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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취미 안전... 통념과 다른 시니어 욕구 공략하라

이완정 | 112호 (2012년 9월 Issue 1)





시니어 마켓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만발하다. 고령화의 진전으로 시니어 계층 인구 수 증가라는 양적 측면과 시니어들의 가처분 소득 증가로 인한 질적 측면에서 관련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막연히 낙관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실패와 좌절이 불가피하다. 보다 전략적인 자세로 시니어 시장에 접근하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다.

 

Step1: 시니어 소비자를 파악하라

비즈니스를 전개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상인 시니어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단순히 연령으로만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들의 라이프스타일 분석을 통해 니즈를 파악해야 하며 특히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연령에서 라이프스타일로

일반적으로 ‘50+’, 50세 이상을 시니어 세대, 65세 이상을 실버 세대로 분류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50∼60대 계층을 중년기의 건강과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새로운 중년층 소비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비해 자녀 독립의 시기가 늦어지고 시니어 스스로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며 사회 참여 기회가 증가하고 있어 나이가 들어도 라이프스타일이 중년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한 한 세대소비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60대 세대의 소비 패턴이 30∼40대와 별로 차이가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난 결과였다. 이 같은 결과는 시니어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에 근본적인 이해의 재검토를 요구한다.

 

9010의 법칙

시니어 비즈니스라고 하면 흔히 요양이나 복지 용구와 관련된 사업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령화 사회 대두와 함께 회자됐던 복지 비즈니스의 이미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시니어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건강 상태가 양호한데도 건강한 시니어의일상적 소비를 염두에 둔 비즈니스 모델이 거의 없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사전 수요조사 결과에서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에서 건강상 문제가 있어 일상생활에서 가사지원이나 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고 88%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시니어는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건강한 사람들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니어 비즈니스를 전개하려는 기업들은 요양이 필요한 10%가 아닌 건강한 90%를 타깃팅하는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일상적 소비의 재탐구

건강한 90%의 시니어를 타깃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할 때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한 시니어의일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진정한 니즈를 발견하기 어렵다. 건강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라고 하면 흔히 여행과 레저 상품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이런 상품들은시니어는 돈과 시간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젊었을 때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할 수 없었던 장기 여행을 나이가 들었을 때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전제돼 있다. 하지만 여행이나 레저는 시니어의비일상적 소비. 비일상적 소비 역시 시니어 비즈니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일상적 소비 시장은 이보다 훨씬 크다.

 



예를 들어 시니어 주부들은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귀찮아한다. 신체적인 부담을 느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가족 구성원의 감소로 요리를 하는 데 대한 의무감이 약해지고 보람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부부만 사는 시니어 세대는 오히려 외식 빈도가 늘어난다. 배달 음식이나 포장된 반찬 수요도 많다. 젊은 세대가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것과 비슷하게 이미 조리된 제품이나 반조리된 제품을 TV홈쇼핑을 통해 구입하기도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시니어들은 신문을 꼼꼼히 볼 뿐만 아니라 신문 사이에 끼어 들어온 전단지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는다. 친구나 동네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사람들 말에 영향을 많이 받고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상적 소비는 시니어 세대가 경험한 시대 환경과 가치관이 반영돼 나타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빈곤한 시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음식은 버리면 안 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가격이 쌀 때 대량 구입해서 저장해 두고 다른 사람과 나눠먹는 문화를 갖고 있으며 이는 식재료를 구입하거나 보관하는 행위에 반영된다.

 

이처럼 시니어들은 식사나 패션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쇼핑에서 시간과 노력을 극소화하려고 하며 TV나 신문 등 수동적 대중매체에서 정보를 많이 얻는다. 구전효과의 영향도 크다. 공간적으로는 익숙한 범위에서 움직이려는 지역 지향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들의 일상을 파악해야 제공하려는 제품과 서비스의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 매장 전개 방식 등을 효과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대 환경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시니어의 일상적 쇼핑 스타일이나 접하는 정보 매체, 대인관계의 양식, 공간적 행동반경 등은 비즈니스 전략을 세울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항목이다.

 

확연한 남녀 차이의 고려



시니어 소비자를 전략적으로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이전까지의 남녀 역할이 변화되는, 성역할의 재정립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유지돼 온 부부간 역할 변화가 일어나며 서로 혼란스러운 기간을 거친다. 이런 혼란은 사회적, 가족 내 역할 변화를 중심으로 감정과 인지적 스타일의 변화를 동반해 부부관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내용은 이렇다. 남편은 퇴직을 전후해 준비기와 혼란기를 심하게 겪는 반면 부인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시니어로서 자신의 역할과 상황을 인식하고 적응하며 인생 후반기에 연착륙하는 경향이 강하다. 남편들은 사회적 활동에서 물러나면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부인들은 친구나 지역 주민 등과 교류가 많아져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즉 퇴직한 남편들은 이전과 비교해 외부 활동성이 줄어드는 데 반해 부인들은 외부 활동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남편은 은퇴 후컬렉션(collection·취미로 물건을 수집하는 행위)’에 집착하고 부인은커넥션(connection·인간관계 확장)을 만든다고 하는 말이 있다.

 

이에 따라은둔형 남편과 활동형 부인활동형 남편과 은둔형 부인활동형 부부은둔형 부부 등 네 가지 형태의 시니어 부부 타입이 생기며 우리나라의 경우번 타입이 가장 많다. 따라서 고독한 남편과 활동적인 부인, 이들 부부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Step2: 유망 시장에 관심을 가져라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니즈 파악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그들이 과연 무엇을 먹고, 입고, 어떤 공간에서 생활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일상생활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숨겨진 니즈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일은 어떤 시장이 앞으로의 비즈니스 전개에 유리할지를 알려준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니즈가 있는 시장은 Healthcare, Beauty-care, Education, Entertainment, Healing, Comfort 분야라고 할 수 있다.

 

Healthcare



시니어의 최대 관심은 건강이다. 몇 살까지 사느냐가 중요한 시대는 갔다. 살아 있는 동안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평균 수명보다건강 수명이 중요해진 것이다.

 

건강에 대한 니즈의 종류는 연령이나 개인별 건강 상태에 따라 시니어 소비자 안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집단 심층 면접조사에 의하면 건강에 대한 관심은 40대에 접어들면서 비만과 관련된 대사증후군과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시작해서 50대부터는 식단 조절과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60대가 되면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치매 등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복부 비만은 남녀 공통의 고민이다.

 

Beauty-care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여성 인구가 많아진다. 여성은 동년배의 남성보다 활발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비율이 높다. 시니어가 될수록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해지는데, 특히 여성은 죽을 때까지 여자로서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를 원한다. 젊어 보이고(down-aging) 노화를 예방(anti-aging)할 수 있는 화장품, 성형, 피부 관리 등 시장이 날로 커지는 이유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화장이나 패션이 단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음에 착안한코스메틱 테라피(cosmetic therapy)’가 시니어 대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Education

시니어의 학습 시장은 젊은 세대와 차별되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젊은 세대의 학습은 숙달과 목표 달성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학생을 대상으로 하는지식 산업이지만 시니어의 학습은 재미와 건강, 사교를 목적으로 한고객을 대상으로 하는시간소비 산업이다.

 

시니어 관련 학습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인생 이모작이라는 측면에서 중장기적 비전을 갖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학원 등의 상급 과정에 진학하는 형태다. 주로 남성이 많고 일자리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연금제도가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드문 사례지만 노후 재정상태가 불안한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남성들에게는 자주 발견되는 특징적인 형태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취미나 흥미와 관련된 강좌를 뚜렷한 목적 없이 소일거리의 일환이나 사교의 장으로 생각하며 단기적으로 수강하는 형태다. 백화점 문화센터나 구민센터의 교육 프로그램, 대학의 평생교육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수강생의 90% 정도가 여성이다.

 

우리나라 시니어 세대의 인식에는근면, 성실이라는 모토와 함께 학습에 대한 절대적인 신봉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자녀 뒷바라지와 어려운 경제 형편 등으로 풍요로운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없었던 시니어 세대들은 퇴직 후나 자녀 양육이 끝난 시점에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공부 또는 취미와 관련된 강의를 듣는 것에 적극적이다. 이 분야에 대한 고정적 수요층은 매우 두터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을 위해 내용, 시간, 가격, 난이도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이 높다.

 

Entertainment

남성은 직장 생활에서의 은퇴, 여성은 자녀 양육이 끝나는 시점부터 시니어라고 인식한다. 이 시기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인생에서의 기본 의무를 다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이들은 앞으로의 인생을 지금까지 못해본 것, 안 해본 것을 하고 싶어 한다. 대표적인 것이 여행과 취미 활동이다. 그중에서도 시간과 공간상 제약에서 벗어나는 여행은비일상적 소비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은 수요를 보이는 항목이다.

 

취미와 관련해서는 남녀 모두 자신만을 위한 소비 욕구가 높아진다. 남성은 퇴직 전 자신을 위한 주요 소비 품목이었던 양복이나 구두, 와이셔츠 등에 대한 구매 동기가 사라지고 자신의 취미와 관련된 물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지출 비중이 커진다. 여성도 가족을 위한 소비에서 자신을 위한 소비로 전환한다.

 

Healing

시니어는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앞만 보고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며중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금까지 효율적이고 이성적이었던 소비가 여유로우면서도 감성적인 소비로 바뀌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실내정원 가꾸기, 애완동물 기르기, 스파 및 아로마테라피 등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다. 최근 우울소비사회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힐링 상품과 서비스도 시니어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Comfort

시니어는 젊은 사람보다안전안심에 대한 니즈가 강하다. 육체적인 대응능력이 떨어지고 기억력 감퇴나 인지능력 저하를 자각하면서 심리적으로 공포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 같은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든지 대가를 지불한다. 아파트 문이 자동으로 잠기는 오토락(auto lock)은 건망증이 심해지는 시니어들에게 환영받는 제품 중 하나다. 최근 아파트 단지에 설치되는 가스나 전기 등을 일괄적으로 차단해주는 홈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 시스템 역시 시니어들이 애용하는 서비스다. 시니어 부부만 살거나 혼자 사는 시니어가 증가하면서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진 주택단지를 찾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홈시큐리티(home security) 회사가 경비를 서거나 택배를 맡아 보관해주는 서비스는 주거지에 대한 불안을 완화해준다.

 

Step3: 시니어 마켓을 세분하라

시니어 니즈를 파악하고 유망 분야를 결정했다면 다음 단계는 타깃으로 삼을 시니어 마켓을 세분하는 일이다. 이때 세분화를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시니어는 다른 연령대보다 매우 다양한 세분 시장을 지닌다. 기업이 타깃으로 삼을 시장을 찾아내려면 여러 각도에서 세분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시니어 분류 기준에는 사회적 분류와 가구 분류가 있다. 사회적 분류 기준에는 연령, 경제력, 건강 수준,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은퇴 여부 등이 있다. 가구 분류 기준에는 라이프스테이지상 막내 자녀의 대학 진학 여부, 취직이나 결혼 등 단계별 자녀 독립 형태, 배우자 사별 여부 등이 해당되며 이에 따라 가족 구성원이 자녀동반세대, 부부 단독 세대, 1인 단독 세대 등으로 나뉜다. 기업은 세분한 각 셀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소비자 유형을 찾아내 타깃 마켓별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시니어 마켓 세분화 작업을 통해 타깃을 결정한 후 시장에 접근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념해야 한다.

 

Ageless Approach

얼마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시니어 스스로도 실제 연령보다 10∼15세 정도 젊게 인식한다. 스스로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시니어들에게 연령을 자각하게 하는 접근은 좋지 않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네이밍부터 점검해야 한다. 과거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 상품은 대부분 ‘∼∼효도관광이었으나 최근에는 이런 상품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이다. 의류나 신발과 같은 패션 상품도 기능이나 용도를 부각해 결과적으로 시니어가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일본의 온라인 쇼핑몰 오즈인터내셔널(www.ozinter.com)은 회사 네이밍에 이러한 접근법을 활용해 성공한 사례다. 이 회사의 주요 상품은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건강기구, 잡화, 식품, 장신구 등이다. 당초 회사 사이트명을 ‘100age.com’으로 정해 시니어 대상을 타깃으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내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조사 결과 연령에 대한 시니어들의 저항감이 크다는 점을 발견하고 사이트명을 ‘I forever young’으로 바꾸고 연령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전부 제거해 현재는 10종류의 온라인숍을 운영하는 기업이 됐다.

 

Emotional Approach

시니어 소비자는 매장의 느낌이나 종업원의 태도에 매우 민감하다. 이는 세상을 판단할 때 이성적인 면보다는 감성적인 면을 더 믿기 때문이다. 젊은 소비자는 가격이나 상품 구색 등 하드웨어에 관심을 갖지만 나이가 들수록 느낌이나 이미지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 더 끌리게 된다. 매장을 방문했을 때 진지한 태도로 고객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고 상품이나 서비스 질에 신뢰를 갖게 된다.

 

시니어 소비자의 TV 홈쇼핑 구매 비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인터넷 구매는 비중이 크지 않다. 이제까지의 구매가 직접 매장을 방문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눈으로 확인하면서 인간관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환 행위였기 때문에 단순히 싸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 심리적 불안감을 느낀다. 이성적으로는 같은 물건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성적 측면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회사인 마르쉐가 만든하치엔이란 매장은 시니어들이 동년배들과 어울릴 수도 있고 혼자서도 들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선술집이다. 15평 이내의 아담한 점포에 경영자와 종업원, 고객 모두 퇴직한 시니어다. 대로변이 아닌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어 초기 투자 규모가 크지 않고 수익도 안정적이어서 퇴직한 시니어들의 창업 아이템으로 환영받을 뿐 아니라 직장을 그만 두고 갈 곳이 없는 시니어들의 아지트처럼 자리 잡아 감성적 접근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Thorough Approach

아직 대외 활동에 무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시니어는 어느 정도 신체적 노화 증상을 느낀다. 특히 45세 정도를 기점으로 노안이 시작되면서 신체적 기능 약화를 실감하며 그 후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를 노화로 받아들인다. 작은 글씨를 잘 보지 못하고 매장 조명 밝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차차 청력 기능 또한 약해져 음의 높낮이나 크기 등에도 이전과 다른 반응을 보인다.

 

신체적 기능뿐 아니라 기억력 또한 감퇴되는 시니어 소비자를 위해서는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섬세한 배려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매장 바닥을 미끄럽지 않게 한다.

 

- 매장은 상품 영역별로 색상을 달리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

 

- 관련된 제품은 카테고리가 다르더라도 가까운 곳에 진열한다(야채와 드레싱).

 

- 매장의 조명은 밝게 한다.

 

- 종업원을 부를 수 있도록 벨을 설치한다.

 

- 매장 군데군데 돋보기를 배치한다.

 

- 매장의 글씨 크기를 크게 한다.

 

- 대형 매장에는 곳곳에 의자를 둔다.

 

미국 드러그스토어 체인인월그린 ‘CVS’는 진열대 하단에서도 상품을 꺼내기 쉽도록 진열대를 경사지게 설치했다. 시니어 고객들이 몸을 구부리지 않고도 하단의 상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쉽게 집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Convenient Approach

시니어 소비자에게 편의성이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수록 일상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멀리까지 가서 무겁게 들고 오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시니어 소비자는 대부분 부부 2인 세대이거나 1인 단독 세대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 내에서 소비하는 제품 양은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식생활 관련 소비다. 가족 세대 구성원의 변화, 시니어 주부의 신체적 변화, 인식 변화로 간편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자녀와 함께 사는 시기에는 식료품 소비량이 많고 가족의 식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직접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요리하는 과정을 마다하지 않지만 식구가 단출해지면 이러한 과정을 감당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켜먹고 사다먹고 나가서 먹는 식생활의 외주화가 잦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배달이나 포장 등 편의성과 관련된 서비스가 중요해진다.

 

편의성 중시의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드러그스토어 체인인산큐드럭을 들 수 있다. 일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에 본사를 두고 지역밀착형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산큐드럭은 거대화를 지향하는 판매 위주의 다른 드러그스토어 체인점들과 달리 조제약국을 겸한 드러그스토어 전개라는 독자적 노선을 걸으면서도 매출액이 매년 10%씩 늘어나는 중견기업이다. 시니어 비즈니스와 관련해 산큐드럭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른 약국이나 드러그스토어와는 달리 병원에 인접한 지점이 아니라 소비자의 거주지 가까이 점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기타큐슈시의 고령화는 24%에 육박한다. 이 지역에서 산큐의 드러그스토어는 지역 주민의 헬스케어 소비를 이끌고 있다. 산큐는 마치 편의점처럼 1∼2㎞ 간격으로 점포를 내고 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는 대부분 시니어와 고령자들이 10분 이상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CEO인 히라노 겐지가 간파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회사는 경쟁사들과의 가격 인하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수익 악화 고충에 시달리는 동종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Step4. 시니어 소비자만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라

 

1. 시니어를 위한 제품 개발 방향

●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라

시니어의 생활 패턴을 바꾸거나 교육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좀 더 좋은 방법이 있더라도 개선시키기보다는 현재 행태를 지지해주는 쪽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의 해외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어학공부를 시작하는 시니어 계층이 늘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과거에 사용하던 아날로그식 카세트테이프 레코더를 원하자 소니는 아날로그식 워크맨을 부활시켜 호평을 받았다. 전자제품 조작버튼도 터치패널보다는 버튼식이나 다이얼식이 시니어 소비자에게 더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행동 습관을 굳이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설계해 행동 패턴을 지지해줘야 한다.

 

● 시니어만의 합리성을 존중하라

전쟁과 가난이라는 격동의 세월을 살아 온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혼자 살면서 이불 빨래를 일 년에 몇 번밖에 하지 않는데도 대용량의 세탁기를 필요로 하고 명절 때나 찾아오는 아들 손자에게 음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또는 아픈 환자가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식재료와 한방재료를 보관할 대형 냉장고를 찾는다.

 

시니어들에게 합리성은 경제적 효율보다 심리적 안정감과 밀접하다. 준비 태세가 효과를 발휘할 때 느끼는 만족은 보상감을 선사한다. 젊은 층이 우위에 두는 경제적 합리성과 시니어 세대가 고집하는 합리성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첨단/최신에 대한 맹목적 선호를 이해하라

시니어들은 눈부신 경제발전 시대를 살아오면서 기술혁신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느껴 온 세대이므로 고기능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조작 방법이 어렵거나 다양한 기능이 필요 없더라도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구매 욕구가 높은 편이다. 가전제품이나 조리기구, 휴대폰 등도 가장 높은 사양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고기능을 추구하되 시니어가 사용하기 편한 인터페이스를 갖추도록 하는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 기능은 다 갖추고 있지만 조작 방법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유행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고기능, 고가격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경제적 과시 욕구가 커지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 나를 위한 제품이라는 인상을 부여하라

모두를 위한 제품이지만 특히 나를 위한 제품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야 한다. 경사드럼세탁기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드럼세탁기가 개발된 후 시니어들이 측면 투입구에 세탁물을 넣고 꺼내는 것이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투입구를 경사지게 만든 세탁기다. 이 제품은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면서도 시니어 소비자들이 자신들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라고 인식하게 하는 데 성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 마음속의방앗간을 찾아내라

시니어 소비자들이 써보지도 않고 무조건 거부감을 갖는다면 그 불안함의 근원을 따져봐야 한다. 기술 혁신과 시스템의 비약적 발전으로 과거보다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신속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빠른 변화를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시니어들은 일반적으로 젊은 층보다 가공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점은 시니어들을 불안하게 한다. 관련된 예로방앗간의 쇠퇴를 들 수 있다. 과거 식품가공업의 중심에는 방앗간이 있었다. 직접 재배한 원료가 가공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바로 지켜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대기업에서 만들어져 포장된 상태로 나오는 음식들은 제조과정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불편하다. ‘방앗간처럼 시니어들이 결핍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심리적 불안을 줄여줄 수 있는 연결고리를 제시한다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히스토리를 통해 공감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시니어들은 10대부터 20대 전반기 감성이 풍부했던 시절에 경험했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50대 전후 남성들은 노래방에서 주로 올드팝을 부른다. 젊은 시절 즐겨들었던 노래가 익숙하고 편한 것이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구전효과가 큰 시니어들에게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향수를 자극하며 편안함을 제공하는 아이템을 찾아내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결시켜 시니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 스펙보다 스타일을 살려라

시니어 소비자와 대화하다 보면 자식 자랑이 많다. 한국 부모들이 유독 심한데 이는 자식을 통해 자신의 스펙을 보완하려는 욕구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감안해 시니어 소비자 개인의 스펙을 건드리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그보다는 스타일이 훌륭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칭찬해야 한다. 대부분 시니어가 은퇴한 후라는 점에서 스펙에 해당하는 외적 성공보다는 스타일에 해당하는 내적 성공을 찾아내 대화를 풀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다만 칭찬을 남발하기보다는 납득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내 감성적 언어로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2. 시니어 시장의 유통 전략



직접 보고 판단하기를 원하는 시니어의 특성상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통 전략은 실제 상품과 서비스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점포 판매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점포 판매에는 자사 점포 판매(안테나숍 포함), 소매업자에 의한 판매(대리점) 등 두 가지가 있다.

 

시니어 시장에 진입하려는 중소기업은 투자비용이 큰 다수 점포를 보유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각 대리점이 갖고 있는 노하우나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대리점 판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점포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시니어의 신체 기능을 고려해 많이 걷거나 교통이 불편한 곳보다는 접근이 쉬운 곳을 택해야 한다. 점포 내 동선을 짧게 하고 상품을 진열할 때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점포 판매에는 홈쇼핑, 인터넷 판매, 택배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무점포 방식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이런 방식을 택한다면 상품과 서비스 내용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앞서 예를 든 오즈인터내셔널은 가격이 비싼 고품질 상품을 인터넷에서 판매하면서 카테고리별로 상품을 보여줄 뿐 아니라 체험담과 연도별 인기상품을 소개하는 등 상품 특징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3. 시니어 시장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신문구독률이 높고 TV 노출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시니어들은 트렌드에 좌우되기보다는 자신의 안목을 중시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다른 세대에 비해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시니어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광고비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또 선입견을 강하게 갖고 광고를 보는 일반적인 시니어들을 고려한다면 시니어들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대인관계를 통한 입소문이나 뉴스 기사 등을 활용하는 홍보가 더 효과적이다. 신문 전단지 정보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지역밀착형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한다면 인터넷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생각해볼 만하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나 카카오톡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입소문과 연결돼 더욱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시니어 비즈니스에 진입하는 기업들은 다각적인 매체를 활용하면서 홍보와 정보를 꾸준하고 성실하게 전달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매체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 미사여구가 동원된 과대광고는 역효과를 부른다.

시니어들은 단어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더 깊은 심리적 또는 비유적 의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광고를 보면서 회사의 신뢰성을 판단하려고 한다는 의미다. 광고를 그저 흘려보지 않고 회사나 제품에 대한 진실된 정보를 알려고 하기 때문에 진심을 갖고 임하지 않으면 외면당하기 쉽다.

 

● 비교 광고에 거부감이 강하다.

시니어들은 험담에 민감하다. 오랜 인생 경험은 험담하는 사람일수록 인성이 바르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이런 점에서 비교 광고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한다. 그보다는 자사의 장점과 한계를 진솔하게 설명하는 편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 불안을 증폭시키는 방식보다는 긍정과 행복을 느끼게 한다.

시니어들은 기본적으로 노화에 대한 불안이 강하다. 그런 불안을 자극하는 표현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실버타운 입주광고에아플 때나 외로울 때 안전이 걱정될 때 저희 실버타운 입주를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하는 것보다는즐겁고 안심할 수 있는 생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는 표현이 낫다.

 

● 글자는 크게, 색은 선명하게 배치한다.

평균 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평균 45세 이후면 눈 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지면서 초점 맞추는 일이 어려워지는 것은 여전하다. 나이가 더 들면 눈의 각막이 황색으로 변하고 각막 내 세포가 줄면서 색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이 약해진다. 최근 시니어들이 공통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상품 중 하나가 스마트폰이다. 글씨 크기가 너무 작다는 이유에서다. 글자 크기와 색의 대비를 고려한 디자인 및 상품 라벨을 만들고 매장 내 조명과 조도 등에 신경 쓰는 등 시니어를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완정 시니어커뮤니케이션() 대표 lwj@senior-com.co.kr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한일전공, 숙명여대 대학원 실버산업 석사를 거쳐 한국갤럽, 코리아리서치센터, 일본능률협회 등에서 마케팅 리서치 업무를 담당했다. 2005년도부터 시니어비즈니스 분야의 마켓 리서치 및 컨설팅을 주 업무로 하는 시니어커뮤니케이션() 대표로 있다. 번역서로는 <시니어비즈니스> <복지용구지원론>이 있다.

 

  • 이완정 | - 시니어커뮤니케이션(주) 대표
    - (전) 한국갤럽, 코리아리서치센터, 일본능률협회 마케팅리서치 업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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