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콩코드펄프앤페이퍼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협상

전략+임기응변, 협상판 장악하라

9호 (2008년 5월 Issue 2)

Case
이 사례는 실제 일어난 일을 토대로 기술됐지만 회사 이름과 등장인물, 지역 명칭 등은 가명을 사용했음.
 
콩코드, 혁명적 신장 눈앞에 두고 대출 호소
은행측 담당자 “쓰레기융자는 사절” 단호히 “NO”
헨리 아이버슨(Henry Iverson)과 투자 파트너들은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콩코드펄프앤페이퍼사를 850만 달러에 인수했다. 기업 인수 계약이 끝나자마자 아이버슨 등은 콩코드의 생산 공정을 현대화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추가 자금 모집을 추진했다.
 
아이버슨은 투자파트너 중 한 사람이 페더럴스트리트뱅크(FSB,Federal Street Bank)의 수석부행장인 홈즈 스록모튼과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스록모튼 부행장은 추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아이버슨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적인 스록모튼 부행장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동시에 투자파트너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이 과정에 스록모튼 부행장의 보디랭귀지까지 분석했다. 그러면서 FSB 측과 상호 이익이 되는 윈윈 해법을 찾아보자고 계속 읍소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수석 부행장의 태도는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추가융자를 위해 비즈니스플랜과 제안서를 다시 다듬고 재작성하는 데 수없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FSB의 답변은 ‘노(no)’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FSB와 스록모튼 수석 부행장으로부터 추가 융자를 얻어낼 수 있을까.
 
아이버슨과 투자파트너들은 부도난 콩코드펄프앤페이퍼사를 채권단으로부터 인수할 때 지분투자용으로 70만 달러를 현금투자 했으며 FSB로부터 78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130만 달러는 단기융자로, 650만 달러는 자산담보대출로 자금을 조달한 상태였다. 문제는 이 기본 거래가 완성된 직후 생산 공정 개선을 위한 ‘열회수 보일러 프로젝트’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 이를 위해 추가자금이 필요했지만 이미 인수자금 융자 건으로 FSB에 총자산의 93%의 채무를 진 상태여서 FSB의 동의 없이는 프로젝트 추진이 불가능했다.
 
콩코드의 열회수 보일러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하루 생산량을 100톤 가량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또 품질이 향상되고 수익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었다. 연간 410만 달러의 순현금유입(net cash flow) 증가도 기대됐으며, 대기오염 배출량을 95%나 절감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총 2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사업비는 900만 달러로 추산됐다. 사업비 중 약 600만 달러는 대기업인 비앤에프엔지니어링(Bathurst & Felson Engineering)에게 그리고 300만달러 정도의 계약물량은 기타 중소 건설업체들에게 돌아갈 예정이었다.
 
아이버슨은 콩코드사의 열회수 보일러 프로젝트에서 발생할 미래현금수입(future cash flow)을 담보로 추가융자를 요청했다. 하지만 FSB의 대출 담당자는 저당 잡히지 않은 재고자산의 50% 한도 내에서, 회사 매출채권의 80% 한도 내에서 대출하는 것이 자체규정이라며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콩코드사는 이중 어떤 기준도 만족시키지 못했고 이미 자산의 93%가 FSB의 채무였다. 아이버슨이 마지막으로 스록모튼을 만났을 때 그는 비웃듯이 아이버슨을 쳐다보며 “FSB는 쓰레기 융자를 하지 않습니다(No junk loans)”고 말했다. 당신이 만약 헨리 아이버슨이라면 협상팀에게 어떤 지시를 했겠는가.

Analysis
‘거꾸로 그림 그리기’ 협상 전략
“FSB는 쓰레기 융자는 하지 않습니다(No junk loans)”라고 말하는 스록모튼 부행장에게 좌절하거나 포기하고 말 아이버슨이 아니었다. 대신에 아이버슨은 이렇게 되물었다. “도대체 대출이 가능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죠? 무엇이 더 필요하죠?”
 
드디어 FSB의 최종 답변이 왔다. FSB는 이 프로젝트 융자를 고려하기 위해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통보했다. 첫째 조건은 프로젝트 시행기간 2년이 지난 시점에 신용도 높은 제3자가 대체상환 자금을 대출해주겠다고 보증 해준다면 2년간 융자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둘째로 더 어려운 조건은 FSB 대출에 대한 추가 보증을 위해 콩코드사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자금 융자를 위해서는 70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 현재 자본금을 늘려야 한다는 게 FSB의 요구조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또 2년 후 제3자가 대출을 해준다는 보증서도 필요했다. 이는 당시 상황에선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아이버슨은 궁극적으로 스록모튼 부행장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 전략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스록모튼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미리 그려본 다음 세부 협상안을 마련하는 ‘거꾸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것. 아이버슨은 현재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잠재적 이해관계자까지 염두에 두고 매 단계별로 치열한 고민과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렸다. 그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아이버슨은 두 곳의 보험회사에 대체상환자금 대출요청서를 보내고 접촉을 시도했다. 월드와이드 보험회사는 수수료율도 높았고 이런 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다행히 UIC 보험회사(Unified Insurance Company)는 수수료율이 매력적이었으나 콩코드사의 부채비율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프로젝트가 끝나고 현금수입이 발생해야 대출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아이버슨은 열회수 보일러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현금수입을 담보로 대체상환자금 대출을 요청하면서 수수료를 선납하고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공유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해 UIC 측은 두 가지 조건을 추가로 내걸었다. 하나는 사업의 성공적 완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과 회사의 자본금 증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렵긴 했지만 아이버슨은 UIC로부터 조건부 딜을 끌어낸 것이다. 아이버슨은 상대방이 왜 ‘노’라고 하는지에 대해 연구함으로써 UIC가 대출해줄 수 있는 조건을 어렵게나마 찾아낸 것이다. 또 아이버슨은 만약에 수수료를 선납하고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공유한다면 대출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아이버슨은 두 번째 과제인 증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파트너들과 다른 잠재적 투자자를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자 아이버슨은 투자자를 광범위하게 물색하기에 나섰다. 그러던 중 미국 상무부 산하의 지역경제개발청(Economic Develop-ment Administration)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EDA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규직 한 자리당 5만 달러 한도로 후순위채무 사업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있었다. 콩코드펄프앤페이퍼사의 열회수 보일러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정규직 일자리 30개가 만들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후순위 채무 자금 150만 달러의 대출이 가능했다. 그리고 후순위 자금 대출과 함께 지역경제개발사무소(Local Development Administration)로부터 50%의 자금을 지급받게 된다. 하지만 콩코드 시에는 LDA가 아직 설립돼있지 않았다.
 
이 시점에 아이버슨은 현재까지의 협상 상황을 면밀하게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물론 암담했다. B&F엔지니어링사는 어떤 경우에도 자금 없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리 만무했다. B&F는 오로지 그들이 건설할 열회수 보일러만을 보장할 수 있으며 그 밖에 요구되는 여러 가지 복잡한 주변기기와 계기 시스템에 대해서는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지역 건설회사와 공사업자들이 프로젝트 전체를 보장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파트너인 FSB는 또 증자가 완료되고 제3자 대체상환자금 대출보증서가 있어야 건설자금을 대출해줄 수 있다는 방침이였으며 보험사인 UIC는 증자가 완료되고 실제 프로젝트가 완성돼야 대출해줄 수 있다는 방침이었다. 미 상무부의 지역경제개발청은 지역경제개발사무소가 대응자금을 출연해야 하며 또 성공적으로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보장 없이 후순위 채무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때 콩코드시에는 지역경제개발사무소가 설립되지도 않았다. 상황을 아무리 분석해도 일은 어렵게 꼬여가고 있었다.
 
아이버슨은 콩코드시 시의회와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역경제개발사무소를 즉각 설립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이버슨의 제안 설명을 들은 콩코드 시의회는 그의 열회수 보일러 프로젝트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악취와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는데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지역 재산세 수입이 연 18만 달러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점에서 시의원들은 귀가 솔깃해졌다. 따라서 열회수 보일러 프로젝트의 성공보증서 발급을 조건으로 지역경제개발사무소 설립을 약속했다.
 
열회수 보일러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될 것이라는 보증서가 필요해진 아이버슨은 대규모 엔지니어링 설계 프로젝트 관리 및 감리를 담당하는 디레이노(Derano)사를 직접 접촉했다. 그러나 디레이노 측은 B&F엔지니어링사와 지역 하청업체들이 설계를 완료한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자신이 관리한다는 것에 난색을 표명했다. 아이버슨은 총사업 예산의 15%에 해당하는 정상적 감리 비용 수준을 웃도는 감리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하면서 프로젝트 관리를 요구했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상환청구권이 없는 ‘성공시행보증서’의 발행이 가능해졌다.
 
이제 아이버슨은 디레이노사로부터 발급받은 성공시행보증서를 갖고 콩코드 시의회에 가서 지역경제개발사무소의 설립을 요청했다. 콩코드시는 즉시 지역경제개발사무소를 설립했다. 또 재산세 세수로 보장되는 지방공채 50만 달러의 발행을 허락했다. 지방공채 전량은 부유한 지역 시민과 비즈니스맨들에게 사전 판매됐다. 드디어 지역경제개발사무소로부터 열회수 보일러 프로젝트에 따른 정규직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지방정부기관의 공식인증서와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 출연을 약속받은 아이버슨은 디레이노사의 ‘성공시행보증서’를 들고 경제개발청으로 갔다. 경제개발청은 물론 지역경제개발사무소의 50만 달러 대응자금 약속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융자 성공을 조건으로 100만 달러의 후순위 대출을 약속했다.
이런 약속들을 갖고 아이버슨은 보험사 UIC에 증자조건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이버슨은 지역경제개발청으로부터 받는 100만 달러의 후순위 대출과 지역경제개발사무소가 제공하는 50만 달러의 자금은 UIC 대출에 대한 재정적 완충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는 점을 설득했다. 이에 따라 UIC의 증자조건을 후순위 채무로 대체해달라고 요구했다. UIC의 수락을 얻어낸 아이버슨은 이제 FSB의 스록모튼 부행장에게 당당하게 나타났다. 물론 열회수 보일러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출범하게 됐다.
 
지난 호 DBR에 실린 케네콧 협상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콩코드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례에서도 협상 테이블에 앉기 이전에 딜의 중요 움직임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딜에 참가하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잠재적 이해관계자들까지 넓게 파악해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 또 딜을 거꾸로 계획해봐야 한다. ‘거꾸로 그림 그리기’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정보의 흐름을 잘 관리하고 딜 설계와 제안을 신중하게 해나가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거꾸로 그림 그리기’ 협상전략은 협상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미리 그려본 다음 세부 협상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짐 세베니우스 교수는 가장 중요하고도 복잡한 비즈니스 딜에서 성공하려면 사고는 전략적으로 하되 행동에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비즈니스 딜에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항상 터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원래의 협상 전략이 무력해지기도 한다. 아이버슨처럼 새로운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지도를 다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딜메이커들은 전략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딜을 만들어 나가지만 돌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협상을 진행한다. 또한 그들은 창조적인 학습을 통해서 방향을 찾아 나간다.
 
편집자주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과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창조경영 시리즈의 일환으로 지난 호부터 <Creative Dealmaking>을 연재합니다. 연세대 박헌준 교수가 창조적 발상법으로 큰 성과를 낸 협상 사례 15개를 예시와 해설 형태로 소개합니다. 이 시리즈가 한국 비즈니스맨들의 협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