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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어라, 신입?과장?임원의 질다른 창의력을

101호 (2012년 3월 Issue 2)









기업은 항상 창의적 아이디어에 목말라한다. 창의적 발상이 필요할 때 경영자들은 혁신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많은 경우 신입사원 혹은 젊은 사원에게 기대를 건다. 웬만큼 규모가 있는 기업들이 Young Leader Group이나 Junior Board 등의 조직을 적어도 하나 이상 갖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사원들은 과연 회사가 갖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줄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창의성을 산술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창의성을 측정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창의성을 진단하는 일이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을 가진다. 하지만 창의성을 진단하기 위한 노력과 창의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이미 6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미국 정부가 다양한 사고력을 강조하는 발산적 사고에 대한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창의성 측정 방법이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 이후 창의성 측정 방법은 길포드(Guilford) 1967년 제시한 기능구조 모형과 토런스(Torrance) 1974년 제시한 TTCT를 비롯해 매우 다양하게 진행됐다.

 

지면상 제약으로 창의성을 측정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창의성 진단은 측정 영역과 측정 방법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1  측정 영역은 특정한 정보를 줬을 때 해당 정보를 활용해서 얼마나 다양하게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와 주어진 정보들을 새롭게 재구성 또는 재배열해서 얼마나 깊이 있는 사고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로 구분된다. 뿐만 아니라 발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를 적용하는 대상에 대해 언어, 논리, 수리, 공간, 도형, 예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측정 방법에 따라서는 피평가자가 스스로 평가하는 자기보고방식(Self Reporting)과 전문가들이 피평가자들을 인터뷰하거나 특정 과제에 대한 결과물을 평가하는 전문가 평가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만 기존 창의성 측정 방법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는데 자기보고방식에서는 피평가자의 주관을 배제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전문가 평가방식에서는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표준화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피평가자가 많을 경우 평가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창의성은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이런 측면에서 최근 필자와 연구팀이 대규모로 개인들의 창의성을 진단하기 위해 국내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이 연구는 국내에 있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다양한 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6000명가량을 무작위로 추출해 진행됐다. 지난 6년 동안 연구 개발한 창의성 진단 모형을 활용해서 2시간 동안 개인별로 사고의 폭을 확장하는 발산적 사고, 사고의 깊이를 심화하는 수렴적 사고, 언어/논리, 수리/공학, 공간/도형, 예술/창작 등 8개 영역에 대한 창의적 사고력, 피평가자가 스스로 진단하는 자신의 대담성, 동기 부여, 수용성, 호기심, 지속성의 5가지 사고특성, 개개인이 갖고 있는 유창성, 유연성, 분석력, 재구성 능력, 통합적 사고력, 복잡성, 정교성, 독창성이라는 8가지 사고력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종합적으로 측정한 결과 등을 통해 창의적 사고능력을 진단했다.

 

연구에 활용한 창의성 측정방법은 기존 방식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둘 만하다. 즉 객관성 확보를 위해 주관적 평가방식과 객관적 평가방식을 병행했다. 평가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표준화하기 위해 창의성 측정 과제에 대해 문제별로 답안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채점 방식에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용해 상대적 평가방식을 채택했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채점방식을 활용할 경우 피평가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직급별 창의성은 어떻게 다른가

 

이번에 진행된 연구 결과를 직급별로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나타난다.

 

첫째, 영역별로 직급에 따른 창의성 측정결과를 보면 직급이 낮을수록 수리/공학 분야와 언어/논리에 대한 창의성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예술과 창작 분야에서는 부장 및 임원들의 경우에도 상당히 높은 수치가 기록된다. 이런 결과는 사고의 깊이보다는 다양성을 요구하는 예술과 창작 분야에서는 경험 많은 고령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데 비해 깊이 있는 사고와 분석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데 기인한다.

 

이와 별도로 8개 분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대학교를 졸업하는 23세 전후의 사람들이 창의성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즉 대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를 전후해 대다수 개인의 전문지식이 가장 깊이 있고 강도 높은 학습의 결과 다양한 유형의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우수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이후부터는 교육을 통해 창의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사고력의 특성별로 창의성을 측정하기 위해 유창성, 유연성, 분석력, 재구성 및 재정의 능력, 통합사고력, 복잡성, 정교성, 독창성 등 8개 요인에 대한 평가 결과는 매우 일관되고 재미있는 사실을 보여준다. 직급별 창의성은 유창성(Fluency), 유연성(Flexibility), 독창성(Novelty)의 경우 다소 거리가 있는 결과를 보여주지만 이 부문을 제외하고는 차장, 부장, 임원들이 거의 모든 면에서 현격히 저하되는 현상을 보인다. 특히 임원들의 경우 8개 항목 전부에서 비교 대상 집단에 비해 가장 낮은 창의성을 나타낸다. 신입사원의 창의적 사고능력을 100점이라고 가정할 때 대리급 직원들은 이보다 8% 정도 낮고 과장급 직원들은 15% 정도가 낮으며 차장 및 부장들은 19% 정도 낮다. 놀랍게도 임원들은 무려 25% 정도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현상 역시 나이가 많아질수록 깊이를 요구하는 사고력이나 복잡한 연결 관계를 규명하거나 재구성 또는 통합하는 사고력 분야에서 젊은 사람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는 점을 알려준다. 특히 과장급 이후 좀 더 빠른 속도로 창의성이 저하되는 이유는 대부분 30대 중반부터 실무를 직접 해결하기보다 부하들을 지휘하는 관리 업무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셋째, 피평가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평가한 창의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나는 반면 실제 컴퓨터를 활용한 객관적 평가방식에서 나타난 창의성은 대부분 낮은 수치를 보인다. 특히 과장 및 차장 이후부터는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자신들의 창의성 수준이 거의 변화가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객관적 평가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감소 현상이 명확히 나타난다. 직급이 높을수록 자신의 창의성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은 우선 창의성에 대해 객관적이고 올바른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에서 직급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능력과 관리자적 자질에 대한 방어 및 보호 욕구가 강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고를 섞어라. 훌륭한 매개체는 필수

 

이번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은 점을 시사한다. 창의성을 유형화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창의적 사고기법, 전문지식, 스스로 갖고 있는 내적 동기 부여 정도에 따라 유형화할 수 있다. 이런 형태로 창의성을 유형화하는 것은 창의적 성과가 창의적 사고기법만 좋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의적 사고기법이 좋다고 혁신적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세계적인 발명이나 기술혁신은 대부분 어린 사람들이 이룩했어야 한다. 실제로 창의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결과물을 도출하고자 하는 높은 내적 동기 부여가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 즉 창의성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일을 해결하고 싶은 동기 부여의 정도, 그리고 창의적인 사고기법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

 

창의적 사고기법, 전문지식의 정도, 무엇인가를 이룩하려는 내적 동기 부여 관점에서 보면 신입사원과 임원들의 창의성 유형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창의적 사고기법 측면에서는 신입사원들이 매우 높은 수치를 보여주는 반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라는 측면에서는 해당 기업에서 10여 년 이상 근무한 임원들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결과물을 창조하고자 하는 동기 부여의 측면에서도 임원들은 신입사원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지가 강하다. 어렵게 회사에 입사하고도 1년도 안 돼서 그만두는 신입사원이 많은가 하면 임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경우가 많다.

 

신입사원과 임원 사이의 차이를 연결하는 윤활유 같은 사람들이 바로 중간관리자다. 중간관리자들은 신입사원에 비해 창의적 사고기법에서는 뒤지지만 전문지식과 동기 부여 수준은 훨씬 앞선다. 동시에 임원에 비해서는 전문지식과 동기 부여 수준이 낮지만 창의적 사고기법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중간관리자들이 임원과 신입사원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해당 기업이 얼마나 창의적인 성과를 창출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또한 대학교 4학년과 신입사원, 대리, 과장들은 특정한 과제가 주어졌을 때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사고하는 수렴적 사고에 상대적으로 능했다. 반대로 부장 및 임원들은 특정 과제에 대해 폭넓은 대안들을 생각할 수 있는 발산적 사고가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직급이 높아질수록 경험의 폭이 넓어지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할 수 있는 반면 젊은 사람들은 경험과 지식의 다양성은 부족하지만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차장급 직위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가 균형 있게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역시 중간관리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뒷받침하는 결과다.

 

따라서 기업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팀을 꾸릴 때 인적 비율을 균형 있게 가져가야 한다. 창의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창의적 사고기법과 전문지식, 내적인 동기 부여 수준 모두가 높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고의 깊이와 폭을 결정하는 수렴적 사고 및 발산적 사고도 동시에 갖추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창의적 사고 기법에 익숙하고 수렴적 사고를 주로 하는 젊은 사원들과 전문지식 및 동기 부여 수준이 높고 발산적 사고에 익숙한 임원들을 모두 참여시키면서 이들을 효과적으로 매개할 수 있는 중간관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둘째, 해당 팀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비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열린 토론이 매우 중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방대하고 다양한 대안들, 즉 질보다 양에서 주로 도출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개인은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다. 하지만 에디슨이 특허로 출원한 아이디어는 자신이 고안한 전체 아이디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즉 대안은 다양하고 많을수록 훌륭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직급에 따라 창의성의 수준과 유형이 현격하게 달라지는 현상은 인적 자원에 대한 한국 기업의 사고를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대부분 한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돼 왔다. 하지만 창의성의 관점에서 보면 직급별로 전혀 다른 유형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창조경영에 목말라 있는 한국 기업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력의 다양성(Workforce Diversity Management)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적극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namgyoopark@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치고 New York University, Stern School of Business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마이애미대와 KAIST에서 교수로 일했다.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및 창의성연구소장으로 활발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전략적 사고> <화이트칼라 이노베이션전략>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