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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교수의 경영거장 탐구

종합주의 vs 전문주의, 대결을 주목하라

신동엽 | 95호 (2011년 12월 Issue 2)
 
 
 
 
SKT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는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이 시장 포화 상태이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도로 인해 수익의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측면과 반도체산업 자체가 매력적이라는 점에서는 합리적인 전략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역량 이전 가능성, 타깃 산업의 경쟁 구도, 위기 상황에서의 생존 위험 등을 고려할 때는 부정적으로 전망된다. SKT는 하이닉스 인수 후 반도체사업 관리 조직을 느슨한 연계 조직으로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는 만의 하나 새로 진입한 반도체산업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위기가 SKT나 SK그룹의 생존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경영학계 및 경영 실무자들 사이에서 다각화 전략의 장단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특히 기존 사업분야와 거리가 먼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비관련 다각화는 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 집단들이 국가 경제 전체에서 주도적 위치를 점유해온 우리나라에서 다각화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영 전략의 관점에서도 비관련 다각화 전략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사례에 따라 구체적 통계 수치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이 이질적인 새로운 분야로 다각화할 경우 성과가 오르기보다는 오히려 급락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비관련 다각화 전략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전자 등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신성장을 위해서는 비관련 다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각화를 둘러싼 이와 같은 상반된 평가는 오랜 기간 경영자들을 혼란에 빠뜨려왔다. 경영학자들이나 컨설팅 회사들은 다각화를 통한 신성장 추구에 대해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이나 대답을 일관성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사안별로 그때그때 다른 처방을 내놓거나 ‘잘했다’ 또는 ‘못했다’ ‘그 잘한 이유나 잘못한 이유는 뭐였다’ 하는 식의 사후적 해석만 남발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기존 경영학계나 컨설팅 업계, 그리고 실무 경영자들이 다각화 전략에 대해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여온 것은 다각화 대상 산업의 매력도나 실행하려는 기업의 여유 자원, 그리고 타깃 산업과 기업 간의 관련성 중 특정한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이들 간의 복합적 관계를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각 조직의 고유 역량의 본질이 다각화에 적합한가 여부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각화를 통한 신성장 추구는 기업 경영의 여러 영역들 중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면서 동시에 극도로 어려운 의사결정이므로 반드시 체계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특히 다각화 전략을 설명하는 거시조직이론 개념인 종합주의와 전문주의 조직 간 상대적 장단점에 대해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종합주의와 전문주의 조직 간의 근본적 차이
거시조직이론의 여러 이론 패러다임들 중 단연 가장 많은 수의 실증 연구들을 쏟아낸 조직생태학(organizational ecology)은 대부분 동종 조직들의 집합인 조직군(organizational population) 수준에서 연구가 발전돼왔다. 이를 개별 조직 수준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조직생태학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기여할 수 있는 시사점들을 도출한 것이 캐럴(G. Carroll) 교수의 자원분할(resource portioning) 이론이다. 캐럴은 각 조직을 니치폭(niche width)에 따라 종합주의(generalist) 조직과 전문주의(specialist) 조직으로 구분했다. 그는 종합주의 조직들이 활용하는 자원과 전문주의 조직들이 활용하는 자원이 서로 분할돼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다른 쪽보다 특별히 유리한 것이 아니라 자원이 분포된 상황에 따라 유불리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는 자원분할이론을 주장했다.
 
자원분할이론은 종합주의 조직과 전문주의 조직 간의 분화를 강조하는데 그 핵심 기준은 어떤 조직군이나 조직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환경 조건들과 자원들을 의미하는 니치(niche)다. 즉 조직 수준에서 니치는 전체 환경 공간에서 각 조직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활용하는 다양한 자원들의 합을 말한다. 각 조직이 의존하는 특정 원자재, 재무자원, 인적자원 등 투입 측면의 자원들은 물론 타깃 소비자와 고객 등 산출 측면의 자원들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조직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니치에 의존해야 하므로 만일 동일한 환경 공간의 자원들을 활용하려는 조직들이 있으면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니치중복(niche overlap)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니치중복이 없는 경우는 동종 산업에 속하더라도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다. 즉 기존 경제학이나 전략경영에서 주장하듯이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경쟁이 항상 심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니치중복의 정도가 높은 기업들의 수가 많아질 때만 경쟁이 심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세계적 의류업체들이라도 샤넬이나 구찌와 같은 명품 의류업체와 유니클로나 H&M과 같은 저가 의류업체는 경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데 그것은 니치중복의 정도가 낮기 때문이다. 또 같은 외식업체라도 최근 우리나라에 진출하기 시작한 피에르 갸르니에 같은 최고급 프랑스 레스토랑과 맥도날드 같은 대중 패스트푸드점도 원자재와 같은 투입 측면이나 타깃 고객과 같은 산출 측면 모두에서 서로 활용하는 자원들 간 중복이 없어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조직들은 자신이 속한 환경의 성격에 따라 생존과 성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니치 활용 패턴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점차 분화되는데 두 가지 대표적인 니치 활용 유형이 바로 종합주의(generalism)와 전문주의(specialism)다. 전문주의는 조직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활용하는 니치의 폭을 좁게 잡아서 소수의 특수한 자원이나 시장 공간만을 활용하는 전략인 데 반해 종합주의는 잡식성 동물처럼 폭넓은 니치를 가지고 다양한 이질적 자원들을 활용하는 전략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고급 오디오 전문점과 같이 특정 상품시장의 특정 세그먼트만을 다루는 업체는 전문주의 조직인 데 반해 오디오는 물론 TV, 세탁기 등 모든 종류의 가전 제품들을 취급하는 하이마트와 같은 업체는 종합주의 조직이다. 또 1980년대 중후반 이래 우리나라 사회 변동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왔던 시민운동 조직들 중 모든 종류의 시민운동 이슈들에 폭넓게 관여하는 경실련은 종합주의 조직인 데 비해 환경연합과 같이 한 가지 이슈에만 집중하는 시민운동 단체는 전문주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종합주의 조직들은 폭넓은 니치를 점유하고 있어 다양한 이질적인 환경 공간에서 생존과 성장을 추구하는 반면 전문주의 조직들은 제한된 특정한 환경 공간에 대해서만 자신의 생존과 성장 역량을 극대화한다.
 
자원분할이론에 따르면 다각화된 거대 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게 되면 일반적 사실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중소규모 기업들이 더 많이 설립되고 성장하게 된다. 거대 종합주의 조직들은 다양한 자원들이 대규모로 분포하고 있는 환경 공간의 중심 부분으로 모여서 서로 중원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되면 결과적으로 소수의 거대 종합주의 조직들만 살아남아 이들이 전체 환경의 중심 부분에 모여 과점하는 집중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들 소수 종합주의 조직들이 점유하는 환경 공간은 그 이전의 많은 종합주의 조직들이 동시에 차지하던 넓이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전체 환경 공간의 주변부에 전문주의 조직들이 탄생하고 생존하며 성장할 자원들이 오히려 더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즉 경쟁에서 져서 사멸하는 종합주의 조직들이 점유하던 환경 공간이 비게 되고 이 공간들을 전문주의 조직들이 활용하면서 생존과 성장이 훨씬 더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종합주의와 전문주의 조직 간 경쟁과 다각화
종합주의와 전문주의 조직들은 전체 환경 공간에서 각기 다른 위치를 점유하면서 생존하고 성장하면서 서로의 니치중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점차 조직군이 분화되게 되는데 만일 이들이 서로의 니치에 진입해 반대 유형의 니치전략을 구사하는 조직들과 경쟁하더라도 여러 가지의 불리함 때문에 생존이 어렵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주의 조직들의 활발한 탄생과 성장은 환경 공간의 중심부를 점유하고 있는 종합주의 조직들에게 위협을 가하게 되기 때문에 종합주의 조직들은 흔히 전문주의 조직들이 점유하고 있던 시장으로 자신의 니치를 확장하고자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 상식과는 달리 거대한 종합주의 조직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전문주의 조직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주의 조직들의 니치로 들어와서 경쟁하는 종합주의 조직이 전문주의 조직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종합주의와 전문주의 조직의 역량이 성격 자체가 전혀 다르고, 또 전혀 다른 환경 공간의 요구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즉 종합주의와 전문주의는 어느 한쪽이 우월한 것이 아니라 그 장단점이 전혀 다른 것이다.
 
우선 넓은 니치폭을 가진 종합주의 조직들은 제한된 환경 공간에서만 활동하는 전문주의 조직들에 비해 특정 환경 공간에서의 상황이나 성과에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위험 분산의 효과가 크다. 제한된 특정 환경 공간만을 니치로 가진 전문주의 조직은 그 환경 공간의 자원이 고갈되거나 또는 경쟁이 심해지면 생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에 반해 여러 환경 공간들에 걸친 폭넓은 니치를 가진 종합주의 조직은 공간의 상황이 나빠지거나 낮은 성과를 거두더라도 다른 환경 공간에서의 성과로 이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생존율이 훨씬 높다. 또 종합주의 조직들은 기존 환경 공간과 유사한 근접 공간으로 진출할 때 기존에 축적한 역량, 자본, 명성 등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를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한 자원유형과 환경 공간만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전문주의 조직들은 위험 분산 효과나 규모, 범위의 경제의 혜택을 누릴 수 없고, 또 특정 환경 공간에서의 성과와 상황에 따라 생존 여부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종합주의 조직이 전문주의 조직과의 경쟁에서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비록 전문주의 조직들이 니치의 폭이 좁긴 하지만 여러 환경 공간에서 사용될 수 있는 범용 조직 역량만을 갖추고 있는 종합주의 조직들과 달리 그 제한된 특정한 환경 공간에서의 생존과 성장에 최적화된 전문적 조직 역량을 갖고 있으며, 또 그 환경 공간에서 나름대로의 독보적 시장 지위와 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주의 조직과 전문주의 조직 간 경쟁이 나타나더라도 전체 환경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전문주의 조직들이 점유하고 있는 환경 공간에서 특정 전문주의 조직과 특정 종합주의 조직의 일부분이 맞대결을 벌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전문조직의 니치 영역 내에서는 전문주의 조직이 훨씬 더 높은 경쟁력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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