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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의 미래

소통과 공감, 사용자와 개발자가 하나되다

윤명환 | 106호 (2012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본 원고는 필자가 2012년 3월 발표한 모바일 UX 콘퍼런스의 기조연설 내용을 위주로 필자의 과거 연구 결과를 임의로 추가해 재구성한 자유로운 형식의 글로서 학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이론과 견해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많은 이들이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놓고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User Interface)와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을 극대화한 대표적 사례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UI와 UX가 정확하게 어떤 개념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의를 갖고 있기보다 모호한 개념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이는 UI/UX가 역사적으로 다양한 뿌리에서 탄생했고 본질적으로 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데 어느 정도 원인이 있다. 많은 산업·시각 디자이너들은 UI/UX가 미술대학 교육과정인 산업디자인의 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하나의 학문 분야로 인정되기보다 일부 전공자들의 모임(community)에서 다루는 연구 분야라고 간주하는 경향도 있다.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연구 분야이지만 많은 업무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실용 분야이기도 하다. 중요한 사실은 이 분야가 이제 새롭게 떠오르는 혁신의 플랫폼이 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UI/UX는 ‘설계 과학(design science)의 한 분야에 해당하는 실증적 연구 주제로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적인 방법론 혹은 인지심리와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인공물(artifact)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구현하는 학문이나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아직까지 UI/UX가 대학에서 독립적인 학과로 존재한다거나 UI/UX만을 취급하는 전문 학술지가 오랫동안 발행되는 수준은 아니다. 반면 UI/UX의 먼 아버지쯤 되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분야는 어느덧 학문으로서, 또 과학이나 교육과정으로서 상당히 자리매김했다. HCI 분야도 20년 전에는 UI/UX와 비슷한 처지였다고 감히 생각해 볼 때 UI/UX 분야도 이와 비슷한 진화 과정을 따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UI/UX
는 <표1>에 제시된 것처럼 크게 네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요소들은 서로 연관돼 있을 수 있지만 그 연관성 여부를 실제 증명하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UX가 위 네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UI/UX가 발전한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1941년에 허버트 사이먼 교수1 로부터 시작된 실용 인지과학의 역사가 바로 현대 HCI 의 한 뿌리이며 그의 제자인 알란 뉴웰 박사의 이 UI/UX연구의 시작이 됐다는 점이다. UI/UX는 바로 이 HCI의 기본철학, 즉 사람과 컴퓨터가 서로 상호작용한다는 원칙을 인지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사이먼 교수는 그의 일생 동안 끊임없이 인간의 합리성을 구조화하려고 노력했으며 이러한 합리성은 컴퓨터라는 논리적 연산기를 이용해 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 행정학에서 절차의 합리성(procedural rationality), 컴퓨터 과학에서의 논리 연산기능 등은 바로 사이먼 교수의 철학이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이로부터 파생된 UI/UX의 진화 또한 이러한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및 절차적 합리성의 개념과 멀지 않다.
 
초창기 UI/UX 연구자들은 기본적으로 시스템의 사용편의성(usability)을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컴퓨터 시스템의 생산성 측면에서 연구했다. 이에 따라 연구의 초점은 사용편의성 그 자체보다는 상호작용의 불합리한 측면과 사용자로서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제거하는 데 뒀다. 1980년대 전형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시각적 표시장치(visual display)와 MS-DOS 시스템처럼 키보드를 이용하는 명령형 인터페이스였다. 당시 핵심 주제는 컴퓨터의 성능이 기본적인 상호작용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가와 같은 것이었다.
 
당시에는 UI/UX 가 구현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의 수준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연구자들은 메뉴의 개수, 메뉴의 위치, GUI(Graphical User Interface) 설계 등을 어떻게 해야 작업효율을 높이고 실수를 줄일 수 있는가 정도의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합리성에 근거한 UI/UX의 철학은 이후 IT의 발달과 사용편의성의 비중이 점차로 커지면서 지난 20년 동안 급속도로 발전했다.2 21세기에 들어서는 일상제품에서 인간공학(ergonomics)과 사용편의성은 더 이상 어려운 단어가 아니며 많은 기업들이 제품 개발 단계에서 사용자 중심설계(UCD·User-Centered Design)와 사용성 평가(UT·Usability Testing)를 공식절차로 사용하고 있다.
 
UI/UX는 21세기 정보혁명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HCI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주목할 만한 추세는 Web 2.0 이후의 변화로서 UCC(User Created Contents)로 대표되는 인터넷 기반의 출현이다. 콘텐츠 소비자가 곧 생산자가 되기 시작하는 새로운 현상은 전통적인 UI의 구성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켜 다수의 사용자가 전자메일, 문서처리 소프트웨어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블로그나 위키피디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정보의 전달이나 구성방식은 과거 상의하달(top-down) 방식에서 하의상달(bottom-up) 방식으로, 일방향 교류에서 쌍방향 교류로 변하고 있으며 심지어 개인이 정보의 가공 및 재생산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스마트폰 생태계가 탄생해 급성장했고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컴퓨팅 시스템의 주류로 발전했으며 온라인상에서 자유로운 개인 간 상호작용이 인류 최초로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이용한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의 개념이 탄생했으며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한 사용자 상호작용 형태는 또다시 새로운 UI/UX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우리가 친근하게 느끼는 앱스토어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활성화는 확대 재생산돼 삶의 질 향상 및 즐거움을 위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 및 동기화 서비스의 등장은 다양한 IT기기에서 발생하는 콘텐츠를 네트워크 방식으로 연결해 새로운 서비스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처럼 비교적 최근의 변화들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제품과 서비스의 플랫폼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시 UI/UX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UI/UX 의 구현 전략과 미래의 발전 방향
 
ISO 20282(ISO, 1996)에서 이야기하는 일상제품(everyday product)의 개념은 일상적 보편성이라는 점에서 UX와 상통한다. 사용자들이 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서비스를 일상제품이라고 한다. ISO는 제품·서비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전 경험에 비춰 기대했던 바를 달성할 수 있는 제품이 성공의 요건이라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노키아(Nokia)의 사용자 경험 모형(Nokia 2007)과 통합하면 사용자들의 사용 목적과 니즈의 충족 정도가 일상제품의 필요조건이라 볼 수 있다.
 

스마트 시대에 PSS(Product Service System) 성격이 변하면 당연히 이를 운영하는 생태계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UI/UX의 개념이 기능을 지원해 사용편의성을 제고하는 효율화 최적화 기술의 개념이었다고 하면 현대의 UI/UX는 기능의 만족뿐 아니라 기술에 보다 인간적인 요소를 부여해 감성적으로 소통하는 상호작용의 의미로 확장됐다고 볼 수 있다. 보다 더 최근의 추세는 UI/UX가 ICT 융합과 연결돼 ‘소통과 공감’으로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과 공감’은 단순히 사회학적인 의미보다는 사용자 반응의 측면에서 디바이스와 디바이스 간, 혹은 디바이스와 사용자 간의 연결과 정보의 공유, 그리고 이를 소셜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용자 반응의 공유를 포함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반응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의미에서 확장돼 이제는 서로 정보와 느낌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차원에서 ‘소통의 기술’과 ‘공감의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과거 UI/UX에 대한 ‘공감적 디자인(emphatic design·Rayport 1997)’의 기술이 ICT 융합의 시대에 비로소 구현되는 단계라고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UI/UX를 실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실무적인 도구로서 UI/UX를 평가하고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인 수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주관적이고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UI/UX를 정량화해 획일적으로 관리하려는 건 매우 원시적인 사고라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게임을 할 때 즐거움과 재미를 경험하지만 전문적인 게이머에게 게임상황은 일이 되고 재미없는 게 될 수도 있다. 같은 게임의 UI/UX를 이 두 사람이 모두 평가한다면 서로 상반된 평가를 할 게 분명하고 이러한 경우 UI/UX의 구현 방안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UI/UX 모형의 대부분은 과거 사용편의성의 정의와 기법에서 빌려온 게 많고 지금도 실무현장에서는 사용편의성과 UX가 혼용되고 있기도 하다.
 

한편 UI/UX를 동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연구자들은 UI/UX의 평가를 필연적으로 자기보고(self-report)와 동적 변화(trajectory change)를 기반으로 한 감성공학적 연구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UI/UX는 사회심리학적 개념이 되며 다양한 기법을 통해 사용자의 감성 반응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게 매우 중요해진다. <그림 2>는 실무적 관점에서 UI/UX가 실제 제품서비스에 적용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실무에서 UI/UX의 핵심은 공감하고 소통하는 UI/UX이며 이러한 UI/UX의 목표가 시각, 촉각, 청각, 제품서비스의 기능성, 인간공학/사용성, 고객만족/고객감동 요소에 구현되며 구체적으로는 디테일의 구성과 디스플레이, 동작하는 부분(moving part), 표면품질(surface quality) 등으로 적용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얼핏 매우 하드웨어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UI/UX의 구현 구조는 그러나 사용자의 반응에 직접 호소하는 제품/서비스의 핵심 요소를 나열한 것으로서 예를 들어 애플의 UI/UX와 타 제품 UI/UX를 비교하는 척도로 응용해 본다면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UI/UX의 대표적 분석 방법론
UI/UX개념의 재정립은 ‘사용자의 이해’에서부터 출발하며 필자는 두 가지 측면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 측면은 ‘사용자가 제품·서비스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사용자 또는 잠재 사용자가 제품·서비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두 번째 측면은 사용자가 실제 제품·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와 관련돼 있다. 이는 현재 사용자의 경험을 분석한 후 새로운 형태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연구를 필요로 한다.
 
페이스북이 1조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인수한 인스타그램의 핵심 기술은 통상적인 프로그래밍 플랫폼 기술이 아닌 바로 UI/UX의 기술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의 창업자는 컴퓨터 공학자가 아니고 산업공학과 인간공학 HCI 전공자다. 즉 페이스북이 전통적으로 기술이라고 간주되지 않았던 위 두 기술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류와 같은 UI/UX 구현기술은 이후에도 많은 혁신의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UI/UX가 하나의 플랫폼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리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이는 스마트 융합시대에선 대부분 새로운 응용프로그램의 생산자가 더 이상 컴퓨터 엔지니어가 아니라는 점에서 즉각 예상할 수 있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UI/UX의 플랫폼화 혁신을 위한 대표적인 UI/UX 연구기법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① MUR(Micro User Research)시대의 새로운 조류인 소셜네트워크와 개방형 정보화의 추세는 과거 인터뷰나 설문 방식에 의존했던 사용자 연구의 프레임을 많이 바꾸고 있다. MUR(Micro User Research)을 통한 소비자 행동 및 니즈의 구조화 방법은 과거의 설문이나 FGI(Focus Group Interview) 방식에서 탈피해 보다 미세하고 정밀하게 사용자의 니즈와 행동 양식을 분석하는 데 집중한다. 블로그나 메신저 정보 등을 통한 다양한 사용자의 의견교환 정보는 대상 사용자의 UI/UX에 대한 니즈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
그림 3>에 소개된 DRM(Day Reconstruction Method) 기법은 이러한 사회심리학적 정밀분석 기법 중의 하나로 사용 경험에 대해 경험 내용과 시간에 따른 사용자 경험의 변화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도록 개발된 방법이다. 카메라나 마이크 등 사용자가 촬영 또는 녹음 상황을 인지함으로써 실제 자연스러운 사용자 반응을 왜곡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자기보고(self-report)를 기반으로 반응 및 감성변화를 시간에 따른 동적인 자료로 확장하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UI/UX 분석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② 사용자 관찰 기법 사용자 관찰기법은 사용자의 사용 행태를 촬영·관찰해 분석함으로써 제품의 특성, 사용자의 행동 특성 및 패턴 등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러한 방법론은 미래에도 더욱 더 다량의 세밀한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③ 네트워크 분석(Network analysis) 기법 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이용하면 사회적 네트워크상에서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사용자의 반응과 상호작용 정보가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시각화할 수 있다. 이미 데이터 마이닝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모형을 사회적 네트워크 분석에 응용하면 소비자들의 정서와 니즈 간 관계를 네트워크 전체적인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으며 수많은 네트워크 안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니즈를 쉽고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조화의 개념으로 생각해 보는 UI/UX
현재 발생하고 있는 스마트 생태계의 여러 변화를 생각할 때 가장 적절한 단어로 ‘조화(harmony)’라는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학적 개념으로서의 조화가 아니라 스마트 생태계의 미래변화를 암시하는 하나의 키워드로서 조화를 생각해 보자. 조화는 사회적 의미로 서로 다른 집단 및 개체와 소통하고 교류한다는 뜻이다. 이는 곧 스마트 생태계의 생존 전략도 사회적인 추세와 방향에 어울려 가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조화는 또한 객체와 객체 간의 의미로서 사물과 사물이 서로 조화되고 무리 없이 잘 맞는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사람과 객체의 의미에서 조화는 서로 잘 어울려 미적인 반응을 유발한다는 뜻이다. 이는 인간-기계 상호작용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사람과 사람의 조화는 삶의 과정으로 인간과 인간이 서로 인간의 사회활동과 교류를 공유한다는 의미다. 조화를 통해 경험이 생기고 이는 다시 조화를 규정하는 중요한 사용맥락(context-of-use)이 된다. (표2)
 
UI/UX 의 비즈니스적 가치
UI/UX의 비스니스적 가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례가 바로 애플의 역사다. UI/UX 전공자들은 스티브 잡스가 없었다면 UI/UX의 중요성을 일반에게 알리는 데 20년은 더 걸렸을 것이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이런 의미에서 잡스의 갑작스런 사망은 UI/UX 커뮤니티를 위해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경영 측면에서 잡스의 제품 개발 스타일은 일반의 이론과 경영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UI/UX를 중시하고 디테일과 사용품질(quality of use)에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태도는 UI/UX전문가에게는 가장 상대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이상적인 CEO의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UI/UX전략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벤치마킹 대상은 IDEO다. 스탠퍼드대의 디자인 프로그램 출신인 팀 브라운과 기계공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켈리가 창업한 이 디자인 컨설팅 회사는 초기부터 융합적인 조직문화와 통합적인 리더십을 구현해 많은 기업들에 신제품 서비스 개발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지금은 디자인 프로젝트의 범위를 넘어 광범위한 영역에서 UI/UX를 중심으로 한 경영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고객 만족을 추구하는 것과 총체적 고객 경험(total customer experience)을 추구하는 게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고객 만족 측면에서는 문제점이 매우 많은 저가 항공사가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수많은 가구 회사가 스웨덴의 유명한 IKEA사를 모방하는 전략을 추구했지만 어느 누구도 IKEA가 제공하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지 못해 큰 효과를 못봤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많은 제품들이 애플사의 설계를 모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어느 기업도 애플사의 UI/UX 철학을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제품은 모방이 가능하지만 UI/UX 지향적 조직 문화 및 제품 개발의 기저에 있는 궁극적인 철학은 모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UI/UX의 경영 전략화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바로 UI/UX를 디자인 전략의 일부로 보거나 단순한 제품 설계의 디테일을 강조하는 품질 경영 전략쯤으로 여기는 경향이다. UI/UX의 전략화는 제품설계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철학과 관련된 것으로서 전 조직 구성원이 이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게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본인의 카리스마와 조직장악력으로 설계, 디자인, 생산, 공급망 등 모든 부문에 직접적이고 강한 권위를 보여줌으로써 UI/UX전략을 실행했지만 많은 기업의 CEO는 이러한 강력한 리더십을 전방위적으로 행사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업의 브랜딩 또한 중요한 UI/UX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애플에 입사하는 사원은 모두가 공유하는 기본 철학 및 애플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사원은 이후 무슨 일을 하더라도 불완전하거나 마무리 품질이 저급한 제품을 출시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고 기업 가치 사슬의 모든 측면에서 이러한 핵심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디자인 회사인 IDEO는 이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회사의 시설, 인력의 배치, 대외 이미지 등 모든 측면에서 UI/UX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없는 디자인 회사 OXO, 고객경험을 핵심가치로 구현한 IKEA, 그리고 고객참여를 1990년대부터 실천하고 있는 필립스의 사례는 브랜딩과 UI/UX전략이 기업 경영의 모든 측면에서 부합돼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UI/UX전략화의 마지막 중요 요소는 독립적이고 통합적인 UI/UX 조직이다. UI/UX를 선도하는 절대적인 리더십의 확보가 어려운 경우 대부분 기업의 UI/UX조직은 조직 상부의 명령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UI/UX팀이 디자인 센터 소속인 경우 디자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UI/UX팀이 지원 조직이라면 공학설계팀과 디자인팀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을 갖게 된다. UI/UX조직이 마케팅에 연관된 활동을 많이 할 경우 설계와 디자인팀에 정확한 고객 니즈를 전달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비즈니스 가치를 UI/UX를 통해 추구하기 위해서는 UI/UX 조직의 혁신성과 독립성을 조직 안에서 보장하는 체제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UI/UX 진화를 위한 노력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바일에서 출발한 스마트 융합기술의 확산은 UI/UX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서로 분리·발전해 왔던 미디어의 융합적인 흐름은 방송, 통신, 콘텐츠의 융합을 촉진하고 있다. UI/UX를 둘러싼 이러한 생태계의 파괴적인 흐름은 근시일 안에 새로운 혁신 모형의 출현을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융합 시대의 개념적 모호성은 스마트 UI/UX의 혼란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스마트 시대를 규정하는 사용자 모델의 부재로 나타난다.
 
본 원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래의 UI/UX는 빠른 시일 안에 UI/UX의 혁신을 통한 지배적인 플랫폼의 출현을 예상하고 이를 사용자 측면에서 가능하게 하는 기술(enabling technology)이라는 측면에서 연구돼야 한다. 기술적인 관점보다는 인간의 관점, 개발자의 시각보다는 사용자의 관점, 이론과 논리의 관점보다는 인간의 반응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스마트 기기의 UI/UX가 접근돼야 한다. 이를 선도적으로 구현하는 플랫폼이 미래를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20∼30년 전과 비교해 UI/UX의 능력이 많이 발전했다. 몇몇 제품들은 UX 측면에서 세계적으로도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과거 1∼2년을 돌아봤을 때 몇 가지 의문이 든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한국 시장에서 UI/UX의 미래다. 그동안 대단한 성장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재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2011년까지도 UI/UX는 애플사의 여러 제품들이 혁신의 선두에 있고 우리 기업은 이러한 애플 제품을 모방하며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일부 스마트 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기업의 운명 자체가 흔들리는 모습도 우리는 목격했다. UI/UX 측면에서 애플 제품을 분석해 보면 사용자 반응의 최적화에 중점을 뒀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즉, 상호작용의 모든 단계에서 조작감이 최적화돼 있고 이것이 인터페이스의 모든 상상할 수 있는 단계에서 구현돼 있다. 필자가 2010년 서울대 대학원생들과 수행한 간단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애플 제품은 133가지 측면에서 기존 제품과 다른 디테일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픽, 아이콘, 컬러 등 시각적 요소에서부터 메뉴, 조작위치, 과업순서와 같은 UI/UX 요소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보였다. 우리의 UI/UX 연구자들은 대부분 애플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애플의 디테일을 단순히 하나하나 추격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아무리 뛰어난 UX 전문가라 할지라도 133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한 UX와 133개 부문에서 각각 경쟁하기는 불가능하다. 무언가 근본적인 철학의 변화가 필요하고 이것이 수반돼야 그 이후 관련된 PSS와 UX 프로세스, 제품 개발 프로세스들이 변화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를 모방한다고 그 기반에 숨어 있는 설계 철학을 모방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용자 반응의 최적화는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또 다른 주제인 감성공학적 접근법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전통적인 인간공학과 인지공학, 그리고 심리학 등이 융합된 이 학문을 우리는 이제 합리성, 논리성, 인지이론에 기반한 전통적인 UI/UX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감성공학적 사고에 의하면 사용자 반응의 최적화는 기본적으로 제품 서비스에 조화를 도입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조화의 새로운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 조화감을 도입하는 행위는 상호 간 소통을 필요로 한다. UI/UX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게 조금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를 연결(connectivity)로 정의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회적 소통의 개념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나 모든 제품-서비스 시스템이 제품 간 소통, 사용자와의 소통, 사회적 네트워크와 소통하는 의미에서의 연결(connectivity)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기기 간 연결 및 분리 상황, 자동차에서의 IT 융합 같은 게 바로 연결과 소통의 사례다.
 
UI/UX의 미래를 예측하는 핵심 키워드는 조화다. 즉, UI/UX 측면에서 볼 때 미래의 키워드는 객체와 인간의 조화(상호작용 조화감), 인간과 인간의 조화(social network UX), 인간과 사회의 조화(context fit)라고 할 수 있다. UI/UX를 통한 혁신의 방향은 이미 전문가들에 의해 비교적 명확하게 정의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지혜로운 리더들은 UI/UX를 미래 제품서비스의 혁신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융합 분야로서 적극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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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환2, 2012. 스마트 TV UX의 미래와 발전 방향. KT 경영연구소 (출판예정)
 
 
윤명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mhy@snu.ac.kr
 
필자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산업공학(인간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이터치 연구개발 실장, 포항공대 산업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 휴먼인터페이스 소장 및 공과대학 미래융합 최고과정(FIP)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주 전공 분야는 인간공학, 사용자 연구, 감성공학이며 기술인문 융합적 방법론을 이용해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사용 편의성과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는 연구 및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 윤명환 | - (현) 서울대 휴먼인터페이스 소장
    - (현) 공과대학 미래융합 최고과정(FIP) 주임교수
    - ㈜하이터치 연구개발 실장
    - 포항공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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