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과 마이클 포터

제로섬 전쟁 vs 윈윈 경영 창조적 통찰의 효용은 같다

109호 (2012년 7월 Issue 2)



군사전략과 경영전략 분야에서 최고

손무는 고대 중국의 유명한 장군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군사전략가이기도 하다. 손무(孫武)는 본명이고 손자(孫子)는 그의 존칭인데 그가 쓴 <손자병법>은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병법서로 알려져 있다. 나폴레옹(Napoléon Bonaparte), 맥아더(Douglas MacArthur), 마오쩌둥(毛澤東)과 같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군사전략가부터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빌 게이츠(Bill Gates) 등과 같은 경영학자나 최고경영자까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손자병법>을 즐겨 읽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영국을 승리로 이끈 전략사상가리델 하트(Liddell Hart) “<손자병법> 없이는 군사전략이라는 학문이 완전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손자병법>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자는 중국의 춘추시대( BC 5세기경) 사람으로서 <손자병법>은 현재까지 2500여 년의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유용하다는 점에서병가의 성전또는백세의 등불이 될 명저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기서 백세는 ‘100세대라는 뜻을 의미한다. 과거 한 세대의 평균 연령을 25살로 보면 100세대는 2500년이 된다. 이렇게 보면 백세의 등불이 될 명저라고 한 말이 실제로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손자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고대 군사전략가라고 한다면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하버드대 교수는 현재 경영전략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이다. 경영학과 경제학을 통합하는 그의 연구는 학계뿐 아니라 정부기관과 기업 및 비영리단체에서도 널리 인용되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최고의 경영학자또는최고의 지식인으로 여러 차례 선정됐으며 2011 310일의 ‘Oh, Mr. Porter’란 글에서는포터가 경영이론의 모든 분야들을 식민지화했다(He has colonized entire fields of business theory)”라고 높이 평가했다.

 

손자와 포터의 시대가 비록 2000년 이상의 차이가 있지만 그들의 이론 간에는 놀랍게도 매우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이 글의 주된 목적은 이들의 공통점을 설명하면서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진리를 찾아 경영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사점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면 경영뿐 아니라 실생활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도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손자병법>과 경영전략

<손자병법> 같은 군사전략을 경영전략에 활용하고자 시도했던 연구들은 많이 있었지만 군사전략과 경영전략의 영역에서 각각 최고의 권위를 지닌 손자와 포터를 심층적으로 연결시켰던 연구는 아직 없었다. <손자병법>은 총 13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쟁에서 당면하는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하고 승리를 거두는 방법에 대해 장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포터도 지난 30여 년 동안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경영모델과 이론을 개발했는데 손자의 군사전략과 포터의 경영전략의 근저에는 놀랄 만한 공통점이 있어 이를 잘 정리하면 중요한 시사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지면상 제약으로 이번 글에서는 <손자병법> 전체 13편 중에서 제1장인 시계(始計)를 중심으로 논하겠다. 시계(始計)편은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쟁을 시작하기 전의 상황판단을 도와주는 5가지 요소(, , , , )전쟁은 속임수이다라고 주장하며 전쟁의 본질을 다루는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번 글에서는 특히 이 5가지 요소와 포터의 경쟁력 평가 모델인 다이아몬드 모델의 4가지 요소와의 관련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쟁 전 고려해야 할 5가지 요소

<손자병법>을 읽지 않고 단순히 책 제목만을 보면 손자를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손자병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오히려 전쟁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 이유에 대해 손자는 제1장 시계(始計)에서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전쟁은 국가의 중대사이다. 백성의 생사를 좌우하며 국가의 존망이 기로에 서게 되므로 신중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손자에게 있어 전쟁에서 진다는 것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전쟁을 꼭 해야 할 상황이라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확실하게 준비해서 반드시 이기는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손자의 주장이고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 바로 <손자병법>의 제1장인 시계(始計)이다.

 

자신과 상대방의 우열을 비교하고 승리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서 손자는 도(), (), (), (), () 5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이러한 조건들을 비교해 승산이 있으면 전쟁을 하고, 승산이 없으면 전쟁을 피해야 한다. 5가지 요소에 대해 각각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는 군주, 장군, 병사, 백성이 모두 같은 철학과 명분을 갖고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래야만 전쟁에서 한마음 한뜻이 돼 생사를 함께하고 그 어떤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는 현대 전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70년대 미국은 이러한 도()라는 첫 번째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무리하게 베트남전쟁을 수행했기 때문에 당시 미국 국민 대다수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결국 국민들의 반전데모에 굴복해 베트남에서 군대를 철수했다. 군사력을 비교하면 미국의 군사력이 베트콩보다 월등히 우월했음에도 불구하고 5가지 요소의 첫 번째 조건인 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미군의 막강한 군사력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2500년 전에 손자는 이를 정확하게 간파했었는데 미국은 이를 무시하고 절대적 우위를 가진 군사력만 믿다가 결국 실패했다. 이를 인식한 미국은 2003년 이라크전쟁 때에는 도()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전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미국은 또 하나의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손자병법>에서 손자는이기는 전쟁이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미국은 이라크전쟁을 속히 끝내지 않고 질질 끌면서 결국 완전한 승리라고 볼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이란 낮과 밤, 더위와 추위같이 시간과 계절 변화 등의 상황적 조건을 가리킨다. 많은 연구자들은 천()을 날씨나 기후조건에만 국한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범위를 더 크게 잡아서 전쟁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자연현상으로 봐야 한다. ()은 통제 불가능한 조건으로서 이를 무시할 경우에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역사적으로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공격했을 때 현지의 혹독한 기후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모스크바까지 진격했다가 결국 크게 참패했다. 비록 이러한 자연조건을 인간이 바꾸기는 불가능하지만 천()의 변화를 잘 연구해서 일정한 패턴을 파악한다면 자기에게 유리한 전략적 변수로 활용할 수 있다.

 

나폴레옹과는 반대로 천()을 잘 이용해 전쟁에서 승리한 사례도 있다. 삼국시대의 제갈량(諸葛亮)은 안개가 자욱한 당시의 날씨를 잘 활용해 조조 군대의 헛된 화살 공격을 유도했고 이를 통해 10만 개의 화살을 얻었다. 또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바람의 방향과 같은 날씨 변화를 세심히 관찰해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 화공(火攻)으로 조조 군대를 대파하기도 했다. 삼국지 원전에는 이와 관련해 제갈량을 하늘까지 움직이는 초인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로 제갈량은 하늘을 움직인 것이 아니라 천()이라는 바꿀 수 없는 변수를 깊이 있게 연구해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셋째, ()란 거리의 멀고 가까움, 지세의 험하고 평탄함, 지역의 넓고 좁음, 지형의 유리함과 불리함 등의 지리적 조건을 가리킨다. ()는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현재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넓은 의미의 전쟁터이고 다른 하나는 구체적으로 전투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이다. 전체적인 전쟁터는 바꾸기 힘들지만 구체적인 전투장소는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앞서 보여준 예에서 싸움을 할 때 전체적인 지역 상황은 변하지 않지만 승리를 위해서 제갈량은 자기 편에게 유리한 전투지역을 선택했다. 상대편의 화살을 얻기 위해서는 안개 낀 지역에서 가짜 진격을 하고, 화공을 하기 위해서는 바람의 변화가 있는 지역에서 전투를 한 것은 바로 상황적 조건을 자기에게 유리한 전략적 변수로 바꾼 것이다.

 

따라서 지()도 천()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통제 불가능한 외생 변수는 아니기 때문에 전쟁을 수행할 때는 예상 전투지역을 철저히 연구해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전투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 준비과정에서 현지 지역에 더 익숙한 이스라엘의 도움을 받아 사막에서 훈련했고 이스라엘의 영토에 전투장비를 배치시켰던 것 등은 이와 관련된 좋은 사례다.

 

넷째, ()은 군대를 통솔하는 장군이 갖춰야 할 5가지 자격 조건인 지혜, 신의, 사랑, 용맹, 그리고 위엄을 가리킨다. 지혜는 효율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능력을 말하고, 신의는 처벌과 보상에 대해서 확실한 원칙을 지켜 아래 부하들의 신뢰를 얻는 것을 말한다. 사랑은 아랫사람의 고통과 문제를 잘 이해해주는 것을 말하고, 용감은 우유부단하지 않고 기회를 잡아 확실한 승리를 이루는 능력을 말하며, 위엄은 철저한 원칙을 세우고 엄격히 실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상의 5가지 요건을 보면 모두 기술적인 군사능력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장군의 기량 또는 덕이다.

 

훌륭한 장군은 이 5가지를 모두 갖춰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삼국지에서 원소(袁紹)는 야심은 크지만 지략이 부족하고, 기세가 높지만 담력이 부족하며, 의심이 많고 교만해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원소의 이러한 성격을 잘 파악한 조조는 이를 역으로 활용해 유명한관도전투(官渡戰鬪)’에서 적은 병력으로 원소의 많은 병력을 이길 수 있었다.

 

다섯째, ()은 군대의 편성, 지휘계통, 군수보급, 상벌체계 등 조직의 구성체계와 일련의 규칙들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 어느 쪽이 법을 잘 지키는가, 어느 쪽 군인들이 명령에 잘 따르는가, 어느 군대가 더 강한가, 어느 쪽이 상벌을 더 엄격하면서도 공정하게 시행하는가 등을 통해 적군과 아군의 역량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 5가지 요소 중 하나의 중요한 요건으로 본 것은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장군의 능력뿐만 아니라 군대 전체의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일화가 있다. 손자가 오()나라 왕 합려(闔閭)의 궁녀들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시범했는데 합려가 제일 아끼는 애첩 두 명은 자신들이 왕의 총애를 받고 있음을 알고 손자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 손자는 이들을 법대로 사형에 처하려 했고 합려는 손자에게 자신이 아끼던 애첩들을 살려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손자는 왕의 부탁을 무시하고 이들에게도 같은 법()을 적용해 사형에 처했다. 이후 나머지 궁녀들의 군기가 잡히고 손자는 여자들이라도 법()을 잘 지키면 훌륭한 군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상 설명한 5가지 요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통제 가능한 변수(, , )와 통제 불가능한 변수(, )가 있다. 그러나 통제 불가능한 천()과 지()도 잘 분석하고 활용하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이용할 수 있다. , 5개 전략적 변수의 효율적 활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 <손자병법> 시계(始計)의 가장 큰 장점이다.혹자는 이것이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손자시대의 사회상황을 살펴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당시에는 전쟁 같은 나라의 중요한 행사를 결정할 때 거북의 등껍질[龜甲]이나 짐승의 어깨뼈[肩甲骨] 등을 이용해 점을 쳐보고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손자는 이러한 방법을 비난하면서 전쟁을 할 때 귀신에게 물어보지 말고 사람이 직접 승산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가 아닌 통제 가능한 전략변수를 가지고 승산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2500년 전에 이러한 분석의 틀을 제시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손자병법(시계편의 5요소) >과 마이클 포터(다이아몬드 모델의 4요소)와의 연관성

통제 불가능한 요소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이를 적절히 활용해 최대한 결과를 얻는다는 점에서 <손자병법>과 마이클 포터가 공통점이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이 두 이론의 가장 큰 장점이다. 포터가 다이아몬드 모델을 학계에 소개하기 전에는 인구, 토지, 자연자원 등 유산으로 물려받은 우위가 부의 창출에 결정적인 요소라고 주장하는 전통경제학 이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포터는번영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창조된 것이다(Prosperity is not inherited, but created)”라는 한마디로 200년 이상 지배해왔던 기존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포터는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경쟁력은 다이아몬드 모델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인 생산조건, 수요조건, 관련 및 지원 분야, 그리고 경영여건에 의해 종합적으로 창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이아몬드 모델은 처음에 국가 경쟁력을 분석하기 위해서 개발됐지만 그 적용 가능성이 다양해서 국가뿐 아니라 산업과 기업, 개인 경쟁력을 분석할 때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다이아몬드의 각 요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모델의 우월성 및 유용성에 대해서는한국인이 검토해야 할다이아몬드 모델’(2009 DBR 44)’에서 상세하게 설명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단하게 각 구성요소에 대해 요약을 하고 앞서 설명한 시계편의 5가지 요소와의 관련성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겠다.

 

첫째: ()와 경영여건

()는 군주, 장군, 병사와 백성들이 공동의 목표와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포터 역시 다이아몬드 모델의 경영여건에서 기업의 목표와 주주의 투자 동기가 같아야 투자자의 지속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직원들과 공동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남다른 헌신과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직원들을 무조건 앞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와 조직 구성원의 목표를 같게 만드는 것이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과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결국 동일한 목표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는 <손자병법>의 도()에 해당되는 말이다.

 

둘째: ()과 관련 및 지원 분야

()에 해당되는 경영현상은 경기순환, 정부정책과 같은 투자여건, 경영 문화 등과 같은 경제·경영환경이다. 새로운 기술의 발명, 오일쇼크, 금융위기, 전쟁 등과 같은 상황도 천()에 해당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통제 불가능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이들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외생 변수와 기업의 관련성을 잘 활용해서 이를 장애물이 아니라 유익한 요소로 보는 시각으로 전환하면 장애물이위기에서기회’로 바뀌게 된다. 예를 들면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달리 일본의 도요타는 미국의 엄격한 환경규제를 회사의 성장에 방해되는 장애물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삼아 환경친화적인 프리우스(Prius)라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어 냈다.

 

셋째: ()와 관련 및 지원 분야

()과 마찬가지로 지()도 다이아몬드 모델의 관련 및 지원 분야에 해당된다. 그런데 천()과 비교해서 지()는 기업 경영에 조금 더 직접적으로 관련돼 잘 활용하면 더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원료 및 노동력의 접근성, 자본 및 소비자 시장의 접근성, 기술과 R&D 연구센터, 도로, 통신 등 인프라 서비스에 대한 공급 정도 등을 포함한 산업 인프라 같은 것들이 바로 지()에 해당된다. 포터는 관련 및 지원 분야에 대해 두 가지 특성을 강조했는데 첫째는 이러한 관련 및 지원 분야의 존재 여부(availability)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 간의 시너지(synergy). 포터는 전자보다 후자가 경쟁력 창출에서 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경쟁우위는 기업이 관련 및 지원산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손자병법> 역시 이러한 지()가 있다는 그 자체보다는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포터와 일맥상통한다.

 

넷째: ()과 생산조건

다이아몬드 모델의 생산조건은 천연자원이나 값싼 노동력과 같은 기초(basic) 생산조건과 숙련된 노동력 및 높은 기술과 같은 고급(advanced) 생산조건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포터는 이 두 가지 생산조건에서 경쟁우위를 결정할 때 기초가 아닌 고급 생산조건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생산조건을 <손자병법>에 적용하면 기초 생산조건은 병사의 수가 될 것이고 고급 생산조건은 장군의 능력이 될 것이다. 손자는 이 두 가지 조건 중에서 병사의 수보다 장()을 더 강조함으로써 포터와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경영이나 전쟁에 있어 수많은 성공사례들은 값싼 노동력이나 병사의 수보다는 훌륭한 경영자나 장수의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다섯째: ()과 경영여건

()은 군대 전체가 잘 돌아가게 하는 조직체계 및 규칙으로서 다이아몬드 모델의 경영여건에 해당된다. 경영에서는 이를 기업의 지배구조로 설명하는데 가장 적절한 지배구조는 산업과 기업문화에 따라 다르다. 또 지배구조는 국가의 일반적인 경영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모든 기업에 보편 타당한 경영시스템은 없고 기업의 경영시스템은 국가의 환경이 선호하는 경영관습과 조직형태와 잘 어울리는 경우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사회 또는 기업문화가 개인주의적인가, 집단주의적인가, 또는 보수적인가, 진취적인가에 따라서 기업 지배구조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정해진 조직체계와 규칙은 <손자병법>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공정하게 지켜져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가치창출을 위한 올바른 기업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여섯째: ‘적을 알다와 수요조건

이상과 같이 비교해 보면 다이아몬드의 수요조건에 해당하는 요소가 손자의 5가지 요소 중에서 빠져 있는데 이 수요조건은 손자의적을 알다와 연결된다. 비록 손자는적을 알다 5가지 요소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손자병법>의 전반에 걸쳐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면, ‘모공(謀攻)에서 나오는 손자의 명언인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百戰不殆)”에서적을 알다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적을 경영적으로 해석하면 경쟁기업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소비자로 파악할 때 더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이 제공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좋고 나쁨을 판단해 구매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최후의 심판권을 가지게 된다. 기업이 아무리 새로운 경쟁자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더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결국은 실패하게 된다. 전쟁에서 적을 아는 것이 승리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면 경영에서는 소비자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흔히 특정 지역 또는 시장을 타깃으로 테스트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소비자의 요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바로 이적을 알다를 손자의 5가지 요소와 결합하면 다이아몬드의 모든 요소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게 된다.

 

<손자병법>의 유용성과 주의할 점

이와 같이 분석해 본 결과 <손자병법>과 포터의 다이아몬드 모델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데 바로포괄적인 분석 능력이다. 이러한 포괄적 분석 능력은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중요한 요소를 빠뜨리지 않는 것이고(No missing), 둘째는 겹치는 요소가 없어야 하는 것이다(No overlapping).다이아몬드 모델은 경쟁력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모델로서 중요한 요소를 겹치지 않고 빠짐없이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경영전략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손자병법> 2500년 전에 나온 분석의 틀인데도 불구하고 군사전략의 필요한 요소를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군사전략과 경영전략에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전쟁은 본질적으로 내가 승리하려면 상대방이 패배해야 하는제로섬 게임인 데 반해 경영은 나와 경쟁상대, 그리고 소비자까지 모두 승리할 수 있는-윈 게임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사업에서 애플은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이지만 반도체 사업에서는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이다. 이렇게 기업 간의 관계는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협력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쟁을 주로 하는 기업들이라도 실제로는 경쟁기업 모두가 성장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둘 다 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재 애플과 삼성전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둘 다 제대로 된 전략을 펼친다면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에서는 방법론에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는 것이 최종 목적이지만 경영의 목적은 가치창출을 통해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매우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군사전략은제로섬 게임이므로 군사전략을 경영에 활용할 때는 전쟁과 경영의 중요한 차이점을 확실히 인식하고 조심스럽게 선택하고 적절하게 적용해야 한다. 특히 손자는전쟁은 속임수다라고 했는데 이와 관련된 전략들을 경영에 그대로 적용하면 매우 위험하다. 전쟁에서는 상대방을 속여서라도 무조건 이겨야 하지만 경영에서의가치창출은 이미 정해져 있는 규칙 안에서 속임수가 없는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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