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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건드려라, 눈치 못 채게 살짝!

김현정 | 54호 (2010년 4월 Issue 1)

세계화로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민족적 정체성에 호소하는 광고가 기업 마케팅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를 포함해 세 명의 마케팅 교수들이 공동 연구해 발표한 논문 ‘이중 문화의 정체성과 표적 마케팅의 단점(Bicultural Identity and the Dark Side of Targeting)’에 따르면 민족 정체성에 호소하는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민족 정체성에 호소하는 광고를 접한 다문화 배경을 가진 소비자들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 명의 마케팅 교수가 발표한 위 논문을 비롯해 새로운 연구 결과들은 그동안 소비자 세계화와 표적 마케팅에 집중했던 전 세계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 이주한 남미인, 영국으로 옮겨간 아시아인, 프랑스로 향하는 북아프리카인, 독일로 이민 간 아랍인 등 이민자가 늘면서 앞으로 주요 소비 시장에서 다문화 양상이 상당히 많이 바뀌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 미디어 그룹인 닐슨 컴퍼니가 2009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자녀가 있는 전체 가정 중 다문화 가정이 미국 내에서만 절반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 인구가 증가하면 이들의 경제적인 영향력도 커진다. 2012년 라틴계 미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구매력은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9년보다 40%나 증가한 수준이다.
 
맥도날드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이런 사실을 점차 인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맥도날드를 이용하는 고객 중 40%가 소수 민족이며 그중 절반이 13세 이하이다. 따라서 맥도날드는 포커스그룹을 구성할 때 많은 수의 참가자를 소수 민족에서 선발한다. 맥도날드는 광고 대행사들을 평가하기 위한 성과 표준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각 대행사들이 제작한 광고가 민족적 특성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 측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로테르담 경영대학원의 스테파노 푸토니 교수와 피터 W. J. 페르레흐 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와튼스쿨의 마케팅 교수 아메리쿠스 리드 2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인구 분포가 급격하게 변화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현재 다수 민족, 혹은 소수 민족으로 여겨지는 민족 분포가 앞으로 515년 사이 크게 바뀐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이런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케팅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자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리드 교수는 “소비자들의 문화와 양육 환경, 소비자들이 자신과 동일시하는 상징적인 신호, 이런 요소들을 자부심과 연계시키는 방식 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리드 교수는 “좀 더 자세히 파고들어 특정한 민족성을 지닌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찾아내야 한다”고 얘기한다. 리드와 동료 교수들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이민자에 대한 3단계 연구를 통해 광고에 등장하는 신호 중 소비자의 민족 정체성과 일치하지 않는 언어적, 시각적 ‘신호(cues)’가 구매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 ‘여왕의 날’과 중국 ‘음력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네덜란드나 터키 혈통을 이어받은 배우가 대학생들에게 가상의 자선 단체에 기부금을 낼 것을 요청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터키 소수 민족 집단 2세대(네덜란드에서 터키 부모 밑에서 태어난 학생들)와 양친 모두가 네덜란드인인 학생들이었다. 실험 진행자들은 참가자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 배우 등 뒤에 있는 배경을 바꿔봤다. 첫 번째 배경은 현대에 지어진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다리 사진이었다. 두 번째 배경은 과거 바실리카 양식의 모스크였으나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이스탄불 전통 성당인 아야소피아 사진이었다. 터키인 부모 밑에서 자란 학생들은 터키를 상징하는 아야소피아가 배경에 등장하더라도 배우가 순수 혈통 네덜란드인이면 덜 우호적으로 반응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두 문화를 경험하며 자란 소비자들은 두 개의 문화적인 모델을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또 각 모델의 활성화 수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미묘한 환경적인 신호가 첫 번째 정체성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고, 두 번째 정체성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아시아계 배우와 백인 배우가 등장하는 광고를 활용했다. 두 가지 광고를 사용했는데, 하나는 인종적 배경과 문화적 배경이 서로 일치하는 광고였고, 다른 하나는 인종적 배경과 문화적 배경이 일치하지 않는 광고였다. 실험의 통제 집단은 1세대 중국 이민자, 즉 논문에 기록된 표현을 빌리자면 이미 민족성이 형성된 나이에 새로운 국가로 이주한 사람들이었다. 통제 집단과 2세대 중국인 참가자 모두에게 네덜란드 ‘여왕의 날’ 행사 모습이나 홍콩의 ‘음력설’ 풍경 사진을 번갈아 보여줬다.
 
실험 결과 스스로를 중국계 네덜란드인으로 여기고 서로 다른 두 문화에 더 많이 노출된 2세대 중국인들은, 이미 중국인으로서 확고한 민족적 정체성을 갖춘 1세대 중국인 실험 참가자들보다 서로 일치하지 않는 문화 마케팅 메시지에 더욱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즉, 백인 모델이 홍콩의 ‘음력설’ 풍경을 배경으로 등장한 광고나 반대로 아시아계 모델이 네덜란드 ‘여왕의 날’ 행사를 배경으로 찍은 광고에 대해 한층 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민 1세대와 2세대를 활용한 덕분에 연구진은 다문화 소비자의 심리에서 이중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드 교수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문화에 노출되지 않은 이들의 반응이 보다 덜 변덕스러울 거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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