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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셉트 개발을 위한 소비자 조사

‘콘셉트’잡아주는 조사는 최고의 마케팅

김근배 | 55호 (2010년 4월 Issue 2)

마케팅은 콘셉트 싸움이다
어느 기업이나 미래의 먹을거리를 고민한다. 그래서 신제품을 개발하게 된다. 신제품 개발은 첨단 기술이 있거나 현금이 풍부하다고 해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콘셉트 개발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콘셉트 개발 없이 그동안 남의 것을 모방하는 데 치중해왔다. 국내 기업이 애플의 ‘아이팟’이나 닌텐도의 ‘Wii(위)’ 같은 세계적 히트 상품을 못 내놓는 이유는 바로 콘셉트 개발 능력이 부족해서다. 기업의 마케팅 능력은 고객의 욕구에 부응하는 신제품 개발에 있으며 이는 콘셉트 개발 능력에 달려 있다.
 
콘셉트란 무엇인가?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마케팅 불편의 법칙>에서 “마케팅은 제품 싸움이 아니라 인식 싸움이다. 마케팅은 인식을 다루는 과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인식은 콘셉트(개념)와 물리적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감각적 경험’이 결합해 일어난다. 그래서 철학자 칸트는 “개념이 없는 감각은 공허하고 감각이 없는 개념은 맹목적이다”고 말했다. 콘셉트가 없는 제품이나, 콘셉트는 있지만 콘셉트가 설명하는 바를 소비자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없는 상품은 소비자에게 불완전한 인식만을 줄 뿐이다. 콘셉트는 제품 개발의 방향과 통일성을 제공한다. 모든 제품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고 이를 콘셉트로 다듬어 정리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물리적 제품으로 구체화된다. 많은 벤처 기업들은 아이디어를 충분히 다듬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화에 돌입해 예기치 못한 장애에 봉착한다. 결국 마케팅은 소비자의 인식을 좌우하는 콘셉트 간의 싸움이다.

마케팅 활동은 <그림1>과 같이 수레 밀기에 비유할 수 있다. 수레를 미는 사람이 마케터라면 마케터는 시장과 소비자를 분석하여 얻은 통찰력으로 나갈 방향을 잡게 된다. 수레를 미는 힘(push)은 영업 활동에 해당한다. 수레바퀴의 크기는 콘셉트력 및 이를 뒷받침하는 제품력이다. <그림1>의 오른쪽 그림처럼 바퀴를 크게 만들어야 조금만 밀어도 멀리 나가게 된다. 바퀴를 작게 만들어놓고 밀려고 하니 왼쪽처럼 영업이 힘든 것이다. 이처럼 콘셉트력과 제품력이 든든하게 받쳐줘야 마케팅 활동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어느 화가가 3일간 그림을 그렸는데 이 그림을 파는 데 3년이 걸렸다면서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사람이 “3년 동안 열심히 그렸다면 3일 안에 팔 수 있었을 터인데”라는 충고를 해줬더란다. 전병욱 목사의 <다시 시작하는 힘>에 소개된 이야기다. 마케터가 3일 안에 제품을 팔기 원한다면 3년간 열심히 콘셉트력과 제품력을 개선해야 한다.
 
콘셉트 개발은 원석을 다듬는 과정
위대한 콘셉트는 반짝하는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겠지만 콘셉트 개발 과정을 운에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장의 욕구를 분석하고, 그 욕구를 구현할 아이디어를 만들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차별화된 콘셉트로 연결되기까지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아이디어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原石)이라면 이를 다듬어서 보석(寶石)으로 만드는 것이 콘셉트 개발 과정이다 신제품 개발 과정은 아이디어를 콘셉트로 전환시키는 콘셉트화 과정(conception process)과 콘셉트를 신제품으로 전환시키는 제품 설계 과정(design process)으로 나뉜다. 두 과정에 쓰이는 도구들을 배열해 <그림2>처럼 뫼비우스의 띠로 정의했다. 뫼비우스의 띠는 안팎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데, 이는 두 과정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제품 설계 과정을 밟더라도 필요에 따라 콘셉트화 과정으로 와서 작업하다가 다시 설계 과정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처럼 신제품 개발 과정은 두 과정이 반복되거나 두 과정 간 전환(콘셉트화· 제품 설계)이 이뤄지며 진행된다. 띠가 교차하는 부분에서는 완성된 콘셉트나 제품에 대한 양적 검증 절차인 콘셉트·제품 테스트가 수행된다.
 
인식의 갭을 메우기 위한 조사 필요
<그림3>에서 보는 것과 같이 소비자의 인식 반대편에는 판매자의 인식이 존재한다. 유감스럽게도 둘의 인식은 항상 다르다. 콘셉트 개발의 요체는 이런 인식의 갭을 메워나가 고객이 공감(共感)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논어>에는 공자의 일관된 도가 있다고 하였다.1  바로 유교의 핵심 개념인 서(恕)이다.2  서(恕)란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이 합쳐진 단어로 풀어 쓰면 여심(如心)으로 ‘같은 마음’이 된다. 여심이란 동감(同感) 혹은 공감(共感)이 된다. 영어로는 sympathy(동정, 공감)로 번역할 수 있다. 소비자의 인식의 갭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같은 마음이 되어야 한다. 콘셉트 개발을 위한 소비자 조사는 실로 고객과 같은 마음이 되기 위한 조사라 할 수 있다. 인식의 갭을 메우기 위해 마케터는 소비자에게 물어보고(問), 살펴보고(察),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서(易之思之) 소비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콘셉트화에 필요한 소비자 조사이다.

콘셉트화 과정에서 <그림2>와 같이 관찰, 표적 집단 토론(FGD·Focus Group Discussion), 브레인스토밍, 경쟁 지각도가 사용된다. 관찰(觀察)은 소비자의 구매 상황이나 사용 상황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관찰해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알아보는 것이다. 관찰하면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가? 공자는 그렇다고 하였다. <논어>에는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 이유를 유심히 보고, 만족한 바를 살피면,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는가!(視其所以, 觀其所由, 察以所安, 人焉 哉!)3 라는 구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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