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A Business Forum 2012 Special Section

고객과 가치 공유한 마케팅 3.0, 한계와 발전 방향은?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마케팅 개념은 시대가 바뀌면서 진화를 거듭해 왔다. 필립 코틀러는 지금까지의 마케팅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마케팅 1.0은 표준화된 단순한 제품을 가능한 한 낮은 비용으로 생산해 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품 중심의 마케팅이었다. 마케팅 2.0 시대는 정보기술의 발전에 의해 가능해 졌다. 특히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나 필요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손쉽게 얻어내고 처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시장의 소비자들을 세분화해 각 시장에 맞는 마케팅 믹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른바 STP(Segmentation, Targeting, & Positioning) 마케팅을 실현할 수 있게 된 점이 마케팅 2.0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 2.0은 기업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고객 중심의 마케팅 개념이기는 하지만 소비자를 마케팅 활동의 표적이 되는 수동적인 소비자로 본다는 면에서 마케팅 3.0과 구별된다.

 

마케팅 3.0은 마케팅 2.0의 연속선상에서 마케팅 개념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마케팅 2.0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케팅 3.0에서도 고객 만족이 핵심 개념인 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마케팅 3.0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마케팅 2.0이 상품의 기능적 또는 감성적 속성의 차별화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중요시했던 반면 마케팅 3.0하에서는 그에 더해 소비자의 영혼을 움직이는 것을 통해 기업이 중시하는 가치(values)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이 글에서는 마케팅 3.0 개념이 출현하게 된 배경과 마케팅 3.0의 실천적 특징 및 발전 방향을 살펴본 다음 마케팅 3.0의 한계점을 분석하고 마케팅 3.0 개념에 대한 향후 전망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마케팅 3.0 등장의 배경

 

마케팅 3.0이라는 개념이 나타나게 된 배경 요인들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1.‘New wave technology’ 의 출현

 

마케팅 3.0이 출현하게 된 첫 번째 배경 요인은뉴 웨이브 테크놀로지(new wave technology)’의 출현이다. 20세기 말부터 진행된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개인들 간의, 그리고 그룹들 간의 신속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면서 마케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IBM 같은 기업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자신들의 블로그를 만들어 회사의 지침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IBM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GE에서는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트윗 스쿼드(Tweet Squad)를 만들어 나이가 많은 임직원들에게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P&G 같은 기업은 한걸음 더 나아가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전 세계에 걸친 창업자들과 공급업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연결하고 개발하기(Connect & Develop)’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매출의 35%에 해당하는 혁신적인 상품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의 스낵 제조업체인 프리토 레이(Frito-Lay) 2009년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Super Bowl) TV 중계 방송 시에 방영해 최우수 광고의 영예를 얻었던공짜 도리토스(Free Doritos)’ 광고는 광고 대행업체에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에 기초해서 만든 것이다. 이처럼 마케팅은 소비자나 이해 관계자들이 기업의 상품과 커뮤니케이션의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케팅 3.0이 추구하는보다 나은 세상 만들기는 소비자, 주주, 유통 업체, 자사의 임직원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힘을 합하는 협력적 마케팅(collaborative marketing)을 실천하지 않고는 성취할 수 없다.

 

 

2.글로벌라이제이션의 진전

 

마케팅 3.0이 태동하게 된 또 하나의 배경은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의 진전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새롭게 등장한 기술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 가수 싸이의강남 스타일이 유튜브에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말춤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빌보드 차트의 최상위권에 오르내리는 것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한 나라의 문화 상품을 전 지구적인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국가 간, 기업 간, 그리고 개인 간 정보 교환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으며 교통 관련 기술은 지구적인 가치 사슬 내에서의 물적 교환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이제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경제 체제를 만들어 냈다.

 

코틀러는 글로벌라이제이션과 관련해 흥미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그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순기능보다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만들어내는 역설들(paradoxes)에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1989년에 글로벌라이제이션에 영향을 받아 일어났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 대조적인 사건이 있었다.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던 중국의톈안먼사건과 독일의베를린 장벽 붕괴 사건이 그것이다. 두 사건은 같은 시기에 일어났지만 각기 상징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톈안먼 사건은 중국 내에서 민주화 운동의 처절한 몰락을 의미하는 사건이었던 반면 베를린 장벽 붕괴 사건은 동유럽 전역에 걸친 새로운 자유민주주의의 태동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이처럼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매우 대조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때로는 중국에서 보듯이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한 반작용을 불러일으켜 국가주의를 오히려 강화시키기도 하는데 코틀러는 이를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정치적 역설이라고 부르고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빠른 속도로 진전됨에 따라 제3세계의 많은 나라들과 몇몇 구 공산권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과거보다 더 열악한 상황으로 떨어졌다. 한 나라의 경제로 좁혀놓고 보더라도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가져오는 요인들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평균적인 CEO는 평균적인 직원의 약 400배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부유한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아직도 하루에 1달러 이하의 돈으로 연명해야 하는 극단적인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만 해도 10억 명이 넘는다. 이것이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경제적 역설이다. 경제적인 면과 함께 사회문화적인 면에서도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역설을 만들어낸다. , 글로벌라이제이션은 가수 싸이의강남 스타일에서 보듯이 범지구적인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반작용으로 전통적 문화를 더욱 더 강화시키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을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사회문화적(socio-cultural) 역설이라고 부른다.

 

마케팅 3.0이 위에서 살펴본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역설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마케팅 3.0은 이 같은 문제들을 관리하는 방법의 하나로 활용될 수는 있을 것이다. , 글로벌라이제이션에 의해 생겨난 분열, 양극화 및 모순들을 직시하고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연속성, 연결, 그리고 방향성을 제공하는 문화적 마케팅(cultural marketing)을 활용함으로써 이들을 관리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영국 자연주의 화장품임을 내세우고 있는 더바디샵(The Body Shop)이라는 브랜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회적 평등과 정의를 추구하는 브랜드의 모범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통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비용 절감이나 기업 경영 능력상의 강자들에게 큰 번영을 가져다 주는 반면 대다수의 약자들에게는 상당한 어려움을 안겨 준다. 이 같은 현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데 더바디샵은 바로 이 같은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자 노력한다. 소비자들은 더바디샵이 글로벌라이제이션에서 종종 간과되는 개념인 사회의 불평등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더바디샵은 동물실험 반대, 공정무역 지원, 자아존중 고취, 인권 보호, 지구환경 보호 등을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로 표방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캠페인, 이벤트나 문화 커뮤니티 지원 등을 통해 이 같은 가치들의 구현을 위해 힘쓰고 있다. 더바디샵의 사례는 마케팅 3.0의 한 축을 이루는 문화적 마케팅을 실천하고 있는 한 기업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처럼 마케팅 3.0은 문화적 마케팅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이슈들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3.‘창의적 사회의 성장

 

마케팅 3.0을 탄생시킨 세 번째 요인은 과학, 예술, 지식 서비스업 등의 창의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창의적 사회(creative society)’의 양적 및 질적 성장이다. 창의적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수는 일반 근로 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수보다 훨씬 적은 편이지만 사회에서 그들의 역할은 점점 더 지배적인 것으로 변화돼 가고 있다. 창의적 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대부분 혁신적인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대개는 사회적 미디어를 활용해 다른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등 사회적 연결망에 있어 중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불문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그들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기본적 욕구들을 넘어서서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물질적인 것 이상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의미, 행복, 그리고 정신의 구현을 추구한다. 창의적 사회에 속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정신적인 욕구들이 단순한 생존을 위한 욕구들을 점차로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어떻게 소비자들의 점증하는 정신적 욕구를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 안에 통합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해답은 기업의 정신적인 수준을 소비자의 정신적 수준에 맞추는 것이다. , 소비자의 정신적인 동기 수준을 기업의 사명, 비전, 그리고 가치에 녹아 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기업은 마치 사람처럼 물질적인 목표를 넘어서 기업의 자아 실현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기업은 과연 자신이 무엇이고, 지금 현재의 사업을 왜 하고 있으며,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모든 내용들이 기업의 사명과 비전, 그리고 가치들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 사실 기업의 이윤은 그 기업이 인간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소비자들이 평가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정신적 마케팅(spiritual marketing)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 3.0 의 실천적 특징과 발전 방향

 

위에서 우리는 새로운 마케팅 개념이 등장하게 된 세 가지 배경 요인과 이에 대응하는 마케팅 개념으로서의 마케팅 3.0의 구성요소(building blocks)를 살펴봤다. 마케팅 3.0은 협력적 마케팅, 문화적 마케팅, 그리고 정신적 마케팅의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여기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미래 마케팅 개념의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미래의 마케팅은 현재 마케팅의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지금까지 발전돼온 마케팅 개념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 마케팅 개념이 태동한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50년대에서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마케팅은 여러 국면을 거치면서 무수하게 많은 새로운 개념들이 출현했다. 그러나 미래 마케팅은 기업을 둘러싼 환경의 질적인 변화 때문에 지금 현재의 마케팅 개념과는 획기적으로 다른 부분들을 포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마케팅 1.0이나 2.0에서 핵심 개념이었던 STP(세분화, 표적시장 선택, 포지셔닝) 4P’s(가격, 제품, 촉진, 유통)로 표현되는 마케팅 믹스, 그리고 브랜드 자산 등의 개념은 마케팅 3.0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만성적 불황, 지구 온난화, 새로운 소셜미디어의 출현, 소비자의 능력과 권한의 획기적인 강화, 새로운 형태의 정보통신기술(new wave technology)의 등장, 그리고 글로벌라이제이션 등의 환경변화는 기업으로 하여금 마케팅 실천에 있어 거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마케팅 3.0은 이러한 변화들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마케팅 개념의 특징은 한마디로 수직적 관계를 중시하던 마케팅에서 수평적 관계가 핵심적 요소인 마케팅으로의 전환이다. 2008년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대표되는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소비자들의 대기업에 대한 신뢰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소비자들은 GM이나 AIG 같은 거대 기업들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처럼 기업에 대한 신뢰 수준이 낮아진 상황에서는 더 이상 대기업이 소비자들을 향해 일방적으로 상품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수직적인 마케팅보다는 소비자들이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는 정보의 흐름을 이용한 수평적 마케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수평적 마케팅의 실천적 초점은 4P’s에서공동의 가치창조(cocreation)’, STP에서공동사회적 소통(communitization)’으로, 브랜드 구축에서캐릭터 구축(character building)’으로 전환하고 있다. 마케팅 3.0에서는 마케팅 1.0 2.0에서 강조됐던 4P’s 개념을 기초로 소비자들과 협력업체들까지 참여해 마케팅 믹스를 만들어 나가는 공동의 가치창조 과정을 지향한다. 소셜미디어의 수평적 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공동사회적 소통 역시 마케팅 3.0의 중요한 실천적 도구가 되고 있다. 또 마케팅 3.0은 진정성(authenticity)에 기초를 둔 마케팅을 통해 단순한 브랜드 파워의 구축을 넘어서 네트워크에 관여하는 모든 잠재적 구매자들의 마음속에 캐릭터를 구축하는 진정한 차별화를 추구한다. 이 같은 방법들을 통해 시장에서 가치지향적인 마케팅(values-driven marketing)을 펼쳐나가는 것이 마케팅 3.0의 핵심이다.

 

기업이 마케팅 3.0을 시장에서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기업문화에 기반한 실천 의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명, 비전, 그리고 가치들이 그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서 소비자들에게 그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등산 및 스포츠 용품 회사인 팀버랜드(Timberland)의 경우제품을 더 잘 만든다(Make it better)’는 단순한 미션을 가지고 있다. 팀버랜드는 품질 좋은 제품을 통해 고객 만족을 실현하고 점포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감성적 경험을 유발한다. 또한 소비자들의 정신이나 영혼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자신의 미션인 ‘Make it better’를 제품이나 광고에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한다. 이와 함께 21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표본으로 인정받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로 주식시장에서의 성과도 개선됐으며지속가능성 핵심 성과 지표(Sustainability Key Performance Indicators)’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에 더해 팀버랜드는 직원들을 위해 인간애, 겸손, 성실과 정직이라는 가치를 실천할 기회를 주는서비스의 정도(Path of Service)’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팀버랜드는 소비자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영혼을 움직이는 진정성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 3.0의 한계점과 향후 전망

 

마케팅 3.0은 우리 시대의 기업들에 던져진 커다란 명제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출현한뉴 웨이브 테크놀로지는 소셜미디어의 출현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생활 양태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받치고 있는 거의 모든 제도와 관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그 여파로 나타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가속화는 기존 마케팅 개념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에 더해 부와 소득의 양극화, 만성화된 세계 경제의 불황 국면, 청년 실업 문제,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의 심각성 증가, 소비자들의 능력과 권한 강화 등 질적인 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마케팅 개념의 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마케팅 3.0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마케팅의 방향 제시를 위해서 출현했다. 그러나 마케팅 3.0은 시대적 과제에 대한 상당한 통찰력에 근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극복해야만 할 한계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간단히 기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마케팅 3.0은 기업을 둘러싼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및 문화적 문제들을 바라보는 기업의 자세에 대한진정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기업의 주된 무대인 시장은 인간의 이기심(self-interest)을 전제로 하는 제도와 관행에 기초해 있으며 기업은 자유경제체제의 근간인 자기 책임의 원칙과 계약 자유의 원칙에 입각한 각종 법규와 제도에 근거해 손실이 됐건, 이익이 됐건 시장에서의 자신의 성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기업에 단기적인 시장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재무적인 가치를 뛰어넘는 기업의 사명과 가치에 충실한 마케팅을 수행하라는 지침은 경우에 따라 지나치게 이상적인 제언이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몇몇 기업에서 마케팅 3.0의 정신에 부합하는 마케팅 활동을 통해서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의 자아 실현을 가능하게 하면서 그 부산물로 재무적인 성공을 거둔 예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마케팅 활동이 시장에서 일반화될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며 어떤 수단을 통해 마케팅 3.0을 확산시킬 수 있을지도 분명하지 않다. 시장에서 마케팅 3.0이 기업들에 강제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은 마케팅 3.0을 충실히 실천에 옮기면 재무적인 성과를 비롯해서 기업 자신에도 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논리로 기업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마케팅 3.0이 강조하는 기업이 가진 마인드셋(mind-set)진정성과 충돌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둘째, 마케팅 3.0이 강조하는 거시적인 문제들의 해결에 과연 마케팅 3.0의 실천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예컨대 소득 양극화나 환경 문제처럼 거대한 경제, 사회 및 환경 문제의 경우, 기업이 선량한 시민이 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들에 기업이 어느 정도까지 기여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많은 의견차이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중추적 역할은 정부의 몫이며 기업은 정부나 기타 영향력을 가진 단체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창의를 발휘해 가치를 창조해 내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또한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이 같은 문제들을 관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더라도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상충을 해결하는 것이 마케팅 3.0에서 이야기하는 것만큼 낭만적인 과업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면, 지금 현재 사회 공헌에 이익의 5%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 새로운 마케팅 개념의 도입으로 전체 이익의 10%까지 사회 공헌 액수를 늘리고자 계획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도 그 어떤 비전의 제시를 통해서도 외국인들을 포함한 해당 기업의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은 지난한 일일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 가장 바람직한 해결은 거시적인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사업으로서의 타당성도 있으면서 동시에 해당 기업이 그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경우에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경우조차도 최근 셰일가스의 상업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소한 중기적으로 태양열이나 풍력에너지 개발 사업의 전망이 어두워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의 의도나 비전이 훌륭하더라도 시장에서의 냉혹한 승부를 이겨낼 수 없다면 그것은 물거품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위에서 말한 한계점들과 관련해 지금과 같은 형태의 마케팅 3.0은 실제 시장의 제도나 상황 등을 감안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실제로 경험한 일들을 근거로 생각해 보더라도 IMF 외환위기의 극복 이후 2000년대 초에 경험했던신지식인개념에 입각한 벤처 거품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막연한 기대에 근거한 장밋빛 예측은 대개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마케팅 3.0이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또는 SNS의 마케팅 도구로서의 위력도 주의를 가지고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물론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우리 생활을 엄청난 속도로 변화시켜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케팅 도구로서의 소셜미디어나 SNS의 영향력은 아직 생각만큼 확고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구글(Google)의 경우에서 보듯이 정보 검색을 통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미시적인 타깃팅(targeting)을 통한 광고 사업을 수행하는 등의 혁신적이면서도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낼 수 있어야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황용한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 살펴봤듯이 우리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분명히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마케팅 3.0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한 응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마케팅 3.0 개념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기존 마케팅 개념으로는 다루기가 버거운 문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마케팅 3.0은 분명히 우리에게 매우 심각하게 고려해볼 만한 새로운 마케팅의 틀을 제안하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따라서 기존의 마케팅 개념과 새롭게 제안된 마케팅 개념을 어떻게 조화시켜서 기업이 성장해 나가면서도 동시에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키워나갈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좀 더 미시적인 접근을 통해 성취해야 할 과업으로 판단된다.

 

하영원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ywha@sogang.ac.kr

 

하영원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등 세계적 저널에 다수의 논문 게재한 바 있다. 한국마케팅학회장을 지냈으며 서강대 지식서비스R&D센터장을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