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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에 대처하려면…

한인재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11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외견 상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도발 다음 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5.02포인트 떨어진 1883.92로 출발했지만, 곧 회복해 1900 언저리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국제신용평가업체들은 이번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주식, 외환 시장 등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스피는 하루에도 40포인트가 넘는 진폭을 보이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변동성 증대는 미처 대처하지 못한 기업과 개인의 손실을 키울 뿐 아니라, 향후 더 큰 충격을 줄 사태의 전초가 될 수 있다.

2008 1분기에서 3분기까지 미국 금융회사의 일일 수익 변동폭을 살펴보면 평균값이 100만 달러, 표준편차가 500만 달러인 정규분포 형태를 띤다. 즉 다음날의 일일 수익이 얼마일지를 예상하기는 어려워도, 그 변동폭은 예측 가능한 범위 이내에 머물렀다. 그런데 4분기에 이르자 일일 수익의 변동폭이 2, 3배 이상으로 커졌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고, 일일 손실이 1500만 달러를 초과한 날이 15회에 달했다.

그렇다면 2008 4분기에 발생한 금융위기는 예측 불가능한 이상치일 뿐일까? 복잡성 이론에 기초해 금융위기를 설명하려는 일부 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지진 연구의 권위자인 지구물리학자 디디에 소네트(Didier Sornett) 교수가 대표 주자다. 그는 대규모 금융위기와 자연재해에는 복잡성 이론으로 설명 가능한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지진,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 간 관계를 그래프로 그리면, 발생 빈도가 높은 소규모 사건들이 몰려 있는쇼트헤드(short head)’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그 피해 규모는 매우 큰 사건들이 분포한롱테일(long tail)’을 갖는멱함수 곡선(power curve)’이 나타난다. 1970년에서 2007년까지 발생한 금융위기의 발생 건수와 손실 규모의 관계도 이와 같은 멱함수 패턴을 띤다. [DBR 37당신 회사엔 조기 경보 체계가 있는가참조]

소네트 교수는경제란 균형을 지향하는 이성적인 시스템이라는 전통적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복잡한 자연계의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경제 시스템도 내재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소규모 사건들의 빈번한 발생이 엄청난 규모의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자연재해에 대비하듯 점차 내부의 복잡성과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는 경제 시스템의 변동성에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네트 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은 분석의 틀을 단기에 두지 말고 대규모 자연재해를 관찰하듯 장기적 시각으로 경제 시스템 전체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7년에서 2008 3분기까지 미국 기업들은 매우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이 기간만 놓고 보면 미국 기업들이 매우 안정된 성장 추세를 이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으로 과거를 돌아보면, 기업 수익성이 이처럼 높은 수준을 기록한 일은 50년 전에나 있었던이상치, 그 직후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또 조기 경보 체계와 상세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구성원들에게 숙지시켜야 한다. 지진학자들이 쓰나미 감지를 위해 개발한 조기경보 시스템이 좋은 예다. 금융위기의 전초가 된 미국의 모기지 회사들의 파산은 이미 2006년 하반기에 시작됐지만, 아무도 그 이후 이어질 결과를 예상하고 대비하지 못했다. 충분한 완충 장치(buffer)도 확보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자산규모 100조가 넘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1∼2조원 규모의 단기 외채를 상환하지 못해 매일같이 부도 위기에 몰린 바 있다. 단기 수익성에 집착하지 않고, 충분한 가용 자금을 확보했더라면 오히려 이자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이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북한의 예측 불가능하고 비이성적인 도발이라는 불확실성에도 대비해야만 한다. 경제 측면이든 안보 측면이든 변화의 큰 방향은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변동성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면 많은 구성원들이 희생될 수 있다. 긴 시각으로 시스템 전체를 바라보고, 조기 경보 신호를 놓치지 말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매뉴얼과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한인재 한인재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 AT 커니 코리아 컨설턴트/프로젝트 매니저
    - 에이빔 컨설팅 컨설턴트/매니저 - 삼성생명 경영혁신팀 과장
    db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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