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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의 지혜

문 활짝 열어 살피고, 셋 드러낼때 하나 감추고… 마음을 비워 古典의 지혜 담다

한상만 | 109호 (2012년 7월 Issue 2)




 

누군가가왜 고전을 읽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탈로 칼비노가 했던 말을 전해주고 싶다. 고전이란 읽을 때마다 처음 읽을 때와 같이 무엇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고전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지혜와 통찰력은 결코 복잡하거나 화려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하지만 근본적이고 매우 강한 힘이 있는 깨달음의 지혜, 깨달음의 통찰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깨달음으로 우리는 고전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고전을 통해서 얻는 깨달음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고전은 고전이 쓰인 그 시대에만 머물지 않고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지혜와 통찰력을 제공한다.

 

특히, 동양의 고전에서 우리는 경영의 핵심을 관통하는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동양 고전을 통해서 경영자들은 경영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사목사총(四目四聰)의 깨달음

동양 고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은 <서경(書經)>이다. <서경>은 요순시대의 요임금과 순임금에서 시작해 진나라 목공 때에 이르기까지의 훌륭한 제왕들이 행한 정치적 행적과 발언에 관한 기록이다. <서경>의 내용은 이제삼왕수제치평(二帝三王修濟治平)의 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중국 역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왕으로 생각하는 요()와 순() 이제(二帝)와 우(), (), 그리고 문무(文武)라는 삼왕(三王)의 도가 세세히 기록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많은 경전 중에서 정치서의 으뜸으로 <서경>을 꼽고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역사기록이 소중히 전해진다는 것은 여전히 이러한 왕들의 도()를 통해서 배우는 지혜와 통찰력의 깨달음이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경>이 기록하고 있는 많은 왕들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바로요순시대의 요임금과 순임금일 것이다. 요임금은 나라의 정치가 안정되자 바로 자신을 이을 후계자를 찾는 일에 나섰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왕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국가경영의 연속성이라면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경영자도 기업경영이 안정되면 바로 기업경영의 리더십을 어떻게 발굴하고 양성하고 선택하는지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요임금은 후계자를 정하는 데 있어 자신의 아들을 택하지 않고 일반 백성 중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을 찾았다. 신하들이 순이라는 사람을 천거하면서 그 천거의 이유를 극진한 효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임금은 한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의 가장 중요한 자질을 효심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부모의 큰 사랑을 진심으로 깨달은 사람만이 진정으로 부모에게 효심을 느낄 수 있고 이러한 큰 사랑을 받은 사람만이 진정으로 자신의 주위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요임금은 순을 시험하기 위해서 두 딸을 순에게 시집 보내서 그를 존경하는지 보았다. 두 딸이 모두 순을 존경하자 요임금은 순에게 다양한 일들을 맡겨서 두 번째 시험을 했다. 가장 먼저 교육의 일을 맡겨보고, 이를 잘 수행하자 그 다음으로 경제의 일을 맡겨보고, 그것도 잘 수행하자 외교의 일을 맡겨보았다. 이 일들을 모두 잘 수행하자 마지막으로 세 번째 시험을 했는데 그것은 나라의 모든 산과 강을 다스리는 일이었다. 순이 이 일을 맡고 나서 나라에 아무런 재난이 없는 것을 보고 요임금은 순에게하늘의 뜻이 너와 함께 있구나라고 말하며 순에게 왕이 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순은 자신이 왕이 될 만한 자질이 부족하다며 사양했고 결국은 요임금의 명령으로 요임금이 섭정을 하며 순을 왕으로서 준비를 하게 했다. 이렇게 30년에 걸친 요임금의 섭정기간 동안 왕으로서의 배움을 닦은 순임금이 왕위에 올라서 처음으로 한 일이 무엇이었을까? 한 나라의 왕이 되는 것이 한 기업의 경영자가 되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면 순임금이 왕으로 즉위해서 한 첫 번째 일이 무엇인지를 통해서 기업의 경영자가 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일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서경(書經)>의 우서(虞書) 순전(舜典)에 기록된 고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詢于四岳(순우사악)하사 闢四門(벽사문)하시며 明四目(명사목)하시며 達四聰(달사총)하시다.”

“순임금이 사악에게 물어, 사방의 문을 열어놓고, 사방의 눈을 밝히고, 사방의 귀를 통하게 하셨다.”

순임금은사목사총(四目四聰)’의 리더십을 가장 먼저 행했던 것이다. ‘사목사총의 리더십은 도대체 어떤 리더십일까? ‘사목사총은 순임금이 즉위한 뒤 가장 먼저 행한 것이라는 것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이 갖는 직접적인 시사점은 임금의 자리에 오른 순임금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바로 백성이며 이러한 백성을 잘 살피기 위해서 사방의 문을 열어 사방을 잘 살피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모든 방향으로 눈과 귀를 활짝 열어 백성을 위하며 변화에 눈과 귀를 활짝 열어 정치의 비전을 세우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목사총의 리더십은 현대 경영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경영 환경을 넘어서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지도자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제공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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