사회가치영향평가 컨설팅사인 미션메저먼트(Mission Measurement LLC) 대표이자
제이슨 사울 미션메저먼트 대표 기조 강연
우리는 현재 좋은 것과 나쁜 것, 선진국과 개도국, 진보와 보수 등 여러 대립된 상황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바야흐로 제3의 길(the third way)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오른손잡이도, 왼손잡이도 아닌 양손잡이식으로 생각하는 법(think ambidextrously)을 배워야 한다. 미래는 오직 제3의 길에서 모색하고 사고하는 자의 것이다. 제3의 길이란 단지 비즈니스 개념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선의 개념만 내포하는 것도 아니다. 이 두 가지 개념이 공유된 가치를 창출하거나, 혹은 사회 혁신을 위해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빈곤에서부터 보건 분야까지 이르는 전 세계 사회적 지표는 나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현재 정부, 기업, 비영리 단체, 그리고 NGO들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책임 활동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어떤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금을 여기에 쏟아붓고 있다. 그들이 실행하는 사회적 책임 활동들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고 기도하면서 말이다.
GE의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이멜트가 선언했듯이 작금의 경제 위기는 우리의 마음, 우리 사회, 우리 경제에 과거와 전혀 다른 변화를 요구하는 ‘재설정(reset)’의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다.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자본주의를 재정비해야 할 뿐 아니라 사회적, 더 나아가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 가지 통계 데이터를 들여다보자. 2011년, 미국의 기업들은 1조60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기업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같은 해 미국 연방 정부는 1조3000억 달러의 채무를 기록했다. 이 역시 미국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우리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펀드 조성 방안을 찾는다면 그건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바로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권고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에 실패해 왔다.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전략에 대해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접근법을 완전히 재고해야 한다.
우선 과거에 우리가 기업에 대해 설정해 놓은 기준은 좀 낮은 감이 있다. 구글(Google)의 모토 “Don’t be evil(악을 행하지 말라)”을 생각해보자. 과연 나빠지지 않는 게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일까? 만약 우리 모두가 기업들에 “단지 나빠지지만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면 이건 우리 모두가 기업에 대한 기준을 너무 낮춰 잡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CSR에 대한 기대와 관련해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CSR 전략들은 1960년대∼1970년대 사회 계약(social contract)을 만족시키기 위해 설계됐다. 애초부터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탄생한 게 아니라 단지 거둬들인 이익에 대한 환원 차원에서 고안됐다. 사회 계약이 기업에 기대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나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근로자를 혹사시키면 안 되고, 인권을 짓밟아서도 안 되며, 환경오염이나 아동 인력 착취도 금물이다. 두 번째로 기대하는 건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틈나는 대로 자선을 행하고 공동체에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
전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이 같은 사회 계약의 기대를 기반으로 한 CSR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어느 정도 사회 계약을 만족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는 단순히 선을 행하는 게 기업 평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착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 계약을 만족시키는 건 오늘날 단지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한 입장료나 다름 없다.
오늘날 기업을 향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제 CSR은 단지 좋은 일을 행하는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선상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요체가 돼야 한다. 더 나아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CSR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정(reset)이 필요한 이유다. 시장과 주주, 고객들은 기업이 단지 책임에 충실해지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기업이 단순한 자선활동이나 자원봉사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대의 전략을 통해 진정한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창출하기를 원하고 있다. 책임감과 의무감에서 비즈니스의 가치 창출로의 변화,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이다.
단순히 좋은 일을 하면 되는 ‘CSR 1.0’의 취지는 더욱 전략적인 자선활동을 요하는 ‘CSR 2.0’으로 변모했다. 이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적 혁신(social innovation)을 추구하는 ‘CSR 3.0’에 이르게 됐다. 성숙기 시장에서 우리가 향유하는 재화의 수준은 거의 동일한 수준에 도달했다. 즉, 맥도날드든, 버거킹이든, 혹은 그 어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 가든 상관없이 우리는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접할 수 있다. 브랜드를 차별화할 요소가 없을 때 차이를 구현해낼 수 있는 요소는 브랜드에 대한 감성적인 연결에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감성적 연결의 대다수는 사회적 영향, 혹은 소비자들을 향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제안(social value proposition)을 통해 확립된다. 이게 바로 제3의 길이다.
이러한 개념 틀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또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간단한 방법은 증기기관차에 빗대어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 달성을 위해 기업들은 지금까지 비즈니스의 핵심인 ‘엔진(engine)’을 사용한 게 아니라 ‘증기(fumes)’, 즉 비즈니스의 부산물(leftover)을 주로 사용해 왔다.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자본 지출을 지불하고, 모든 사항에 대한 지출이 끝나고 나서 남아도는 잔여물 중 일부를 자선활동에 기부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통해 이익이 나면, 그 남아도는 이익의 몇 %를 자선활동에 쓰는 것만으로는 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앞으로 기업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자신들의 핵심 사업, 핵심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부산물이 아니라 핵심 역량 자체를 활용해 기업 성장과 사회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가 직면해 있는 도전은 핵심 사업, 즉 비즈니스의 엔진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또한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극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바로 사회 혁신의 요소들이 있다.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단순히 자선을 베풀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는 게 아니라 처음 시작단계부터 비즈니스적 동기에서 설계돼야 한다. 이렇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이니셔티브가 핵심 사업으로 접목돼야 하며 궁극적으로 재무적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명심해야 할 사항은 단순히 ‘덜 해로운 일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창출하는 게’ 설계의 목적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생각해보자. 그 누구도 도요타가 프리우스를 만들어 이윤을 얻었다고 해서 비판을 가하지 않는다. 제3의 길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을 이용하는 새로운 형식의 자선활동이 될 것이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핵심역량이나 핵심사업의 1%만을 투자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지향해야 할 비즈니스 전략은 수익을 얻기 위해 설계되고, 핵심사업을 활용하며,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다.
월마트의 경우 미국의 보건 시스템에 혁신을 가했다. 월마트는 미국에서 굉장히 값비싼 의약품들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복제 처방약(generic prescription drug)의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 월마트는 그들의 핵심 역량, 즉 엔진을 활용했다. 즉, 미국 내 건강보험 소외계층을 위해 불과 4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처방약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보건 분야의 지형 자체를 근본적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 결과 제약 유통에서 월마트의 점유율은 10위에서 4위로 뛰어오르게 됐다. 수십억 달러의 이윤을 창출한 것은 물론이고 고객 충성도 역시 높일 수 있었다.
코카콜라의 경우 아프리카에 MDC(Micro Distribution Center·소규모 유통센터)를 설치함으로써 열악한 교통 인프라로 인해 겪게 된 사업적 문제들을 해결했다. 아프리카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코카콜라가 다른 곳에서 하듯이 대형 트럭에 제품을 싣고 돌아다닐 수가 없는 구조다. 대신 코카콜라는 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곳에서의 제품 유통을 위해 트럭 배송이 어려운 지역에 MDC를 열고 현지 주민을 고용해 손수레나 자전거로 제품을 배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코카콜라는 배송문제를 손쉽게 해결한 것은 물론 아프리카 실직자들을 위한 7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활동은 단지 75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뿐 아니라 코카콜라가 연간 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혁신이다. 바로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우리는 제3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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