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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UI / UX 인가

이제는 ‘선 경험, 후 구매’시대 UX 역량이 기업 경쟁력 좌우한다

조광수 | 106호 (2012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하시은(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 시대에 UI(User Interface)/UX(User Experience)가 왜 중요한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원시사회부터 지금까지 시장 구조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시 사회에서는 생산자가 소비자였다. 자신이 생산한 물건을 자기가 소비했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하면서 잉여생산물이 교환됐고 점차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됐다. 특히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은 제품에 대한 세부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 따라서 생산자는 제품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마케팅과 고객 경험이 분리됐다. 기업들은 당연히 ‘우리 회사 제품은 정말 좋다’는 식으로 마케팅했다. 고객들은 이 말을 믿고 제품을 샀는데 실제 써보니 형편없다고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생산자가 정보를 독점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과거에는 제품 정보를 구할 채널이 생산자의 마케팅밖에 없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껏해야 가족이나 친구 등 믿을 만한 사람들의 사용 경험을 공유하는 수준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고객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확산으로 소비자는 다른 사람이 제품을 사용해본 경험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본 분들이라면 구매 결정 전에 다른 사람의 사용 후기를 읽어봤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기업이 마케팅용으로 제시하는 콘텐츠는 아예 건너뛰고 스크롤바를 아래로 내려 사용 후기부터 읽는 사람도 많다. A사와 B사의 휴대전화 광고를 보고 비슷한 평가를 내렸던 실험자들이 제품을 사용해보고는 A사 제품을 훨씬 더 선호한 연구 결과도 있었다. 기존 마케팅 패러다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구매 후 경험’에서 ‘경험 후 구매’로 소비 패턴이 바뀐 것인가.
“그렇다. ‘선 경험, 후 구매 시대’가 열렸다. 그래서 이제 소비자라는 개념보다 사용자라는 개념이 더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구매하게 하면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식상한 마케팅 문구를 더 이상 믿지도 않고 잘 보지도 않는다. 세일즈도 갈수록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휴대전화 매장에 들어온 상당수 소비자들은 ‘아이폰 주세요’ 혹은 ‘갤럭시S주세요’ 라고 말한다. 이미 다른 사람의 사용 경험을 보고 구매 품목을 정한 다음에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물론 일부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는 피처폰 사용자처럼 가격이나 판매 조건을 중시하는 일부 소비자에 국한된다. 그래서 이제는 소비자란 개념보다 ‘유저머(usumer, user+consumer)’란 개념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저머는 사용자와 소비자를 결합해 만든 조어다. 소비자는 판매를 중시하는 마케터들이 중시한 개념이다. 반면 UI/UX 전문가들은 사용자를 중시한다. UI/UX 전문가들은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에 대해서는 잘 대답하지 못한다. 판매량을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는 일은 마케터들이 잘한다. 하지만 UI/UX 전문가들은 고객들이 사용 과정에서 어떻게 긍정적 경험을 하도록 유도할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사용자의 경험을 관리하는 일은 이제 기업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기업에서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의사결정은 실무자의 몫이다. 전략 과제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몇몇 선도적 기업에서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디자인을 하자는 얘기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고위 임원의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임원이 관심이 없고 잘 모르니 실무 직원이 알아서 하는 기업이 많다. 제품 색을 빨갛게 할지 파랗게 할지, 버튼을 어떻게 배치할지 등은 임원들에게 큰 관심사가 아니지만 사용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애플과 삼성의 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다. 삼성 스마트폰의 모서리 부분을 둥글게 만든 게 아이폰 특허 침해라는 게 애플의 주장이다. 역으로 삼성은 애플에 비행모드의 비행기 마크를 빼라고 소송을 냈다. 세계 IT업계의 양강(兩强)이 이처럼 극히 ‘사소해 보이는’ 요소를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경영자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사용자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마인드를 표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에서 사진을 확대하고 축소하려면 엄지와 검지를 대각선 방향으로 움직이면 된다. 애플은 이걸 특허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우 직관적인 이 UI가 나오자 사람들은 사진을 확대 축소할 때 자연스럽게 이렇게 행동한다. 만약 이게 특허로 인정된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고객의 마인드가 통일됐기 때문에 특허료를 지불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사실 이건 기술적으로 전혀 대단하지 않다. 두 점 간의 거리를 삼각함수로 잡아주면 된다. 하지만 별것 아닌 기술이라도 고객 경험 관점에서 고민해 UI를 개발하면 이처럼 고객의 마인드를 통일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김치냉장고는 기계공학적으로 기존 냉장고와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딤채는 사람들에게 기존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가 다른 제품이라는 마인드를 심어줬다. 사람들은 이제 냉장고가 있어도 자연스럽게 김치냉장고를 하나 더 장만한다. 이처럼 마인드가 통일되면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진다. UI/UX는 마인드를 통일시키는 강력한 무기다. 원천기술 개발과 달리 UI/UX 분야는 투자비가 훨씬 적게 든다는 장점도 있다. 경영자의 관심이 없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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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광수

    - (현) 성균관대 WCU(World Class University) 교수
    - (현)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장
    - (현) 서비스IT융합포럼 의장
    - (현) UI/UX미래준비의장
    - 미주리대 정보과학과 학습공학, 전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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