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유지 개발사업
캠코는 정부의 정책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자사가 가진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국공유지 위탁 개발 사업이라는 새로운 업무 영역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 정부 정책에 수동적으로 따르지 않고 내부 역량과 경험을 활용해 정부 정책을 선도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고 이런 역량을 토대로 신규 사업을 개척했다. 특히 국공유지 개발 과정에서 수익성과 공공성이 충돌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양자의 이해를 조화롭게 추구하는 창의적 대안을 제시해 사업 성과를 높였다. 캠코의 국공유지 개발 사례는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한 산업이나 부동산 가치 극대화를 추진하는 기업에 좋은 시사점을 준다.
서울시 중구 저동에 위치한 나라키움 저동빌딩. 지상 15층, 지하 4층 규모로 2008년 7월 준공됐다. 현재 남대문세무서, 서울지방국세청 등 정부부처는 물론 대우일렉트로닉스, SK C&C 등 민간 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고층 빌딩 바로 옆에는 1050㎡ 규모의 공원이 붙어 있어 도심 속 휴식 공간도 제공한다. 저동 지역의 ‘랜드마크’인 친환경 민관복합빌딩이다.
하지만 과거 이곳은 지금과 딴판이었다. 나라키움 저동빌딩이 들어서기 전 이 지역은 비효율적인 국유지 관리의 대표 사례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1926년에 세워진 일제시대 건물인 옛 남대문세무서가 명동 상권과 인접한 ‘금싸라기’ 땅 위에 터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짜리 허름한 건물에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무허가 건축물까지 붙어 있었다. 서울 도심 요충지임에도 불구하고 국유지라는 이유 때문에 1954년 건물 증축 이후 60여 년간 한 차례의 개발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2006년 1월 착공해 총 434억 원의 개발비용이 투입된 나라키움 저동빌딩 개발사업은 약 30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개발 전 320억 원(시세 기준)에 불과했던 남대문세무서 건물과 토지의 국유재산가치는 개발 후 1395억 원으로 약 4.3배 증가했다. 민간임대를 통해 연간 약 51억 원의 임대수익도 올리고 있다. 노후화된 건물을 인근 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첨단 빌딩으로 개발함으로써 도심지 미관을 개선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했다.
나라키움 저동빌딩은 캠코가 추진해온 국유지 위탁개발 사업의 첫 시범 케이스이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예산지출 없이 국유지의 최유효이용(最有效利用·토지를 이용해 최고의 효과, 즉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을 실현했고 개발에 소요된 비용원가(개발비 434억 원+토지 및 건물가치 320억 원=754억 원)를 모두 감안해도 641억 원(1395억 원-754억 원) 이상의 국고순익을 창출함으로써 모범적인 국유지 개발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캠코의 국유지 개발 사례는 다양한 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한 산업 분야의 기업이나 부동산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들에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캠코의 국유지 개발 성공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기존 역량 활용한 신성장 사업 개척
캠코는 전통적으로 부실 채권 정리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부실채권 업무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조직 내부에서 신규 사업 발굴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캠코는 2003년 3월 신사업추진단을 설치하고 중장기 발전을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국유지 개발 업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캠코의 사업 분야는 부실채권 정리부터 국유재산 관리, 체납조세정리, 공매, 해외 부실채권 투자사업 등 다양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관리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이라는 점이었다. 신사업 영역으로 공공 부동산 사업을 지목하게 된 건 이런 배경에서였다.
또 캠코는 1980년대부터 부동산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1982년 재무부의 위임에 따라 국가귀속법인1 청산업무를 수행하면서 국유재산 관련 업무를 시작했고, 1996년 재정경제원으로부터 국유 잡종재산(현 일반재산)2 에 대한 관리·처분 업무를 위탁받았다. 지금까지 축적해 온 부동산 관련 보유 자산과 인력을 활용한다면 공공 부동산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업무영역을 파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캠코의 판단이었다.
캠코는 2003년 11월 부동산사업부를 출범시키며 공공 부동산 사업을 본격화했다.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인수한 부동산 임대·관리 업무가 주를 이뤘지만 인수한 부동산의 가치를 증가시켜 매각하기 위해 리모델링 업무(충청은행(현 캐피탈타워) 사옥, 대동은행(현 대동타워) 사옥)도 추진했다. 구조조정 추진기업인 텔슨전자로부터 양재동 사옥(현 캠코양재타워)을 사들이는 등 직접 매입에도 나섰으며 부동산 컨설팅 경험도 있다.
유명무실했던 국유지 신탁개발 제도
캠코가 국유지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건 2005년 4월 서울 남대문세무서 부지와 금천구 가산동 부지, 대전 월평동 부지 등 3곳이 국유지 위탁개발 시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이 중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꼽히는 게 바로 옛 남대문세무서 부지에 세운 나라키움 저동빌딩이다.
원래 남대문세무서 부지 개발 사업은 아픈 과거를 갖고 있었다. 2000년 9월 기획예산처와 국세청이 민간 부동산 신탁사를 대상으로 개발 공고를 냈지만 고작 1개 신탁사만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나마 공고에 응했던 대한부동산신탁조차 실제 개발 사업은 추진도 못했다. 부지개발을 위한 선행 작업 과정에서 서울시와의 도시계획 변경, 무단점유자 명도소송(明渡訴訟) 등 각종 문제가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등 사업 자체의 리스크도 큰 마당에 여러 가지 장애물이 튀어 나오자 제안서를 냈던 신탁사마저 사업을 포기했다. 서울 도심 노른자위 토지를 개발하는 사업인 만큼 여러 업체가 경쟁적으로 응찰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이는 부동산의 매력도 문제가 아니라 신탁개발이란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문제 때문이었다. 정부는 국유재산법을 개정하면서 1999년 임대형 부동산 신탁제도, 2000년 분양형 부동산 신탁제도를 각각 도입했고 시범 케이스로 남대문세무서 부지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토지의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하는 신탁제도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특히 조달금리가 높았다. 부동산신탁회사가 조달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은 당시 10%가 넘어 임대형 상업시설로 개발이 어려웠다. 대개 8% 미만이었던 임대 수익으로 금융비용과 신탁관리 보수를 충당하기가 불가능했다. 사업성이 높다 해도 영세한 규모의 부동산 신탁사들이 큰 리스크를 떠 안고 국유지 개발에 손을 대기는 어려웠고 결국 남대문세무서 부지는 계속 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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