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국제 CSR 전략 포럼 지상중계

4달러짜리 복제약 판 월마트,민심을 얻다

이방실 | 120호 (2013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기업가정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DBR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산업정책연구원,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한 <국제 CSR 전략 포럼>이 지난해 112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습니다.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 포럼에서는 CSR CSV(공유가치 창출) 활동을 혁신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사례들이 제시됐습니다. 포럼의 주요 내용을 요약합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정수(서강대 영미어문학과 4학년) , 김현태(서울시립대 경영학과 4학년) , 윤경미(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 이지은(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 이태용(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3의 길을 찾아야 한다.”

사회가치영향평가 컨설팅사인 미션메저먼트(Mission Measurement LLC) 대표이자 원서 제목: Social Innovation)>의 저자인 제이슨 사울(Jason Saul)국제 CSR 전략 포럼의 기조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이제 기업은 단순 자선활동에 불과한 ‘CSR 1.0’, 전략적 자선 활동 수준의 ‘CSR 2.0’을 넘어사회적 혁신을 추구하는 ‘CSR 3.0’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제이슨 사울 미션메저먼트 대표 기조 강연

우리는 현재 좋은 것과 나쁜 것, 선진국과 개도국, 진보와 보수 등 여러 대립된 상황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바야흐로 제3의 길(the third way)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오른손잡이도, 왼손잡이도 아닌 양손잡이식으로 생각하는 법(think ambidextrously)을 배워야 한다. 미래는 오직 제3의 길에서 모색하고 사고하는 자의 것이다. 3의 길이란 단지 비즈니스 개념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선의 개념만 내포하는 것도 아니다. 이 두 가지 개념이 공유된 가치를 창출하거나, 혹은 사회 혁신을 위해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빈곤에서부터 보건 분야까지 이르는 전 세계 사회적 지표는 나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현재 정부, 기업, 비영리 단체, 그리고 NGO들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책임 활동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어떤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금을 여기에 쏟아붓고 있다. 그들이 실행하는 사회적 책임 활동들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고 기도하면서 말이다.

 

GE의 최고경영자인 제프리 이멜트가 선언했듯이 작금의 경제 위기는 우리의 마음, 우리 사회, 우리 경제에 과거와 전혀 다른 변화를 요구하는재설정(reset)’의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다.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자본주의를 재정비해야 할 뿐 아니라 사회적, 더 나아가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 가지 통계 데이터를 들여다보자. 2011, 미국의 기업들은 160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기업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같은 해 미국 연방 정부는 13000억 달러의 채무를 기록했다. 이 역시 미국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우리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펀드 조성 방안을 찾는다면 그건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바로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권고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에 실패해 왔다.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전략에 대해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접근법을 완전히 재고해야 한다.

 

우선 과거에 우리가 기업에 대해 설정해 놓은 기준은 좀 낮은 감이 있다. 구글(Google)의 모토 “Don’t be evil(악을 행하지 말라)”을 생각해보자. 과연 나빠지지 않는 게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일까? 만약 우리 모두가 기업들에단지 나빠지지만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면 이건 우리 모두가 기업에 대한 기준을 너무 낮춰 잡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CSR에 대한 기대와 관련해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CSR 전략들은 1960년대∼1970년대 사회 계약(social contract)을 만족시키기 위해 설계됐다. 애초부터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탄생한 게 아니라 단지 거둬들인 이익에 대한 환원 차원에서 고안됐다. 사회 계약이 기업에 기대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나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근로자를 혹사시키면 안 되고, 인권을 짓밟아서도 안 되며, 환경오염이나 아동 인력 착취도 금물이다. 두 번째로 기대하는 건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틈나는 대로 자선을 행하고 공동체에 이익을 환원해야 한다.

 

전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이 같은 사회 계약의 기대를 기반으로 한 CSR 전략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어느 정도 사회 계약을 만족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는 단순히 선을 행하는 게 기업 평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착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 계약을 만족시키는 건 오늘날 단지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한 입장료나 다름 없다.

 

오늘날 기업을 향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제 CSR은 단지 좋은 일을 행하는 수준을 넘어 비즈니스 선상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요체가 돼야 한다. 더 나아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CSR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정(reset)이 필요한 이유다. 시장과 주주, 고객들은 기업이 단지 책임에 충실해지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기업이 단순한 자선활동이나 자원봉사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대의 전략을 통해 진정한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창출하기를 원하고 있다. 책임감과 의무감에서 비즈니스의 가치 창출로의 변화,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이다.

 

단순히 좋은 일을 하면 되는 ‘CSR 1.0’의 취지는 더욱 전략적인 자선활동을 요하는 ‘CSR 2.0’으로 변모했다. 이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적 혁신(social innovation)을 추구하는 ‘CSR 3.0’에 이르게 됐다. 성숙기 시장에서 우리가 향유하는 재화의 수준은 거의 동일한 수준에 도달했다. , 맥도날드든, 버거킹이든, 혹은 그 어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 가든 상관없이 우리는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접할 수 있다. 브랜드를 차별화할 요소가 없을 때 차이를 구현해낼 수 있는 요소는 브랜드에 대한 감성적인 연결에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감성적 연결의 대다수는 사회적 영향, 혹은 소비자들을 향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제안(social value proposition)을 통해 확립된다. 이게 바로 제3의 길이다.

 

이러한 개념 틀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또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간단한 방법은 증기기관차에 빗대어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 달성을 위해 기업들은 지금까지 비즈니스의 핵심인엔진(engine)’을 사용한 게 아니라증기(fumes)’, 즉 비즈니스의 부산물(leftover)을 주로 사용해 왔다.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자본 지출을 지불하고, 모든 사항에 대한 지출이 끝나고 나서 남아도는 잔여물 중 일부를 자선활동에 기부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통해 이익이 나면, 그 남아도는 이익의 몇 %를 자선활동에 쓰는 것만으로는 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앞으로 기업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자신들의 핵심 사업, 핵심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부산물이 아니라 핵심 역량 자체를 활용해 기업 성장과 사회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가 직면해 있는 도전은 핵심 사업, 즉 비즈니스의 엔진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또한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극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바로 사회 혁신의 요소들이 있다.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단순히 자선을 베풀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는 게 아니라 처음 시작단계부터 비즈니스적 동기에서 설계돼야 한다. 이렇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이니셔티브가 핵심 사업으로 접목돼야 하며 궁극적으로 재무적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명심해야 할 사항은 단순히덜 해로운 일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창출하는 게설계의 목적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생각해보자. 그 누구도 도요타가 프리우스를 만들어 이윤을 얻었다고 해서 비판을 가하지 않는다. 3의 길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을 이용하는 새로운 형식의 자선활동이 될 것이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핵심역량이나 핵심사업의 1%만을 투자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지향해야 할 비즈니스 전략은 수익을 얻기 위해 설계되고, 핵심사업을 활용하며,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다.

 

월마트의 경우 미국의 보건 시스템에 혁신을 가했다. 월마트는 미국에서 굉장히 값비싼 의약품들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복제 처방약(generic prescription drug)의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 월마트는 그들의 핵심 역량, 즉 엔진을 활용했다. , 미국 내 건강보험 소외계층을 위해 불과 4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처방약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보건 분야의 지형 자체를 근본적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 결과 제약 유통에서 월마트의 점유율은 10위에서 4위로 뛰어오르게 됐다. 수십억 달러의 이윤을 창출한 것은 물론이고 고객 충성도 역시 높일 수 있었다.

 

코카콜라의 경우 아프리카에 MDC(Micro Distribution Center·소규모 유통센터)를 설치함으로써 열악한 교통 인프라로 인해 겪게 된 사업적 문제들을 해결했다. 아프리카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코카콜라가 다른 곳에서 하듯이 대형 트럭에 제품을 싣고 돌아다닐 수가 없는 구조다. 대신 코카콜라는 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곳에서의 제품 유통을 위해 트럭 배송이 어려운 지역에 MDC를 열고 현지 주민을 고용해 손수레나 자전거로 제품을 배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코카콜라는 배송문제를 손쉽게 해결한 것은 물론 아프리카 실직자들을 위한 7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활동은 단지 75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뿐 아니라 코카콜라가 연간 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혁신이다. 바로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우리는 제3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공유가치창출을 위한 CSR 전략 사례 1 - 인텔

브라이언 곤잘레스(Brian Gonzalez) 인텔 Global Education Sector 디렉터

우리는 교육에 많은 열정을 갖고 있다. 교육의 힘이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교육을 통해 경제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한국에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강연에서는 인텔이 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인텔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 LG 등 여러 한국 기업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인텔에서는 교사들에 대한 전문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와 관련해 1억 달러 이상 투자했다. 2005, 교사들의 전문 교육에 대한 투자는 많이 이뤄졌으니 이제는 컴퓨터를 학교에 보급하는 활동을 벌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하면 IT가 교실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적용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2006년에 큰 투자가 이뤄졌지만 결과는 기대에 약간 못 미쳤다. 그래서 더욱 지속 가능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사들을 교육하고 컴퓨터를 보급하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이 둘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았다. 지속 가능한 교육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정부, 지역사회, 업계 등이 협력해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했다. 인텔에서는 이러한 생각들을 기반으로 ‘Intel World Ahead’라는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단지 인텔의 프로젝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비전을 갖고 교육 부문에 의지가 있는 정부의 도움을 받았고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프로젝트로 학생들은 효율적인 학습을 하게 됐고 더 나아가 이들은 좀 더 나은 일자리를 얻게 됐다. 결과적으로 해당 국가는 경제적인 효용을 얻었다. 우리가 넓게 설정했던 목표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CSR 활동에 있어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팔레스타인, 포르투갈, 파키스탄, 파나마 등 90여 개 국가에서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1000만 명이 넘는 교사들을 교육했다. 이를 통해 교육의 가치와 경제 효과의 연계를 꿈꾸고 있다. 지식 경제 사회에서 배움, 학습은 굉장히 중요하다. 진정한 교육은 어떤 시험을 보기 위한 사실 암기가 아니라 학생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단순히 나쁜 것을 하지 않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의 교육이 그런 방향이어서 교육으로 국가 발전이 가능했다.

 

인텔은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자. 어린아이들은 교실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가 많다. 소리를 지르고 이야기를 한다.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조용해진다. 학습 과정에서 상호작용보다는 지시가 많아진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경우 그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창의성이 줄어든다. 우리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술이 통제되는 방식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딸이 다니는 학교에 가봤더니 내가 학교를 다녔던 1970년대와 다른 점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집에서 게임할 때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왜 우리는 교육을 게임처럼 흥미롭고 재미있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인텔은 학생들이 교육으로부터 어떻게 생산적인 가치를 만들어낼지 연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실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단순 강연을 하는 방식을 탈피해 아이들과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어렸을 적의 열정과 소통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이 기여해야 한다.

 

인텔에서는 여러 가지 기술을 제공하는데 그 기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고, 또 그래야 한다. 교사와 학생이 실제로 소통할 수 있도록 기술은 조력하는 존재여야 한다. 맞춤화된 학습을 가능하게 하려면 기술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어떤 자료를 찾았을 때 그것을 찾지 못한 친구에게내가 먼저 찾았어라고 자랑하고 다른 활동으로 넘어가는데 이런 것은 올바른 기술이 아니다. 인텔은 교육 프로그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는데 기술 자체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훌륭한 교사,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이 중요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그 지식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기술은 그 다음이었다.

 

그래서 인텔은 우선 훌륭한 교사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고민했다. 교사는 여러 방식으로 기술을 사용한다. 우리는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렸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교육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사 및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교사들의 니즈를 반영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한 툴을 제공했다. 콘텐츠는 교사는 물론이고 누구나 제작할 수 있다. 누구든지 콘텐츠를 만든 후 이를 공유하게 하는 것이 기술의 역할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학교나 집에서 공부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 포르투갈의 사례가 중요하다. 포르투갈은 우리가 진행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 성과 및 각종 교육 관련 지표가 많이 향상됐다.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 교사, 학부모 등 모두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2007년 프로젝트 시작 당시 학생당 컴퓨터 보급률이 91이었다. 유럽 전체 평균이 당시 201이었으므로 나쁜 수준은 아니었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2010년에는 이 보급률이 11로 바뀌었다. 단순히 컴퓨터가 제공됐다는 사실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컴퓨터로 콘텐츠를 더욱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이러한 컴퓨터로 인해 교사와 부모의 연계성도 더욱 강화됐다. 이는 국가의 경제 발전에도 도움을 줬다. 포르투갈이 교육기술 부문의 최대 수출국이 됐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에서는 컴퓨터 기술과 관련해 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수출입이 증가했다. 세계은행에서도 포르투갈의 성공사례를 살펴보고 연구, 분석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프로그램 진행 이후 유럽 여러 국가와 비교했을 때 포르투갈은 유럽 내에서 교육 증진 효과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학생들의 중퇴 비율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학생들이 학습을 즐기게 됐기 때문이다. 교사가 주는 것을 단순히 다운로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학습을 해나가면서 재미를 느끼게 됐다. 9살 학생의 경우 컴퓨터 기술 활용을 통해 이웃 학교의 학생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것이 21세기가 원하는 협업의 모델이 아닐까.

 

아르헨티나도 기술을 활용해 큰 효과를 본 사례다. 아르헨티나의 공립학교 학생 400만 명에게 컴퓨터를 통해 교육 서비스를 받게 했다. 이들을 위한 특별 책도 만들어서 제공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책과 컴퓨터, 관련 콘텐츠를 지원했다. 교육 진행 후 학생들의 수학, 과학 점수가 많이 올랐다.

 

여러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면 단순히 교실에 컴퓨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컴퓨터는 교육 도구이며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보다 중요하다. ‘기술이 좋았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이든 간에 학생들을 어떻게 참여시킬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것이 디지털 디바이스의 역할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의 역할, 다자 간 협업이 중요하다. 특히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하는 지역사회의 참여 의지가 필수적이다.

 

공유가치창출을 위한 CSR 전략 사례2 - 존슨앤존슨

앤 리제프(Ann Lee-Jeffs) 존슨앤존슨 시니어 매니저

존슨앤존슨은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기업 신조(credo)를 통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많이 강조한다. 우리가 하는 여러 전략, 활동, 목표뿐만 아니라 성과, 평가, 연구를 해나가는 데 있어서 지속가능성에 기반한다.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1943,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신조가 작성됐다. 이후부터 이를 기업문화의 일부로 실천해오고 있다. 고객은 물론이고 직원을 대할 때도 지속가능성에 기반해서 하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20년 전에는 주로 환경, 보건과 관련된 목표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필요한 하드웨어를 설치하고 종업원들에게도 강조했다. 오염물질 정화 및 방지 프로그램, 친환경 화학물 사용을 위한 활동 등 관련된 노력을 진행했다. 이러한 것들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사용했을 때 이것을 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령 10년 동안 시장에서 제품을 팔았을 때 그 정화비용은 수십억 달러가 발생한다. 제약 부문 외에 우리는 소비재도 만드는데 아비노(Aveeno), 존슨즈베이비(Johnsonsbaby) 등이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접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신조를 지키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최근에는 보다 친환경적이고 책임 있는 활동과 연구를 위해 ‘Johnson & Johnson Healthy Future 2015 Goals’를 선보였다.

 

Healthy Future 2015 Goals는 세계보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R&D 관점에서 제대로 된 처방약이 없는 질병(neglected disease), 열대성 질환의 치료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한 개도국의 삶의 질 개선과 삶과 죽음을 가르는 질병문제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등 매일 사용하는 제품들은 여러 공급업체를 거쳐서 우리 손에 들어온다. 1970년대부터 공급망 네트워크가 형성됐는데 현재는 자체 생산보다는 외주를 둬서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공급업체의 경우 1차 공급업체, 2차 공급업체 등 다양해졌고 그 구조도 복잡해졌다. 존슨앤존슨도 매년 205억 달러 정도를 공급업체로부터 구매한다. 우리는 상당한 책임감과 영향력을 가지는 위치에 있는 만큼 협업(collaboration) 등을 통해 공급업체들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 공급업체와의 지속가능성은 CSV 활동이나 공동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 등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활동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도 중요한 요소다. 직원들은 조직의 혈관 역할을 담당한다. 존슨앤존슨의 매출이 640억 달러 이상인데 이러한 성과의 바탕에는 직원들의 활발한 참여가 있었다. 직원의 참여는 건강한 미래를 위한 약속이자 목표다.

 

존슨앤존슨은 제품을 통해 전 세계 인구를 만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지역사회의 건강 증진은 문맹퇴치 등 보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실현할 수 있고 이는 정부와의 연계도 가능하다.

 

자선사업(philanthropy)도 많이 한다. 존슨앤존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최선의 노력을 하려고 한다. 특히 기업차원에서 자선활동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데 요즘은 CSV 관점에서 접목할 수 있는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또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방법도 신경 쓰는 부분이다. 지속가능성 프로세스 강화노력은 전사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매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우리가 만든 제품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환경 영향 평가를 해 우수 제품에는어스워드(Earthwards)’라는 자체 인증을 달아주고 있다. 인증을 통해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단계는 크게 4단계인데 단순해 보이는 프로세스지만 실제로 실행하려면 그리 간단치는 않다. 우리가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이 단계들을 거쳐야 한다.

 

 

1) Satisfy pre-requisites

우선 인식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어떤 기준을 정하고 제품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인식한다. 다양한 제품군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고 원재료는 어디에서 오는지 등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검토하고 있다.

 

2) Undergo Screening

score card를 바탕으로 해당 제품이 어느 정도의 점수인지를 확인하는 단계다. 정해진 요구사항, 제품의 원산지가 관련한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등을 검토한다. 특히 제품 원산지에 관한 규정이 복잡해지고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에 규제준수의 시각에서뿐 아니라 소비자의 시각에서 요구되는 기준을 맞추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농업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제품 원료를 가져왔는지, 가령 호랑이 희귀종 서식지에서 제품 원료를 가져왔는지 등 여러 가지를 살펴야 한다. 이 단계를 통과하려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동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재료를 구입해서 제품을 만들어야 하며 제품사용 이후 폐기까지의 모든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야 한다.

 

3) Identify Improvements

세 번째는 해당 제품이 이전 제품보다 개선됐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다. 신제품은 물, 공기, 혁신, 사회, 에너지, 포장 등 미리 정해놓은 여러 카테고리 중에서 적어도 3가지 이상의 카테고리에서 이전 제품보다 개선이 있어야 한다.

 

4) Submit for Review

마지막으로 이 모든 개선 노력이 이뤄지면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사회가 이를 평가한다. 이사회는 내부, 외부 인사로 구성돼 있는데 이사회의 인정을 받아야만 비로소 어스워드 인증을 받게 된다.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