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비시장 유형과 공략 전략
1. 왜 여성 소비자인가?
미래 시장의 핵심 소비자로서 여성 소비자의 위상이 날로 커지고 있다. 소비주체로서 여성의 역할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목받아 왔지만 생산시장과 구매 의사결정 단계에서 증가하는 파워, 그리고 사회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 여성 소비자의 부상은 그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9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여성이 한 해 벌어들인 소득은 13조 달러였는데(Silverstein & Sayre, 2009) 5년 후 이 금액은 18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재 시장에서는 여성이 더 큰 구매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연간 소비시장 규모는 20조 달러에 달하고 앞으로 5년 이내에 28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여성 소비자가 소비하는 금액은 인도와 중국이 소비하는 금액을 합한 것보다 약 2배 정도 많다. (그림 1)
여성의 교육수준 증가와 취업률 증가, 그리고 그로 인한 만혼 경향 등으로 소비시장 잠재력을 키운 여성 소비자집단은 크게 △자신에게 투자하는 미혼 여성 △아이를 키우는 기혼 여성 △육아 등 주부로서의 각종 의무에서 벗어난 노년 여성 등 세 가지로 대별해볼 수 있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골드미스 소비시장에서 우선 두드러지는 여성 소비자 집단은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여성 싱글 집단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여성의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의 비율이 과거 15년 동안 33%나 증가해 2000년 들어 3000만 명 정도에 달한다(AASP, 2000). 일본에서도 20대 후반 여성의 미혼율이 과거 15년 동안 30%에서 50%로 증가했다. 영국도 역사상 가장 낮은 결혼율을 기록하고 있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평균 결혼연령은 만 29세다. 30대 여성 미혼율은 20.4%이고 서울의 경우 31.1%로 나타났다. 특히 고학력 전문직이 많이 사는 강남구의 경우 30대 여성 미혼율은 43.5%까지 치솟았다.
리서치 전문업체인 영앤루비캠(Young & Rubicam)에 따르면 미국 도시에 사는 싱글 여성들의 75%가 차량을 소유하고 있고 60%는 자기 소유의 집을 갖고 있다(AASP, 2000).
파트너가 없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의 확장이 중요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영화 관람과 외식, 스포츠 활동 같은 여가와 오락 부문에 많은 돈을 소비한다. 싱글 여성의 50%는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데 대개 안정지향적으로 저위험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성향을 보인다. 비즈니스 여행을 다니는 인구구성 분포를 따져보더라도 전체의 약 40% 정도는 싱글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고용정보원(2007)에 따르면 대졸 이상 학력에 연봉이 4000만 원 이상인 골드미스라 불리는 미혼여성은 2001년 2152명에 불과했지만 2006년 말 기준 2만7233명에 달하고 있다. 골드미스 비율이 가장 높은 직업군은 법률 분야로 전체 여성취업자 5명 중 1명이 골드미스였다. 이들의 소비생활을 분석한 장현선(2008)에 따르면 골드미스들은 연 평균 3회 정도 해외여행을 다니며 본인 소유의 자동차가 있고 스키와 요가, 골프를 즐기고 있다. 또한 이들은 부동산과 자동차, 여행, 그리고 명품시장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하는 엄마 소비자 - Real Mom 여성 소비자 집단 중 주목을 받아야 할 또 다른 집단은 ‘엄마’ 소비자 집단이다. 특히 취업한 엄마 소비자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BCG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자녀를 위해 완벽하게 헌신하던 ‘슈퍼맘(Super Mom)’이 지고 보다 현실적인 양립을 추구하는 ‘리얼맘(Real Mom)’이 뜨고 있다고 한다. 변화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 사회에 살아계신 마지막 엄마세대(70∼80대)는 대체로 식민지 시대가 끝나갈 무렵부터 해방 전후에 태어난 세대다.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청소년기나 청년기에 6.25전쟁을 겪었으며 평균 4∼6명의 자녀를 낳아 키우면서 자녀의 교육과 성공을 위해 전념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1990년대 이후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기혼 여성의 취업률이 증가하면서 희생적 엄마상은 지고 새로운 엄마상이 등장한다. 바로 슈퍼맘이다. 슈퍼맘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완벽하게 양립시키는 엄마를 말한다. 사회에서 능력 있는 여성이 대우받기는 하지만 그것은 가정생활을 직장생활만큼 잘한다는 전제하에서였다. 어떤 이유로든 가정생활을 희생하거나 가정을 우선시하지 않는 엄마는, 설령 대기업 CEO가 됐더라도 죄책감을 가져야 했다. 직장을 가지지 않은 엄마라도 집안 경제관리와 가족 관계관리를 총괄하는 ‘CEO맘’이 되거나 아이의 생활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슈퍼 매니저인 ‘알파맘’이 돼야 했다. 최소한 특별한 소신을 가지고 친환경적인 삶과 교육을 추구하는 ‘에코맘’, 아이들의 문화적 욕구와 감성을 채워주는 데 주력하는 ‘컬처맘’이 돼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한다. 바로 리얼맘이다. 이 집단은 그동안 X세대와 밀레니엄 세대로 각각 불렸던 30∼44세와 18∼29세 사이의 연령층에서 두드러지는 젊은 ‘워킹맘’을 일컫는다. 이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완벽한 엄마 역할까지 하려는 슈퍼맘과 달리 두 역할을 조화시켜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효율성과 실용주의를 추구한다. 즉 리얼맘은 가정생활과 직장생활 모두에 가치를 두지만 그것이 꼭 모든 일을 손수 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집단이다.
리얼맘이라는 용어는 원래 육아클럽 사이트나 대중매체 프로그램, 육아 관련 서적 등에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슈퍼맘에 대비해 사용되던 단어이다.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라는 잡지와 광고회사인 JWT는 2009년 870명의 성인 미국 여성에 대한 질적, 양적 조사를 수행한 후 이처럼 독특한 특성을 지닌 집단(segment)을 발견하고 리얼맘이라고 이름을 붙였다(Miley & Mack, 2009). 리얼맘 집단은 그 이전 세대와 비교해 결혼을 늦게 했고 상대적으로 고학력자다. 취업률은 이전 세대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고 소득과 자산수준도 훨씬 높다. 이들은 같은 나이의 남성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자신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직업이 자신의 정체성 형성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슈퍼맘처럼 직장을 택할 것이냐, 가정을 지킬 것이냐 하는 식의 양자택일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 <애드버타이징 에이지>의 기사에 따르면 리얼맘은 과거 슈퍼맘이 고민하던 ‘엄마의 덫(mommy trap)’을 심리적으로 극복해낸 세대다.
BCG에 따르면 미국 내 리얼맘들이 지배하는 소비재 시장의 규모는 약 4조3000억 달러다(Miley & Mack, 2009). 이는 미국 내 총 소비재 시장 규모 5조9000억 달러의 약 73% 정도에 해당한다. 이들은 소비자로서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위해, 그리고 그들 자신을 위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소비자로서 리얼맘의 파워는 그들의 소비지출액수가 커지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결정권이 커지는 것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녀의 결혼비용보다 자신의 노후비용을 먼저 걱정하는 엄마들이 리얼맘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엄마상을 가진 이들 집단은 자신과 가족, 자녀를 위한 소비시장에서 그 전과는 상당히 다른 의식과 행동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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