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의 전사적 리스크 관리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철순(서강대 정치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수백, 수천 가지 장비가 들어가는 정유 공장에서 ‘핵심 설비’는 뭘까. 아마 열에 아홉은 증류탑이나 반응기처럼 정제 공정의 뼈대를 이루는 대형 설비를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 하나. 공장 가동 중단처럼 정유사 전체의 손익계산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핵심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가장 주목해야 할 설비’는 뭘까. 답은 펌프나 컴프레서 같은 회전기계, 세부 공정별 상태 측정을 위한 계전설비 등 이른바 기본 공정에 따라 붙는 ‘곁가지’ 장비들이다. 증류탑이나 반응기는 기본적으로 내구성이 좋기 때문에 쉽게 마모되거나 노후화되지 않는다. 문제는 간과하기 쉬운 보조 설비다. 세부 공정별로 수백㎞가 연결돼 있는 파이프를 통해 액체나 기체가 아무 문제없이 제때 흘러 다니도록 하려면 보조 설비들이 끊임없이 작동하며 제 몫을 해줘야 한다. 만약 이런 보조 설비에서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하면 회사에 하루에도 수십억 원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매일매일 수없이 많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의 파급 효과가 증폭되고 리스크 간 동조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단순히 개별 부서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위기가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전사적 리스크 관리(ERM·Enterprise Risk Management)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RM은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사적 규모의 핵심 리스크(key risk)를 관리하는 것이다. ERM은 수많은 리스크 요인 중 전사적 역량을 투입해 유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모든 위험 요소를 똑같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건 가능하지도 않으며 효율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전사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칠 핵심 리스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가려내고 이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지표(indicator)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관리해야만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1년 365일 아무 사고 없이 공장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게 생명인 정유사에서 전사적으로 주목해야 할 설비는 증류탑이 아니라 회전기계나 계전설비라는 판단도 여기에 해당한다. DBR이 2008년 ERM 프로그램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에쓰오일의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