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12년 6월 발간한 보고서 ‘Luxe Redux-raising the Bar for Selling of Luxuries’ 중 일부를 발췌해 번역한 것입니다.
경제신문 헤드라인을 연일 장식하고 있는 불확실성과 우려는 세계적 명품 업체에 대한 최근 보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세계적 명품 업체의 수익은 매년 두자릿수로 증가하고 있어 다른 업계에 종사하는 경영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중 명품 체험(luxury experiences) 부문의 성장세는 명품 제품(luxury goods) 부문의 성장세만큼이나 눈부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11년 리서치 전문 기업 입소스(Ipsos) 및 세계명품브랜드협회(International Luxury Business Association)와 공동으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스페인, 영국, 미국 등 8개 선진국과 BRIC(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 신흥국의 부유층 소비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소비자가 명품으로 꼽은 제품에 대한 연 소비액은 총 1조4000억 달러로 의류, 화장품, 시계, 보석류 등 명품 제품 매출에 흔히 인용되는 총액을 훨씬 웃돌았다.1 이 중 명품 자동차 판매는 약 3500억 달러, 예술품 경매에서부터 독특하고 새로운 여행을 총칭하는 명품 체험 비즈니스에 대한 지출은 7700억 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
장기적 성공을 목표로 하는 명품 업체는 변화를 위한 전략 수립 역량을 연마해야 한다. 명품 업체는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다음의 4개 분야에 역점을 두고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가속화되고 있는 명품 체험으로의 전환
명품 시장에서 가장 변화가 두드러진 곳은 ‘명품 소유’에서 ‘명품 체험’으로 이동해가고 있는 소비자 선호도다. BCG 조사에 따르면 명품 체험이 전 세계 명품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5%에 이르며 명품 제품 판매 대비 연간 약 50%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명품 제품이 개인의 지위와 성공을 상징하고 브랜드가 중시되고 있는 중국에서조차도 명품 체험 비즈니스는 연 매출 증가율 22%, 연 성장률 28%를 기록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림1)
명품 체험 비즈니스는 비단 최고급 사파리 여행이나 스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집사, 셰프, 대리석 욕조가 딸린 디럭스 병실을 갖춘 병원이 점차 늘고 있는가 하면 프라이빗 스위트 좌석을 제공하고 있는 항공사, 극장 시설과 가상 골프 시설을 겸비한 고급 고층 아파트도 있다. 이러한 명품 체험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다음 4가지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가장 강력한 첫 번째 요소는 인구통계적 요인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 1990년대 명품 붐을 일으켰던 소비자들은 이제 은퇴하기 시작했다. 이들 소비자는 더 이상 새로운 ‘제품’이 필요하지 않은 생애 주기에 접어 들어 오늘날 명품 체험 비즈니스의 주요한 고객으로 자리잡았다.
두 번째 요소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성숙해짐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소비 패턴이다. 고속 성장 중인 개도국 시장의 중산층 소비자들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가장 먼저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로 자리잡으면서 이들은 평판을 갖춘 브랜드의 수명이 오래가는 제품에 끌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구매를 통해 명품 제품을 축적하는 것에서 새로운 경험에 지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명품 체험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세 번째 요소는 10대 후반과 20대 중반을 일컫는 Y세대다. 이들은 소유하고 있는 제품보다는 체험과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알라스카에서 헬기를 타고 즐기는 스노보딩, 파리에서 즐기는 주말 쇼핑 등 순간의 기쁨과 호화로운 경험에 끌리고 있다.
네 번째 요소는 더 큰 목표 의식과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바람은 명품 제품의 구매보다는 명품 체험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충족된다. 유니티 마케팅(Unity Marketing)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명품 제품을 구매했을 때보다 명품을 체험했을 때의 만족도가 3배 이상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명품 제품 구매 시 느끼는 소비자 만족도는 크게 감소(최근 3년을 두고 조사한 결과 각각 5%, 16% 감소)한 반면 명품 체험 시의 만족도는 3% 증가했다.
선도적인 명품 업체들은 조심스럽게 이런 추세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최근 슈발 블랑(Cheval Blanc) 호텔을 짓고 있는 루이뷔통 모엣 헤네쉬(LVMH)가 좋은 예이다. 루이뷔통은 이미 프랑스 스키 리조트인 쿠르슈벨(Courchevel)과 몰디브에 이 호텔을 하나씩 소유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오만과 이집트에도 오픈할 예정이다. 루이뷔통은 호텔 경영은 계약을 통해 직접 수행할 예정이지만 호텔 부지를 매입하거나 호텔 건축에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다른 기업들도 자사 제품에 경험과 서비스를 가미하고 있다. BMW는 고급 자동차 제조 업체로는 최초로 신차 인도 대기 과정을 불만스러운 경험에서 재미있는 경험으로 전환시켰다. 미니 쿠퍼를 구매한 고객이 자신이 주문한 자동차의 조립 과정과 공장을 벗어나 이송되는 과정에 대한 업데이트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유사한 예로 애플은 자사 매장에서 쇼핑을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켜 넓고 채광이 잘되는 매장에서 고객이 ‘쿨(cool)한’ 테크놀로지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세포라(Sephora)는 대부분 매장에서 ‘뷰티 스튜디오’를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뷰티 서비스뿐만 아니라 90분간의 개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위스의 시계 제조 업체로 본사에 시계 박물관을 설치하기도 한 IWC는 홍콩 플래그십 매장에서 초대형 스크린과 서라운딩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비행 시뮬레이터기에 ‘탈 수 있는’ 기회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자사 파일럿 시계를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긍정적인 출발이다. 하지만 ‘체험 중시’ 트렌드를 활용하고자 하는 명품 업체라면 민첩하고 강력하게 움직여야 한다. 현재까지 자사 제품, 웹사이트 또는 매장 내 경험에 체험적 요소를 가미하는 데 성공한 기업은 극소수에 그친다. 체험적 요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재무적 성과에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놓치고 있는 것이다.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