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전략도 지나치면 毒이 된다

8호 (2008년 5월 Issue 1)

마케팅 전략은 크게 세분화(segmentation), 차별화(differentiation),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세 축으로 이뤄진다. 많은 기업이 이 세 가지 기법을 활용하며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세 축에 너무 몰입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기업들은 회사의 핵심 역량과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세분화나 차별화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 예를 하나씩 들어보자. 세분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오히려 실적이 악화된 회사로 뉴욕의 커피 도매회사 ‘폴 드 리마 커피(Paul de Lima Co-ffee)’를 들 수 있다. 폴 드 리마는 한때 스타벅스처럼 소매시장에 진출하느냐 여부를 놓고 많은 고민에 빠졌다. 고심 끝에 폴 드 리마는 세분화한 타깃 시장으로 최상급 소비자를 공략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고디바 초콜릿 매장, 최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프라이빗 라벨(private label)을 붙여 커피를 판매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하지만 폴 드 리마는 기대한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져보면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이었다. 폴 드 리마의 경쟁력은 선물거래를 통해 양질의 원두를 대량 공급하는 데서 발생했다. 소매시장, 그것도 최고가 소매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폴 드 리마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업 전략과는 잘 맞지 않았다. 결국 폴 드 리마는 소매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매우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차별화에 지나치게 집착해 실패한 기업으로 인도의 과일저장업체 ‘IP 콜드 스토리지’를 들 수 있다. 더운 날씨 탓에 식료품의 신선도가 중요한 인도에서는 식품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식품 유통업체의 힘이 매우 세다. IP 콜드 스토리지는 이런 식품 유통업체의 대표 격으로 3대째 가족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유학을 마치고 온 후손들이 저장고와 저장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첨단 저장고를 도입하면서 IP 콜드 스토리지의 저장능력은 대폭 개선됐다. 하지만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소비자는 IP 콜드 스토리지의 저장 능력 개선이 다른 저장업체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최첨단 시설의 저장고에 부여하는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도한 차별화를 시도하다 실패하고 만 것이다.
 
미국의 의류업체 ‘팬들턴 울런 밀스(Pendleton Woollen Mills)’는 포지셔닝 문제로 고민에 빠진 경우다. 팬들턴은 4050대 백인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유명한 브랜드로 직접 목화 재배까지 한다. 미국산 목화를 쓰는 탓에 티셔츠 하나의 가격이 100달러가 넘지만 중서부의 보수적인 백인들이 이 회사 제품을 선호한다. 팬들턴은 4050대에 치우친 고객층을 40대 이하로 확대하기 위해 인터넷 사업 강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젊은 고객이 늘어나지 않았다. 팬들턴이란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확고한 탓에 인터넷 사업만으로는 당초 기대한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포지셔닝 문제에 지나치게 신경 쓰다가 제대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신사업을 벌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아모레퍼시픽의 헤어케어 사업부는 세분화, 차별화, 포지셔닝이라는 3대 축에서 모두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 후발주자이지만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미장센과 나노테라피란 헤어케어 브랜드를 동시에 출시했다. 미장센은 젤, 왁스, 염색 등 스타일링에, 나노테라피는 손상모발 보호라는 기능성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나노테라피가 아니라 미장센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는데 이는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이 하나의 브랜드를 고수한 게 왜 좋은 전략이었는지 살펴보자.
 
1) 포지셔닝:당시 프리미엄 헤어케어 제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은 후발주자 중 후발주자였다. 애경의 케라시스,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외국계 회사인 유니레버의 도브, P&G의 비달사순 등이 이미 프리미엄 헤어케어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두 가지 브랜드를 한꺼번에 운영하는 것은 무리였다.
 
2) 세분화:출시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미장센에 대해서는 고급 이미지, 나노테라피에 대해서는 고기능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웠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두 컨셉트가 큰 차이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소비자는 이 둘의 차이점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특히 고기능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이 당연히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고급 이미지에 주력하는 것이 옳았다.
 
3) 차별화:전통적으로 헤어케어 제품은 여성 CF 스타들의 격전장이었다. 엘라스틴은 2001년부터 광고모델로 활동해온 전지현의 아성이 견고했고, 케라시스 역시 고소영을 통해 “난 소중하니까‘라는 광고 멘트를 히트시키도 했다. 하지만 미장센은 여성 스타 대신 조인성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샴푸 광고에는 거의 출연하지 않는 남성 스타가 등장했다는 것도 신선했지만 조인성이 특히 여성에게 어필하는 모델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이런 전략들을 통해 미장센은 2003년 브랜드 출시 단계의 실수를 만회하고 큰 성과를 냈다.
정리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S.P. 라즈 교수는 인도 최고의 대학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마드라스)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8년 시러큐스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MBA 스쿨, 코넬대 교수를 역임했다. 마케팅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리틀 어워드(Little Award), 리만 어워드(Lehmann Award), 배스 어워드(Bass Award) 등을 휩쓰는 등 탁월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주 연구 분야는 마케팅전략, 소비자 구매행동 연구 등이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과 함께 세계 최고 경영 석학들의 생생한 지혜와 통찰을 전해드립니다. 세계적 경영 석학 21명은 7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방한해 서울대 MBA스쿨에서 강의합니다. 석학들과의 인터뷰나 대담은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강의 내용은 DBR에 소개됩니다.  S.P. 라즈 교수와의 대담 내용은 4월 12일자 동아일보 B5면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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