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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Communication

단점 먼저 인정하고, 상대를 내틀에 가둬라

최철규,김한솔 | 107호 (2012년 6월 Issue 2)


 

편집자주

개인과 기업, 국가를 막론하고 협상 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는 시대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사회에서 협상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경쟁의 강도가 치열해 질수록 사회는불통(不通)’분열(分裂)’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소통(疏通)’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과학적 방법론이 절실한 때입니다. 기업 대상 맞춤형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 교육기관인 HGS 휴먼솔루션그룹이 협상 전략과 기술, 갈등관리 등 소통의 과학에 대해 소개합니다.

 

때는 1912, 미국 대선 현장.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 후보 선거 사무실이 발칵 뒤집혔다. 300만 부나 제작한 홍보 팸플릿의 사진 아래에 ‘Copyright by 000’라는 문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손바닥 만한 작은 사진으로 봤을 땐 글자가 보이지 않았는데 사진을 확대하니 저작권자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 사진사가 찍은 사진을 참모진의 실수로 무단 사용한 셈. 만약 이 사진을 그대로 사용하려면 저작권법에 따라 최소 300만 달러 이상의 저작권료를 사진사에게 지불해야 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사진사에게 알리지 않고 이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다면 자칫 저작권 도용에 따른 도덕성 시비가 터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다시 사진을 찍고 팸플릿을 제작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서 질문. 만약 당신이 선거 운동 본부장이라면 사진사와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진심을 담아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게 최선일까? 만약 상대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이번 기회에 한몫 챙겨야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었다면? 300만 달러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어떻게 됐을까? 선거 운동 본부장은 사진사에게 단 1달러도 지불하지 않았다. 대신 후원금으로 250달러를 챙겼다. 덤으로 사진사에게미안하다는 사과까지 받아 내면서 말이다. 어떤마술을 부렸길래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방법은 이랬다. 선거 운동 본부장은 사진사에게 연락해 대뜸축하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루스벨트 대통령 후보의 선거 팸플릿 300만 부에 당신의 이름이 박힌 사진이 실렸습니다. 이제 당신은 유명 사진사가 될 겁니다. 우리가 이런 호의를 베풀었으니 당신도 선거 기금으로 1000달러 정도를 후원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선거 운동 본부장은 사진사의 생각을사진 저작권료가 아닌개인 홍보라는 틀로 바꿔 버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1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은 버넌 스미스(Vernon Lomax Smith)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공동 수상했다.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카너먼 교수는 경제학자가 아닌 심리학자였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인 그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이유가 뭘까? 바로프레임(Frame)’ 때문이다. 카너먼 교수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사람은 항상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가정하던 기존 경제학의 통념을 뒤집었다. 그리고 사람이 어떤 선택의 프레임, 속에 놓이느냐에 따라 똑같은 조건에 대해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바로 이것이행동 경제학이다.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협상 상대가 가진 생각의을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면 협상은 너무도 쉬워진다. 그래서 협상 3.0의 고수들은 고민한다. 협상의을 만드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나에게 유리한 협상 틀을 만들기 위한 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Anchoring을 걸어라

많은 사람들이 협상을 앞두고 고민한다. “첫 제안을 할 땐 상대가 받아들일 만한 적당한 조건을 불러 빨리 타결시키는 게 좋을까, 아니면 세게 불러야 하나?” 적당한 조건을 요구하자니 상대가 나를 얕보고 손해를 보진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다고 세게 부르자니 상대가 내 제안을 거절해 협상이 깨질까 두렵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답은 뭘까? 프로 협상가들은무조건세게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협상학에선 이를 ‘Aim high’라고 한다. 목표를 높게 잡고 강한 첫 제안을 해야 한다는 것. 그 이유는 강한 첫 제안을 통해 협상의 범위를 결정짓는준거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미시간대에서 있었던 협상 실험이 앵커링 효과를 아주 잘 보여준다. 학생 4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같은 물건을 판매하라는 미션을 줬다. 모든 조건은 동일했다. 단 하나 다른 것은첫 제안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 A 그룹에게는첫 제안을 700달러 이상으로 하라고 했고 B 그룹에겐 “700달러 이하로 첫 제안을 하라고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A 그룹 학생들은 평균 625달러로 물건을 팔았다. 반면 B 그룹 학생들의 평균 판매 가격은 425달러였다. 첫 제안이 달랐을 뿐인데 200달러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제일 처음 제시된 숫자, 즉 앵커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처음 제시된 숫자가 700 이상인지 그 이하인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

 

행동경제학에서 이를 증명한 재미난 실험 결과가 있다. 1부터 8까지의 숫자를 곱한 값이 얼마 정도 될 것 같은지를 묻는다. 다만 A 그룹에는 ‘1×2×3×4×5×6×7×8 의 값, B 그룹에겐 ‘8×7×6×5×4×3×2×1’의 값을 물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숫자 ‘1’로 시작된 문제를 받은 A 그룹 답변의 평균치는 512였다. 반면 ‘8’로 시작된 문제를 받는 B 그룹의 평균치는 2250으로 A그룹보다 무려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첫 숫자가 무엇인가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협상에서의 첫 제안은 이번 협상에서 오고 갈 조건의을 만든다. 나에게 유리한 준거점을 만들어 앵커링 효과를 얻는 것, 그것이 ‘Aim high’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무조건 세게 부른다고 되는 건 아니다. 조건이 있다. ‘사연을 이야기할 수 있는제안이어야 한다. 사연이란근거. 내가 왜 그만큼 얻어야 하는지에 대한합당한 논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납품 단가를 정하는 협상 상황을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납품한 가격보다 10% 이상 가격을 올려 납품하라는 지시를 받은 당신. 상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납품하던 가격에서 10%는 인상을 해주셔야 해요. 저희 회사 방침이니까요.” 어떤가? 당신이 구매 업체의 담당자라면 ‘10% 인상이라는 말이 정당하다고 느껴질까? 구매 업체 담당자는안 됩니다. 그건 저희 회사 방침이 아니니까요라고 반박하지 않을까?

 

합당한 논거는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다른 구매 업체들은 물가 상승률과 원자재 가격의 인상폭을 감안해 10% 이상 납품 단가를 올렸다며 다른 업체와 비교를 한다거나제품의 품질을 높여 불량률을 1% 이하로 낮췄기 때문에 단가 인상 요인이 된다는 식으로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나의 제안 뒤에 이어질왜냐하면이라는 접속사 뒤에 들어갈 마땅한 말이 없다면(‘지금까지 너무 싸게 납품해 왔으니까요따위의 이유 말고) 당신의 제안은 욕심일 뿐이다. 특히 거래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관계라면 사연의 힘은 더더욱 중요하다. 장기적 관계가 중요한 상대에게무조건세게만 부르면 나에 대한 상대의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

 

여기서 이어지는 두 번째 질문.

 

“그럼, 내가 무조건 첫 제안을 하는 게 좋겠군요?”

 

해외여행 중 골동품 시장에 들렀다고 생각해 보자. 멋진 카펫을 발견한 당신. ‘강한 첫 제안을 한다고 “10달러를 불렀다. 그러자 가게 주인이 흔쾌히 “OK”를 외친다. 이 순간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들까? ‘좀 더 낮은 가격을 불렀어야 하나하는 후회가 밀려든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답은정보에 있다. 정보가 없는 섣부른 첫 제안은이기고도 진승자의 저주를 만든다. 정보가 충분치 않다면 상대의 제안을 기다려라. 상대의 제안을 듣고 협상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먼저다.

 

항구에 정박한 배는 항상을 내린다. 그래야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어도 배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협상에서도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상대 생각의 폭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정할 수 있다. 정보를 가진 ‘Aim high’를 통한 앵커링(Anchoring)을 기억하라.

 

 

 

 

 

2.단점을 인정하고이용하라

1950년대 초 미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고전하던 폭스바겐. 하루는 이들이 사람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고를 실었다. ‘불량품이 생겼다는 걸 알린 것이다. 그 아래엔 이런 내용이 적혔다.

 

“이 차는 글러브박스 띠에 작은 흠이 있어 교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하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눈엔 잘 띄지 않을 작은 흠이지만 크루트 크로너라는 검사원이 발견해 냈습니다.”

 

자동차 성능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작은 흠이 발견됐지만 폭스바겐은 그것을 이유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걸 알렸다. 이 광고를 보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폭스바겐은 작은 것 하나까지도 꼼꼼히 확인하는 기업이구나.’ 다른 기업들과는 남다른 마케팅 전략 덕분인지 이후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승승장구했고 1955년 미국 진출 6년 만에 100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

 

협상을 앞둔 많은 사람들은품질이 우수하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처럼 우리가 가진 제안의 장점만 생각해 낸다. 반면 경쟁사에 비해 떨어지는 내용은 꼭꼭 숨겨둔다. 이를 통해우리는 완벽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한다. 그럼 제안을 받는 사람들은 어떨까? “정말 최고군요라며 감탄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아니, 아무도 없다. 대신 그들은이 제안의 문제는 뭘까를 고민한다. 그리고는 기어코 발견을 해 낸다. 그리고 묻는다.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이때의 대응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은변호한다. 그 문제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고, 더 큰 걸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상대 생각은 다르다. 아무리 사소해도 문제를해결해 내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별것 아니다라고 말해 봤자 소용없다.

 

그래서 프로 협상가들은 다르다. 이들은 그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아니, 묻기도 전에 먼저 문제를 드러내기도 한다. 폭스바겐의 광고처럼 말이다. 그래서 문제가 별것 아니라고 싸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해결할지에 대해 함께 의논한다. 이유가 뭘까? 이를 통해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그건 별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사람과 나의 지적 내용에 대해충분히 문제로 느낄 수 있다고 인정하며 해결책을 함께 논의하는 사람. 당신은 이 두 사람 중에 누구의 말을 더 믿겠는가? 답은 너무도 당연하다. 단점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다. 인정하라. 이를 통해 상대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협상 3.0을 하는 협상가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단점을 인정한 후 이를 오히려 이용한다. 예를 들어보자. 경쟁사에 비해 품질도 좋고 가격도 싼 제품을 생산하는 당신. 하지만 제작 기간이 오래 걸려 고객이 요구하는 일정을 맞추긴 어렵다. 이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저희 제품이 경쟁사 제품에 비해 출시 시기는 좀 늦습니다. 좀 더 복잡한 품질 검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덕분에 불량률이 훨씬 더 낮습니다. 그리고 가격도 5% 저렴합니다.” 어떤가? 먼저일정이라는 나의 문제를 인정했다. 그와 동시에, 그 문제를품질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바꿨다. 단점이 장점이 되는 프레임을 만들어 낸 것. 문제를해결해야 할 골칫덩어리로 생각하면 그 문제를 협상 상대에게 숨기기 위한 방법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 문제를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최근 단점을 인정하고 이용해 성공한 협상 사례가 있다.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서의 협상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카타르가 이겼다. 인구 170만 명, 면적은 우리나라 경기도 크기에 불과한 나라가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유치 가능성을 낮게 본 이유 중 하나는 땅덩어리의 크기였다. FIFA 집행위원단은국토가 워낙 좁아 경기장을 다 지을 수나 있을까?’ ‘너무 복잡하진 않을까?’ 등을 걱정했다. FIFA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협상을 해야 했던 카타르 유치단. 고심 끝에 이들이 선택한 답은 이랬다.

 

“네, 우리의 국토는 좁습니다. 그래서 12개 경기장이 반경 25∼30㎞에 집중돼 복잡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 덕분에 선수들의 이동 거리가 짧고 관객들은 조금만 움직이고도 하루에 두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2 카타르 유치단은 FIFA 집행위원들과의 협상에서경기장을 다 지을 만큼 충분히 넓다고 반박하지 않고 좁다는 문제를쿨 하게인정했다. 그리고 그걸 새로운 강점 요인으로 만들어 냈다. 바로 이것이 단점을이용한 협상이다.

 

사람들은 완벽한 걸 원한다. 하지만 협상 상대가완벽하다고 말하면 의심한다. 단점을 먼저 인정해 상대의 신뢰를 얻어라. 그리고 이를 역으로 활용하라. 단점도 생각의 틀에 따라 장점이 될 수 있다.

 

3.손실회피 심리를 자극하라

다음 두 가지 퀴즈를 한번 풀어 보자.

 

퀴즈 1당신은 천만분의 일(1/10000000)로 사망할지도 모르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됐다. 당신이 이 약을 산다면 얼마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겠는가?

 

퀴즈 2당신은 신약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봤다. 수차례 임상 실험을 통해 안정성은 충분히 검증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의해 천만분의 일(1/10000000)로 사망할 수도 있다. 당신은 참가비로 얼마의 돈을 주면 이 신약 실험에 참가하겠는가?

 

두 가지 퀴즈에 대해 각각 얼마 정도의 비용을 생각했는가? 눈치 챘겠지만 두 상황은 동일하다. 하지만 확신하건대 대부분의 독자들은 1번보다 2번 퀴즈에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생각했을 것이다. 필자가감히이렇게 확신하는 근거는 뭘까? 사람은 어떤 것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잃었을 때의 아픔을 훨씬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카너먼 교수는손실이 이득보다 2.5배 정도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를 심리학에선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한다.

 

퀴즈 1의 경우 내가 갖고 있는 희귀병을치료하기 위한비용을 물었다. , ‘이득에 대한 비용을 물었다. 반면 퀴즈 2는 반대다. 현재 나의 삶을잃었을 때의 비용을 물었다. 다시 말해손실에 대한 비용을 얼마로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사람들은 손실을 피하려는손실 회피 심리를 갖고 있기에 후자의 퀴즈에 대해 더 큰 금액을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결과다.

 

한 다큐멘터리3 에서 이를 증명한 재미난 실험을 했다. 제작진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2만 원을 선물로 준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말한다. “지금 받은 2만 원을 걸고 확률 50%의 게임을 하시죠? 게임에서 이기면 3만 원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내기에 참여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공짜로 생긴 2만 원에 행복해 하며 게임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자 제작진이 상황을 바꿨다. 이번엔 2만 원이 아닌 ‘5만 원을 한꺼번에 준다. 공짜로 생긴 5만 원에 행복해 하는 찰나 5만 원 중에 3만 원은 다시 돌려달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저에게 돌려주신 3만 원을 되찾으시려면 2만 원을 걸고 확률 50%의 게임을 하셔야 합니다.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에 참여했다. 이 실험은 BBC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이뤄졌고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둘 다 ‘2만 원을 걸고 3만 원을 더 따기 위한 게임에 참여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선택은 달랐다. 바로 이것이손실 회피 심리때문이다. 앞의 실험에서 내기에 참여한 사람들은잠시자기 손에 들어왔다가사라진 3만 원에 대한 고통 때문에 게임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럼, 이런 손실 회피 심리를 협상에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해외 기업 제품의 유통권을 들여오기 위한 업무 제휴 협상을 생각해 보자. 당신은 큰 규모의 자본 합작을 통해 한국 시장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하길 원한다. 하지만 상대는 한국 시장에서의 유통권만을 주겠다고 맞선다. 이때 먼저 내가 원하는 결과, 그래서 이를 통해 상대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극대화된 상황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상대가이번 협상이 잘되면 우리 비즈니스가 최고가 되겠구나라고느끼도록하는 게 중요하다. 그 후에 상대가 주장하는, 예를 들면 지역이 줄어들거나 가격이 할인돼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는, ‘그저 그런상황을 보여준다. 그리고우리가 제안한 조건을 받아들이면 이런 점이 좋습니다. 이렇게 좋은 걸 놓치시겠습니까라고 제안하면 어떨까? 그럼 상대는아까 봤던 최고의 상황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워하게 되고 그걸 되찾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손실회피 심리를 활용한 대표적인 협상 사례4 가 있다. 바로 미국의 부동산 거물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가 뉴욕 맨해튼 5번가에트럼프 타워를 지을 때 티파니 사(Tiffany & Co)와 벌인 협상이다. 5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을 지으려 했던 트럼프는 근처 티파니 스토어의 공중권이 필요했다. 얼마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공중권을 사고 싶었던 트럼프. 하지만 협상 상대인 건물 주인 월터 호빙(Walter Hoving)이 조망권 등을 이유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진 않을까 걱정했다. 고심 끝에 트럼프는 티파니 사의 호빙과의 협상장에 두 개의 건물 모형을 가지고 갔다. 하나는 티파니 스토어에 어울릴 만한 멋지고 우아한 50층짜리 건물 모형, 즉 트럼프가 짓고자 하는 건물의 모형이었다. 다른 하나는 티파니 사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뉴욕시 지역 개발국이 짓게 될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벽면 전체가 철망으로 덮여 있는 보기 흉한 모양이었다. 두 개의 모형을 본 호빙의 선택은? 당연히 트럼프의 제안이었다. 트럼프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를 협박하거나 애걸하지 않았다. 자신이 제안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상대가잃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을 뿐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Wharton)스쿨에서 수많은 경영인들에게 협상을 가르치는 리처드 셸(Richard Shell) 교수는 말했다.

 

“당신은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상대가 스스로를 설득하도록 도울 수 있을 뿐이다.”5 상대와의 협상에서 성공하고 싶은가? 그럼 내가 팔고 싶은 것을 상대가 먼저자기 것으로 생각하도록 하라. 그리고 나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것이 사라질 것이라고느끼게만들어라. 당신의 말로 상대를 움직이겠다는 건 욕심이다. 그저 상대가 사기 위한 멋진 판을 꾸려 주는 것, 그게 당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미지근한 물이 담긴 대야가 있다. 두 사람이 대야에 손을 집어 넣는다. 한 사람은 말한다. “따뜻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시원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렇다. ‘따뜻하다고 말한 사람은 미지근한 대야에 손을 넣기 전 그 손을 차가운 물속에, ‘시원하다고 말한 사람은 뜨거운 물속에 손을 넣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똑같이 미지근한 물에 대해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협상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상대로부터따뜻하다는 말을 듣고 싶거든 상대를 먼저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도록 만들어라. 그 반대라면 뜨거운 물에 먼저 집어 넣어라. 바로 이것이프레임이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ckchoi@hsg.or.kr

필자는 국내 비즈니스 리더 3만 명에게 협상과 소통의 원리를 전파한 언론인 출신의 기업교육 전문가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경제부, 금융부 기자로 일했고 IGM 협상스쿨 원장을 지냈다.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필자는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협상 R&D 팀장을 지냈다. 현재 HSG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를 이끌고 있다.

  • 최철규 | - 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 한국경제신문사 경제부, 금융부 기자
    - IGM 협상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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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솔 | HSG 조직갈등 연구소 소장

    비즈니스 교육 전문 기관 HSG 휴먼솔루션그룹에서 강의와 컨설팅 등을 통해 많은 기업의 소통 전략 수립을 돕고 있다. 리더의 자기 인식을 위한 진단 프로그램 '성과 백신'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이기적 리더」 「1% 디테일: 성공적인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비결」 「설득하지 말고 납득하게 하라」(공저) 등이 있다.
    hskim@hs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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