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완벽한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 놓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보다 계획은 부족하더라도 조금씩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 기업도 비슷하다. 성과를 내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굴려서 계획만 세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실행을 잘해야 한다. 그렇다면 실행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일반적으로 실행이라고 하면 전략의 실행처럼 흔히 목표 혹은 계획된 일의 수행을 의미한다. 목표 대비 달성 수준이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되며,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직원들은 해당 계획 혹은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계획이나 과제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그 외의 것들은 중요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면 추가적 노력을 하지 않는 부작용도 나온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실행은 전략처럼 단순히 미리 짜인 계획에 대한 수행의 의미를 넘어서, 직원들의 자발적이고도 지속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이때 직원들의 행동에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회사의 핵심가치 혹은 행동규범이다. 즉, 기업의 핵심가치 달성,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실행에 나서고, 이것이 성과로 연결되면 실행력이 강한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본 고에서는 이 같은 측면에서 실행에 강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실행력의 두 가지 조건
기업이 실행을 잘 하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하나는 실행을 강화하는 기반 체계이고, 나머지 하나는 실행에 대한 직원들의 의지다. 기반 체계란 실행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의 기본 인프라로서 조직 구조, 프로세스 등을 의미한다. 실행의 주체인 직원들이 적극적인 실행력을 발휘하도록 동기부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강한 실행력을 보유한 조직을 구현할 수 있다.
실행을 강화하는 기반 체계
실행을 강화하는 기반체계는 이어달리기와 비슷하다. 즉, 이어달리기를 잘하려면 각자가 소화할 수 있는 구간을 빠른 시간에 주파하되(작은 단위조직 기반) 앞/뒤 사람의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고 목표물(고객)을 향해 모두 한 방향으로 뛰어야 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고객을 중심으로 한 벽없는 조직 구현: 기업의 중요한 존재 목적은 고객 욕구 충족 및 고객 만족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실행력은 고객 요구 사항을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충족시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로 판단할 수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 속도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고객의 요구 사항은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진다. 고객의 요구 사항은 단일 사업부가 단독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을 종종 넘어서고 있으며, 기존의 기능 중심 조직에서 발생하는 사일로(Silo) 현상은 고객의 복잡한 요구에 대한 효과적 대응 실행을 가로막는다. 현장에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기능횡단적이고 여러 사업부를 아우를 수 있는 고객 중심적인 조직의 구현은 고객 만족을 위한 실행력 극대화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미국 대선 주자로 유명한 로스 페로가 설립한 EDS는 1990년대 후반 심각한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수십 년간 성공가도를 달려온 회사는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매출과 수익이 급락하고 있었다. 당시 EDS에는 40개가 넘는 전략사업단위(SBU·Strategic Business Unit)들이 존재했고, 각 SBU는 각각의 사업목표와 정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만 몰두하느라 협력해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1999년에 새로 경영권을 잡은 딕 브라운은 40개가 넘던 SBU들을 주요 시장 영역을 기반으로 한 4개의 LOB(Line of Business) 조직으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모든 부문의 인력이 고객들에게 비즈니스 전략에서부터 프로세스 개편, 웹 호스팅 관리에 이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각 사업 단위가 긴밀하게 협력해 기업 전체의 실적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되자 EDS의 실적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카를로스 곤이 위기에 빠져 있던 닛산 회장으로 부임한 후 가장 중점적으로 수행했던 일 중 하나도 극심한 관료주의에 젖어 있던 기능 중심 조직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변환해 기능횡단팀(cross functional team)을 구축한 것이었다. 신차 개발 프로세스에서 상품기획, 생산, 디자인, 판매, 마케팅 기능의 담당자들로 구성된 기능횡단팀을 구성하고 운영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신차 개발에 조직의 전 기능이 참여하고 협력하도록 했다. 이는 ‘큐브’와 같은 매력적인 신차 개발로 이어졌다.
작은 단위 조직을 기반으로 한 수평적 조직: 직원들의 자발성은 기업의 실행력에 필수 조건이다. 고객 만족을 비롯한 기업의 핵심가치 실현을 위해 직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지가 기업의 실행력을 결정한다. 직원이 자발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업무에 대한 주인 의식과 책임감이 필수적이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단위 조직의 규모는 되도록 작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팀원이 50명인 조직에서 팀원 한 명이 내는 목소리는 전체의 50분의 1에 불과하나 팀원이 5명인 조직에서 팀원 한 명의 의견은 전체의 5분의 1에 이른다. 그만큼 의사결정 과정에서 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돼 책임감을 느끼고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동기가 강해진다. 구성원의 수가 작아지면 커뮤니케이션에 소요되는 시간이 급격하게 감소해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큰 조직을 운영하면 규모의 경제에 의해 필요 인력의 수가 감소해 효율은 좋아질 수 있을지 모르나, 조직이 비대해질수록 관료주의의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또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구글의 경우 제품 개발과 관련한 팀들의 평균 팀원 수는 3명이다. 큰 프로젝트도 수십 명의 개발자들이 여러 개의 팀으로 나뉘어 특정 분야의 개발을 담당한다. 작은 팀을 구성하면 설득할 인원 수와 관리 부담이 준다. 구성원의 창의성도 극대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구글은 최근 조직이 급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벤처기업과 같은 활발하고 동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등산복 소재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어떤 건물이나 공장에서도 200명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이 늘어날수록 깊은 인간관계는 줄어들고 최종 제품과의 거리도 멀어지며 의사결정에서 직원들의 목소리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단위 조직을 운영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성 보장이다. 단위 조직을 작게 설계하면 필연적으로 단위 조직 수가 늘게 된다. 이들에게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충분히 부여하지 않을 경우,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 및 상위 보고라인을 통한 의사결정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고 이는 조직의 실행력을 저하시킨다. 충분한 권한 위임과 자율성 보장을 통해 단위 조직들이 남이 결정한 것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결정한 것을 자율적으로 실행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계층을 줄이고 보다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