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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웅진코웨이

품위 품질,디노베이션 철학이 경쟁력 좌우한다

이방실 | 91호 (2011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이주현 인턴연구원(서강대 중문과 4학년)이 참여했습니다

 

#1. 가습기 물통 청소를 해본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 가져봤을 생각. “어디 쉽고 깨끗하게 물통 닦는 법 없나? 수세미를 막대기에 매달아 통 속에 집어넣고 닦아볼까? 물을 받아 세제를 풀어 넣고 통째로 흔드는 게 나으려나?”

#2. 정수기 살균제를 물탱크에 집어 넣고 물 빼기와 받기를 거듭해본 주부라면 한 번쯤 가져봤을 생각. “최소 두 번 물을 빼낸다고는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 살균제 찌꺼기가 물탱크 속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지는 않을까?”

#3. 욕실 비데 청소를 해본 적 있는 주부라면 한 번쯤 가져봤을 생각. “변기 커버와 비데 기계 목 부위에 벌어져 있는 틈 속 이물질은 대체 어떻게 닦아야 하나? 머리카락에 먼지에 물때까지 다 끼어서 지저분하다. 물티슈를 자에 끼워 닦아볼까? 면봉으로 하나하나 이물질을 건져내볼까?”


정수기, 가습기, 공기청정기, 비데….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생활 가전 제품들이다. 사용하는 데 익숙하긴 하지만 언제나 편리하지만은 않다. 당연히 소비자들도 이런저런 불만을 갖게 마련. 하지만 이런 불만들을 제품 생산 업체에 꼬치꼬치 따지고 들기보다는 그냥 넘겨버릴 때가 많다. 제품을 사용하다 문득이건 왜 이렇게 만들었지라며 문제 의식을 갖다가도그냥 원래 그런가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한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들의 사소한 불만은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웅진코웨이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1998년 업계 최초로 정수기 렌털 마케팅을 도입한 웅진코웨이는 고객 가정을 직접 방문해 점검 및 필터 교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코디제도를 운영해 여성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13500여 명의 코디를 포함하면 전체 직원 중 90%가 여성(정직원 기준으로는 50%가 여성)이며 웅진코웨이 전체 고객 중 57%가 여자다. 통계상 여성 고객 비율은 과반수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지만 가족 단위 사용고객 대부분이 남편 명의를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고객의 약 80% 정도가 여성으로 추산된다.

DBR은 여성 고객들의 표면에 드러난 욕구뿐만 아니라 잠재적 욕구까지 반영해 제품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웅진코웨이 사례를 집중 분석, 여성을 통한 혁신의 잠재력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실천 솔루션을 모색했다.




기술적 품질 넘어품위 품질추구

웅진코웨이는 지난달 2일부터 7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1’에 참가했다. 이 회사는 국내 50여 개 참가 업체 중 삼성전자, LG전자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전시공간(137)을 확보하고 가습 청정기, 자가살균 정수기, 도기살균 비데 등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물론 초소형 냉온 정수기처럼 곧 출시 예정인 제품들로 전시장을 꾸몄다. 가습기 물통 청소 시 불편함, 정수기 살균제 안전성에 대한 우려, 비데 청소 시 번거로움 등 서두(#1, #2, #3)에 언급된 고객들의 사소한 불만을 놓치지 않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대부분이다.

우선 가습기와 공기청정기 역할을 동시에 하는 융합(convergence) 가전 제품인스탠더드 가습청정기는 진동자(振動子)로 물방울을 생성하는 게 아니라 가습필터를 활용해 자연 바람을 일으키는 제품으로 가습기 물통 입구를 넓게 만들고 통 모양도 최대한 넓혀 물통 청소 시 사용자 편의를 높였다. 지난 6월 출시된스스로 살균 얼음정수기는 태블릿 형태의 살균제 등 별도의 첨가물을 물탱크에 투입하지 않고 전기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분해 살균수를 생성, 물탱크와 유로(流路) 내부를 5일마다 자동으로 살균하는 똑똑한 제품. 번거로운 살균 과정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지난 8월 출시된실속형 도기살균 비데는 일반 비데와 달리 변기 커버와 비데 목 부위가 이음새 없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변기 커버와 비데 목 부위에 벌어진 이음새에 끼어 있는 각종 이물질 때문에 미간을 찌푸릴 일을 원천적으로 없앤 게 특징이다.

웅진코웨이가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 것은 이 회사의품질에 대한 철학과 관련이 있다. 웅진코웨이 직원들에게 품질은 그냥 품질이 아니라품위 품질이란 말로 요약된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섬세하고 까다로운 여성 고객들이 주 타깃이다 보니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제품을 기획한다이제는 기능뿐 아니라 소비자 감성까지 염두에 둔품위 품질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에게 사용하는품위라는 단어를 품질이라는 단어에 붙이는 이유는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게 될 여러 가지 품질 관련 경험들을 의인화해 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고객의 말을 듣지 말고 행동을 관찰하라. 그들이 하지 않는 행동까지도!

 

사용자 중심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한 첫 출발은 고객들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지만 그 끝은 관찰된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통찰을 이끌어 내는가이다. 고객들의 행동을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곧이곧대로 해석해 제품 기획에 반영하다 보면 여전히 고객들의 무의식을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소비자 행동에 대한 유의미한 통찰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들이 실제 하는 행동(what they actually do)은 물론 하지 않는 행동(what they don’t do)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물통 구조 혁신한 스탠더드 가습 청정기

: 웅진코웨이가 작년 10월 출시한스탠더드 가습청정기(모델명 APM-1010DH, 프로젝트 명미라클’)를 예로 들어 보자. 지난 8월까지 누적 판매대수 기준 월 평균 판매량은 9316. 한여름철 최대 비수기에도 월 2000대 이상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 스탠더드 가습청정기 출시 이전자연가습 공기청정기(2008 2월 출시, 모델명 AP-0807DH, 프로젝트명테프넛’)’의 역대 최고 판매량이 월 9000대였다. 스탠더드 가습청정기는 비수기와 성수기를 합친 월 평균 판매량이 이를 뛰어넘었을 정도다. 가습과 공기청정기 기능을 동시에 하는 융합 제품이라는 점은 동일한데 매출액 측면에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원인은 바로 각각의 기기 내부에 들어가는 가습기 물통 디자인의 차이에 있다.

테프넛에 들어가는 물통 디자인은 입구가 수도꼭지가 겨우 들어갈 정도(지름 약 3)로 매우 작다. 물통 구조는 불투명한 재질에 가늘고 긴 직육면체 형태다. 물통 입구의 위치도 긴 직육면체에서 가장 긴 면적 부위의 윗부분에 돌출돼 있다. 하지만 미라클의 물통 입구는 어른 주먹이 충분히 들어갈 정도(지름 약 8)로 매우 넓다. 물통 형태도 테프넛보다 훨씬 넓적하고 뚱뚱하다. 물통 입구의 위치는 직육면체에서 가장 작은 면적 부위에 뚫려 있다.

 

물통 디자인이 이렇게 바뀐 데에는 UX-LAB 2010 1월 미라클 프로젝트의 상품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한 덕택이다. 사용자 조사를 통해 주부들이 가습기 물통을 청소하는 방식에 대해 파악해 보니 가지각색의 결과가 나왔다. 수세미를 긴 막대기 끝에 묶어 놓고 통속에 집어넣어 닦는 사람, 물을 3분의1쯤 채운 후 세제를 풀고 물통을 닫은 다음 마구 흔드는 사람, 물통에 물을 가득 담은 후 락스를 풀어 놓고 10∼20분 정도 기다리는 사람 등 제각각이었다. 가습기 물통을 깨끗하게 닦고는 싶은데 입구가 너무 좁고 물통은 너무 길어서 별의별 방법을 다 사용하는 것이었다


UX-LAB 연구원들은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가습 청정기를 사용하는 주부들에게는 마치 그릇 설거지를 하듯이 직접 손으로 수세미를 가지고 물통 구석구석을 문질러가며 깨끗하게 세척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통찰을 이끌어냈다. 김현정 UX-LAB 책임연구원은소비자들의 행동을 열심히 관찰한 후 그들이 바라는 건물통을 깨끗하고 닦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소비자 행동을 표면적으로만 분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소비자들이 물통을 단지 깨끗하게만 닦고 싶어 한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그런 주부들은 많지 않았다소비자들이 이런 행동을 하지않았던이유는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거부 반응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UX-LAB은 이런 통찰을 기반으로물통 입구는 최소한 어른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크게 바꾸고 물통 재질은 고인 물로 인해 물때가 생길 경우 오염 부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 재질로 변경해 달라고 개발팀에 주문했다. 이 밖에 UX-LAB은 다른 측면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힘썼다. 대표적인 사례가 물통 모양과 물통 입구가 달리는 위치 및 형태에 변화를 준 것이다. 테프넛의 경우 2ℓ용량의 가늘고 긴 물통을 눕혀놓고 돌출돼 있는 물통 입구를 수도꼭지에 꽂아놓다시피 한 후 물을 받아야 하는 불편한 구조였다. 하지만 미라클은 3ℓ로 물통 용량을 늘린 것은 물론 물통을 세워서 편하게 물을 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기기 본체에서 물통 탈·부착이 이뤄지는 부위도 후면에서 측면으로 바꿨고 탈·부착 시 잠금 장치도 원터치 방식으로 편리하게 변경했다. 이처럼 사용자 편의성이 한층 개선된 미라클은 출시 후 석 달 만에 무려 46100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하며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소비자 행동을 그대로 디자인에 반영한자형 초소형 정수기

: 올해 12월 출시 예정인 웅진코웨이의 초소형 냉온정수기(모델명 ‘CHP-230N’, 프로젝트명니모’)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제품 디자인에 직관적으로 녹여 낸 제품이다. 특이한 디자인 덕택에 이번 IFA 전시회에서도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대부분 정수기의 모양은 네모난 육면체 사각형 박스 형태다. 물받이 부분도 대개 컵 한 두 개 정도를 세워놓는 데 알맞은 공간만 마련돼 있다. 물이 나오는 꼭지도 제품 안쪽에 수직으로 달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사각형 박스 형태가 아닌자 모양의 디자인을 취하고 있다. 물이 나오는 꼭지도 전체자 구조에서 사선으로 빠져 나오게 만들었고 레버 방식이 아닌 터치 방식을 적용했다.

자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은 대부분 정수기를 벽 한쪽 모퉁이에 몰아놓고 쓰고 있는 소비자 행태를 그대로 반영한 직관적 디자인이다. 디자인 그 자체로이 제품은 코너에 밀어 넣고 쓰세요라는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한 셈이다. 정수기 사용 시 컵 외에 냄비, 대접, 주전자 등 다양한 용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행태 또한 디자인에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 ‘자 형태로 정수기를 만들어 물 받는 부분이 움푹 들어가게 하고 물받이를 쉽게 탈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물컵 외에 어떠한 용기도 편하게 쓸 수 있게 했다.


웅진코웨이가 정의하는 품위 품질은 크게사용 품질감성 품질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 1) 고장이 나지 않고 물이 잘 나오도록 정수기를 만드는 건 절대 품질, 즉 일반적으로 말하는 기술적 품질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다. 반면 추출구(정수기에서 물이 나오는 부위)를 레버가 아닌 원터치 버튼으로 바꿔준다거나 버튼을 만들 때 눌러야 할 부분을 찾기 쉽게 표시해주는 작업은 사용 품질을 높이는 일에 해당한다. 버튼을 눌렀을 때 촉감도 좋고 은은한 불빛까지 퍼지도록 제작하는 일은 감성 품질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UX-LAB 운영 통해사용자 중심 디자인

(UX design) 프로세스구축

웅진코웨이에서 나오는 제품의 품위 품질을 높이기 위한 최선봉에는 웅진코웨이 사내 조직인 UX-LAB이 자리잡고 있다. 2006년 신설된 UX-LAB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갖는 총체적 경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용자 중심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UX-LAB의 총 책임자인 김현정 책임연구원을 위시해 현재 인지심리학, 소비심리학, 산업심리학 등을 전공한 UX 전문가 8명으로 구성돼 있다. UX-LAB 연구원 8명 중 여성 인력은 7. UX를 연구하다 보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이고 실제 가정을 방문하기도 해야 하는데 이때 여성들이 훨씬 경쟁 우위가 있기 때문에 여성 연구원 비율이 높아졌다.

UX-LAB 인력들은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실제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분석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 때마다 현장 조사(Field Test)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현재 서울대학교 캠퍼스 안에 있는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에서 감성연구실(Usability Testing Room)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환경기술연구소 개소와 함께 문을 연 감성연구실은 10평 정도 되는 공간에 부엌, 거실, 화장실 등을 마련해둔 게 특징이다. 딱딱한 회색 벽의 일반 실험실에서는 고객들의 생각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기 힘들기 때문에 실제 가정 환경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었다. 안쪽 내실에는 반대편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유리 거울을 통해 바깥에서 이뤄지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뷰어룸(viewer room)도 있다. 연구원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고객들에게 감성연구실에서 직접 제품을 사용해 보도록 요청하고 이들의 행동과 언어, 표정 등을 면밀히 관찰해 얻은 통찰을 제품 설계에 반영, 품위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UX-LAB을 만들기 전에도 신제품을 개발할 때 현장 조사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내구성이나 오작동 여부 등 성능을 테스트하는 신뢰성팀에서 조사를 주도하다 보니 과학적 체계가 부족했다. 예를 들어 정수기에 대한 조사를 한다면 음식점, 사무실, 일반 가정 등 정수기가 사용되는 상황에 따라 소비자들의 행태가 달라질 수 있어 각 시장 특성에 맞춰 표본조사를 해야 한다. 과거 이 조사를 했던 신뢰성팀은 엔지니어들이 주축이다 보니 고객의 시각에서 사용자 경험을 테스트하기보다는 제품의 기능과 성능만 점검했다. 또 객관적인 샘플링 원칙을 적용하기보다 데이터 회수의 편의를 위해 대개 사내 직원들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조사 방법론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전문가들이 직접 나가 제품을 일반 가정에 설치하고 사용자들의 사용 패턴을 관찰하기보다는 단순 설치 업무를 담당하는 기사가 제품을 설치한 후 설문지만 배포했다. 고객들은 1∼2주일 정도 신제품을 써본 후 간단한 설문지에 만족도만 평가했다. 설문 문항은신제품의 만족도에 대해 1∼5범위(매우 불만족 1, 매우 만족 5)에서 점수를 매겨 주세요등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웅진코웨이가 UX-LAB을 신설한 이유는 이런 요식적인 고객 조사의 한계를 자각했기 때문이다. 2006 6월 웅진코웨이 해외사업 및 연구개발(R&D) 부문 대표로 임명된 홍준기 사장(2007 3월 이후 단독 대표이사)은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수라고 생각하고 UX-LAB 조직 구성에 나섰다. 당시 미국 노던일리노이대에서 인지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테네시주에 있는 로즈칼리지(Rhodes College)에서 조교수로 근무하던 김현정 현 UX-LAB 책임연구원을 수소문해 직접 스카우트해 왔을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현재 UX-LAB은 웅진코웨이 신제품 개발의 모든 프로세스에 개발 초기부터 참가하고 있다. UX-LAB 신설 이전 웅진코웨이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는 개발팀과 디자인팀, 마케팅브랜드팀만이 관여했다. 김현정 책임연구원은진정한 사용자 중심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 콘셉트를 잡는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UX-LAB이 주축이 돼 사용자 경험을 소비자 시각에서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초기 제품 개발 스케치 단계부터 마지막 양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고객 니즈를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을 통한 혁신,

디노베이션(Denovation)’ 경영

UX-LAB과 함께 웅진코웨이에서 주목할 만한 조직으로 최헌정 상무가 이끄는 디자인연구소를 빼놓을 수 없다. 16명의 디자이너가 소속돼 있는 디자인연구소는 현재 웅진코웨이디노베이션(디자인과 이노베이션의 합성어)’ 경영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올해 독일 IF(International Forum Design)와 레드닷(Red Dot), 미국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 일본 산업디자인진흥원 주관의 굿디자인(Good Design) 등 세계 4대 디자인 공모전에서 모두 입상했다. 2008년과 2010년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 달성한그랜드 슬램이다. 각 공모전 평균 인증률은 약 50%(10개 제품 제출 시 5개 제품 인증)로 공모전에 출품하는 다른 업체들보다 평균 두 배 이상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웅진코웨이가 처음부터 이렇게 뛰어난 디자인 역량을 갖췄던 건 아니다. 과거에는 변변한 디자인팀도 없었다. 사내에 디자이너가 있긴 했지만 마케팅팀, 개발팀 등에 뿔뿔이 흩어져서 외부 디자인회사에서 가져 온 작업물을 관리하는 수준이었다. 최헌정 상무는지금은 전체 제품 디자인의 75%를 내부에서 소화하고 있지만 2006년 이전만 해도 거의 95%를 외부 디자인회사에 의뢰했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판매 법인장 출신으로 삼성이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났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홍준기 사장은 웅진코웨이에 합류한 후디자인 혁신을 기치로 내세웠다. 디자인팀을 사장 직속 조직으로 신설하고 삼성전자 디자인센터 출신의 최헌정 상무(당시 디자인컨설팅 업체 아이앤알앤디센터 공동대표)를 팀장으로 영입했다.

신설된 디자인팀에 제일 먼저 떨어진 임무는 당장 판매할 제품만 만드는 데 급급해하지 말고 미래 생활환경 가전의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사내디자인 제안전을 연내에 실시하라는 것이었다. 선행 디자인 연구를 통해 미래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할 작품들을 고민해보고 이를 웅진코웨이 전 직원들과 공유함으로써디자인을 통한 혁신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확산시키기 위한 CEO의 특명이었다. 실제 웅진코웨이의 경영 모토인디노베이션이라는 용어도 2006 1회 디자인 제안전 명칭 ‘De+Novation’에서 따온 것이다

 



2006 12월 처음으로 개최된 디자인 제안전은 이후 웅진코웨이의 연례 행사가 됐다. 웅진코웨이 소속 모든 디자이너가 단독 혹은 2∼3명씩 짝을 이뤄 향후 3∼5년 이내에 이런 디자인이 뜰 것이라는 예측하에 자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낸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웅진코웨이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제품 디자인이 주를 이루지만 피부미용기나 의류관리기처럼 웅진코웨이가 현재 진출해 있지 않은 사업 영역의 제품 디자인도 많다. 매회 디자인 제안전마다 모형(mock-up)으로 제작돼 전시되는 작품은 약 40점 정도다. 이 중 가습 공기청정기화로(2009년 디자인 제안전 출품)’처럼 실제 양산으로까지 이어지는 제품은 전체의 약 30∼40% 수준. 나머지는냉장고와 일체를 이룬 벽걸이형 정수기자신의 소변 검사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는 의료용 비데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아 자가 전력 공급을 통해 작동하는 헬스형 공기청정기 등 디자이너들의 톡톡 튀는 상상력이 돋보이는콘셉트디자인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최헌정 상무는디자인 제안전은 당장 시장에 내놓을 제품 디자인 작업과 병행해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제안전을 개최하기 한 달 전에는 밤샘과 철야 작업을 밥 먹듯이 한다면서도모두들 이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제품, 새로운 이정표가 될 만한 디자인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제안전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웅진코웨이의 열악했던 디자인 역량이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디자이너들에게 미래의 생활환경 가전 트렌드의 방향성을 스스로 그려볼 수 있게끔 유도하는 디자인 제안전의 공로가 크다고 강조했다.


기술에도테크놀로지 아이덴티티구축

웅진코웨이의 주력 제품인 정수기와 비데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정수기와 비데 모두 물을 사용하는 생활 가전이다. 하지만 비데는 쓰고 버리는청소용, 정수기는 마셔야 하는식수용물을 다룬다. 정수기와 비데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니즈도 서로 닮은 듯하면서 차이가 난다. 정수기 사용 고객과 비데 사용 고객 모두살균위생에 민감하다. 하지만 비데 사용 고객이 살균 그 자체, 즉 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살균할 수 있을까를 걱정한다면 정수기 사용 고객은 살균의 안전성, 즉 먹는 물을 살균하는 과정이 과연 안전할지에 대해 우려한다

기술에 디자인을 맞추지 말고 디자인에 기술을 맞춰라

기술에 맞춰 디자인하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디자인이 기술을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 홍준기 사장의 평소 철학이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에 디자인을 끼워 맞추지 않고 디자인에 맞춰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웅진코웨이의 노력은 2006년 홍준기 사장 취임 후 정수기의 변화 과정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2006년 이전까지 웅진코웨이의 일반 가정용 냉온정수기 중 가장 작은 사이즈의 제품은 소형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힘들 정도로 육중한 ‘CHP-03A(프로젝트명마하’)’였다. 2003년 출시된 이 제품은 높이와 옆 길이 모두 50㎝를 훌쩍 넘어 아무리 가정용이라고 해도 비좁은 부엌 공간에 놓기엔 부담스러운 크기였다. 홍준기 사장은 웅진코웨이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어떻게든 정수기 사이즈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미래에는 점점 더 작은 제품을 찾는 여성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만혼 경향, 1∼2인 가구의 증가 등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소형 평수의 주택, 빌트인(built-in) 주방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에 정수기도 최대한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인테리어 소품으로 봐도 무방할 소형 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생각한 것. 이러한 CEO의 특명하에 나온 게 바로 2007년 출시된 ‘CHP-06D(프로젝트명쁘띠’)’. 일명송혜교 정수기로 알려진 이 제품은 필터, 물탱크 등 핵심 부품의 사이즈는 줄이면서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마하 대비 사이즈를 40%가량 줄였다.

하지만 냉온정수기의 사이즈를 쁘띠보다 더 줄이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부품 가짓수가 많기 때문이다. 물탱크만 따져도 정수·냉수·온수용 각각이 필요하고 정수 필터 외에 냉각기, 히터 등 추가로 들어가는 부품이 많아 부피를 줄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수 기술인 RO(역삼투압) 방식의 한계에 있었다. 멤브레인을 이용한 정수 방식 중 RO 방식은 UF(중공사막) 방식 대비 기공(pore) 사이즈가 약 1000분의1 수준이다. 그만큼 미세한 기공을 통해 정수를 하기 때문에 정수 효과는 멤브레인 방식 중 가장 높다. 웅진코웨이가 자사 정수기 제품의 약 90% RO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RO 방식은 정수 속도가 느리고 물 낭비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정수한 물을 저장할 물탱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UF 방식은 정수 속도가 빠르고 물 낭비도 없는데다 물탱크 없이도 정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RO 방식 대비 정수 기능이 떨어져 박테리아 제거율이 떨어지고 중금속이나 바이러스는 아예 걸러내지를 못한다.

결국 웅진코웨이는 2009 RO UF의 장점만 결합한 필터 개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아무리 정수기 사이즈를 줄이는 게 목표라도 본연의 기능을 떨어뜨리면서까지 크기를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아예 신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멤브레인 방식이 아닌 정전 흡착 방식(양전하를 띠는 신소재를 필터 소재로 사용)나노트랩 필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대환 선행기술연구팀 연구원은나노트랩 필터는 일반 세균은 물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까지 완벽하게 걸러줘 정수 성능은 RO 방식에 버금가지만 UF 방식처럼 정수용 물탱크가 필요 없는 필터라고 설명했다.


나노트랩 필터 개발로 웅진코웨이는 정수용 물탱크를 따로 두지 않고도 냉·온수가 나오는 소형 정수기 개발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 첫 결과물이 올해 12월 나올 초소형 정수기 ‘CHP-230N(프로젝트명니모’)’에 적용될 예정이다. 정수용 물탱크를 없애면서 기존 냉각방식도 냉각기 대신 친환경적인 전자 냉각 방식을 도입, 기존 제품 대비 30% 정도 사이즈가 줄어들 예정이다. 심지어 내년 3월에는 온수 물탱크조차 없애 니모보다 무려 34%가 더 줄어든울트라초소형 냉온정수기 ‘CHP-240N(프로젝트 명 ‘A1’)’도 나올 예정이다. 물탱크를 히터로 데우는 기존 방식 대신 물이 흐르는 유로에 고용량 히터를 설치, 별도의 물탱크 없이도 온수가 나올 수 있게 한 순간 온수 시스템을 도입한 덕에 크기를 크게 줄이는 게 가능해졌다.



이처럼 비슷하고도 다른 소비자의 니즈를 웅진코웨이는 동일한 기술을 적용해 해결했다. 별도의 살균용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분해 기술을 활용해 살균수를 생성해내는전기분해 살균 모듈시스템을 비데와 정수기에 각각 도입한 것.

시작은 비데가 먼저였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2009년 전기 분해 살균수를 분사해 도기에 묻은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각종 세균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해주는 국내 최초의 도기살균 비데를 내놓았다. 권선덕 개발3팀장은 “3년간 약 10억 원의 투자비를 들여 개발한 이 제품에는 도기살균 시스템 등 무려 7건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을 만큼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됐다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으로부터신기술 우수제품(NEP· New Excellent Product)’ 인증까지 받은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를 무작정 따라가지 말아라 혁신적 디자인은 소비자를 선도하는 명확한 핵심 콘셉트 설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웅진코웨이의 디자인 철학은 소비자를따라가는(follow)’ 디자인이 아니라 소비자를선도하는(lead)’하는 디자인이다. 고객의 니즈를 따라가는 데만 급급하다 보면 소비자를 감동시킬 만한 혁신적인 디자인은 나오기 힘들다는 맥락에서다. 최헌정 상무는소비자를 선도하는 디자인이 나오려면 핵심 디자인 콘셉트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게 우선이라며누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간다는 시각에서 콘셉트를 설정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디자인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①‘
소통의 미학- 가습 공기청정기화로

가습 공기청정기화로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나라 전통 화로와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녹여 낸 이 제품은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DEA 2010 (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 2010)’에서 환경가전업계 최초로 금상(Winners Gold)을 받았을 만큼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헌정 상무는화로처럼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건 그 동안 공기청정기 디자인의 핵심 콘셉트를소통으로 설정하고 이 키워드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기를 맑고 깨끗하게 해주는 것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소통을 청정기의 핵심 디자인 콘셉트로 삼은 이유는 뭘까? 바로눈에 보이지 않는공기를 다루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최헌정 상무는청정기는 소비자들로부터 도대체 이 기계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가장 많이 의심받는 제품이라며제품이 기능하는 대상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이다 보니 도대체 제대로 작동이 되고 있기는 한 건지 사용자 입장에서는 가장 궁금해하고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품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음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소통이 공기청정기의 핵심 디자인 콘셉트가 된 이유다.

가습 공기청정기인 화로는 바로 과거 우리 조상들이 추운 겨울날 화로를 가운데 두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불을 쬐며 이야기 꽃을 피웠던 추억의 현장을 디자인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최헌정 상무는소통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단순히 제품과 이를 사용하는 사람 간의 상호 작용이라고만 국한해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생각의 폭을 조금만 넓히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디지털과 아날로그 등 시공을 초월한 다양한 주제들 간의 소통과 연결로 자연스럽게 확장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②‘Easy & Simple’-
비데의 진화

웅진코웨이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인 비데 역시 ‘Easy & Simple’이라는 핵심 콘셉트하에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해오고 있다. 보통 비데는 커버부터가 일반 변기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일반 변기 커버는 대개 이음새 하나 없이 한 판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비데 커버는 대부분 좌변기와 커버가 연결되는 목 부위가 커버 몸체와 구분돼 있어 이음새 부분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커버 두께도 일반 변기 커버보다 훨씬 두껍다. 경사가 져 있는 목 부위 디자인 역시 육중하고 둔탁한 게 일반적이다. 물탱크, 감압밸브, 히팅시스템, 노즐 등 비데 핵심 부품을 설치하려다 보면 아무래도 목 부위가 두터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웅진코웨이 비데 디자인도 이런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커버만 보더라도나는 비데다라고 온 몸으로 광고하는 식의 디자인 일색이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는디노베이션 경영을 추진하면서 비데 디자인의 초점을 단순하고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데 뒀다. 1990년대 후반 초창기 비데 시장에선 생소한 비데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가능한 튀게 만드는 게 중요했을지 모르지만 비데가 어느 정도 보편화된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시점에선 튀는 디자인 보다는 쓰기 쉽고 단순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웅진코웨이는 비데 커버 디자인에서 커버 이음새 부분을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하는 데 주력했다. 외관상 일반 변기와 최대한 다르지 않고 튀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해 전체 욕실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 2008년 변기 목 부위 비데 핵심 부품이 설치되는 부분을 크게 낮추고 이음새도 최소화한 신제품(모델명 ‘BA13’)을 내놓았다. 순간 온수 시스템(온수 탱크 없이 물이 지나가는 유로에 히터를 설치, 순간적으로 물을 데우는 기술) 등을 적용, 핵심 부품이 들어갈 공간을 줄이는 데 성공한 덕택이다. 올해 8월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변기 뚜껑에 이음새 하나 없는 제품(실속형 도기살균 비데, 모델명 ‘BAS 16’)을 내놓았다.

화로의 혁신적 디자인이나 비데 디자인의 진화는 디자인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낸 개발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로는 그 특이한 형상 덕택에 외부 금형은 물론 필터 등 내부 핵심부품까지 모조리 새로 개발해 제품에 적용한 케이스


일반적인 공기청정기는 박스 형태라서 직사각형 모양의 필터를 세로로 배열하는 게정석이다. 하지만 화로는 항아리 형태이기 때문에 필터 모양을 원형으로 바꿨고 필터를 배열하는 방식도 세로 배열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는 구조로 변경했다. 비데의 이음새 없는 뚜껑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살균 모듈을 기존 물탱크 방식에서 직수 방식으로 변경한 덕택에 가능해졌다. 핵심 부품인 물탱크가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디자인연구소에서 추구하는 쉽고 단순한 커버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다.


비데에 적용된 이 살균 모듈은 지난 6월 나온스스로 살균 얼음 정수기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이전까지 정수기 살균은 태블릿 형태의 살균제를 물탱크에 투입하는 방식이 주였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번거롭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약품이 물에 다 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물을 빼내고 또다시 깨끗한 물을 받았다가 그 물을 다시 또 빼낸 후에야 정수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물을 빼내고 받는 일을 거듭 반복하는 이유는 혹시 물탱크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살균약물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찜찜함은 가시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약품이 물탱크 안에 남아 있어 그 약품을 먹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했던 것. 이정훈 개발1팀장은화학적 약품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살균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정수기 살균을 위해 코디와 방문 약속 시간을 따로 잡고 살균약을 투입한 후 한두 시간씩 물을 빼내고 받기를 거듭해야 했던 번거로움도 한꺼번에 해소했다고 말했다. 자가살균 정수기의 경우 살균수를 빼내고 물을 받는 시간이 약 50분 정도로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짧아진데다 대개 한밤 중에 자가 살균이 이뤄지도록 초기에 세팅을 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번거로움이 거의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정수기와 비데에 공히 사용되는 기술은 살균 모듈 외에순간 온수 시스템도 꼽을 수 있다. 온수 물탱크 전체를 히터로 데우는 게 아니라 물이 흐르는 유로에 고용량 히터를 설치, 필요한 순간에만 물을 가열하는 친환경 에너지 절감 기술로 비데에는 2003년에 처음 적용됐고 정수기에는 내년 3월 선보일 초소형 정수기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처럼 동일한 기술이 서로 다른 제품에 활용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기계라는 게 일차적 이유다. 그러나 브랜드에 정체성이 있듯 기술에도테크놀로지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한다는 웅진코웨이의 철학 역시 이종 제품 간 기술 공유를 가능케 한 배경이다. 품위 품질은 기술 측면에서도 일관되게 표출돼야 하며 고유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하고, 이는 웅진코웨이 전 제품에 일관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홍준기 사장은웅진코웨이가 기술과 감성, 모든 측면에서 품위 품질을 중시하는 이유는 주 고객층인 여성의 니즈가 점점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라며소비자들의 감성에 호소할 품질 개선에 주력하는 길만이 혁신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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