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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Decade Management-운영관리

새로운 시대의 공급망 관리, 오픈 이노베이션이 답이다

박홍재,김수욱,김정욱 | 74호 (2011년 2월 Issue 1)

 

 

 

최근 기업의 R&D 투자 대비 성과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제품수명 주기는 점점 빨라져 기업의 창조혁신 요구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환경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R&D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에 대적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는 아이폰 OS보다 더욱 빠른 주기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화되는 IT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진취적인 R&D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생산관리 기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제조업에서도 외부와의 통합 연구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독자적인 생존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창의적인 성과물을 내놓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외부 연구 개발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성과를 높이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공급망 관리 체계에 예상치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해 한 동안 고전한 것이 사실이다. R&D를 통해 경쟁사 대비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어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거나 수요 예측을 정확히 못해 적정 재고를 유지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해외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SCM(Supply Chain Management)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물류 기업과의 협업 모델을 수립했다면 국내 제조사들은 훨씬 효과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공급망 관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산업을 막론하고 기술 개발에 투입되는 자원과 시간을 절감시킬 뿐 아니라 연구 성과로 인한 이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 , 오픈 이노베이션은 정체된 기업 성장에 힘을 실어주는 창조혁신의 툴이 된다.

본 글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개념을 불확실성, 창조적 혁신, 윤리(상생협력), 고객 중심, 소셜 미디어 등 향후 10년을 아우를 다섯 가지 키워드와 연관지어 고찰한다.


복잡성의 덫에 빠진 도요타

2009년부터 2010 3월까지 미국에서 도요타 리콜 사태가 있었다. 세계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아온 도요타였기에 리콜사태는 생산, 전략 분야의 연구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많은 전문가들은 도요타 사태의 요인으로 무리한 원가절감 정책과 과도한 해외생산 규모의 확대를 지적한다. , 도요타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고자 원가절감에 노력해 왔지만 지나친 원가절감으로 설계, 부품조달, 조립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품질관리에 소홀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국내 위주의 품질경영 기조를 해외 확장 경영으로 전환함에 따른 공급망관리(SCM)의 실패 역시 원인으로 지적된다. 해외 라인에서의 비용절감을 위해 현지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외 부품업체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품질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요타의 실패를 분석한 다양한 이유들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통해 제시된 또 다른 원인이 주목받고 있다.

HBR은 지난 10여 년간 지속된 도요타의 성장이 복잡성을 증가시켰음을 지적하면서도요타는 스스로가 만든 복잡성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도요타는 단순하고 효율적인 경영 방식의 대가로 타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이랬던 도요타가 어떻게 스스로 만든 복잡성의 덫에 빠져 대규모의 리콜사태를 겪게 됐을까

첫째, 도요타는 선진시장 중심의 급속한 양적 성장과 더불어 고급화, 하이브리드차 개발 등으로 설계가 복잡해졌다. 고유가로 소형차 수요가 증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형/고급차종을 집중 출시했다. 2003∼2007년 소형차종은 18개 신모델을 출시했지만, 중대형/고급차종은 2배인 37개 신모델을 출시했다. 고급차종은 엔진사이즈도 커지고 각종 편의 장비들이 장착되기 때문에 설계가 한층 복잡해진다.

둘째, 과거 도요타의 조직구조는 매트릭스 형태로 조직 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조직이 급격히 비대화됐고, 글로벌 확대과정에서의 지나친 해외 생산 규모의 확대로, 그동안 도요타의 강점이었던 강력한 중앙 통제능력과 그에 따른 특유의 일사불란함이 약화됐다.

마지막 복잡성의 덫은, 한때 생산 프로세스의 모범답안으로 불렸던 JIT, KANBAN으로 대표되는 간결하고 정확한 생산 프로세스가 수요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수요 및 판매예측 실패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도요타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지속돼온 매출 성장세에 대한 자신감으로 급격히 생산량을 증대하고 해외 생산규모를 확대했다. 그동안 도요타가 보여준 효율적인 경영방식이 기업 내에 증가하는 복잡성 문제를 잘 해결해 줄 거라 믿었지만, 그것은 도요타의 지나친 자신감이었다. 복잡성의 증가에 따른 효율적인 기업 운영 실패와 생산 프로세스 낭비로, 결국 도요타는 2008 6조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009, 2010년에는 리콜대수가 판매량을 초과하는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경험해야 했다.

도요타 사례를 공급망관리 측면에서 분석해 보자. 공급망(Supply Chain)이란 일반적으로 공급자, 제조업자, 도매상, 소매상, 고객으로 구성된, 원재료의 조달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하기까지의 전체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공급망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는 원재료의 수급에서부터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원과 정보의 흐름 전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공급망 내의 부품조달, 생산계획, 납품, 재고관리 등을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공급망 전체에 걸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 높은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전체 공급망의 최적화를 도모한다. 요즘처럼 기업 대 기업의 경쟁이 아닌 공급망 대 공급망의 경쟁으로 진화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공급망관리를 통해 공급망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수익 증대와 고객 서비스에서 매우 중요하다.

도요타는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생산 제품의 수를 증가시켰고 이는 필연적으로 조직과 생산과정이 복잡해지는 결과를 수반해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체 공급망의 복잡성 증가로 이어졌다. 결국 도요타는 스스로 이를 통제하고 관리하기 어렵게 돼 복잡성의 덫에 빠졌다. , 도요타 리콜 사태의 궁극적인 원인이자 도요타의 잠재한 가장 큰 문제는 생산 제품의 증가에 따라 복잡해진 공급망관리의 총체적인 실패다.

복잡성의 덫이 비단 도요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내 1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기업 중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제품 및 서비스 설계에 드는 비용, 업무 복잡성으로 인해 추가로 드는 비용, 수정 컨설팅에 지출되는 비용 및 이 모든 과정에서 드는 스트레스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제품 원가의 총 10∼25%가 기업의 복잡성 때문에 지출되는 비용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복잡성이 초래하는 비효율성과 잠재적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다.

‘2010∼2012년 세계 공급망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공급망의 복잡성은 향후 많은 기업에서 우려하고 있는 사항으로 꼽힌다. 기업가의 85%가 매출 성장의 주요 원천인 신규 글로벌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로 공급망의 복잡성이 2012년 크게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진출 지역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새로운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취급 제품을 늘리면서 공급망의 복잡성은 기업이 혼자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창조적 혁신과 오픈 이노베이션

복잡성의 덫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늘어나는 제품과 서비스를 관리하는 부서가 꼭 내부에 있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세계 최대의 아웃소싱 업체인 리앤드펑은 자사의 생산설비는 최대한 적게 유지하면서 공급망에 참여하는 협력업체의 역량을 집결시켜 활용하는 플랫폼 컴퍼니(platform company)의 선두주자다. 리앤드펑 컴퍼니의 빅터 펑 회장은 협력업체와 상호 신뢰 구축을 통해 그들에게 전반적이고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해 이를 토대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개방형 경영을 통한 공급망 구축이 플랫폼 컴퍼니의 장점이라고 이야기한다.

플랫폼을 통한 거래는 필연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패러다임으로 연결된다. 대기업이 독자적으로나홀로 개발을 하고, 그에 따른 혜택과 복잡성의 덫을 떠안는 과거의 개발 방식과 달리 대기업이 개방형 플랫폼을 마련하면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플랫폼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기존 플랫폼 경영 방식은 폐쇄형 플랫폼 경영으로 대기업이 일부 중소기업에 한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형태였다. 이와 달리 개방형 플랫폼은 해당 플랫폼에 일정 수익구조를 마련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받아들이면서 양 쪽 모두 수익을 얻는다. 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협력업체와 상생 협력해 동반성장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이라는 대기업의 윤리와도 직결되는 생산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방형 플랫폼으로 성공한 기업으로 미국의 애플사를 들 수 있다. 애플사는 기존 대기업들과 종종 대조되곤 하는데, 그 차별화 포인트가 플랫폼 방식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많은 기업들은 협력업체와 위계 질서에 따라 독점적으로 연계된 수직구조를 가진다. 제품 개발 기술을 공유하지 않고 원가절감을 강조한다. 반면 애플사는 1993년부터 ‘business ecosystem’을 주장하며 경쟁과 협력을 통해 공생하고 함께 발전하자는 기조를 실천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팟 사용자들에게 콘텐츠 다운로드 사이트인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를 개방해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외부에 공개했다. 협력업체와도 협력적 수익 배분을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 판매 수익의 30%만을 애플사가 수수료로 받고 있다. 이 결과 아이튠즈와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활발히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아이폰과 아이팟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해 기업 수익에 도움이 된다. 애플사와 통신업체, 휴대전화 제조업체, 콘텐츠 업체 간의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관계 형성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개방형 플랫폼은 외부의 창조적 역량을 지닌 다양한 형태의 조직 및 인적 자원을 활용해 R&D 혁신을 이루려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공급망 상의 Demand Forecasting, Procurement, Market Sensing 등에도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과거의 혁신 활동과는 사뭇 다른 개념으로, 과거 혁신 활동이 회사 내부에서 이뤄내야 할 과제로 여겨졌다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회사 외부의 조직이나 인재도 회사의 혁신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에서 출발한다. 구매-생산-판매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기업의 가치 사슬 상에 외부 조직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이를 통해 기업이 지금까지 추구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과거의 혁신이 내부 자원을 통제해 경쟁사가 우리의 아이디어를 통해 이익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내부 자원을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거기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한다는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다. 또한 과거의 혁신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했다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내·외부에 산재한 아이디어나 이미 보유한 역량을 새로운 형태로 조합하는 것도 포함한다.

 

 

 

최근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공급망 관리 체계에 모바일(Mobile)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결합해 M-SCM이라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공급망관리에서 중요한 Demand Forecasting, Inventory Management, Sales & Order Management 등이 모바일 환경과 결합해 점차 Real-time SCM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M-SCM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문, 생산, 판매 현황을 조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통 채널과의 SCM 데이터베이스 공유를 통해 소비량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유통 채널은 재고 및 물량 공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통해 판매 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제조사는 판매 정보를 통해 정확한 생산 및 구매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내·외부 데이터베이스 통합은 SCM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으며, Cloud Computing 환경이 확장됨에 따라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의 SCM 정보도 공유를 통한 상생의 길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개념으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부각되고 있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늘어나는 연구개발 비용이다. 연구 개발비는 위험이 내포돼 있는 비용으로 한 기업이 증가하는 모든 연구 개발비를 감당하는 것은 큰 부담 요소다. 따라서 플랫폼을 개방해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특정기업의 혁신과 연구 개발에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짧아지는 제품 수명과 개발 주기를 들 수 있다. 새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1980년대에는 33개월, 1990년대에는 24개월이 걸렸고, 2010년에는 12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이처럼 제품 수명이 짧아지고, 그에 따라 단기간 내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기업의 부담은 커져만 간다. 제품 아이디어 및 기술 개발을 내부에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다양한 타 기업 및 개인의 도움을 활용할 수 있다면, 보다 수월하고 빠르게 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

셋째, 가치 사슬의 복잡성을 들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의 진출과 더불어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복잡 거대한 Supply Chain을 효과적으로 관리, 운영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Supply Chain을 개방, 공유하면 부품공급업체 및 유통 채널 등이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진화해갈 것이다. Mobility는 이러한 공급망 생태계가 보다 최적의 환경으로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넷째, 산업 장벽 간의 경계가 사라져가는 시장 환경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주유업체의 경쟁자는 다른 주유업체들 뿐이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전기 자동차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유업체의 경쟁자는 전기 자동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자동차 제조 기업이 될 수도 있다. 산업 간 장벽이 허물어져 감에 따라 기업은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쳐 있는 잠재적인 경쟁자들과 경쟁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개방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기업의 성공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윤리경영, 상생협력과 오픈 이노베이션

기업이 다양한 창조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끼리도 내부자원을 오픈해야 한다. 아직까지는적과의 동침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존재하지만 경쟁사와 자원을 공유하고 공동 연구개발에 참여해 성공적인 신제품 출시를 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적 제휴는 기술 노하우와 마케팅 능력을 상호 활용해 자사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합리적인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자동차업계에서는 경쟁사들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크라이슬러 및 일본 미쓰비시와 손을 잡고 엔진합작공장(GEMA)을 설립했다. 현대자동차는 세타엔진 기술을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에 이전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5700만 달러를 받았다. 이 같은 엔진 공동개발과 생산제휴 연계는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 입장에서는 더 나은 기술력으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현대자동차는 합작사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더욱 진취적인 연구개발에 성과를 올리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T업계에서도 경쟁사들끼리 내부자원을 오픈해 서로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구축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2000년 대 초, 미국의 컴퓨터 산업은 어느 한 기업의 획기적인 이노베이션으로 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바로 모든 컴퓨터의 운용체제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자바를 개발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다. 그러나 우수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개발됐어도 이를 적용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을 통한 집중적인 R&D연구가 절실했다. 2001 IBM 4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자바 언어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오픈 플랫폼인이클립스를 만들었다. 이 통합개발환경(IDE)은 경쟁사들의 기술을 활용하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면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이클립스를 통해 인텔과 오라클을 비롯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활발하게 연구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이로 인해 탄생한 자바 C-언어는 현재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오픈소스 플랫폼 전략을 선택한 IBM은 주춤했던 사업 성과를 뒤로 하고 시장 1위로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이처럼 경쟁자들과 함께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은 독자기술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고,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이 내부자원 오픈 전략을 선택하면 경쟁사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창조혁신의 기회를 훨씬 많이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근래에 대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감에 따라 밀려나는 중소기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 동반성장을 펼치자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방침은 경기침체로 무너지는 중소기업의 시장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워준다. 대기업의 독자생존 방식보다 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은 기업경영의 윤리적인 측면을 보강하는 부분이라 볼 수 있다. 2010년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 지원 자금은 전년대비 33%가 증가할 만큼 동반성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 IBM의 비즈니스 모델은 방대한 수직 통합이었다. 컴퓨터의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모두 기업 자체조직을 통해 수행돼 왔다. 따라서 IBM은 연구개발에서부터 제조와 생산, 영업과 판매 그리고 고객 서비스 지원까지 도맡아 했고, 이로 인해 여러 문제점들이 속출했다. 복잡한 내부조직과 사업 부서끼리의 잦은 영역 침범으로 인한 끊임없는 내부혼란으로 IBM의 시장 내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방대한 수직통합은 경쟁사보다 모든 사업 분야에서 기술력이 뒤처지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1992년에는 과도한 비용 지출에 따른 50억 달러의 순손실을 입기도 했다.

IBM은 과거 비즈니스 모델을 청산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자체적으로 해오던 연구개발 분야에 다른 협력사들의 참여를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기술력 강화를 꾀했다. 보유한 특허자산을 타 기업들에 재양도해 기술상생 협력을 했고, 이로 인해 2004년 수익은 12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이제는 기업 매출의 10%까지 차지하면서 IBM은 공동연구개발의 이득을 보고 있다.

또한 자체적인 생산라인을 구축해오던 방식을 바꿔 반도체 생산을 협력사에 의뢰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협력사와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더욱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구축시키는 창조적 혁신을 가능케 했고, 협력사는 경쟁력 강화란 이득을 얻음으로써 상생경영을 통해 윤리적인 측면까지 만족시키는 일거양득의 쾌거를 이루게 됐다.

협력사와 함께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여러 산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P&G는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기술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독자적인 연구개발로 시장흐름을 따라가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자율권을 부여한 특수연구팀인 ‘Skunk Works’를 조직해 중소업체의 아이디어를 활용한 혁신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특히 연구개발 목표를 수정해 회사 혁신의 50%는 외부에서 획득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결국 P&G는 신제품 시장출시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시켰으며 R&D 생산성을 향상시켜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고객 지향성과 오픈 이노베이션

오픈 이노베이션은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고객의 니즈를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은 고객 자신이기 때문에 기업이 그들의 요구사항에 귀 기울여 창조혁신을 추구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한 대 가격이 절대 5000달러 이하가 될 수 없을 거라던 업계 관계자들의 장담에도 인도의 타타 자동차는 2500달러짜리 자동차를 만들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중요한 건, 라탄 타타 회장은 소비자들이 타고 싶은 자동차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리 원가를 따져보고 가격결정을 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업의 적정 이윤을 확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기능만 탑재해 비용을 과감히 줄였으며 부품 설계 시 더욱 창조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결국, 인도 타타의 2500달러짜리 자동차는 라디오와 에어컨, 파워윈도가 없으며, 트렁크나 조수석 보관함을 과감히 생략했다. 반드시 필요한 기능인 와이퍼나 사이드 미러는 각각 하나씩만 추가했다.

또한 부품을 재설계할 때 ‘simplistic’한 디자인으로 통일시켜 가격대비 우수성을 선택했다. 특히 금속볼트 대신 접착제를 사용하고, 조향 장치를 단순화한 것으로 볼 때 부품 설계를 독자적으로 재설계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주 소비층이 오토바이를 이용하던 월 소득 1만 루피 이하인 소비자들인 점, 높은 연료비나 주차 및 도난문제로 구매하기 어려운 점, 타타 자동차 공장에서 조립되는 것이 아니라 비용절감을 위해 지역 딜러가 운영하는 조립센터에서 완성되기 때문에 품질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향후 타타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저가 이동수단을 요구했던 소비자층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소비자 의견을 철저히 반영한 경영방식은 BOP비즈니스의 활용범위를 넓히는 데 일조한다. BOP Bottom of Pyramid의 약자로 연 소득 3000달러 미만의 가난한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전개하는 사업이다. BOP 소비자층이 연소득 3000달러 이상인 고객층보다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고수익 창출을 위해 저가제품에 대한 생산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BOP 고객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흥국이 몰려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 특히 집중돼 있다.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의 장기적 수익을 보장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따라서 피라미드 하단부에 있는 소비자층과의 활발한 대화는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창출로 인한 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소비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량판매로 인한 수익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프리미엄 고객층 공략만이 아닌 서민층을 위한 제품개발에 힘쓰는 윤리적 기업으로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족시키는 시너지 작용을 할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활용

마지막으로 기업은 외부 전문가들에게 내부 자원을 개방해 획기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룰 수 있다. 기업이 직접 컨설팅 회사에 의뢰하거나 협력업체의 기술력을 빌리는 방법도 분명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아 다방면에서 창조 혁신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길이전문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가능하다.

해외의 오픈 이노베이션 서비스는 다양하다. 그 중나인시그마는 기업의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을 증진시켜주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엔지니어링 이노베이션 분야 출신의 한 미국인 전문가에 의해 2000년도에 설립됐고, 업계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업체 중 하나로 손꼽힌다. 또 다른 오픈 이노베이션 서비스인 ‘Yourencore’는 고급 은퇴 과학자와 엔지니어로 이뤄진 독특한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자랑하며 기업의 창조혁신 이슈에 관한 자문을 제공한다.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 서비스 중 하나인이노센티브의 이노베이션 구축 과정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먼저 의뢰기업의 프로젝트 리더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이노센티브에 등록된 과학자 집단과 구체적인 상담을 한다. , ‘이노센티브는 의뢰 기업과 전문가들을 연계시켜 프로젝트 개선에 대한 도움을 주는 지식중개상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검증된 아이디어를 제공받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고, 전문가들은이노센티브로부터 상금을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기업은 전문가에게 내부 자원을 오픈하고 문제점을 직접 상담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임으로써 초기 프로젝트 투자자본금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자발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서비스 제공업체에 등록하게 된 다양한 분야 출신의 전문가들은 산업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통합적이고 심도 있는 지식을 제공해 연구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국내에도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한국기술은행은 수요와 공급 기술 정보를 19개의 카테고리별로 제공하고 있으며 기관 유형별로 찾아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는 일반적인 과학기술정보를 제공하며 논문, 특허, 연구보고서, 동향분석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해 놓아 탄탄한 전문가 지식 풀(pool)을 구축했다.

이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 서비스업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기업의 내부자원을 활용해 창조혁신을 이루는 데 소셜 미디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IBM이 자바 언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경쟁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클립스란 오픈 플랫폼을 만들었듯,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의 의견과 경험을 서로 공유하는 개방화된 온라인 플랫폼을 뜻한다. 국내에는 네이버 블로그, 싸이월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개방형 미디어 플랫폼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동영상을 비롯한 각종 자료를 올리면서 전문가뿐만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이 결합되면서 기업의 이노베이션 구축 과정이 지속적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맺는 말

세계의 많은 선도 기업들은 그동안의 성공을 바탕으로 제품을 다양화하고 해외생산 공정을 확대하는 등 복잡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양한 고객의 성향을 맞추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이와 같은 변화와 도전은 기업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확장과 새로운 사업 진출, 모델 개발에 그림자처럼 뒤따르는 복잡성은 당장은 가시적인 문제로 부각되지 않지만 꾸준히 기업 안에 비효율을 축적한다. 상품과 생산이 복잡해지는 것이 시장에 발맞추기 위한 기업의 필연적인 변화라면, 이를 위한 확장과 다양성에 수반되는 복잡성을 외부로 전화하는 방법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경영 옵션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글에서 강조한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현대는 물론 미래 기업이 포괄해야 할 다양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면서 확장에 대한 비용인 복잡성을 기업 내부에 두지 않는 방식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적인 도입과 실행을 위해서는 오픈 네트워크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또한 플랫폼 제공자인 대기업은 중소기업 혹은 개인 등, 플랫폼 참가자들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신뢰와 동등한 입장에서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다양한 측면에서 업무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방법으로 인식돼 해외의 많은 선도 기업 중에는 도입한 곳이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과 노력은 미미한 편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내부에서 이노베이션을 해결하려고 할 때 불가피하게 커지는 조직에 따른 복잡성을 피할 수 있고, 내부에서 부딪히는 아이디어의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참여자들과의 협력으로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동시에 기술개발이나 프로세스 혁신 등의 기회를 외부에 제공함으로써,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이라는 사회적인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향후 국내 기업들도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 활용해 기업과 사업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수욱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생산관리/공급사슬관리(SCM)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서울대 경영대학/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김정욱 액센츄어 전무는 동국대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하고 대우그룹 과장을 거쳐 2000년에 앤더슨 컨설팅 그룹으로 입사(2001년 액센츄어로 사명 변경)했다. 전자, 통신 및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선도업체를 대상으로 R&D 전략, 물류 및 SCM운영 전략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박홍재 현대자동차 전무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런던대에서 한국 재벌 연구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2005년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싱크탱크인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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